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곳에 오기까지
야생동물 연구: 사람, 동물, 환경의 원활한 공존과 상호작용의 토대

COVID19 상황으로 혼란했던 2020년을 고3 수험생 신분으로 보낸 이번 2021 서울대학교 수의예과 신입생을 만났다. 이제는 익숙해진 Zoom을 통해 비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기사 작성을 위해 받은 사진 속에는 동물과 함께 환하게 웃는 학생을 볼 수 있었다. 행복하고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는 인간, 동물, 환경 세 주체의 삼박자가 잘 이루어져야한다고 말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이번에 서울대학교 수의예과에 입학하는 21학번 이태성입니다. 저는 야생동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야생동물 수의사가 되기 위해서 수의과대학에 입학했어요. 저는 멸종 위기 야생동물을 복원 및 보전함으로써 생태계 전체의 건강성을 증진하고 더 나아가 인류의 건강을 위해서 헌신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의과대학을 간단히 설명해주세요.
수의과대학은 동물, 인간, 환경 이렇게 3 주체의 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학과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동물의 건강을 위해 힘쓰는 분야입니다. 저는 동물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간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려는 노력도 반드시 수반되어야한다고 생각해요. 인간 사회가 힘들어지면 상대적으로, 사회적으로 약자에 위치한 동물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또 동물들의 서식지로서 환경이 건강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도 동물들의 행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COVID-19 바이러스의 확산도 사람, 동물, 환경의 건강이 상호영향 받은 하나의 예시라고 생각해요. 건물을 철거할 때 먼지가 날리면 건강에 해로운 것처럼, 동물을 멸종시키고 환경을 파괴하는 것은 신종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도달할 가능성을 매우 높이는 것이라 생각해요. 산업화와 도시화가 이루어지면서 생태계가 파괴되어 현재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 속에서 수의학과는 인류에게 다가오는 다양한 건강상의 위협을 방어하기 위해 동물, 인간, 환경의 접점에서 다양한 일들을 수행하는 학과라고 할 수 있어요! 동물, 인간, 환경의 건강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만큼 동물에 대한 연구가 인류 전체의 건강에 이어지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어요.
수의학과 전공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야생동물센터에서 봉사하면서 야생동물 수의사로서의 꿈을 가지게 되었어요. 본가가 시골에 있었기 때문에 평소 야생동물을 쉽게 접할 수 있었고, 로드킬 당한 동물들도 접하면서 안타까움을 느꼈어요. 야생동물센터에서 부상당한 야생동물을 보살피면서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동물들이 죽어나가고 있음을 현장에서 느낄 수 있었어요. 그 과정에서 특히 멸종위기동물의 죽음을 더 가까이서 보면서 한반도의 백두대간을 이루는 동물들이 사라지고 있음을 실감했어요. 그래서 저는 멸종위기동물들을 복원하고 또 보전하는 수의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해 수의학과에 지원했습니다.
다른 학과에서도 비슷한 활동을 할 수 있지만, 저는 살아있는 생명체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활동하고 싶었어요. 또 야생동물 분야에 대한 연구가 6번째 대멸종, 인수공통감염병의 확산 등 인류가 마주한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야생동물 분야에 대해 넓고 깊게 연구하고 싶은 저에게는 수의과대학에 진학하여 관련된 과목을 배우고 최대한 다양한 동물들을 만나서 공부하는 게 더 도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수의과대학 진학을 결심했어요.
스스로 생각했을 때 전공에 필요한 자질은 무엇일까요? 혹은 어떤 사람이 학과에 오면 좋을까요?
고통에 대한 공감이라고 생각해요. 연민과 공감은 동물을 직접 진료하고 치료하는 수의사뿐만 아니라 임상분야를 포함한 모든 분야의 수의사에게 필요한 자질이에요. 고통에 대한 공감과 그에 따른 연민은 모든 연구와 탐구의 동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인류의 역사를 돌아봐도 고통에 대한 공감은 많은 과학의 발전, 의학의 발전을 이끌어 왔어요. 대표적으로 췌장암 초기 진단 키트를 만든 10대 소년, 잭 안드라카는 13세 때 삼촌처럼 따르던 이웃 아저씨가 췌장암으로 돌아가시자 췌장암을 앓고 있는 환자 그리고 그 가족들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키트를 만들었어요. 저 또한 사회적으로 약자에 몰린 야생동물의 처지에 깊이 공감하고 그들이 처한 고통에 대해 생각해보면서 제가 야생동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었어요.
고등학교 때 했던 의미 있는 활동, 경험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는 이공계 학생이지만 문학, 철학,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 넓게 관심을 가졌어요. 가장 의미 있었던 활동은 국사편찬위원회에서 개최한 우리역사바로알기 대회에 학교 대표로 참가해 수상했던 경험이에요. 이공계 학생임에도 학교에서 역사 대표로 선정되고, 치열했던 예선을 뚫고 본선까지 진출해 상을 받아서 기억에 남아요. 예선에서는 ‘다양한 국가가 인식하는 한국의 역사’라는 주제로 역사 포트폴리오를 작성했어요. 이 과정에서 외국 친구들을 인터뷰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역사에 대한 각국의 인식에 관한 논문들을 찾아보고, 선생님과 토의하며 공부했던 것이 즐거웠기 때문에 기억에 남아요. 본선은 시험 형식이어서 한국사를 넓고 깊게 공부했는데, 그래서 지금도 한국사에 자신 있는 학생이 됐어요! 역사를 좋아하고 잘하는 학생들과 전국단위로 경쟁할 수 있었던 것, 우리 역사에 대해 깊게 공부할 수 있었던 경험이어서 의미 있게 느껴졌습니다.
입시 준비과정 및 입시를 준비하며 경험한 이야기 소개 가능할까요?
저는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이 수월해서 담임 선생님께서 걱정하실 정도로 자기소개를 매우 빨리 쓴 일화가 있어요.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이 수월했던 이유는 저를 표현할 수 있는 활동이 많았어요. 특히 야생동물센터에서의 봉사가 의미있었어요. 저는 200시간을 넘게 야생동물센터에서 봉사했어요. 단순히 생활기록부를 채우기 위한 목적으로 봉사를 한 것은 아니었어요. 꾸준히 봉사활동에 참여하면서 내가 저 동물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어떤 탐구 주제를 끌어 낼 수 있을 지를 끊임없이 고민했어요. 고민한 탐구 주제는 다시 학교로 가져와서 교과시간에 선생님과 함께 풀어나갔어요. 예를 들면, 척수가 다쳐 하반신이 마비된 고라니를 안락사하는 과정을 보면서 줄기세포를 활용한 척수치료에 대해 관심이 생겨 관련된 탐구를 진행했습니다.
이렇게 제 입시생활을 할 때 신조는 ‘솔직하자’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솔직한 ‘나’를 말했는데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애당초 그 자리가 나와 맞지 않는 자리였다고 생각하려 하고, 그렇게 생각을 하니 제 마음도 편해지고 ‘나’라는 사람을 표현하기도 쉬워졌어요. 향후 살아가는 데 있어서도 저는 진로를 결정하는 중요한 자리에서 진실성 있게 ‘나’를 드러내야 저와 가장 적절한 진로, 인생 방향을 정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나의 하루, 일주일, 수험생활에서 가장 우선시한 것은 무엇인가요?
수업시간에 열심히 듣는 것을 가장 우선시 했어요. 저는 고등학교 3년 동안 수업시간에 단 한 번도 졸지 않았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요. 늘 선생님과 수업을 함께 만들어가려고 수업시간에 열심히 참여했어요. 수업을 잘 듣는 것 외에도 기회가 생길 때마다 발표를 해서 제 생각을 전달했어요. 훗날 이런 습관은 생각을 논리정연하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훈련이 되어서 면접 준비 때 큰 도움이 되었어요. 또 쉬는 시간이면 모르는 부분을 메모해놨다가 선생님께 적극적으로 질문하곤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선생님이 수업시간에는 말하지 않았지만 그 분야에 대한 더 깊은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어요. 이런 식으로 저는 선생님의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선생님은 저를 통해 수업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어서 선생님과 윈윈(win-win)이었어요. 그래서 나중에는 자고 싶어도 잘 수가 없는 상황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어요. 제 의지로 수업시간에 자지 않은 것도 맞지만, 잘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보아도 맞아요. 수업시간에 최선을 다해 참여하니 공부하는 양은 저절로 늘었어요. 오로지 혼자서 하는 시간이 공부라고 생각하는데, 수업시간에 잘 듣고 선생님께 질문하는 등 모든 공부 준비를 학교에서 끝마치고 집에 오니 혼자 공부한 내용을 다지는 시간이 늘어나서 자연적으로 공부 양을 늘릴 수 있었어요.
고등학생 시절에 느꼈던 어려움이 있었는지,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나갔는지 궁금합니다.
학생 시절 저는 유독 계획에 집착하는 사람이었어요. 언제나 제가 한참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계획을 통해 자기를 계발하려는 생각이 매우 강했어요. 그래서인지 계획했던 일이 예상외로 잘 풀리지 않을 때 정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고, 뒤틀린 계획을 완수하기 위해 정말 많은 힘을 쏟았어요. 스트레스 해소법이라고 말하긴 그렇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더 이상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 스스로 시각을 좁혀 제가 가진 모든 힘을 스트레스 받는 그곳에 투자합니다. 그리고 그 분야 외 다른 분야에서는 잠수를 탄다고 표현할까요? 저를 찾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고등학교 때 제가 수학 과목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며칠을 핸드폰도 보지 않고 외부와 단절한 상태로 수학공부만 했던 경험이 있어요.
저는 학생 시절 다른 사람들의 기분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는 편이었어요. 친구나 선생님을 포함해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또 나 때문에 다른 사람의 하루에 차질이 생기거나 불편함을 겪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한다고 생각하고 행동했어요. 그러다보니 때로는 답답했어요. 그때 당시에는 자신의 의견을 숨기는 것을 무조건 예의로 인식했었고, 그렇지 않은 것은 무례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자신의 의견을 숨기지 말고 상대를 존중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자로 바꾸었어요.
공부에 대해 조언해줄 수 있을까요?
공부를 시작할 때 단기적인 열정을 불태우기보다는 그냥 시작하라고 조언하고 싶네요. 좋아하는 노래 가사 중에 ‘최저한의 사랑을 전하며 싫증날 때까지 지내볼 거니까’라는 구절이 있어요. 공부자극, 동기부여를 주제로 하는 영상을 보고 단기적으로 열정을 불태우기보다는 그냥 꺼지지 않는 불을 계속 지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조급해하지 않는 태도도 중요해요. 저는 멘탈이 정말 좋았어요. 그래서 남들보다 뛰어난 사람이 될 자신은 없었지만 남들보다 무언가를 질리지 않게, 우직하게 오랜 시간 할 수 있다는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있어요. 지금 내가 잘 못하는 과목이더라도 우직하게 ‘난 어차피 이 과목을 잘하게 될 거야’라고 생각하고 공부하는 것이 질리지 않게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이고, 또 실망해서 포기하는 경우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고등학교 시절을 거치면서 저는 스스로에게 더 엄격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전에는 다른 사람과의 약속을 중요시 여기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만 중요시 여겼다면, 고등학교 생활을 보내면서 스스로에게 한 약속과 나와 나의 관계에 대해서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했어요. 제 자신을 그저 ‘나’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제 3자로 객관화해서 생각했어요. 예를 들어 공부하기로 계획했으면 남들과의 약속이 중요하듯이 계획은 나와의 약속이므로 똑같이 중요하게 여겨 계획을 지키는 것으로 태도를 바꾸었어요. 자연스럽게 계획을 더 잘 이행하고 나에게 더 엄격해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약속을 잘 지키면 스스로에게 보상도 주고, ‘나’ 스스로와 잘 지내려고 노력했어요.
고등학교 때 읽었던 책 중 인상적인 책이 있나요?
‘죽음의 수용소에서’ 라는 책을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생활을 한 작가의 삶을 나타내는 책입니다. 이 책을 읽고 느낀 점은, 나를 둘러싼 환경이 나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언정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자유의지로 내가 처한 현실을 바꾸려고 노력해야한다는 점이에요. 삶의 고통과 시련을 마주했을 때 그것에 분노하고 슬퍼하면서 감정들에 소비되어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내가 처한 현실과 상황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나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책을 읽은 이후, 저는 제가 슬픔과 고통을 느낄 때면 그러한 감정들에 무작정 소비되지 않기 위해 왜 화가 났는지, 왜 속상했는지에 대해 글을 썼습니다. 내가 느낀 감정을 글로 표현하면서 그 감정에 무력하게 소비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고, 행복해지기 위해 나는 어떤 점을 고쳐야할까 또 어떤 점에서 노력해야할까에 대한 생각으로 방향을 바꾸어서 상황을 볼 수 있었어요.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사람과 함께 더불어 사는 사람이고 싶어요. 요즘에 유행하는 책들은 ‘너는 지금 매우 완벽하고 무엇이든 잘 해낼 거야.’ 식의 메시지들을 전하는 거 같아요. 이런 긍정적인 마음가짐도 인생에서 필요한 부분이지만, 근거 없이 낙천적인 무한한 자기타협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타인보다 개인을 우선시하고, 책임보다 권리를, 인내나 감내보다는 지금 당장의 염세적이고 쾌락적인 가치들을 우선시해도 괜찮을까? 라는 의문이 끊임없이 생겨요. 이런 책들의 존재가 각박한 사회 혹은 개인주의로 흘러가는 사회의 모습을 대변한다고 말하지만, 저는 사람이 사는 세상 속에 사는 사람으로서 내가 조금은 피해보더라도 많은 사람이 함께 행복한 것이 좋고, 또 다른 사람과 더불어서 살고 싶어요. 모두가 윈윈(win-win) 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 있으실까요?
최근에 기사를 읽었는데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는 현 상황을 동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 빗댄 예시가 인상 깊었어요. 지구는 우리에게 모든 것을 주었고 더 이상 나무로서 모습과 기능을 잃어버렸는데, 나무 아래에서 소년은 그동안 모든 것을 받았음에도 행복해지지 않았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과한 욕심으로 야생동물 서식지를 파괴하는 등 동물, 환경의 건강을 침해해 벼랑 끝에서 그들을 떨어뜨린다면, 그 다음 벼랑 끝에 서게 될 것은 우리 인간이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