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영역 바로가기

내가 이곳에 오기까지

심리학에서 ‘도약(跳躍)’의 길을 발견하다.

부승현 사회과학대학 심리학과
인터뷰 사진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학생들은 교육의 격동기에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다.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빠르게 변하는 대학 입시 관련 정책들 속에서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한 고등학생들이 많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2020년에 고3이었던 21학번 신입생들은 코로나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겹쳐 한 해 동안 특히 고충을 겪었다. ‘문·이과 통합’ 첫 세대,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 최초로 ‘고교 블라인드’ 시행,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수업 전환··· 이 모든 혼란과 역경을 뚫고 2021학년도 서울대학교 수시모집에 합격한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심리학과 21학번으로 입학하게 된 부승현입니다!

심리학과는 어떤 학문을 공부하는 곳인지 간단하게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심리학과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인간을 한 개개인으로 나누어서 한 명 한 명의 삶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인간을 하나의 군중으로 뭉뚱그리는 게 아니라 한 명 한 명을 좀 더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분야예요.
심리학은 ‘인간은 이런 존재다’에 대해서도 다루지만, ‘그 사람은 이런 삶을 살았고, 이런 경험에 영향을 받았고’, 이런 얘기를 많이 하거든요. 그래서 인문학 자체가 인간을 연구하는 학문이긴 한데, 그중에서도 더 개인적인 측면이 강한 학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또, 심리학은 인문학과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 모든 것의 융합된 ‘hub-학문’이라고들 해요. 단순한 인문학, 사회과학의 한 부류가 아니라 모든 것을 다 끌어올 수 있고, 어디로든 나갈 수 있는 학문이고, 책만 보는 연구도 하지만 인터뷰 등을 통해서 직접 사람과 부딪히는 실무적인 연구도 많이 진행되죠.

심리학과를 선택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가장 첫 계기는 제가 10살 때,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그램을 본 것이에요. 거기 오은영 박사님이 나오셔서 문제가 있는 아이들마다 한 명 한 명 행동치료를 해 주시는 걸 보고 심리학이 이렇게 사람을 변화시키는 학문이라는 것을 체감했어요.
그 뒤로 아동심리학부터 시작해 심리학에 관해서 정말 다양한 책들을 읽었어요. 시작은 아동심리였지만 더 알아가다 보니 사회심리학, 실험심리학같이 다른 분야들도 너무 재미있는 게 많은 거예요. 그래서 그때부터 심리학 전반으로 흥미를 확대해서 하나씩 더 알아보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고, 이제는 심리학과 떨어질 수 없는 관계가 된 것 같아요.

대입 준비 과정에서, 전공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 자질이나 역량이 있다면?

꼭 심리학과가 아니더라도 해당되는 얘기인 것 같은데, 고등학교에서 배운 교과목들을 심리학의 시선에서 계속 보는 눈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한국지리에서도, 지리 안에 담겨있는 환경심리학적인 논리 같은 것을 볼 수도 있고, 지구과학에서도 지진이나 기후 재난 속에 있었던 사람들의 심리적 피해 등을 볼 수도 있고, 문학 작품을 읽더라도 인물들의 심리가 어떤지 알아볼 수도 있겠고요. 그래서 꼭 심리학 책에만 국한해서 공부를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접하는 모든 과목들을 심리학적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그 역량을 기르기 위해 고등학교 시절 하셨던 활동이 있나요?

1학년 때 통합사회 수업을 할 때 지역 조사 차원에서 친구들과 ○○○동을 방문해 지역 시설, 사람들을 많이 봤어요. 그러다 한국지리에서 도시재개발 부분을 배우면서, ○○○동의 분위기나 미디어 속에 묘사되는 이미지가 생각났어요. 범죄심리학 이론 중에 ‘깨진 유리창 이론’이라는 게 있는데, 그만큼 사람들이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거든요. 그래서 그 동네만의 인문지리적인 요소들을 고려해서 도시 재개발을 하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고, 범죄 예방 환경 설계(CPTED) 관련 논문들을 읽기도 하고 ○○○동도 다시 방문하며 연구 활동을 했어요. 심리학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데에만 쓰이는 게 아니라, 한 도시를 그렇게 바꾸는 데에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체감하게 되어서 굉장히 신기했어요.
또, 지구과학 관련해서, 학교에서 지진과 관련된 일본의 재해문학을 알게 되었는데 굉장히 색달랐어요. 그래서 지진을 겪은 사람들의 충격, 무기력, 폭력성과 같은 피해 심리에 대해 알아보면서 일본의 재난심리 지원 체계에 대해 지구과학 발표를 했어요. 이것을 조직 구조와 연결해서 ‘재해에 효율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조직 구조’를 주제로 사회문화 교과목에도 대입을 했고요. 이런 경험들이 개론서를 읽는 것보다 훨씬 크고 세부적인 내용을 알려주었다고 생각해요.

인터뷰 사진

21학년도 고등학생들부터는 교과목 선택 폭이 넓어졌다고 들었는데, 내신 과목을 선택할 때 중요한 기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사실 저희 아래 학년 친구들은 저희와 교육과정이 또 달라서 저도 잘 모르긴 하는데(웃음) 요새는 진로선택과목이라고 해서 다양한 과목들이 많이 생겼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과목들은 또 절대평가이기도 하다고 들어서, 이번 기회에 자기가 흥미를 느끼는 과목이나 전공과 관련 있는 과목이 있다면 선택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코로나 시국에 수험생활을 하시느라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아요. 혹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본인만의 생활관리나 멘탈관리 방법이 있었나요?

매일 공부일기를 썼어요. 단순히 공부 관련 피드백뿐만 아니라 제 기분에 대해서도, ‘오늘은 월요일이라서 기분이 좋았다’, ‘저녁 먹고 나서 계속 마음을 못 잡고 공부 시작을 못했다’, 정말 이런 식으로 자잘한 것들까지 다 썼어요. 코로나 때문에 고3 때 학교를 잘 안 나가서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보니까 스스로와 대화를 많이 했고, 일기에도 글을 상당히 길게 쓰게 된 것 같아요. ‘내가 나중에 입시 끝나고 어떤 마음이었으면 좋겠다’ 이런 것들도 썼고요. 그런 것들을 나중에 다 볼 수 있어서 좋았죠.
제일 좋은 건 하루에 그날의 일을 다 돌아볼 수 있다는 거예요. 공부를 안 했더라도 정확하게 일과를 기록해 놓고, 되돌아보면서 그냥 인정하고 자각해 버리는 거죠. 사실 사람이 굉장히 잘 망각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하루를 열심히 안 살아도 기록을 안 해 놓으면 금방 잊어버리고 끝나기 쉽거든요. 또 입시가 끝나고 나서도 내가 무조건 열심히만 살았다고 결과로 다 미화해 버리는 게 아니라, ‘이 모든 게 없던 일이 아니라 남아있는 하루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저를 자각하는 데 도움이 돼요.

이번 입시는 최초로 수시 전형에서 ‘고교 블라인드’가 적용된 해예요. 본인은 블라인드로 인해서 달라진 점이 있다고 느끼셨나요?

다른 곳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서울대 관련해서는 특별히 달라진 점을 잘 못 느꼈어요. 정말 학생 뽑는 것에 진심인 학교인 것 같아요(웃음).
이번 입시를 겪으면서 서울대는 학생이 학문을 탐구할 열의가 있는지 아닌지를 굉장히 중요하게 평가하는 것 같아요. 학생의 진실성이 서류에 잘 드러난다면 충분히 합격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고등학교 때 했던 비교과 활동 중 가장 의미있는 것 한 가지만 꼽으라면?

제가 운영한 심리학 자율동아리인 것 같아요. 일반고에서 사실 엄청 다채로운 동아리 활동을 하기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 입장에서 바라본 심리학’을 주제로 심야 독서토론을 진행하기도 했고, 더 나아가서 청소년 진로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어요. 이런 쪽으로 에세이나 정책 제안서도 썼고요.

반대로, 고등학교 시절에서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있나요? 다시 돌아간다면 어떤 것을 보완하고 싶으신가요?

대규모 팀 프로젝트를 못 해봤다는 아쉬움이 있어요. 최대한 사람을 모아서 연극, 전시회, 공연 등을 해봤다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제가 약간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해서(웃음). 개인적으로 하는 연구 활동도 좋지만 결과에 상관없이, 얼렁뚱땅이라도 다 같이 우르르 모여서 즐겁게 무언가를 하는 것이 학생답다고 생각해요.

앞으로의 진로 계획이 궁금합니다! 특히 공부해 보고 싶은 세부전공 분야가 있나요?

현재로서는 서울대에서 석사를 마치고 미국에서 심리학 관련 박사 학위를 따는 게 변함없는 목표입니다. 세부적으로는 상담 관련 분야에 가장 끌려요. ‘코칭 심리학’이라는 분야가 있는데, 저는 이 분야는 사람의 ‘도약’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일반적으로 상담이라고 하면 마음의 상처가 있는 사람들을 치유해주는 활동을 많이 떠올리는데, 저는 ‘상처받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상담’을 하고 싶어요. ‘앞으로 어떻게 하면 스스로를 더 발전시키며 살아갈 수 있는지’와 관련해서 연구를 진행하고, 앱도 만들어 보고 싶고 요즘은 통계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

김은지 사진김은지, 부승현

퀵메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