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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곳에 오기까지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으로

이준호 사회과학대학 경제학부
인터뷰 사진

경제학은 ‘가깝고도 먼 학문’이다. 신문 기사와 일상 속에서 늘 접하는 말이 ‘경제’이지만, 막상 공부하려고 다가가면 머리가 지끈 아파 오는…. 얼핏 보면 사회과학 같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온갖 수식과 그래프를 뒤집어쓴 채 경제학 입문자들을 당황시키기도 한다. 경제학도가 바라보는 경제학은 어떤 모습일까. 알쏭달쏭 경제학을 공부하는 경제학부 재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경제학부 19학번 이준호입니다.

경제학부는 무엇을 배우는 곳인가요?

경제학은 한 마디로 선택의 학문이라 할 수 있겠네요. 경제학의 확고한 전제 중 하나가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거예요. 자원의 희소성 때문에 우리는 가능한 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만족을 주는 효율적인 선택을 해야 하죠. 이처럼 경제학은 비용과 만족을 저울질하여 유한한 자원을 합리적으로 사용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경제학부에서는 현실의 복잡한 경제 활동에서 발견한 특정한 규칙을 바탕으로 경제 현상의 원인과 결과를 탐구하고 예측하는 것을 목표로 해요.
우리가 배우는 경제학은 크게 ‘미시’ 경제학과 ‘거시’ 경제학으로 구분됩니다. 작게 본다는 뜻의 미시 경제학에서는 소비자, 기업, 정부와 같은 하나의 경제 주체가 돈은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자원은 어느 정도 주어져 있는지 등을 고려하여 소비, 생산에 대해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을 공부해요. 반면 크게 본다는 뜻의 ‘거시’ 경제학에서는 말 그대로 한 나라 전체의 경제를 주안점으로 삼죠. 사회 전체의 생산력, 물가 등의 경제 지표들을 설명하고 국가 경제의 여러 논점들을 공부합니다.

전공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지금도 그런 경향이 있지만, 고등학생 때는 경제학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던 데다가 경제학이라는 학문 자체에도 회의적이었어요. 사회 현상을 수리적으로 해석하여 해답을 도출하는 학문이라 하기에는, 경기 불황과 분배의 불평등이 만연한 세상에서 경제학이 실제로 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라는 책을 읽은 후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대공황의 해결책을 제시한 케인즈,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강조한 알프레드 마셜 등 위대한 경제학자들의 이야기를 읽으니 경제학의 매력이 점차 느껴지기 시작했죠. 비록 ‘음울한 과학’이라 놀림 받는 경제학이지만, 이분들처럼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가지고 더 따뜻하고 풍요로운 세상을 위해 노력하는 경제학자의 길을 걷고 싶었어요.

경제학부에 진학을 결심한 이후 입시를 준비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사실 제가 문과로 오게 된 이유에는 수학 때문도 있거든요. 이과를 지망한 학생들에 비해 수학을 그리 잘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았기에 1학년 때까지만 하더라도 고민이 많았습니다. 경제학에도 수학이 많이 쓰인다고 해서 걱정을 좀 했어요.

수학 때문에 고민이 깊으셨을 것 같은데,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일단 경제학부에 진학하기로 마음을 먹으니 자연스레 경제학 관련 책들에 손이 가게 되었습니다. 독서를 하는 과정에서 경제학에 대한 흥미는 더 뚜렷해졌고, 문과에 온 이후 수학 공부에 대한 부담감도 어느 정도 덜게 되었어요. 경제학에서 수학이 빈번하게 쓰인다는 사실을 듣고는 수학 공부를 최우선시했습니다. 오히려 약했던 과목이었기에 수학에 노력을 더 많이 쏟을 수 있었던 것 같네요. 경제학에 대한 흥미를 바탕으로 공부를 열심히 하다 보니 자신감도 어느 정도 붙게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니 경제학부라는 목표 덕분에 수학에 대한 거부감을 쉽게 줄일 수 있었고, 그것이 다시 경제학부 진학에 대한 긍정적인 사고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일종의 선순환이라 할 수 있겠네요. 경제학부 진학 준비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해주실 수 있나요?

고교 생활 내내 수학 공부를 열심히 하다 보니, 수학은 어느새 저의 입시 전반에 요긴하게 활용되는 과목이 되었어요. 물론 저는 수학과가 아니라 경제학부 지망생이었던 만큼 경제학에도 그에 못지않은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경제학 도서를 여러 권 읽은 것은 물론이고, 시간적인 여유가 있을 때에는 경제학원론을 들추어보며 관련 공부를 하기도 했죠. 교과 공부를 우선시하되, 시간이 남는다면 경제학 그 자체에 대해 흥미를 느끼고 미리 공부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학부 입학 전 경제학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인상이 있었을 텐데요. 실제 입학한 후 공부를 해보니 어떤 차이가 있었나요?

입학하기 전에는 경제학이 현실과 맞닿아 있는, 꽤나 실용적인 학문이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공부를 해보니 경제학은 순수 학문에 더 가깝더라고요. 경제학에서 사용하는 수학적 모형들은 복잡한 현실을 간략화하기 위해 다소 비현실적인 가정들을 도입하는 경향이 있어요. 이 때문에 경제학에서 배우는 내용이 현실과 동떨어진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죠. ‘All models are wrong, but some are useful.’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경제학에 꼭 맞는 말 같기도 합니다. 온갖 비현실적인 가정들로 점철된 모형이지만, 가끔은 효율적인 선택을 위해 요긴하게 쓰이는 수단이 되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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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부에서 배운 전공 수업들은 어떤 느낌이었나요?

일반적으로 문과 계열은 조별 과제나 토론으로 이루어지는 수업이 많은 것 같은데, 경제학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철저히 이론을 공부하고 문제를 푸는 게 주된 학습 방식이기 때문에 경영학과처럼 조별 과제 위주의 문과 전공을 생각하고 오시면 괴리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마치 고등학교 시절 했던 수능 공부처럼 책을 읽고, 생각하고, 문제를 푸는 게 전부인 것 같아요. 물론 경제학은 상당히 논리적인 학문이기 때문에, 암기보다는 그 흐름을 이해해나가는 과정이 경제학 공부의 방법이자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경제학을 공부하는 데 필요한 역량이 있다면요?

수학적 능력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경제학에서는 현실을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 수학을 활용하여 모형을 만들기 때문에, 수업의 많은 부분이 수학적 증명과 통계적 증명으로 이루어지죠. 물론 대학에서도 이를 위해 필요한 수학적 지식을 가르치는 과목들이 개설되지만, 한 학기만에 수학적 지식과 역량을 뚜렷이 발전시키기란 어려운 일 같아요. 그래서 고등학교 때까지는 그저 수학을 많이 접해보면서 수학적으로 사고하는 훈련을 많이 해보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이외에도 어떤 공부를 더 하고 오면 좋을까요?

수학 외에도 필요한 공부는 역시 영어겠죠. 대학교에 오게 되면 우리말로 번역된 교재들뿐만 아니라 원서도 자주 접하게 되는데, 영어 독해가 취약하다면 공부에 어려움을 겪게 될 수도 있어요. 그리고 앞서 경제학을 공부하다 보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고 말씀을 드렸는데요, 이러한 경제학과 현실 간의 괴리감을 줄이기 위해서는 경제 관련 뉴스를 자주 접해보는 게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경제학 지식이 어느 정도 쌓인다면 경제 뉴스에 단골처럼 등장하는 각종 지표들이 서로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명료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거예요. 경제학이 친근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죠.

고등학교 시절을 돌아본다면, 아쉬웠던 기억이 있을까요?

음, 특별히 생각나는 기억은 없는 것 같아요. 고등학교 시절 나름 부지런히 활동했던 것 같아서, 과거로 돌아가 아쉬웠던 기억을 바꾸어 보라면 현재 제가 가지고 있거나 이미 달성한 무언가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이것이 경제학에서 흔히 말하는 기회비용이죠. 굳이 하나가 있다면 고등학교 3학년 때 친구들과 자주 놀지 못했다는 점? 고등학교 3학년으로 진학하게 되니 1, 2학년 때에 비해 상대적으로 입시에 대한 부담과 중압감이 더 커졌거든요. 그만큼 줄어든 시간적 여유 때문에 맘 편히 논 기억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주변 분들께서는 주로 어떤 진로로 진출하고 계신지 알 수 있을까요?

아직 졸업할 때가 되지 않아 잘은 모르지만, 대개 행정고시, 금융 공기업, 로스쿨 진학 등이 대표적인 진로 같아요. 생각 외로 진로가 정형화되어 있다는 느낌도 들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더라고요. 경제학부에서 합리적 사고 능력과 사회 현상을 조망하는 시야를 익혀서 색다른 분야로 진출하는 분들도 정말 많습니다. 대학에 와서 진로가 바뀌기도 하고요. 고등학생 여러분도 경제학부에서의 다양한 경험과 배움을 통해 자신만의 역량을 찾아 나가셨으면 좋겠어요.

본인의 향후 진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아직은 고민 중입니다.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마지막으로 고등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시겠어요?

경제학부 소개를 하려니 답변이 그쪽으로 맞추어졌는데, 사실 고등학생 때부터 인생의 방향을 하나로 정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건 그리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열린 마음으로 폭넓게 생각하고 폭넓게 공부하는 편이 더 낫습니다. 조급함을 버리고 그때그때 해야 할 일을 충실히 해나가는 것이 꿈을 실현하는 지름길이 아닐까 생각해요.

정현민 사진이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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