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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곳에 오기까지

탄소같은 너

김영환 공과대학 재료공학부
인터뷰 사진

기숙사 취사실에서 ‘파닭’을 자주 먹기로 정평이 난 김영환 학생과 우연히 진로 및 학업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때 영환이가 건넨 말에 놀랍게도 어느 순간부터 그가 먹던 닭다리가 아니라 그의 이야기에 좀더 관심을 갖게 된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를 깨닫고 그에 대해 좀 더 알아내고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자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다. 그가 항상 주둔하여 각종 영양식품을 섭취하는 기숙사 취사실에서 여느 때와 다름없이 치킨을 먹으며 나눈 이야기를 지금부터 들려주려 한다.

평소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데 재료공학부를 선택한 동기가 무엇인가요?

아버지께서 국내 원자력 분야에 종사하고 있어요. 이것이 막연하지만 제가 진로를 결정하는데 많은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 어릴 적 아버지 회사에 쫄래쫄래 따라다니다가 중학교 2학년 때 운명적인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 회사에서 당시 국내 연구로는 지체되었던 핵연료봉 소재를 자체 개발하는데 성공하는 일이 있었고 이를 가까이서 접하면서 ‘소재’라는 영역에 흥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때 단순히 흥미에 그치지 않고 좀 더 알아보려는 과정에서 물리와 화학 공부가 적성에 맞다고 판단하여 재료공학 분야로 진로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재료공학만을 바라보고 오랫동안 탐구하거나 관련 정보를 수집해 왔습니다. 특히 탄소재료에 관심이 깊었는데 다른 재료와 달리 한 가지 원소를 다루되 결합방식의 변화만으로 다양한 성질을 이끌어내는 게 매력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고1 때 다짜고짜 이에 대해 알아보고 싶어서 탄소소재인 그래핀 분야에서 유명한 김필립 교수님(현재 하버드에 재직 중)께 메일로 관련 자료를 문의해서 논문을 받아 읽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제가 지닌 흥미와 관심을 확신하게 되었고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학과를 선택하긴 했지만 융합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김용 세계은행 총재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이 멋져보였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멋진 사람으로 활동할 수 있었던 배경이 다양한 전공에서 학문적 소양을 쌓고 누적된 여러 경험을 통해 그런 일들을 해낼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한 것이라 판단하여 저도 대학에서 다양한 학문을 접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종합대학인 서울대학교에 입학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실제로 철학과 복수전공을 계획하고 있는 중이기도 합니다.

진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도움이 된 경험이 있다면 알려주실 수 있나요?

주로 학교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들을 활용했습니다. 소논문 작성, 동아리 활동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자연과학은 교과목 특성상 이론과 실증이 함께 이루어져야 하고 심층적으로 파고들면 정말 끝이 없는 학문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증적인 부분과 심층적인 부분이 현재의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여겨져 이를 보완하기 위한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이 때문에 고등학교 시절 교내 화학동아리 지화자(지금부터 화학하자)를 결성해서 활동하였고 그래핀, 키토산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논문을 작성하며 전공 분야에 대한 이해를 넓혔습니다. 특히 답장 여부조차 불확실한 국내외 석학들에게 연락하면서 심층적인 정보를 얻어 공부했던 과정이 기억에 남습니다. 또 화학동아리에서는 선생님께 부탁하여 실험실 열쇠 관리를 담당하며 일반화학실험에 실려 있는 실험들을 진행하는 등 과학 교과목의 실증적인 면을 살피고자 노력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과학과목 학습에서 주어진 교육과정을 받아들이는데 그치지 않고 부딪히며 더 발전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고 들었는데 공부 외 관심 분야가 있다면?

우선 고등학교를 선택할 때, 진로를 재료공학으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자연과학 계열에 종사할 것을 생각하니 과학고보다는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일반고를 선택하고자 했습니다. 덕분에 일반고에 진학 후 여러 경험을 할 수 있었고 그 중 연극부를 꾸준히 했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음향에 관심이 많았고 음향설계를 공부하면서 각종 음향 장비들을 다룰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연기에 관심이 크진 않았지만 연기와 연극에 대해 배우면서 1,000명이 넘는 무대 앞에 서보기도 하고 배우를 대신해서 땜빵으로 연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연극부 활동을 통해 몰랐던 것을 배우고 여러 사람과 협력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현재는 교내 아카펠라 동아리에 들어가서 매년 정기공연을 하며 또 다른 경험을 만들고 있는 중입니다. 또 1학년 1학기에 고삐 풀린 새내기로 삶을 살다보니 2학기 때는 독서를 열심히 하려 했습니다. 지난 주에는 철학 수업에서 추천받은 책을 읽어보았습니다. 철학과 심리학을 다룬 책으로, 주말보다 금요일이 행복한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었습니다. 책 제목은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입니다.(인터뷰 후에 필자도 궁금해서 읽었는데 행복에 대한 새로운 사고방식을 갖게 해준 책이었다.)

 

철학도 공부할 예정인데 종합대학이라 이것이 가능한 것입니다

 

 

철학도 공부할 예정인데 종합대학이라 이것이 가능한 것입니다

즐거운 새내기 생활을 보내신 것 같은데 입학 후 어땠나요??

대학에 와서 같은 전공에 관심을 지닌 학생들을 보니 전공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서로의 성향이 비슷한 것 같아 신기했습니다.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많이 느껴져서 편했던 것 같습니다. 입학 전에는 서울대라 대단한 사람만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인식이 있었는데 막상 입학해 보니 다 똑같이 사람 사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 특이한 사람이 많긴 한 것 같습니다. (웃음)

입학을 준비하는 고등학생들에게 면접 준비나 면접장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나요?

고등학교 3년 동안 제가 쓴 플래너 이외의 대상에 기댄 적이 없습니다. 사교육 없이 지낸 고등학교 3년의 삶은 면접 준비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습니다. 지역균형선발전형으로 지원하여 서류기반 면접에 응시했는데, 자기소개서와 학교생활기록부를 복기하며 고등학교 생활을 되돌아보는데 주력했습니다. 고등학교 때 어떤 활동을 했고 내가 무엇을 느꼈는지를 생각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당시 면접 준비를 고등학교 3년을 돌아보는 시간으로 활용했는데 이 시간이 매우 의미 있었던 것 같습니다.
면접장에서는 교수님과 학생 거리가 생각보다 가까워서 놀랐지만 오히려 편안한 마음가짐으로 면접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하면서 이것이 서울대학교에서의 교수와 학생의 거리를 대변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면접 내용은 주로 향후 진로 방향에 대해 다루거나 고등학교 때 의미 있게 활동했던 자기소개서 내용을 주제로 이뤄졌는데 이전에 고등학교 생활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충분히 생각했던 것들이라 편안하게 답변할 수 있었습니다.

To 고등학생들

제 고등학교 3년간 가장 많이 변화된 점은 스스로를 신뢰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중학교 때까지는 학원가를 전전하며 사교육에 의존하였지만 성적이 뛰어나거나 무엇인가 특별한 점을 지닌 학생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가고 싶은 고등학교를 스스로 선택하고 공교육과 나만이 존재하는 환경에서 3년을 지내면서 스스로 성취하는 법을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그와 함께 얻은 가장 큰 자산은 혼자지만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습니다. 따라서 모든 고등학생들에게 다들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비록 지금 생각할 때 자신이 작고 볼품없어 보이더라도 차근차근 스스로 계획한 과정을 따라가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시행착오라는 것은 무슨 일이건 경험하다 보면 발생할 수 있는 일이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면 필요한 능력을 갖추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학업이 아닐지라도 무엇이든 자신을 믿고 노력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시행착오를 극복하는 노력을 한다면 필요한 능력을 얻게 될 것입니다

 

 

시행착오를 극복하는 노력을 한다면 필요한 능력을 얻게 될 것입니다

다양한 학문과 사람, 경험에 주저하지 않고 도전하는 김영환 학생을 인터뷰하면서 동기로서 그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흥미로운 주제를 접했을 때 흥미에 그치지 않고 배움으로 이어나가도록 노력하는 그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답장이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대상에게 도움을 구하고 궁금증을 해소하는 등 부딪히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의 자신감은 조급한 마음으로 도전 앞에 작아져가는 우리들이 배워야 할 태도가 아닌가 싶다. 전공 분야뿐만 아니라 연극, 철학, 아카펠라 등 가리지 않고 도전하고 끈기 있게 노력하고 성장해가는 그의 앞날이 기대된다. 인터뷰 중 김영환 학생이 결합방식의 변화만으로 다양한 성질을 이끌어내는 탄소소재에 매력을 느낀다고 한 부분이 있다. 다양한 분야에 스스로를 연결해서 새로운 모습으로 성장해가는 김영환 학생의 모습도 탄소 못지않게 매력적인 서울대학교 새내기인 것 같다.

글·사진진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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