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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곳에 오기까지

행복주의자

한지인 인문대학 종교학과
인터뷰 사진

평소 친구들 사이에서 행복주의자로 불리는 종교학과 한지인 학생을 만나보았다. 사실 필자는 종교학과라는 전공을 대학에 와서 처음 접해 학과 소개를 목적으로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흥미로운 별명을 알게 되어 인터뷰에 앞서 기대감이 증폭되었다. 인터뷰 전날 엠티를 다녀와서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잊지 않고 인터뷰에 응해주어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특히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사란 말을 듣고 살갑게 응해주었다.

종교학과는 생소한 느낌이 있어요. 어떤 학과인지 소개해 주세요.

종교학과는 일단 다양한 종교와 학문을 연구하는 학과에요. 종교학뿐만 아니라 종교사회학, 현상학, 인류학 등의 학문과 연계가 많은 곳입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주목받지 못해서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학문이지만 그래도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 학과에요. 인류학, 철학과 동시에 가장 오래전에 등장해서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학문이기 때문이죠. 또 종교를 다룬다고 해서 마냥 추상적이거나 신념에만 관련된 게 아니에요. 종교 전반에 대해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정리된 학문입니다. 아, 또 한 가지 종교학과를 졸업한다고 해서 다 목사님이 되거나 스님이 되는 게 아니에요.

그렇다면 종교학과에 지원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저는 원래 관심 있던 분야가 사회학, 인류학, 철학 분야인데 어느 것 하나를 고르기가 어려워서 이것들을 모두 아우르는 학문을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열심히 찾아보고 고민하다보니 가장 적절한 전공으로 미학이나 종교학이 있었고, 형이상학적인 느낌이 더 강한 종교학에 흥미를 느껴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1학년이어서 전공을 하나밖에 듣지 않았지만 <종교와 종교학>이라는 수업을 들었는데 앞서 말한 것들을 살짝 배워보는 맛보기 같은 느낌이었고 좋은 수업이었어요. 특히 종교학 명전들을 읽고 수업에서 풀어가면서 전공과목에 재미를 발견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종교학과는 종교인 양성소가 아니라 종교의 본질을 탐구하는 곳입니다

 

 

종교학과는 종교인 양성소가 아니라 종교의 본질을 탐구하는 곳입니다

대학에 와서 학업은 어땠나요? 성적이 좋은 편이라고 이야기 들었는데 특별한 비결이 있나요?

고등학교 때 했던 것처럼 시험 기간을 짧게 잡고 최대한 집중해서 하는 스타일이에요. 멋진 벼락치기를 뜻하죠. (웃음) 평소에 필기를 꾸준히 해두는 편이에요. 덕분에 시험공부 기간을 짧게 잡더라도 집중해서 공부하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 평소에 정리하는 것을 좋아해서 수업내용 자체를 여러 번 정리하곤 했습니다. 덕분에 시간을 줄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나중엔 고등학교 때처럼 책과 필기를 보면서 수업 시간에 놓친 부분을 찾고 다시 보충하면서 공부했습니다. 공부할 땐 수업내용을 스스로 다시 정리해 보는 게 내용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처럼만 공부해도 된단 말씀인가 보네요. 그래도 고등학교와 대학의 공부에 차이점이 있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공부법은 고등학교 때와 비슷하지만 대학에서의 공부는 고등학교와 물론 다르겠죠? 대학의 학업은 단편적인 내용을 다루기보다 생각을 표현하는 능력이 많이 요구되는 것 같아요. 수업도 그렇고 고등학교 때처럼 정해진 답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지 않거든요. 또 고등학교 때는 입시라는 작고 구체적인 목표로 공부에 임했다면 지금은 열린 상태에서 공부하면서 인생이나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대학에 오면 인간관계의 폭이 꽤 넓어지는데 사람을 많이 만나다 보니 갈등을 겪기도 했지만 재미도 있고 저와 잘 맞는 사람을 찾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고등학교 시절에 대학 입학을 목표로 공부했다면 많이 힘들었을 것 같은데 고등학교 생활은 어땠나요?

물론 대입이 목표이긴 했지만 그것만을 위한 학교생활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대학생이 되는 것은 하나의 과정이니까요. 오히려 제 고등학교 생활은 재미의 연속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말 그대로 저는 고등학교 생활이 재밌었거든요. 그 이유는 이런 걸 얘기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야자도 많이 튀었고 학교생활 자체를 즐겼기 때문인 것 같아요. 억지로 시키는 시간에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하고 싶을 때 공부했었어요.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공부도 재밌지만 언제나 공부만 하고 싶진 않잖아요. 공부 외에도 다른 재밌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공부하기 싫을 때 억지로 책들을 붙잡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공부가 잘될 때 집중해서 해낼 수 있었고요. 가끔은 야자를 째고 맛있는 걸 먹으러 갔어요. 밥을 1차, 2차, 3차를 먹었어요. (웃음) 물론 명확한 꿈이 있는 친구라면 목표를 동기 삼아 노력할 수 있었겠지만 저는 진로를 구체적으로 정하기가 어려워서 오히려 고등학교에서 주어지는 다양한 경험을 해보면서 학교생활을 즐겼던 것 같아요. 꼭 진로와 관련되지 않더라도 그냥 제가 흥미를 느끼는 걸 많이 경험해 봤어요. 관심이 있어서 참여했기 때문에 재밌었거든요.

 

낙담하지 말고 당장 흥미 있는 일에 도전하며 천천히 진로를 찾아보세요

 

 

낙담하지 말고 당장 흥미 있는 일에 도전하며 천천히 진로를 찾아보세요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이 흥미있었나요?

음…. 저는 영상 만드는 걸 좋아했어요. 학교를 며칠 빠지고 독도에 가서 영상을 찍은 적도 있어요. 이 영상은 “우리가 독도에 갈 수 있을까?”라는 영상이었는데 독도가 생각보다 쉽게 방문할 수 있는 곳인데 사람들이 그것을 잘 몰라서 홍보하고자 만든 영상이었어요. 독도에 있는 울릉초병설유치원이라는 곳에서 아이들과 놀다가 같이 독도는 우리 땅 노래를 부르고 이를 마지막 장면으로 만들었는데 벅찬 기분이 들었어요. 나중에는 학교에서 제가 만든 영상을 상영하고 모든 학생과 보면서 뿌듯한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요.

영상제작이라니 흥미롭네요. 공부하는데 지장을 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후회하진 않나요?

제가 재밌어서 한 일이라 후회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현재 제 꿈이 PD가 되는 것인데 이를 결정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현재 진로와 학과가 정확하게 이어지진 않는 것 같은데 학과 선택에는 후회가 없나요?

종교학과를 졸업한다고 해서 승려나 목사가 되지 않는 것처럼 PD가 되기 위한 학과가 하나로 결정되어 있진 않아요. PD가 되고 싶으면 언론정보학과를 가야 한다고 많이 생각하시는데 저는 부전공으로 정보문화학과(연계전공으로 부전공만 가능)를 해서 실질적인 영상작업 실무를 연습할 수 있기 때문에 종교학과에 온 걸 후회하지 않습니다. 인문학에 관심이 있고 글로 무언가를 표현해야 하는 게 조금은 버겁지만 배우는 게 흥미 있어요. PD가 되고 싶지만 지금 배우는 것도 재밌어서 학과 공부를 하면서 꾸준히 진로를 그려나갈 생각입니다. 부전공을 통해 영상 분야에서 쌓아야 할 실력을 키우는 방향을 생각하고 있어요. 종교학과에서 배운 것들이 대학 졸업 후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PD로 성장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서울대에 입학하는 행운을 누렸는데 입학 전후 서울대에 대한 느낌은 어땠나요?

입학 전에 막연하게 생각했던 서울대는 엄청 재미도 없고 온종일 공부만 하는 고리타분한 애들만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란 것을 알았어요. 친구들이랑 같이 놀다 보면 재미있고 똑똑한 친구들이었어요. 실제로 평소에 덜렁거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학문적으로는 능력치가 높더라고요. 제가 들은 수업도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좋았고요.

재밌는 새내기 생활을 보내신 것 같네요. 지난 1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뭔가요?

저는 고등학교 때도 밥집을 1차, 2차, 3차로 다녔을 만큼 ‘맛집’ 찾아다는 것을 좋아해요. 대학에 와서는 술집도 좋아하고요. (웃음) 음, 제가 추천하는 ‘맛집’ 겸 술집은 입학한 후 열 한 번이나 방문한 <신○○ 황소곱창>이라는 집이에요. 대학에 오기 전까지 곱창을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데 그걸 먹고 곱창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어떤 활동을 하며 지내나요?

<살인의 해석>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프로이트랑 융이 가상으로 나와서 범죄를 인지심리학적으로 추리하는 소설입니다. 이걸 읽고 있어요. 물론 재밌기 때문이죠. (웃음)

진로가 확실치 않은 고교생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진로는 대학에 가서도 확실하지 않아요. 하고 싶은 일이 당장 떠오르지 않는다고 너무 낙담하지 말고 당장 흥미 있는 일에 도전하고 천천히 진로를 찾아가면 좋을 것 같아요.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조급한 마음을 갖게 되면 성적과 진로탐색 모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마음에 자괴감이 들고 우울감을 느끼는 친구들도 많이 봤는데 고등학교가 많은 경험을 겪기엔 제한이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주어진 환경에서 도전하고 노력해보길 바라요.

필자도 평소 무언가 뚜렷한 꿈이나 목표를 지니고 그것을 향해 빠르게 달려가는 학생들을 보면서 부러움을 느낀 적이 많다. 또 그렇지 못한 스스로를 탓하게 되고 조급한 마음을 갖기도 했다. 그러나 한지인 친구를 인터뷰하면서 진짜 자기의 인생을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고 조급한 마음이 불필요함을 느끼게 되었다. 타인과 비교하기보단 주어진 환경에서 자기가 원하는 바에 귀 기울이고 스스로를 행복하게 하는 모습이 멋지게 느껴졌다. 아직 그려지지 않은 미래에 불안해하는 학생들에게 막연하게 꿈꾸라고 말하는 것보단 더 좋은 꿈을 꾸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단 것을 일깨워주는 것이 더 중요함을 깨닫게 해준 인터뷰였다. ​

글·사진진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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