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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신입생들의 서재

2025학년도 서울대학교 신입생들의 서재

서울대학교 입학사정관이 학생과 선생님들을 가장 많이 만나는 입학설명회와 고교 상담에서 자주 듣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서울대는 독서를 좋아한다는 말’의 구체적인 의미를 묻는 질문인데요. 아로리 14호에서는 이 질문에 대해 여러분과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서울대가 단순히 독서하는 ‘행위’만을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모든 모집단위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말도 아닐 것이고요. 하지만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점은 학생들이 독서를 통해 자연스레 쌓아 올린 지적 역량의 의미를 소중히 여긴다는 사실입니다. 또한 아이들이 고교 생활 동안 그것을 실천할 수 있도록 조심스레 안내하고 있습니다. 온갖 매체로 둘러싸인 세상 속에서도 책은 여전히 중요한 배움의 도구이며 독서로 쌓아 올린 힘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작고하신 신영복 선생님이 남기신 말씀 중에 서삼독(書三讀)을 떠올려 봅니다. 책을 읽을 때는 반드시 세 가지를 읽어야 한다는 뜻인데요. 첫째 겉으로 드러난 텍스트를 읽고, 다음으로 책의 필자를 읽으며, 마지막으로 책을 읽고 있는 독자 자신을 읽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언뜻 그 의미를 포착할 것 같다가도 잘 모르겠는 어려운 이야기이죠? 물론 저에게도 그렇습니다. 이에 대해 사상사 연구자 김영민 교수의 저작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 속의 다음 문장을 함께 읽어볼 것을 제안합니다. “생각의 무덤을 우리는 텍스트(text)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텍스트가 죽어 묻히는 자리는 어디인가? 텍스트의 무덤을 우리는 콘텍스트(context)라고 부른다. 콘텍스트란 어떤 텍스트를 그 일부로 포함하되, 그 일부를 넘어서 있는 상대적으로 넓고 깊은 의미의 공간이다. 죽은 생각이 텍스트에서 부활하는 모습을 보려면 콘텍스트를 찾아야 한다.” 우리는 독서 행위를 통해 일차적으로 텍스트를 읽습니다만, 그 의미는 단순히 지면의 활자 위에서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텍스트 너머의 콘텍스트에 대한 독자의 경험과 해석이 더해진다면 우리의 세계는 조금 더 넓어지고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매년 웹진 콘텐츠를 제작하며 학생들이 제출한 원고를 읽을 때마다 깜짝 놀라곤 합니다. ‘독서의 의미’를 물으면 학생들은 모두 저마다의 진솔하고 빛나는 사연을 되돌려 줍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독자 여러분께 2025학년도 서울대학교 신입생들의 서재를 소개합니다. 서울대학교에 입학한 새내기들의 서재를 통해 자신의 역량을 기르기 위해 노력했던 학생들의 지적인 여정을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책을 읽으며 수업 시간에 배운 지식체계를 확장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사고하며, 타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는 모습 등을 통해 한 사람의 사유가 점점 더 풍성해지는 과정을 엿볼 수 있을 것입니다.

서울대학교는 앞으로도 계속 독서를 통해 생각을 키워온 큰 사람을 기다립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독서가 취미인 학생이었습니다. 누군가 제게 책을 읽는 이유를 묻는다면 저는 제 영혼을 위해서라고 말할 것 같습니다. 영혼의 성장을 위해서요. 그리고 순전히 재미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왜 우리는 책을 읽어야 할까요. 책을 단순히 대학에 잘 가기 위해 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입시 도구 정도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필연적으로 타인과 어울리며 살아갑니다. 독서를 통해 꼭 전공 분야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지식을 얻고 나면, 우리는 조금 더 열린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또 세상에는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도 많습니다. 하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그들과 소통하며 살아야 합니다. 독서를 통해 확장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다 보면, 이해되지 않던, 이해하려 시도조차 할 수 없던 일과 타인의 사고방식에 대한 실마리가 보일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책은 세상을 다른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는 또 다른 창구와도 같습니다.” - 사범대학 새내기 K

의과대학 의예과 새내기 A 이제는 학생부 독서 활동 사항이 서류 평가에서 미반영되고, 자기소개서도 폐지되어 독서 활동이 입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여전히 고등학생 때 책을 읽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책을 읽는 것은 모든 활동과 탐구의 시작이자 끝입니다. 책을 읽다 새로운 궁금증이 생겨 탐구나 활동을 시작하고, 책을 통해 지식을 보완하고 수집하며, 나의 결론이나 의견을 책과 비교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독서 없이 의미 있는 활동을 해나간다는 것은 제게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책은 고등학교 생활 속에서 사고의 깊이를 더하고 가치를 쌓아나가는 데 필수적인 도구입니다.

또한 책은 과거와 소통하는 수단이요, 인류의 지식을 축적한 경이의 산물입니다. 독서를 통해 우리는 가볼 수 없는 곳을 가보고, 수많은 것들을 간접 체험할 수 있습니다. 몰랐던 것을 알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바라보며, 동시에 자신을 들여다볼 기회를 매 순간 가지게 됩니다. 책을 읽는 것은 여행과도 같은 일입니다. 육체적으로는 학교에, 도서관에, 방 안에 있지만, 마음은 넓디넓은 지식의 바다를 여행하고, 타인의 눈으로 세상을 관찰하며, 새로운 시각을 얻는 기회가 됩니다. 고등학교에서 할 수 있는 경험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책을 통한다면 인류 전체의 지식과 경험, 감정의 소산을 방 안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독서를 통한 사고의 확장은 다른 일로는 얻어낼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하고 깊습니다. 저 역시 고등학교 시절 읽었던 한 권 한 권의 책이 현재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의 중요한 일부가 된 것을 느낍니다. 여러분이 펼친 책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쌓이고 쌓여, 결국 여러분만의 독특한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책은 힘든 생활 속에서 안식처가 되어줄 수 있습니다. 비문학을 읽으면 내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며, 호기심을 채우며 즐거워할 수 있습니다. 문학을 읽으면 주인공과 이야기 속을 걸으며 함께 울고 웃을 수 있습니다. 저 역시 학교 공부가 힘들 때마다 책을 펼쳤고, 독서의 모든 과정은 제게 있어 현실로부터 잠시 벗어나 마음의 평안을 찾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저는 여러분들에게 독서를 추천합니다. 책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에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힘들거나 휴식이 필요할 때 마음 가는 대로 책을 펼쳐보세요. 독서가 지식을 쌓고 사고를 확장할 뿐 아니라, 삶에 큰 위안을 줄 것입니다.

  • 마션

    앤디 위어(박아람 역)

    알에이치코리아

    제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을 꼽자면 '마션'(앤디 위어 저)이 아닐까 합니다. '마션'의 주인공 마크 와트니는 화성에 고립되어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수많은 문제와 역경을 마주하고 그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마치 대학 입시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등학교 생활은 끊임없는 시험과 과제의 연속이며, 예상치 못한 난관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상황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태도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도전과 문제 해결의 반복적인 과정이 결국 사람의 성장으로 직결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책이 가진 메시지, "힘든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나아가라. "는 말이 제게 큰 용기를 주었습니다. 주인공의 성격 또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마크 와트니는 참 따뜻한 사람입니다. 낙천적이지만, 결코 상황을 낙관하지는 않습니다. 이성적으로, 객관적으로 현실을 바라보고 있으나 그 시각에 유머와 긍정이 살아있습니다. '나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으니, 여기서 실패해도 만족한다.'라는 생각이 돋보입니다. '마션'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그 태도를 정면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저 먼 화성에 떨어져 있는 단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지구촌 모든 사람들이 합력하는 인류애적 모습이었습니다. 국경과 이해관계를 초월한 협력과 희생으로 한 생명을 구해내는 장면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경쟁과 다툼, 갈등 속에 있는 우리. 가끔은 대입이라는 환경이 그것을 부추기는 듯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내신 경쟁, 수행평가 등에 열중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마음속 이기심이 꽃피울 때가 있었습니다. 이 소설을 읽으면 이해타산을 뛰어넘는, 나눔과 배려라는 셈법이 떠오릅니다. 주변을 돌아보게 만들고, 타인과 사회를, 인류를 사랑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게 만드는 이 책을 여러분께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새내기 C 저에게 독서는 입시라는 치열한 여정 속에서 잠시 휴식할 수 있는 안식처이자, 제 삶의 방향을 비춰 주는 이정표였습니다. 공부를 하다 보면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끝없는 경쟁에 지쳐 무기력해질 때가 많았습니다. 책상 앞에서 문제집을 풀며 기계처럼 반복되는 하루를 보내다 보면, 내가 과연 무엇을 위해 달려가고 있는지조차 잊어버리곤 했습니다. 남들과의 비교 속에서 자신을 깎아내리고, 체력적으로도 한계를 느끼면서 지쳐갈 때마다 저는 책을 펼쳤습니다.

저에게 책은 단순한 활자가 아니라, 삶과 사람을 깊이 있게 이해하게 해주는 따뜻한 대화였습니다. 책은 인간을 구분하거나 배척하지 않고, 오히려 온전히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어떤 책은 비관적인 현실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분명 인간에 대한 애정과 공감이 깃들어 있습니다. 책은 우리가 흔히 추구하는 성공, 부, 인간관계의 확장보다 더 본질적인 가치를 일깨워 줍니다. 그것은 바로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용서하는 것, 그리고 생명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목적과 수단이 뒤섞이고, 그 수단이 나 자신을 압도하는 듯한 순간이 올 때면, 저는 책을 펼쳤습니다. 그 안에는 세상과 자신을 깊이 성찰하며 능동적으로 삶을 개척해 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저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강렬한 미디어와 오락거리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 유혹 속에서 책을 집어 들고 읽기까지는 큰 결심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책은 자신을 선택한 독자에게만 허락되는, 요약본으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진솔한 이야기와 깊이 있는 성찰을 선물합니다. 작가가 이끄는 문장 하나하나를 따라가며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다 보면, 어느새 몰입의 즐거움 속에서 하던 고민도 잊게 됩니다. 저 역시 문장 속에서 공감을 찾고, 이야기의 흐름에 감탄하며 지친 마음을 치유했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정보 습득을 넘어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입니다. 삶이 버겁다고 느껴질 때, 앞이 보이지 않는 막막함 속에서 길을 잃었다고 생각될 때, 저는 언제나 책 속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그 답을 통해, 저는 다시 한번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누군가가 자신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면, 책을 펼쳐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 안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이해하고, 삶을 더 깊이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 인생의 역사

    신형철

    난다

    고등학교 생활 동안 가장 큰 감명을 받았던 책은 ‘인생의 역사(신형철)’입니다. 이 책은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의 다양한 시 작품을 소개하며 그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고, 이를 바탕으로 인생의 다양한 면모를 통찰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문학이 단순히 개인의 특권이거나 배타적인 영역에 속해서는 안 되고, 또 문학은 사람과 세상과 끊임없이 접촉하며 교감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인생의 역사’는 단지 시에 대한 이론 설명이나 문학적인 해석을 넘어서, 문학이 가진 본질적인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했습니다. 시는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고통과 기쁨, 갈등과 평화, 내면의 탐구와 외부의 실존을 모두 담아냅니다. 그렇기에 시의 매개를 통해 우리는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문제를 깊이 고민하게 되고, 사람들의 감정과 경험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통찰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인생의 역사’를 통해 저는 시가 단순히 문학적인 장르가 아니라, 타인과 대화하고 공감할 수 있는 하나의 중요한 매개체임을 깨달았습니다. 시를 통해 우리는 다른 이들의 감정을 알고, 그들의 세계와 닿으려는 노력을 기울일 수 있습니다. 문학은 자신과 다른 사람들, 그리고 이 세상과 더 깊은 연결을 맺을 수 있는 통로가 되어준다는 점에서, 제가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저에게 문학은 더 이상 나 혼자만의 위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따뜻한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저는 나와 타인, 그리고 세계의 관계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았습니다.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바를 표현하는 것은 나의 감정을 일방적으로 토로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을 위한 창을 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정한 연결을 위해서는 나와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감정과 경험을 들여다보는 일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때 사람들의 이야기를 예술이라는 형태로 실어 나르는 문학이야말로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약학대학 약학계열 새내기 C 저는 어렸을 때부터 책을 꽤 좋아하는 편이었습니다. 초등학교 때에는 하루에 한두 권을 꼭 읽었고, 이후에도 침대 머리맡에 읽고 싶은 책 몇 권을 두면서 자기 전에도 틈틈이 읽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소설을 특히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소설을 읽으면서 작가가 만든 세계를 마음껏 상상하는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내가 아는 세계, 혹은 모르는 세계를 머릿속에 그려내고, 그 위에서 활동하는 여러 등장인물과 벌어지는 사건들, 그 속에서 나오는 심리와 추측에 몰입하는 것은 저에게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다른 분야의 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인문학 분야의 책에서는 작가가 말하는 사회의 모습과 그에 대한 인사이트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하고, 과학 분야에서는 내가 모르는 세상의 지식과 그 해석에 대해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모든 책들은 제가 작가와 간접적으로 소통하며 하나의 또 다른 세상과 만날 수 있는 창이 되어주었고, 그 창 너머를 주유하는 경험은 저의 지식과 사고의 깊이를 더해 세상을 더 선명히 바라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더는 대입 서류 평가에 독서 활동이 직접적으로 반영되지 않더라도 여전히 우리가 독서를 중요시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학생으로서 겪는 작은 사회에서는 알지 못할 것들, 교과서에서는 보지 못했던 그 너머의 이야기를 책을 통하여 만날 수 있고, 살아가면서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능력인 언어적 사고 능력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저도 제가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많은 배경지식을 활용하고 아이디어를 내었던 것, 그리고 꾸준히 좋은 성적을 받고 서울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던 것에는 책의 힘이 분명히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다정한 물리학

    해리 클리프(박병철 역)

    다산사이언스

    저의 고등학교 생활 중 제게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책은 뜻밖에도 물리학과 관련된 책이었습니다. 『다정한 물리학』이라는 입자 물리학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는 책인데, 온라인 서점을 여느 때처럼 살펴보다가 우연히 카드뉴스를 발견해 구매까지 이어지게 된 책이었습니다. 원제인 'How to make an apple pie from scratch'라는 말에 걸맞게 사과파이를 이루는 구성성분으로 출발해 원자와 여러 아원자 입자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과 그 발견 배경, 현대 입자물리학까지의 연대기와 현재 상황을 다루고 있었는데, 서술이 꽤 유쾌한 편이라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렇게 물리학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게 되어 이후에도 꽤 많은 과목에서 이와 관련 내용을 다루었고, 이러한 관심은 제가 이를 진로와 연관을 지어 생각해 보려고 하면서 접점을 찾아낼 수 있는 바탕이 되어 후에 약학 분야의 연구자가 되어서도 물리적 지식을 응용해 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든, 저의 진로 결정과 구체화 과정에도 도움을 준 책입니다.

인문대학 인문계열 새내기 H 저에게 독서는 세상을 이해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내며 사유의 폭을 증진시키는 도구였습니다. 텍스트에는 단순히 글자를 넘어 세상과 세상에 대한 작가의 통찰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한 텍스트를 읽는 독자는 작가가 바라본 세상을 느끼게 되고, 스스로의 상상력과 비판적 사고력을 바탕으로 그 세상을 새롭게 해석하는 작업을 거치게 됩니다. 이는 다시 상상력과 비판적 사고력을 성장시키며 새로운 텍스트를 읽을 때마다 이 과정을 반복하게 되고, 이를 통해 지식과 사유의 경험이 확장되게 됩니다. 독서는 이러한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독서 활동이 대입 서류 평가에 있어 직접적으로 반영이 되지 않더라도 여전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독서를 통해 세상에 대한 지식과, 상상력과 비판적 사고력이라는 사유의 폭을 확장시키게 되면 대입에서 요구하는 학습 능력과 문제 상황 해결력 또한 자연스레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러한 원리를 깨닫고 고등학교 시절 다량의 독서를 하였습니다. 지금 고등학교 시절을 돌아보면 수능 시험이 가까워진 시점을 제외하고는 교과 공부보다 독서에 더 많은 시간을 쏟곤 했던 것 같습니다.

  • 「역사」

    김승옥

    민음사

    단편집『무진기행』수록 작품

    고등학교 생활 중 제게 영향을 준 책을 1권 꼽자면 김승옥 작가의 「역사」입니다. 저는 철학의 길을 걷고 있었고, 또 앞으로도 걸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었지만, 인문학과 철학에 대한 무시가 팽배한 사회를 보고 자주 좌절하곤 했습니다. 그때 우연히 읽게 된 『무진기행』에 매료되어 뒤에 수록된 「역사」도 읽게 되었는데, 작품 속 ‘서 씨’를 보고 그 좌절을 극복하고 본래의 다짐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자아실현을 억업하는 사회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내기 위해 돌을 들어내는 서 씨의 몸부림에서, 가장 문명적이면서도 가장 야만적인 현대 사회의 조롱과 비난에도 불구하고 인간 존재의 본질인 사유함과 주체성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고뇌하는 철학자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후 저는 ‘진실은 고요한 수평선이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에 거세게 출렁거리는 파도. 파도 위에 발 디딘 삶이 포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수평선은 사람이 발 딛고 살 수 있는 장소가 아니다. 그러니 역사의 서 씨처럼, 수평선 위에서의 안주를 벗어나 헤맴의 파도 위에서 정신의 끝없는 몸부림을 통해 보편적 자유와 평등이 충만해지는 그날을 향해 나아가자’라는 글을 적은 후 매일 읽으며 스스로의 길에 대한 확신을 다져나갔습니다.

농업생명과학대학 식물생산과학부 새내기 S 고등학교 시절, ‘독서’는 저에게 두 가지 변화를 만들어주었어요. 하고 싶은 일을 생기게 해주었고, 수험 생활을 하며 가장 힘들었던 시간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었어요.

“왜 독서를 해야하는가?”라는 질문에 ‘책이 나를 만들기 때문’이라고 답하고 싶어요. 독서 활동이 서류 평가에 반영되지 않으며 많은 학생들이 책을 읽기보다 교과 과목 공부, 문제 풀이에 더 열중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책은 성찰을 통한 성장의 기회를 주고 세상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눈을 키워주기 떄문에 꼭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학술적인, 진로와 관련된 책이 아니더라도 글을 읽고 생각하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다고 봅니다. 계속해서 책을 읽다 보면 언젠가 가슴이 뛰는 순간을 마주하게 될 거라고 믿어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요.

  • 랩걸

    호프 자런(신혜우 역)

    알마

    진로 방향을 설정하는 데 있어, 제게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책은 [랩 걸(호프 자런)]이에요. 이 책은 식물학자인 저자 호프 자런의 어린 시절부터 식물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다양한 식물들의 생존 이야기를 다뤄요. 제가 책에서 감명 깊게 읽었던 부분은 씨앗이 발아하는 과정과 선인장에 대한 내용이었어요. 숲속에서 씨앗이 발아할 때, 작은 씨앗에서 생명이 탄생하는 것도 신기했지만 바로 발아하는 것이 아니라 몇십 년, 심지어 몇천 년을 기다린 끝에 식물이 자란다는 것이 놀라웠고 우리 인간도 잠재력이 나타나는 순간이 다 다르기 때문에 식물과 인간이 닮았다고 느꼈어요. 또 선인장이 자신의 뿌리를 자르고 극도의 건기를 견디며 천천히 자라나는 것에서 ‘나는 선인장 같은 삶을 살고 있는가?’ 성찰하게 되었어요. 위 두 대목이 식물에 대한 흥미를 가지게 해주었다면, 호프 자런의 생애는 제가 식물과 작물을 연구하는 연구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해주었어요. 호프 자런이 당시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갖지 않았던 식물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에 엄청난 열정을 쏟는 것이 인상 깊었고 ‘나도 무언가에 저렇게 열정을 가진 적이 있는가?’ 생각해 보게 만들었어요.

공과대학 항공우주공학과 새내기 J 인터넷에 정보가 넘쳐나고 AI가 놀라울 정도로 발전한 지금, 원하는 정보를 얻는 게 목적이라면 책을 읽는 것보다 효율적인 방법은 많고도 많아 보입니다. 그러나 그런 방법들은 단기적인 도움은 될지 몰라도 여러분을 성장시켜주기 어렵습니다. 저는 좋은 책 1권을 읽는 것은 인터넷 글 100개를 읽는 것보다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누구나 쉽게 정보를 게시할 수 있는 인터넷과 달리, 책은 저자가 확실한 목적을 가지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 적절한 정보를 선별하고, 그것을 잘 짜여진 형태로 정리하여 출간한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에 넘치는 정보들은 출처가 불확실하여 잘못된 정보인지 판단하기 어렵고, 지식이 토막으로 나뉘어 있기 때문에 인터넷 글에 의존하면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저는 교과 외 활동을 할 때에도 주변 도서관에서 책을 간단하게 읽어보면서 제가 원하는 목적에 맞는 책이 있는지를 먼저 확인했습니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얻지 못했던 정보를 책에서 찾아내 문제를 해결한 경험이 많습니다. 또한 책은 정보를 담고 있다는 점 외에도 중요한 기능을 가집니다.

  • 토지

    박경리

    다산책방

    제가 고등학생이었던 지난 3년간 저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은 박경리의 『토지』였습니다. 『토지』는 우리나라의 국권 피탈 시기부터 해방 이후까지를 다룬 대하소설입니다. 여기에는 정말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는데, 그들 모두 입체적인 존재이며 각자 자신만의 방식대로 치열하게 삶을 삽니다. 저는 이 책에서 사람들이 삶을 살아가는 다양한 방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이는 곧 사람들이 어디에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결정되는데, 그 과정 속에서 인물이 하나의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서 인물을 함부로 평가할 수 없다는 점도 배웠습니다.

    한국의 여느 수험생들처럼 저도 학교 밖 사회를 거의 체험하지 못했고, 선생님들과 부모님의 보호 속에 온실 속 화초처럼 지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제 삶에서 조금이나마 식견을 넓히고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을 더 열어준 존재가 저에겐 『토지』였습니다. 이처럼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는 데 보탬이 된다는 점 외에도, 문학은 공부에 지친 여러분에게 휴식을 주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짧게라도 틈틈이 책을 읽는 취미를 만든다면 고등학교 생활을 넘어 여러분의 인생 전부에 걸쳐 크고 작은 기쁨을 주리라고 생각합니다.

농업생명과학대학 스마트시스템과학과 새내기 K 우선 우리가 고등학교 시절에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한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책은 다른 사람의 세상을 볼 수 있는 창입니다. 우리가 지구 반대편, 혹은 중세시대의 사람들의 말, 생각을 들을 수 있는 유일한 매체이기도 하고요. 더군다나 책을 쓰는 작가들은 한 분야에서 매우 많은 지식들을 쌓아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여러분들은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한 사람의 인생 일부를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저 같은 경우도 농업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관련 책인 '종자, 세계를 지배하다'를 읽고 기존에 생명공학기술에 긍정적이기만 하던 제 생각을 변화시켜, 생명공학 기술을 농민들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여러분들이 탐구할 때도 독서는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어떤 주제에 관해 탐구하다 보면 교과서에 있는 지식만으로는 해결 불가능한 궁금증이 생길 것입니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적절한 책을 찾는 능력과 독서를 통해 얻은 지식을 활용하는 능력입니다. 저의 경우에도 탐구를 하다 벽에 부딪힌 적이 많았는데요. 그럴 때마다 학교 도서관, 혹은 동네 도서관에 가서 필요한 책을 찾아봤던 것 같습니다. 필요할 때는 학술서를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독서는 정답이 없는 문제지의 정답지 같은 존재였던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도 여러분들이 독서를 통해서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독서를 하는 과정에서 작가의 생각과 나의 생각을 비교해 보면서 비판적인 사고력을 기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책에서 말하는 내용에 대한 나의 관점을 정립할 수도 있습니다.

  •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안정효 역)

    소담출판사

    고등학교 시절에 있어서 저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은 '멋진 신세계'였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은 제가 가장 치열하게 살아온 시기인 만큼, 그만큼 내가 과연 행복한가, 행복해야 하는가 등 행복을 추구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많던 시기였습니다. 고등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것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힘든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멋진 신세계'를 읽게 되었고 행복의 본질에 대한 저의 해답을 알게 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어려운 상황에서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이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만들고 궁극적으로 행복으로 도달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독서를 통해서 현재 고민하고 있는 것들, 어려운 상황들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열쇠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학부대학 자유전공학부 새내기 J 저는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다양한 책을 접했던 학생이었습니다. 책이라는 세계를 통해 하게 되는 상상이 너무 즐거웠고, 책을 통해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 나와는 다른 가치관을 엿보며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나보다 앞서 다양한 것들을 경험해 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고, 그를 통해 보다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책은 가장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는 선조들의 충고이자 조언, 응원과 격려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을 통해서 철학함을 얻을 수 있습니다. 철학함이란 우리 각자가 자신의 고유한 물음에 부딪혀 그것에 답하는 과정입니다. 즉 스스로 질문을 던져 그에 대한 답을 구하는 사고 과정의 방식을 체득하고, 이를 삶에서 실천하는 것이기에 더욱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통해서는 자연스럽게 철학함이 따라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고 과정을 더 단단히 성장시킬 수 있고, 그러다 보면 모든 학문에서 긍정적인 역량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추가로, 저는 중학교 때까지 현대소설, 에세이, 전문 서적보다도 고전을 많이 읽었습니다. 고전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여러 질문이 떠오릅니다. 또 꽤 오래전에 출판된 책이지만 현대 사회에서도 고민해 볼만한 논의들도 많이 등장합니다. 이에 대해 고민하고, 또 토론하면서 저는 제 시야가 넓어졌음을 느꼈습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감에 있어 다양한 방면의 통찰력을 기르는 것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고전을 통해서 이를 성장시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아픔이 길이 되려면

    김승섭

    동아시아

    고등학교 생활 중 저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은 김승섭 작가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이라는 책입니다. 해당 도서는 차별, 고용 불안,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 등의 사회적 요소가 인간의 건강을 해칠 수 있음을 사회역학의 측면으로 접근해 살펴보는 책입니다. 우선 '사회 역학'이라는 생소한 요소가 꽤 인상 깊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듯 질병의 원인을 파헤치는 학문인 역학과는 달리, 인간의 삶에 질병을 유발하는 사회적 원인을 탐구한다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사회적 약자들이 위험한 환경에 노출될 확률이 더 크기에 더 많이 아플 수밖에 없는 현실, 즉 질병의 사회적 원인이 공평하지 않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꽤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이 단순한 유전, 지병, 습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고용불안,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 열악한 노동 환경, 다양한 사회적 차별 등이 모두 건강에 위협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매우 놀랐고, 그만큼 이전의 저를 되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칼로 하는 살인은 내 손에 피가 묻지만, 말과 시선으로 하는 살인은 손에 피를 묻히지 않아 살인을 저지른 줄도 모른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추가로 김승섭 작가님의 [우리 몸이 세계라면],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도 추천해 드립니다!

농업생명과학대학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새내기 J 현대 사회에서는 인터넷이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책보다는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찾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인터넷은 빠르고 편리하게 원하는 정보를 제공해 주지만, 단순히 궁금한 점만 해결해 준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책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지식을 접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특정한 문제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따라서 책을 읽는 것은 단순히 정보 습득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고의 폭을 넓히고 깊이 있는 사고력을 기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또한, 책을 통해 우리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다양한 문화와 시대적 배경을 경험하며 세상을 보다 넓은 시야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 과학혁명의 구조

    토머스 쿤(홍성욱, 김명자 역)

    까치

    고등학교 생활을 하면서 저는 여러 권의 책을 읽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은 ‘과학 혁명의 구조’였습니다. 이 책은 예상외로 영어 선생님께서 저에게 추천해 주셨는데, 단순히 과학 이론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과학의 본질과 발전 과정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어서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이전까지 과학이 선형적으로 점진적인 발전을 이루어 나가는 분야라고 생각했지만, 이 책을 읽으며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과학이 점진적으로 쌓여가는 것이 아니라 혁명적으로 변화하며 불연속적인 발전을 이루고, 또한 절대적 진리라기보다는 과학자들의 믿음과 해석에 따라 상대적으로 변화하는 것이라는 점이 특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과학에 대한 저의 고정관념을 깨트릴 수 있었으며, 과학이 항상 더 나아지는 방향으로만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패러다임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변화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한다고 해서 반드시 기존의 패러다임보다 더 우월하거나 긍정적인 것은 아니며, 단지 ‘다른’ 방식일 뿐이라는 열린 사고를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관점은 단순히 과학에 대한 이해를 넘어서,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우리는 보통 어떤 개념을 배우게 되면 그것이 절대적인 진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진리라고 믿고 있는 것조차도 사실은 특정한 시대적·사회적 패러다임 속에서 정의된 것일 뿐이며,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관점에 의해 바뀔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지식을 단순히 받아들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고 스스로 사고하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인문대학 아시아언어문명학부 새내기 Y 제가 책을 읽었던 이유는 크게 세 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첫째, 잠시 멈추어 서기 위해서입니다. 살아가는 데는 어느 하나 힘들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공부를 하는 것도,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심지어는 저녁 메뉴를 정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이 모든 것이 스트레스가 될 때 책은 우리에게 하나의 도피처가 되어주고는 합니다. 소설을 읽으면 내가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겪어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고, 논픽션을 읽으면 그동안 알지 못했던 분야에 대해 배우며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며 즐거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머릿속이 복잡해 걱정을 떨쳐 낼 수가 없다면, 따뜻한 차와 함께 천천히 책장을 넘겨보며 마음의 평화를 되찾아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제가 책을 즐겨 읽는 두 번째 이유는 지식을 얻고 삶의 지혜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책을 쓰는 사람들은 대개 우리보다 삶의 경험이 많으며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훌륭한 어른들입니다. 책에는 그들이 살아가며 얻은 깨달음과 지식이 압축적으로 담겨 있으며, 우리는 책을 통해 그들에게 공감하고 자아 성찰을 해볼 수 있습니다. 책을 읽는 것을 통해 우리는 전문가들이 수년, 심지어는 수십 년에 걸쳐 얻은 지혜와 지식을 쉽게, 그리고 아주 짧은 시간에 얻어갈 수 있습니다. 때문에 책을 읽는 행위는 우리가 미처 경험하지 못했거나, 경험할 수 없는 일들을 침대 위에서 매우 편안하게, 심지어는 아주 저렴하게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가성비 높은 활동입니다. 이 과정에서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그 깊이를 확장할 수 있으며, 스스로의 목표나 가치관 등을 더 구체화하며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는 것은 우리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정말 많이 줍니다. 흔히 고등학생들은 공부하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책을 읽는 것을 게을리하고는 합니다. 하지만 책을 읽는 것은 시험을 대비한 공부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향후 사회생활을 하며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구토

    장 폴 사르트르(임호경 역)

    문예출판사

    제게 영향을 준 책은 장 폴 사르트르의 구토입니다. 이 작품은 소설이지만 단순한 문학 작품을 넘어 개인의 불안과 고독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철학적 사유를 담고 있습니다. 주인공 로캉탱은 홀로 살아가며 평범한 일생을 보내지만, 언젠가부터 자신과 사회에 대한 이질감을 느끼며 사물과 접촉할 때마다 불쾌한 “구토감”을 느낍니다. 이 구토감은 실존주의 철학의 우연성과 무상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작가는 실존의 허무와 그 허무를 극복할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이 작품은 그의 철학을 문학적으로 풀어낸 대표적 예로 존재의 의미를 고민하게 만들며 그의 철학에 보다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게 해줍니다.

    책의 내용을 전부 담아낼 수는 없지만, 사르트르는 인간의 본질은 미리 정해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정하고 판단하기 나름이라고 말합니다. 이 책을 계기로 저는 사르트르라는 인물 자체와 실존주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실존주의 철학은 비교적 최근에 발생한 학파인 만큼, 기존의 철학자들보다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말들을 통해 우리의 공감을 자아냅니다. 이성에 주목하고 나와 타자의 본질을 탐구하려고 하기보다는 마치 양자역학의 미시세계처럼 우리가 규정하기 전까지 사물의 본질을 알 수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그 철학은 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울림을 주고 사회 문제점의 해결책을 제시하며 공감을 받고 있습니다. 저 또한 실존주의 철학으로부터 많은 위로를 받았고 실용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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