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곳에 오기까지
진정한 생태(生態)로 나아가는 길 위에서

우리나라의 산림 면적은 약 660만 ha로 전 국토의 약 70%를 차지한다.
산림과학부 산림환경학전공에서는 이 거대한 산림자원을 통해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지속 가능한 지구환경을 만들어나가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산림과학부 산림환경학전공에서 자신만의 ‘생태’를 정립해 나가고 있는 새내기들을 만나보자.
자기소개 해주세요!
현수, 서인 안녕하세요. 산림과학부 산림환경학전공 20학번 이현수, 최서인이라고 합니다.
산림환경학전공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릴게요.
현수 산림과학부는 말 그대로 산과 나무에 관한 학문을 배우는 곳이에요. 교수님의 말씀을 조금 빌리자면, 산림환경학전공은 ‘산’ 나무, 환경재료과학전공은 ‘죽은’ 나무를 다룹니다.
서인 산림 자원을 다루기 때문에 이를 대하는 태도로 학과에서 배우는 과목들을 나눌 수 있어요. 기존의 산림 자원을 조성하기 위한 수목생리학 등의 생물학 분야, 산림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산림자원경영학 등의 사회과학 분야, 그리고 산림 자원을 공학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산림토목공학 등의 공학 분야로 말이죠.
현수 서울대학교에서 유일하게 야생동물을 다루고 있다고도 할 수 있어요. 학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1학년 2학기 ‘산림과학개론’이라는 수업을 통해 전공 진입 전에 알 수 있습니다.
왜 산림환경학전공으로의 진학을 결정하게 되었나요?
서인 저는 과학이라는 큰 분야를 특정한 다음, 여러 경험을 통해 점차 ‘생태’라는 꿈을 찾아갔어요. 총 3번의 ‘심쿵’을 겪었다고 요약할 수 있겠네요. 첫 번째 심쿵은 생명과학이었어요. 생명과학을 공부하는 시간은 유독 즐거웠거든요. 두 번째 심쿵은 최재천 교수님의 인간과 동물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겪게 되었어요. 이 책을 통해 생태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마지막 심쿵을 통해 진학할 학부를 결정하였는데요. 2017년에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청소년 캠프에 참여해 연구실도 체험하고 여러 강연도 들었어요. 이 경험을 토대로 진학할 학부를 찾아보다 보니 산림과학부 산림환경학전공이 마음에 쏙 들었어요. 제가 공부하고 싶은 생태학을 배울 수 있다고 판단했거든요.
현수 저는 동물을 좋아해서 야생동물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직업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순수 생명과학 쪽으로 진학을 고민했었는데 여러 활동을 하다 보니 세포 수준의 연구는 저에게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 과정에서 제 관심은 더 크고 거대한 생태계, 나아가 환경으로 옮겨지기도 했고요. 그래서 관련 학과를 찾다 보니 산림환경학전공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전공을 배워보니 어때요? 예상과 차이가 있나요?
서인 우선 저는 1학년이라 아직 전공과목을 본격적으로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 양해 부탁드려요. 제가 느낀 가장 큰 차이는 생각보다 암기해야 하는 내용이 많다는 거예요. 나무들의 학명과 특징을 전부 외워야 하고, 암기가 완료되어야 이를 토대로 다른 분야들에 응용하여 접목할 수 있어요. 제가 예상했던 ‘전공’은 암기보다는 자기 생각을 논술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하지만 암기가 무조건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모든 학문은 암기가 기본이자 기초라고 생각하거든요.
현수 저는 산림에 관련된 공부가 의외로 넓다는 걸 느꼈어요. 숲의 생성 과정, 숲에 서식하는 식물이나 동물 정도로 생각했었거든요. 하지만 나무의 세포와 종자를 연구하는 생명공학 분야, 흙을 막는 사방을 연구하고 설치하는 공학 분야 등 전공명만으로는 알아채기 힘든 다양한 분야가 있는 것 같아요.
전공에 필요한 역량도 궁금해요!
현수 방금 서인이가 말했듯이 암기력이 가장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런데 암기력과 기억력은 다른 개념이라는 걸 기억해 주셨으면 해요. 저도 친구와 있었던 일은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과목 내용을 외워 이를 논술형으로 풀어내는 것에는 꽤 자신이 있어요. 그리고 자신이 정말 관심이 있고 흥미를 느끼는 내용이라면 암기는 자연스럽게 가능한 것 같아요. 결국 ‘얼마나 산림과학에 진심인지’가 가장 중요한 전공역량이라고 하고 싶네요.
서인 다방면에 관심이 있다면 좋을 것 같기도 해요. 전공 특성상 육종학과 같은 생물학, 산림자원경제학과 같은 경제학, 정책학을 배우기도 하거든요. 또 실습 활동이 필수적인 전공이기에 활동적인 성격도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실습 활동에는 무엇이 있나요?
서인 일단 전 세계 산림 자원 이해를 목표로 매년 해외방문 프로그램을 전공 차원에서 실시하고 있어요. 구체적으로는 일본 홋카이도 대학과 연합하여 매년 약 일주일간 홋카이도 산림과 우리나라 지리산을 방문하는 실습/견학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에요. 또한 산을 타며 나무의 학명을 맞히는 전공과목도 존재해요.
고등학생들이 어떤 공부를 하고 산림환경학전공에 진학했으면 좋겠나요?
현수 특별히 없어요. 굳이 말해야 한다면 산림과학부에 와서 공부하고 싶은 분야를 정하고 왔으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 또한, 이와 관련된 과학탐구 과목을 공부하고 오면 좋을 것 같아요. 수목학, 산림육종학에 관심이 있다면 생명과학과 화학, 산림공학에 관심이 있다면 물리학! 이런 식으로요. 하지만 1학년 때 필수 교양 과목을 이수하면서 기초과목을 익힐 수 있으니 큰 부담은 느끼지 않아도 돼요.
서인 영어 논문을 읽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영어를 공부하고 오시면 좋을 것 같아요.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이 있기도 하고요. 이외에는 전공 관련 책을 읽고 오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환경 정책이나 나무에 관한?
입시에 관한 질문도 드려볼게요. 자신의 입시를 한 구절로 요약하자면?
현수 ‘꿈을 찾는 과정’이었어요. 꿈을 구체화하고 연습하는 과정이랄까? 꿈을 찾지 못했다고 해도 꿈을 찾기 위해 노력한 시간을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인지 대학 진학만을 목적으로 입시를 꾸역꾸역 해치우려 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대신 모든 활동과 공부가 꿈을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나름 즐기면서도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서인 저는 ‘모든 것을 열심히’라고 하고 싶어요. 교내 대회, 활동, 과목별 공부 등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최선을 다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융합형 인재라는 내세울 만한 저만의 정체성이 생기기도 했고요. 제가 꿈꾸는 시민 참여 과학자가 환경을 공부할 때 꼭 필요한 자질과 일맥상통하기도 하네요. 그리고 대학교에서 주최하는 캠프에 참여하는 걸 권장해 드려요. 고등학생 신분으로는 하기 힘든 여러 경험을 할 수 있거든요. 관심 있는 대학교의 홈페이지에 수시로 들어가 보거나 공문, 입시 커뮤니티 등을 통해 정보를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고교 시절 중,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을까요?
서인 2학년 여름방학에 참여한 ‘과학 글로벌 R&E 프로젝트’가 기억에 남아요. 평소 해외 빈곤 국가의 식수를 지원하는 모금 활동에 후원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보다 영구적으로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식수 정화 시스템을 고안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는데요. 하버드대학교에 방문하여 약 일주일간 교수님의 실험에 참여하고 자신의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어요. 저는 SELEX 기술을 이용하여 몸에 좋은 이온은 넣고 독성 물질은 배출하는 기술을 창안했어요. 이를 통해 제 역량의 무한함을 느꼈고 사회의 공적 가치에 헌신하는 과학자가 되어야겠다는 직업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었어요.
현수 생태학을 배우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에 야생동물이라는 기둥을 심어준 활동이 있었어요. 제가 고양이 3마리를 키우고 있어서 소논문 소재를 길고양이로 정했는데요. 기존의 단순 민원식 TNR의 문제점을 정리하고, 군집 TNR 활성화를 위해 고양이 식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자 했어요. 이 경험을 통해 wildlife telemetery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큰 흥미를 느꼈어요. 또 자연사박물관에서 표본을 만드는 봉사활동을 했었는데 이를 통해 박사님과 진로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다 기회가 생겨 국립생물자원관에 견학을 하러 갔었어요. 실제 필드에서 등줄쥐에게 카라를 부착하고 풀어준 뒤 안테나를 이용해 이동권을 조사하는 연구에 참여할 수 있었는데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직업을 결정하게 될 만큼 제게 큰 영향을 줬다고 생각해요.
그럼 혼자서 프로그램을 개발한 건가요?
현수 아쉽게도 실물로 개발해내지는 못했어요. 고등학생 신분으로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하지만 기존에 있는 다른 프로그램을 이용해 실험해보고 문제점을 개선한 새 프로그램을 고안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어요. 고등학교 수준에서는 결과물보다는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한 과정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여건상 한계가 워낙 명확하기도 하고요.
정말 열심히 고교생활을 보내신 것 같은데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있을까요?
서인 먼저 ‘그렇게까지 나 자신을 깎아내리지 않아도 되었는데. 조금 더 나 자신을 믿어 줄걸.’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잠도 많고 친구들과 노는 것도 매우 좋아해요. 그래서 공부량이 부족한 순간도 자주 있었어요. 그런데 그럴 때마다 너무 심하게 자책하느라 정신력이 오히려 더 많이 흔들렸던 것 같아요. 아무 생각 하지 않고 과거는 과거로 넘긴 채 현재에 충실했다면 윈윈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무언가 걱정되거나 고민될 때 ‘그냥 하시길’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대부분의 고민은 하고 나면 사라지는 것 같아요. 무엇이든 분명 좋은 경험과 자산으로 남을 거예요.
현수 ‘조금 더 즐길걸!’이라고 하고 싶어요. 공부를 덜 하고 싶다는 말은 아니고요. 입시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모든 건 흘러갈 것이며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싶어요. 경미한 우울증이라고 느낄 만큼 힘든 순간도 있었는데, 이를 해결할 두 가지 방법이 떠오르네요. 첫 번째로, 연애에요. 꼭 연인이 아니더라도 무조건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큰 위로가 되는 것 같아요. 두 번째로, 마음가짐 자체를 바꾸는 거예요. 입시는 절대 내 행복을 온전히 결정할 수 없다는 걸 인지하는 겁니다. 저는 이걸 수능을 치른 날 깨달았는데요. 수능이 끝나고 바라본 세상이 어제와, 그제와, 작년과 다를 바가 없더라고요. 결국 절 정말 힘들게 한 건 입시 그 자체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진 부담 때문이었거든요. 이를 빨리 깨닫지 못한 게 아쉬워요.
고교생활 중 읽었던 인상적인 책이 있나요?
현수 ‘펭귄의 사생활(와타나베 유키)’이 떠오르네요. 아까 말씀드린 견학을 계기로 읽은 책인데요. 바이오로깅을 통해 야생동물의 삶을 관찰한 과정을 담고 있어요. 고등학생이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전문적인 내용으로 구성된 것 같아요. 이 책을 통해 ‘내가 커서 동물학자가 된다면 꼭 이런 모습이었으면 좋겠다.’라는 상상을 할 수 있었어요. 빙파선을 타고 망원경으로 펭귄의 자취를 찾는 저를 상상하기만 해도 힘든 입시 과정을 뚫고 나아갈 추진력을 얻었던 기억이 나네요.
서인 제 롤모델인 제인 구달 박사님의 자서전, ‘제인 구달’이 생각나요. 실제로 자기소개서 4번 문항에 작성하기도 한 책인데요. 아프리카에서 야생 동물을 관찰하며 침팬지 연구 분야를 개척하는 제인 구달 박사님을 보며, 무모한 꿈이란 건 없다는 걸 배웠어요. 또 제인 구달 박사님에 대해 더 알고 싶어 이것저것 조사하다 보니 생명다양성재단을 알게 되었는데요. 그중에서도 ‘뿌리와 새싹’이라는 활동이 인상 깊었어요. 환경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소모임을 만들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결과를 공유하는 활동인데요. 대학 진학 후 비영리기구에 가입해 활동에 참여할 것을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앞으로 어느 진로로 나아가고 싶나요?
서인 대학교에 와서 느낀 것은 세상은 매우 넓고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많다는 것이에요. 고교생활을 통해 진로를 구체적으로 설정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대학에 입학하고 나니 다시 원점에 돌아온 기분이 들어요. 당장의 목표는 전공과목을 이수하면서 제게 맞는 분야를 찾는 거예요. 현재로서는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의 연구원이 되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이기는 합니다만 차근차근 전공 공부를 하면서 여러 직업을 고려해보고 싶어요. 무슨 직업을 가지든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네요.
현수 계속 언급했듯이 야생동물을 보호하고 서식지를 보존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지금은 국립생물자원관 동물자원과나 서인이와 마찬가지로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의 연구원으로 일하고 싶어요. 특히 멸종위기 포유류를 돌보고 연구하여 생물다양성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다만 해외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어서 교환학생이나 유학을 통해 탐구해보려 해요. 그러나 어떤 직장에 들어가게 되든 자연 옆에서 동물을 관찰하고 보호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고등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시겠어요?
현수 너무 입시에만 몰두해서 이 시간만 버티면 인생이 풀릴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 글을 읽고 있는 고등학생 분들보다 아주 조금 일찍 입시를 끝마치고 나니, 대학에 진학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술술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어요. 결국 입시라는 과정도 20살의 여러분을 멋지게 이루고 있을 거예요. 절대 그 시간을 ‘대학만 좋은 곳에 들어가면 다 잘 될 거야.’라고 생각하며 낭비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마지막 급식, 마지막 교복, 마지막 교실. 그때는 너무 벗어나고 싶었지만, 막상 지나고 나니 그립고 돌아가고 싶어졌어요. 그러니 여러분은 하루하루 충분히 즐기셨으면 해요.
서인 저도 정신력 관리 측면에서 조언해주고 싶어요. 저 역시 어려움을 느낀 부분이기도 하고요. 가장 중요한 건 나 자신을 내가 믿어주는 거예요. 언젠가 부모님도, 선생님도 나를 믿어주지 않는 순간이 와요. 이때 나 자신까지 나를 믿어주지 못하면 쉽게 무너지고 돌이킬 수 없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항상 가지려고 노력했던 마음가짐이 있는데요. 바로 ‘진인사대천명’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이후 결과는 하늘에 맡긴다는 뜻이에요. 최선을 다한다면 결과는 자동으로 따라올 것이라고 믿으며 날마다 충실히 보냈으면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