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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곳에 오기까지

서울대 인스타 스타

이송희 미술대학 디자인학부 공예
인터뷰 사진

학교에서 만난 학생들 중 인스타 스타로 불리는 친구가 있다. 평소 옷에 관심이 많고 이를 SNS에서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많은 팔로워를 이끌고 있는데, 스무 살이라는 약관의 나이에 비록 SNS라는 공간이기는 하나 이미 많은 사람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친구를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했다.

SNS를 보면 평소 관심 분야는 패션 쪽인 것 같은데 전공은 공예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예전부터 블로그나 SNS를 하면서 패션에 관심이 많았어요. 진로도 패션 분야로 생각했고 디자인전공을 많이 고려했죠. 그러다가 고2 말에 우연히 도자공예과 졸업전시를 보게 되었어요. 그때 이후로 도자기에 빠져서 1년간 헤매다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공예전공을 목표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그전까진 패션에 관심이 있어서 이 선택은 큰 변화였어요. 둘 다 미술 분야라는 공통점이 있긴 하지만 엄연히 다른 영역이어서 선택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어요. 그래도 굳이 선택하자면 도자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공예과에 오게 되지 않았나 싶어요. 그렇다고 패션을 아예 포기하진 않을 것 같아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의 규모가 작지 않다고 여겨져서 포기하고 싶지 않거든요. 나중엔 의류학을 복수전공으로 해서 낮엔 의류 회사를 다니고 저녁엔 도예작업을 하는 게 제 목표입니다.

갑자기 진로를 전환할 만큼이었던 공예의 매력이 무엇인가요?

공예의 매력을 묻는 사람들에겐 항상 말하는 거지만 말로는 설명할 수 없어요. 궁금한 사람이 있다면 서울대학교 졸업전시에 한번만 다녀갔으면 좋겠어요. 미술대학의 모든 전공이 졸업전시를 하는데 전 공예에 가장 눈이 가고 마음을 빼앗기더라고요. 직접 와서 보면 제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고등학교 때 성적이 좋은 편인데 다른 전공을 고민해 보지는 않았나요?
또 미대를 준비하면서 좋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 뭔가요?

 

면접날 생각보다 편한 분위기에서 교수님들과 재밌는 이야기를 하다 온 기분입니다

 

 

면접날 생각보다 편한 분위기에서 교수님들과 재밌는 이야기를 하다 온 기분입니다

사람 중에는 성적에 맞춰 진로를 선택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은 알아요. 주변에서 적지 않게 그런 친구들을 봤고요. 그런데 이미 원하는 진로가 있는데 굳이 점수가 좀 좋은 편이라고 그 점수에 맞춰 제가 좋아하는 것을 바꿀 필요가 있나요? 물론 제가 하고 싶었던 분야인 패션디자인과 도자공예 사이에서 흔들린 적은 있지만 공예학과를 선택하고 원서접수를 마친 후에는 고민의 여지가 없었죠. 미술대학이 실기를 반영하기 때문에 학원에 다녀야만 했어요. 일반고는 미술 수업만으로 미대를 준비하는 것은 좀 벅차잖아요. 게다가 고3이라는 시기에 학교에서 미술 수업을 충분히 제공하기도 어려울 테고요. 그래서 방학에는 1시부터 10시까지 실기 학원에 있었어요. 그런데도 공부 시간이 하루에 8시간 밑으로 내려간 적은 없어요. 오전 8시부터 점심까지, 학원 다녀와서 10시부터 새벽까지 공부했어요. 질보단 양으론 때우려는 스타일이었죠. 정확한 방법을 몰라서 인터넷 강의도 닥치는 대로 모의고사도 닥치는 대로 있는 건 다 공부했어요.
친구들이 공부한 책이나 노트를 얻어다가 풀기도 했어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잠이 없는 편이어서 공부할 시간을 확보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어요. 일단 공부하는 시간을 확보하니까 졸지도 않게 되고 뭐 매 순간 열심히 살았죠.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공부도 실기도 더 열심히 준비할 수 있었어요. 그래도 미대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치고 성적이 좋다고 평가해 주신다면 그 이유는 제가 공부할 때 예체능을 진로로 삼는 친구들과 비교하지 않고 보통의 고등학생들이 해야 하는 학습 수준에 맞추려고 노력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자신을 합리화하지 않았어요. 미술 준비하는 애니까 이 정도만 해도 되겠지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자신을 냉정하게 판단하려 노력한 게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공부하면서 밴드 활동까지 했다고 들었는데 계기가 뭔가요?

전 고등학생 때 미술도 잘 하고 놀기도 잘 놀고 공부도 잘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멋진 사람이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 바쁜 와중에 시간을 쪼개서 굳이 드럼을 배우고 찬조 공연을 다니고 나중에는 대회도 나갔어요. 제가 했던 밴드가 단지 재미로 하는 동아리가 아니라 전공을 준비하는 듯한 수준이라 (웃음) 다른 세션 친구들과 실력차가 많이 났어요. 그래서 부족한 세션이 되고 싶지 않아 연습시간도 많이 잡고 오히려 더 열심히 했었던 것 같아요. 저를 멋진 사람으로 봐주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제게 가장 큰 동기 부여가 된 것 같아요. 공부할 때도 모르는 걸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게 뿌듯했거든요. 처음에는 다른 사람 시선이 동기가 되었지만 그를 위한 노력이 3년 동안 이어지면서 습관화가 되고 어느새 타인의 눈치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진짜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미대 입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미술대 입학을 준비할 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해준다면?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은 1차로 보는 실기가 매우 중요한 것 같아요. 지원자도 많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이 실기를 통과해야만 2단계로 갈 수 있으니까요. 2단계에서 면접을 치르고 서류평가를 받게 되는데 이건 뭐 제가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면접 이야기만 해드릴게요. 면접에서는 학생의 기본적인 소양이 대학수준의 학업을 진행하는데 문제될 게 없는가를 보는 정도인 것 같아요. 서울대학교 모집요강에는 서류평가 자료와 실기 내용을 바탕으로 질문이 나온다고 돼 있는데, 따로 준비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저는 면접날 생각보다 편한 분위기에서 교수님들과 재밌는 이야기를 하다가 나온 기분이에요. 그리고 합격하게 되었죠. 아무래도 실기가 중요한 것 같아요. 아! 그리고 미술대학은 일반전형이지만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있어요. 따라서 응시 기준을 꼭 지켜야 해요. 최저학력기준을 넘기느냐 못 넘기느냐보다 응시 기준 자체를 지키지 않아서 낭패를 보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아요. 수학 싫다고 수학을 아예 응시하지 않은 친구들이 꽤 많다고 하는데 그렇게 하시면 결격이 되니까요. 그러니까 꼭 모집요강에서 서울대학교가 응시하라고 안내한 과목은 모두 보셔야 해요.

 

자신이 열심히 하지도 않고 다른 무언가를 탓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자신이 열심히 하지도 않고 다른 무언가를 탓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상상했던 서울대와 실제 경험한 서울대의 모습은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서울대의 모습(공부의 공부에 의한 공부를 위한 것들만 있다)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미대 사람들은 자유분방하니까요. (웃음) 근데 입학해 보니 오히려 미대 사람들이 다른 전공 학생들에 비해 더 여유가 없는 느낌이었어요. 과제나 출석에 열정을 다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신의 일에 미쳐있는 사람을 많이 봤어요. ‘작가병’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자기가 하고 싶은 작업에 열정적으로 몰두하는 거죠. 미대 사람은 다 미쳤다고 표현하기도 해요. 대학에 와서 놀랐던 점은 서울대학교 사람들이 다 착한 것 같다는 생각이에요. 적어도 제가 만난 사람들은 서로를 배려해 주는 모습이 많은 사람이었고 생각도 깊다는 게 느껴져서 정말 좋았죠.

서울대 사람들에 대한 이미지가 굉장히 좋네요. 1년 동안 여러 사람을 만나 보셨나 봐요?

1학년 때 미대 수업은 전공과목을 들을 수 있는 것이 없어서 애착이 많이 가진 않았어요. 오히려 전공 이외의 수업에서 다른 전공과 친해지는 계기가 있었죠. 음…. 지금 다시 1학년 때 무엇을 했는지 생각해 보면 뭘 했는지 모르겠네요. 지금 기억에 남는 것은 신나게 술을 마셨던 기억이 먼저 떠오르네요. (웃음)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놀면서 인간관계가 많이 넓어졌어요. 나중에는 넓어진 게 감당이 안 될 정도였는데 어느 순간엔 또 감당할 만한 게 되더라고요. 사람 사귀는 법도 배우고 그랬던 거 같아요.
학교 수업은 학점에 집착하기보단 들어보고 싶은 수업을 많이 들어 봤어요. 대학에 와서 미학 수업도 들었고 대중예술의 이해도 들었고 예술과 과학도 들었어요. 과제는 잘하진 못했지만 수업이 재밌어서 빠짐없이 출석했고 열심히 들었어요. 원래는 철학이 어려워서 싫어했는데 예술과 과학이라는 수업에서 예술과 접목해 듣다보니 배경지식이 넓어지는 것 같아 좋았어요. 전공 이외의 과목을 들으면서 학점은 덜 챙기더라도 교수님들이 지닌 지식과 학문의 깊이에 놀라게 되어서 너무 좋았어요. 진로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저는 1년에 네 번 정도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편인데 이번 여름에 여전히 패션과 도자기 중에 고민되는 제 진로를 확실히 하기 위해 패션스쿨도 가보고 물레(도자기를 만들 때, 흙을 빚거나 무늬를 넣는 데 사용하는 기구로 돌림판이라고 합니다.)도 차봤더니 도자기를 선택하길 잘했다 싶더라고요. 고민될 땐 직접 해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인스타OO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데 언제부터 활동한 건가요?

저는 중2 때부터 인스타OO이랑 블로그를 했어요. 거기에 시간을 많이 뺏겼죠. 사람들과 패션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것이었는데 고등학교 때는 잠을 더 줄여가면서 했어요. 다들 스마트폰을 2G로 바꿀 때 저는 핸드폰도 안 바꾸고 계속 스마트폰을 썼어요. 공부하다 보면 스마트폰에 현혹될까봐 걱정하는데 전 진로가 확실하고 목표가 뚜렷해서 나름의 의지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필요한 것만 충실히 하면서 시간을 아꼈죠. 시간을 쪼개 가면서 할 정도로 제게 재밌고 의미 있는 활동이었으니까요.

블로그나 인스타OO 활동을 지금까지 꾸준히 하는 이유가 뭔가요?

계기는 정말 별거 아닌데 예전에 싸이OO라는 SNS가 잔뜩 유행했어요. 그때 싸이OO가 아니라 블로그를 하는 사람을 봤어요. 무슨무슨 서포터즈를 하면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신기하기도 하고 되게 넓은 세상으로 느껴졌어요. 블로그 활동을 하면서 제품 협찬을 받고 리뷰를 써 주는 게 신기했고, 그 글들에 사람들이 반응하는 시스템이 새로웠어요. 저는 뭔가 한번 할 때 깊이 파고드는 성격이라 온종일 블로그 운영에 빠져 있었죠. 그러다가 중3 겨울방학에 제 게시물들이 상위 페이지에 노출이 되면서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게 되고 이웃도 늘어나고 그러다가 방문자들이 1만 명에 달하게 되면서 규모가 많이 커진 것 같아요. 이용자가 많아지니 전문성을 띌 수 있게 노력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더 재미를 느끼게 되었어요. 규모가 커지니까 쇼핑몰 측에서의 협찬 제의에 그치지 않고 여러 기업에서도 많은 제의가 들어왔죠. 같이 회의도 해보고요. 최근에 바이럴 마케팅(소문에 소문을 타고 물건에 대한 정보가 끊임없이 전달되도록 하는 마케팅 기법)의 힘이 강해진 것도 느끼면서 계속 현재도 이어나가는 중입니다. 일상생활에서 항상 사진을 남기고 글을 남기는 게 사실 엄청 귀찮은 일이지만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아마 앞으로도 계속할 것 같아요. 관심이 갔던 무언가를 빠르게 제대로 파고들었던 게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TO 고등학생

지금 생각해 보면 대학에 들어와서 고등학생 때처럼 살았으면 1년이라는 짧은 시간이겠지만 어쩌면 성공한 사람이 되어 있을 것 같아요. 그만큼 고등학교 시절의 저는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합니다. 저는 멘토링을 많이 하는데 3~400명 이상의 고등학생들을 만났어요. 그러면서 항상 열심히 사느냐고 물어보는데 자신 있게 열심히 살고 있다고 하는 사람을 아직 본 적이 없어요. 고2, 고3인 학생들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가 물어봤을 때 열심히 살고 있다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자신이 열심히 하지도 않고 다른 무언가를 탓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또 성적에 맞춰서 진로를 결정해 버리려는 학생들이 있는데 그 전공의 장래가 밝고 전망이 좋은 게 삶에서 재미를 얻을 수 있는 선택인지 생각해 보면 좋겠어요. 입학 후에 자기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면서 이리저리 흔들리다보면 ‘대2병(전공적합성에 대한 고민을 겪는 시기)’이 걸릴 수 있으니까요!

다른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멋진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다가 어느 순간 정말 멋진 사람이 되었다는 이송희 친구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필자 역시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해내며 또 그만큼 인정받는 이송희 친구를 멋지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당당하게 열심히 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노력했고 그 노력을 멋지게 인정받는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글·사진진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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