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곳에 오기까지
아직 정해진 것이 없어 늘 설레요

강원도 태백 출신의 다재다능한 인재. 음악에 관심이 가장 많다는 김해성 학생을 만나 그의 학교생활에 대해 들어보았다.(직접 작곡한 노래까지 들어봤다!)
안녕하세요. 시험 기간이 임박했는데 이렇게 시간 내주셔서 감사해요.
김해성 학생이 태백 지역 출신이라고 들었는데, 태백 지역 소개 먼저 부탁합니다.
제가 살았던 태백은 수도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크게 열악하지도 않아요. 물론 열악하지는 않지만 부족한 부분은 있었던 것 같아요. 대도시처럼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경험의 선택지가 많지는 않았고 특히 공부는 사교육을 받을 만한 곳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학교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입니다. 지역에 일반고가 3개 있는데 학교 수가 적어서인지 한 학년에 180명 정도였는데 이게 적은 수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런 환경 속에서도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아서 열심히 한 거네요?
제가 6남매 중에 막내고 외아들입니다. 위로 누나가 5명이 있죠. 그래서 아버지께서 어렸을 때부터 저를 엄하게 키우셨어요. 막내여서 오냐오냐하며 다 받아주면 버릇이 나빠진다고 생각하셨어요. 하지만 저에게 공부하라고 강요하셨던 적은 없었어요. 늘 공부하기 전에 인성을 갖추라고 하셨죠. 인성이 안 갖추어져 있으면 공부해도 소용이 없다고요.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저는 항상 ‘공부를 왜 할까?’를 먼저 생각할 수 있었어요.
고등학생 때 본인만의 특별한 공부 방법이 있었나요?
고등학생 때 사회 과목과 세계사 과목을 제일 재밌게 공부했어요. 제가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게 공부 방법과 관련이 있죠. 제 공부법은 ‘나 과외하기’에요, 과외를 하는 자세로 백지를 꺼내놓고 오늘 배웠던 내용을 저에게 설명을 해주는 거죠. 밑줄을 그으면서 외우는 것보다 직접 말하면서 설명하는 것이 외우고 정리하는데 더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재밌게 공부를 했기 때문에 큰 목표가 없었을 때도 공부 자체를 즐기면서 계속 했었죠.
공부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했다고 들었는데, 어떤 부분에 관심이 많았나요?
멘토링 활동을 했고 음악에 관심이 많아서 음악 공부를 했어요. 제 친구 중에서 강박감이 큰 친구가 있었는데, 저는 강박감을 없애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노래방에 데리고 가면서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려고 했어요. 멘토링이 꼭 공부하는 것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리고 음악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인데 작곡, 악기 연주 상관없이 음악 얘기만 나오면 흥분을 해서 친구들이 저를 ‘음악 덕후’라고 불러요. 작곡은 학교에서 관악부 활동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클래식을 가장 많이 접하게 되더군요. 중학생 때는 음악과는 전혀 관련 없이 살았는데 고등학생이 되고 음악 공부를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기초이론 책으로 공부를 시작했어요. 기초이론만 배우면 누구나 3분 정도짜리의 음악을 만들 수 있어요. 그리고 귀납법적인 공부를 했는데 예를 들어 악보를 보면서 제가 공부한 내용을 떠올리고, 어떤 형식으로 연주할 수 있는지 생각하는 거죠. 화성악 전문 서적도 가끔씩 찾아보면서 작곡을 시작했어요.
작곡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나요? 소재는 주로 어디서 찾았나요?
작곡이 생각하는 것만큼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고, 공부 시간에도 전혀 지장이 없었어요. 계획한 공부를 다 끝내고 주로 밤에 했거든요. 물론 피곤하긴 했지만 재밌었기 때문에 계속 했어요. 작곡할 때 소재는 책을 읽다가 갑자기 떠오르는 스토리, 산책을 하다가 본 아름다운 풍경 등 일상의 사소한 것들이 소재가 되었어요. 가끔은 상상력을 발휘해서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도 했고요. 메모지를 들고 다니며 순간순간 떠오르는 악상들을 항상 적어두었어요.
고등학생 때면 공부하기도 바쁠 때인데, 음악에 신경을 쏟고 있는 것이 불안했던 적은 없나요?
저는 오히려 음악이 제 공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어요. 저에게 정말 큰 위로가 되어주었어요. 음악을 시작하기 전과 비교하면 저는 음악을 한 후에 적극적인 사람이 되었어요. 옛날에는 저를 표현하는 방법을 잘 몰랐는데, 음악이라는 공감을 필요로 하는 활동을 하게 되면서 타인에 대한 이해와 저 자신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어떻게 저를 표현하는지 음악을 하면서 표현의 메커니즘에 대해 천천히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자신감도 굉장히 많이 생겼어요.
음악과 공부를 같이 병행하다는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아까 중학생 때까지 음악을 전혀 모른다고 했는데, 음악에 빠지게 된 계기가 있나요?
음악이 멋있어 보이고 신기해 보여서요. 나도 한번 저런 노래를 만들어 봐야지라는 생각으로 음악 공부와 동아리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럼 현재 대학에서는 어떤 음악 활동을 하고 있나요?
대학생이 되고 총 4개의 동아리에 들었어요. ‘여민락(국악 동아리), 노래패 동맥, 법대 야구부, 캄보딜라이트(자유전공학부 베이킹 동아리)’ 활동을 하는데 우선 여민락은 대학에 와서 국악에도 관심을 가지게 돼서 들어갔어요. 저는 피리를 부는데 국악도 정말 멋있는 것 같아요. 캄보딜라이트는 ‘캄보디아 + 딜라이트’를 합친 말이에요. 빵을 팔아서 얻은 수익금으로 캄보디아에 학교를 세우는데 도움을 주고 있어요. 작곡과 관련된 동아리는 노래패 동맥인데, 노래패 동맥은 3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어요. 다른 노래 동아리와는 달리 여기서는 노래패 자체에 대해 성찰을 하죠. ‘꼭 민중가요를 불러야 할까?’ 민중가요가 소속감을 느끼게 하고 형식이 단순하기 때문에 강력하긴 하지만 꼭 불러야할 당위성은 없잖아요. 그래서 저희가 직접 노래를 만드는데, 노래의 주제가 사회 문제를 직시하고 그 문제에 대해 탐구해보는 거죠. 이번 공연 기조는 ‘혐오’에요.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혐오의 양상, 원인, 결과에 대해 조명하고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 지를 노래로서 인식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목표죠.
음악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아요. 문득 김해성 학생의 진로 계획이 궁금해지네요. 자유전공학부에 들어온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베네수엘라의 음악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입니다. 어린 아이들에게 악기를 하나씩 나누어주고 국악을 가르치는 거예요. 원래 베네수엘라의 범죄율이 70%가 넘어갔는데 이 제도를 실시하고 30년 후에 1%로 줄어들었어요. 음악이 인간의 정서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영향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죠. 그런데 이런 활동들은 그 지역에만 국한되고, 돈이 많이 들고, 파급력이 얼마 안 되죠. 반면에 파급력이 큰 활동들은 지속적이지 못하고요.
이 부분을 염두에 두면서, 파급력이 크면서 지속적인 활동을 하려면 국제적인 네트워크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지구촌에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국제적 네트워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설계전공을 할 수 있는 자유전공학부를 선택하게 되었어요. 제가 설계전공으로 만들고 싶은 학과는 ‘국제 문화 협력학’이에요. 1학년인 지금은 음악 과목과 전공 과목을 주로 듣고 있어요.

역시 목표도 뚜렷하군요! 이런 진로 계획을 자기소개서에서는 어떻게 녹여냈나요?
일단 제 꿈이 막연하고 불가능하게 들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했어요. 대신 대학을 왜 오는지에 초점을 맞췄죠.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꿈이 완벽하게 정해져 있어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배우면서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고자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자유전공학부에 들어와서 원하는 공부를 하면서 제 꿈을 구체화하겠다고 했어요.
마지막으로 자유전공학부 자랑 한 마디 해주세요!
자유전공학부의 최고의 장점을 뽑자면 전공과목인 것 같아요. 전공과목 중에 ‘주제탐구세미나’라는 것이 있어요. 1,2,3,4로 나뉘어 있고 주제에 대해 다각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해줘요. 저는 1학기 때 ‘문명’이라는 주제로 수업을 들었어요. 문명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각기 다른 분야의 교수님이 강의를 하시는 거죠. 약간 아쉬웠던 점을 뽑자면 강의들 사이의 유기적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는 거예요. 물론 그 연관성을 찾는 것은 제 몫인 것 같기도 하고요.
이런 특별한 전공과목뿐만 아니라 자유전공학부는 특정 학문 분야에 대한 소속감이 없으니까 항상 도전한다는 느낌을 가지게 돼서 설레는 것 같아요. 아직 정해진 것이 없으니까 선택 유예의 느낌이죠. 다른 단과대와 시스템이 다른 이런 부분이 자유전공학부의 장점이 아닌가 싶어요.

음악을 참 좋아하는 학생이어서 전공 분야도 음악과 관련이 있을 줄 알았는데 뜻밖의 미래 희망에 대해 놀라움을 얻는 자리가 되었다. 크게 생각한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그의 설렘이 어떤 더 큰 꿈과 그를 향한 도전으로 계속되기를 희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