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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곳에 오기까지

가장 아름다운 학문, 음악학

송예진 음악대학 작곡과
인터뷰 사진

본인의 전공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작곡과는 작곡전공과 이론전공으로 나뉘는데, 제가 속한 이론전공에서는 음악학을 주로 배워요. 음악학은 음악이론을 포함하여 음악문화와 음악예술 전반에 대한 학문적 연구를 뜻해요. 음대생이라고 하면 전부 창작이나 연주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작곡과 이론전공은 음악을 학문적으로 들여다보는 전공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아요.

그렇다면 작곡과 이론전공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우선 저는 피아노 전공으로 예중예고를 다니며 계속 음악 이론을 접해 왔고, 실기보다 이론에 더 흥미를 느꼈어요. 고등학교 3학년이 되자 학년부장 선생님께서 서울대에 이론전공이 있다고 소개해 주셨어요. 사실 처음에는 실기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망설여졌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저는 연주나 무대에 서는 것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연주 자체보다는 음악에 대한 흥미가 컸어요. 저는 학창시절 동안 음악 이론을 배우고 공부할 때 즐거움을 느꼈고, 면접 준비 과정에서 음악학 관련 책을 읽었을 때 큰 흥미를 느껴서 이론전공 진학을 결정하게 되었어요.

전공 공부에 필요한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어떤 학생이 본인 전공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나요?

우선, 호기심이 많아야 해요. 음악학은 음악사, 연주학, 음향학, 음악심리학, 음악미학, 음악비평, 음악사회학, 종족음악학 등 굉장히 광범위한 하위 분야를 포함해요. 음악과 관련된 여러 주제를 궁금해하고 이에 대해 직접 찾아보는 호기심이 중요해요. 둘째로, 음악에 대한 감성이 풍부한 학생이면 좋을 것 같아요. 음악학을 한다는 것은 음악의 세계에 빠져 산다는 것을 뜻해요. 마음으로 음악을 느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음악학 공부를 즐겁게 잘 할 수 있어요. 그리고 공부 자체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왔으면 좋겠어요. ‘음악의 아름다움은 음악 내부 또는 외부 중 어디에서 느낄 수 있는가’, ‘음악으로부터 느끼는 감정은 어디서 오는가’ 같이 알쏭달쏭해 보이지만 철학적인 주제들은 음악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는 힘을 길러 주죠. 방송이나 영상에서 클래식 음악의 일부분을 잘라쓰는 것이 괜찮은지, AI의 발전이 음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 최근의 이슈와 음악을 연결해서 생각해 보는 학생이라면 이론전공과 잘 맞을 것 같아요. 음악학은 남들이 잘 가지 않은 길일뿐더러 음악 실제보다는 공부와 더 가까워요. 수단으로서의 공부가 아니라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 그 자체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음악학 공부에 적합해요.

자소서와 면접 및 구술고사 준비는 어떻게 하셨나요?

고등학교에 교내 대회 같은 활동이 거의 없었어요. 하지만 저의 ‘노빠꾸’ 성격은 독서 활동, 전공 관련 향상음악회, 실내악 경연대회, 전공 관련 논문 연구 등 전공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꾸준히 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답니다. 자소서를 염두에 두고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호기심을 가지면서 교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생각나는 활동을 끌어모아 자소서에 녹이려고 했죠. 당시에는 제가 글을 많이 써본 것은 아니어서 어머니와 학교 선생님께 자소서 초안을 보여 드리며 도움을 받았어요. 그리고 면접의 경우 사실 제가 9월이 되어서야 서울대에 지원하기로 결정해서 시간이 부족했어요. 하지만 전 면접 준비가 정말 즐거웠어요. 1단계 합격 이후 처음으로 음악학 책을 보았는데 지금껏 경험해 본 적 없는 전혀 다른 세계인 거예요. ‘음악을 이렇게 다른 관점에서도 볼 수 있구나’라고 느꼈고, 한 달 반 동안 음악학 관련 책을 읽으면서 레슨 선생님과 음악학의 여러 주제에 대해 심도 있게 토의하면서 다양한 생각을 해볼 수 있었어요. 이런 경험이 처음이었지만 저는 정말 재미있었어요. 토의하고 사고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결과적으로 면접에 큰 도움이 되었어요.

본인만의 특별한 공부법이 있다면?

틀린 문제가 생기면 생각의 과정을 짚어 보면서 공부했어요. 사실 저는 이해가 빠른 편이라 수업 내용이 처음부터 이해가 잘 됐어요. 그런데 문제를 풀면 몇 개씩 틀리는 거예요! 채점하고 나서 내가 왜 이 답을 적었는지 생각을 떠올려 보는 거죠. 이렇게 하려고 문제를 풀 때 애매한 경우 ‘이러이러하게 생각해서 이 답을 골랐다.’라고 간단하게 문제 옆에 써놓았어요. 어디서 잘못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게끔 적어놓은 것이죠. 저는 반드시 이해를 바탕으로 문제를 풀어야 하는 성격이었기 때문에 어떤 생각을 거쳐서 문제의 답을 냈는지 확인하는 과정은 정말 중요했어요. 특히 문학을 공부할 때 헷갈리는 경우가 좀 있었는데, 가령 ‘이 시를 이렇게 생각해서 풀었는데 이렇게 생각하면 되는구나.’ 하는 식으로 문제 풀이에 대한 사고방식을 정립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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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무엇인가요?

예술중학교 시절 점심시간에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음악이론 특강을 들은 것이 기억에 남아요. 1년 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선생님께서 음악이론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모아 소규모로 특강을 해주셨어요. 10여 명에서 시작해서 마지막 즈음에는 저를 포함하여 두세 명 남았지만, 친구들은 특강을 위해 밥을 10분 만에 해치우고 선생님께선 아예 점심을 거르셨을 정도로 열정이 가득했습니다. 제 인생에서 화성학을 처음 접한 때였는데 너무나도 좋은 경험이었어요. 음악의 진행 원리와 진행 양상 등 음악이론에 대해 기초적인 의문을 가진 것이 처음이었거든요. 이 특강 덕에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음악이론은 저에게 좋은 인상으로 남았습니다. 예고 때는 실내악 연주와 반주를 많이 했어요. 제가 합주를 좋아해서 친구들 반주를 많이 해줬고, 작곡과 친구들이 쓴 곡을 연주해 주기도 했어요. 예고 피아노전공 커리큘럼 상에서 연주하는 곡은 다소 제한적이에요. 저는 앙상블과 반주를 통해 여러 악기가 참여하는 다양한 장르의 곡을 접하면서 음악을 바라보는 시야의 폭을 넓힐 수 있었어요. 미술과 작품 전시회나 무용과 정기공연 같은 다른 예술 문화와의 교류를 했던 것도 기억이 나네요.

그렇다면 미술이나 무용 같은 다른 예술 분야가 음악적 영감을 주기도 했나요?

대학 1학년 때 관람한 발레 공연 <지젤>이 무용음악에 관심 갖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무용음악은 고유의 독특한 매력을 갖고 있어요. 음악이 시간 예술이라면 무용은 공간 예술이에요. 그런데 무대 공연에서 음악을 들으면 공간 속에서 구현되는 예술로서의 음악을 느낄 수 있어요. 호두까기 인형, 불새, 백조의 호수, 잠 자는 숲 속의 미녀 같은 곡들을 한 번쯤 들어 보셨을 거예요. 발레 공연을 위해 작곡한 음악들은 확실히 일반적인 음악과 다른 무용음악만의 문법이 있어요.

고등학교 시절 겪은 어려움이 있나요? 그 어려움을 어떻게 이겨내셨는지 듣고 싶어요.

고3 때 피아노전공에 대한 회의감을 느꼈어요. 내신 성적은 최상위권이었지만 실기 성적이 아쉬워서 차라리 인문계로 돌려서 대학을 갈까, 진작 공부 위주의 학교로 진학할 걸 그랬나 생각을 했죠. 저에게 음악 전공을 만류하는 선생님들도 꽤 계셨어요. 그래도 전공 선생님께서는 잘 할 수 있다며 계속해서 격려해 주셨고 더욱 세심하게 지도해 주셨어요. 선생님 덕분에 실기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했고 꾸준히 실기 기량을 유지하며 학업을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전공에 대해 예상한 것이 실제와 차이가 있었나요? 어떤 부분이 생각한 것과 달랐나요?

글을 정말 많이 쓴다는 것이에요. 저는 고등학교 때까지 글을 제대로 써본 적이 없는데 전공 자체가 언어로 음악과 음악에 대한 생각을 표현하는 전공이거든요. 1학년 때는 전공 과목에 글쓰기 과제가 많이 힘들어서 전공연계 글쓰기교실에 매주 출석했을 정도예요. 음악도 ‘언어’의 일종인데 이를 일상 언어로 옮기는 것이 여간 어려운 작업이 아니에요. 수업 내에서 자신의 생각을 말해야 하는 토론 활동이 활발하다는 점도 다른 음대 전공과 차별되는 점이에요.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진로는 어떻게 되나요?

많은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어요. 우선, 음악 이론을 연구하는 학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1학년 때 학회를 많이 다니면서 음악학자들의 실제 연구 활동을 보았는데 다양한 관점에서의 시각이 재밌어 보였어요. 음악을 직접 하는 것보다 음악 속에 숨어 있는 것들을 찾아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저는 음악학보다는 음악이론에 더 마음이 끌려서 음악이론 분야로 대학원에 진학한 후 대학에서 연구 활동을 하는 것도 정말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한편으로는 실제적인 음악을 하는 분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지휘와 발레음악에도 관심을 갖고 있어요. 이론전공을 하는 친구들은 대부분 실기를 하다 와요. 무대를 만들어가는 데서 오는 감동과 짜릿함을 느껴 봤다는 것이죠. 밖에서 음악을 바라보는 것 말고 직접 연주에 참여하는 데서 오는 희열도 분명 커요. 또 최근에는 프로그래밍도 좀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저번 학기에 수강했던 컴퓨팅 수업이 흥미로웠고 적성에 맞았거든요. 음악과 프로그래밍의 접점을 발견해서 개발을 하면서 음악적인 일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간학문성이 높다는 것, 이게 음악학의 매력이에요.

기사를 작성하면서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즐거움’, ‘재미’라는 단어가 수시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재미를 느끼는 일에 도전하는 과정, 그 자체를 즐길 줄 아는 그녀는 인터뷰 내내 달뜬 모습이었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그녀의 미래를 가슴 속에서 뜨겁게 응원한다.

글·사진이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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