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곳에 오기까지
내가 내딛는 발걸음이 길이 되기를, 서양화과의 미술 사랑꾼

우리는 진로를 결정할 때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안정성, 적성, 어쩌면 성적에 맞춰서일 수도 있다.
여기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에 매진하여
꿈을 향해 달려가는 한 미대생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서양화과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서양화과는 미술대학에 속해있는 학과로, ‘서양화’라는 용어는 서녘 서, 큰 바다 양, 그림 화, 즉 서양의 그림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서양화는 보통 캔버스(천)에 유화 물감으로 그리는 활동이 주로 있고요, 그 외에 아크릴화, 수채화, 파스텔화, 연필화, 펜화 등 다양한 방식이 있습니다. 최근 작가들은 이런 틀에서 벗어나 3D 디지털 회화를 개척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시대의 발전에 따라서 사용하는 재료와 캔버스의 종류가 계속 변화합니다.
미술대학에는 정말 많은 과가 있죠. 그 많은 과 중에서 서양화과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우선 첫째로 그림이 좋아서였어요. 전 어렸을 때부터 화가가 꿈이었습니다. 어렸을 때 식당에 갈 때도 종합장과 색연필을 항상 챙겨서 다른 분들이 식사하고 계실 때 옆에서 혼자 그림을 그릴 정도였습니다. 그 정도로 전 그림을 좋아했고 제 일상이었어요. 그것이 서양화과를 선택한 한 가지 이유죠. 또 다른 이유를 계속 말씀드리자면, 전 일단 ‘색’을 좋아합니다. 색 혼합을 통해 제가 원하는 색을 만들어 내는 것을 좋아해요. 제가 원하는 색감을 이용해서 하나의 세상을 제가 원하는 모양대로 만드는 작업이 즐겁습니다.
또한 작품 자체로서 의미를 가지는 작업을 할 수 있다는 매력에 끌려 순수미술인 서양화과를 선택하게 된 것 같아요. 서양화과는 다른 사람의 요구를 충족하는 작품 활동이 아니라 순전히 제가 원하는 것을 그릴 수 있거든요. ‘저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하는 욕망도 서양화과를 선택한 중요한 이유가 되었어요. 미술 작품은 보았을 때 느껴지는 시각적인 아름다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작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의미’가 중요합니다. 상업적인 의도이든, 작가 본인의 이야기 혹은 주장이든 어떤 주제의 내용이 꼭 담기게 되죠. 서양화를 그리며 의미를 지닌 작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물감이 흘러내리고, 덩어리째 그림에 얹히어지고, 색들이 번지고 혼합되어 그라데이션이 만들어지고, 연필을 쓸 때 손과 팔의 근육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흑연의 굵기와 느낌이 달라지는 등 서양화과에서 경험할 수 있는 작업이 너무 즐겁기도 하고요.
미술대학 입시 준비와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실 수 있나요?
미술이라는 학문은 다른 학문과 다르게 답이 정해져 있는 학문이 아니에요. 미술은 자신의 답을 만들어 내는 학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미술대학 입시도 자기 생각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명확한 답을 찾아내는 훈련을 거치는 것이 아닌 본인만의 답을 만들어가는 훈련 위주이죠.
입시는 수시 기준으로 1차, 2차, 3차로 진행이 돼요. 보통 정시는 수시에서 채워지지 못한 인원만큼 이월되기 때문에 거의 100% 수시로 뽑는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제가 입학한 2020년의 경우에는 1차, 2차, 3차로 입시가 진행되었습니다. 서양화과는 1차 실기시험, 2차 생활기록부, 자소서를 포함한 서류와 작품 15점이 들어가는 포트폴리오 (제출), 3차 면접으로 구성되었습니다.
1차 실기 시험은 서울대 미대의 경우에는 정해진 시간 내에 주어진 질문 두 개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시험이었어요. ‘주어진 A4 용지를 자유롭게 변화시켜 그리시오.’, ‘하나의 의태어를 선택하여 이를 시각화하시오.’라는 문제였어요. 수능 최저를 충족하는 것은 사실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었고, 면접이 아주 어려웠습니다.
면접이 어떤 점에서 어려웠나요?
면접은 다양한 것을 물어보는 종합적인 성격이에요. 1차 실기 시험 때 제출한 작품이나, 포트폴리오에 담긴 작품에 대해서 묻기도 하지만, ‘미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도 해서 주제가 굉장히 광범위하죠. 면접을 잘 보려면 생각의 폭이 넓어야 해서 면접이 어려웠어요.
미술대학 입시도 실기 공부뿐 아니라 수능 최저도 맞춰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실기 준비와 수능 공부를 병행하기 어렵지 않으셨나요?
수능 공부 관련해서 정말 억울한 점이 많죠. 물론 최저 등급을 받는 것이 중요하지만 어떤 미대의 경우에는 수능 점수가 높을수록 좋기 때문에 수능 공부를 소홀히 할 수 없어요. 그런데 미술의 경우에는 6시간, 4시간 동안 두 작품을 그리는 식으로 시험이 이루어져요. 그 정도로 미술 공부에는 들이는 노력과 시간이 크죠. 저의 경우에는 일주일에 5일은 미술 공부에 투자해야 했어요. 수능 공부를 할 시간은 일주일에 이틀 정도밖에 없었죠. 타 대학 입시를 위해서는 최저 등급 이상으로 공부를 해야 해서 더 열심히 공부했어요. 다른 학생들의 7분의 2만큼의 시간 동안 공부해야 하니까 많이 억울했던 것 같아요. (웃음) 물론 미술 공부를 끝마치고 집에 와서 수능 공부를 하긴 했지만요.
고등학교 시절 아쉬운 부분이나 고등학교 때 이건 꼭 해보라 하는 게 있나요?
전 성격상 한 가지 일에 꽂히게 되면 죽기 직전까지 매달리는 스타일이에요.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건, 해야만 하므로 하는 일이건 어느 하나에 죽기 직전까지 매달려 보는 일을 꼭 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제가 왜 이것을 추천 하냐면, 내가 죽기 살기로 매달려 해낸 경험이 있다면, 나중에 힘든 일을 마주할 때 ‘난 이런 일도 죽기 직전까지 매달려서 노력해본 적 있는 사람이야!! 쉽게 굴복하지 말자!’는 태도를 가질 수 있게 돼요. ‘한 번 해보지’하는 도전정신과 끈기가 생기게 돼요. 고등학교 때 꼭 그런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말씀 들어보니까 고등학교 때 정말 힘든 일이 많았을 것 같아요. 그런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나요?
저에게 가장 힘들었던 것은 미술 입시죠. 미술 입시는 자신이 어느 정도 실력이 올라가면 변별력이 다소 사라져요. 미세한 차이로 일등과 꼴등이 나뉘죠. 미술 입시 준비를 하면서 꼴등과 일등을 왔다 갔다 하기도 하는 등 고생이 많았어요. 다들 잘하니까요. 그렇게 시험 결과가 변동이 있으니까 극복해야겠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그때그때의 시험에 최선을 다하려고 했어요. 이 정도 노력을 했는데 결과가 안 나오면 ‘이 길이 내 길이 아니겠지.’, ‘이 대학이 나랑 맞지 않는 것이겠지.’, ‘이 시험이 나랑 안 맞았던 거겠지.’ 하며 마인드 컨트롤을 했어요. 결과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습관을 들이며 나름 심리적인 극복을 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서양화과는 어떤 역량을 가진 학생들이 지원하면 좋을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창작이라는 활동 자체가 길이 딱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갈 수 있는 길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내딛는 발걸음 하나하나가 길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남들의 의견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갈 수 있고, 만들어 가고 싶은 사람이 왔으면 좋겠어요.
그림 실력도 중요하지만 자기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라면 노력으로 만회가 어느 정도 가능합니다. 그림 실력을 올릴 수 있는 노력과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좋을 것 같네요.
사실 역량이라는 것은 본인이 정확히 알 수 없는 것이기도 해서 그저 본인이 미술을 좋아한다면 도전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만일 실기에 자신이 없다면 나는 역량이 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필기시험을 열심히 공부해서 필기를 중요시하는 미대에 지원하세요. 본인의 역량에 맞는 미대에 지원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에요. 미술을 좋아하기만 한다면 지원할 수 있는 길이 다양하니까 무조건 도전해보세요!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 생각했던 서양화과와 입학 후 느끼는 서양화과에서의 삶이 다른 점이 있나요?
사실 저의 경우 고등학교 생활과 대학 생활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제가 예고를 나와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늘 그림을 그려왔고 대학에 와서도 수업을 들으며 그림을 그리죠. 사실 큰 차이를 느끼진 못하고 있어요. 만약 일반고에서 오신 분이라면, 대학에 와서 실기 연습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교수님과 동료들에게 자신의 작품에 대한 코멘트를 많이 받는 것이 생소하고 새롭지 않으실까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나아갈 진로에 관해서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어떤 이야기를 담던 간에 제가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그림을 계속 그릴 수 있는 화가가 되고 싶어요! 미술이라는 분야에 계속 빠져들고 싶습니다. 다만 아직은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제가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을 그릴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싶어요. 그 후에 전시회를 열고, 여러 사람과 소통하며 유명해지고 싶어요. 대학원 생활도 할 생각이 있어요. 제 진로에 대해서 참 고민이 많네요(웃음). 미술을 생계로 하는 게 어렵기도 해서 고민이 많은 것 같아요.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미술 전공자로서 현대 미술에 대한 대중의 인식에 대한 생각을 여쭙고 싶어요. 종이에 점 하나 찍어 놓고 수십억에 팔린다고 많이들 비판하고 그러잖아요. 전공자로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점 하나 찍고 비싸게 판다고(웃음). 그런 질문을 많이 들었는데, 실제로 대가들의 대작을 눈앞에서 보면 그런 말이 나올 수가 없어요. 제가 최근에 김환기 작가님의 작품을 눈앞에서 보았는데 진짜 감탄이 나오더라고요. 작품을 진지하게 얼마나 감상했느냐에 따라 작품에서 느끼는 감동이 다 달라요. 배운 만큼 보인다고 하잖아요. 결국 자신이 감상할 수 있는 깊이만큼 작품의 가치가 보여요. 현대 미술이 어렵다고 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에요. 저도 지식 면에서 미술을 아예 몰랐던 적도 있고, 지금도 그렇게 잘 아는 것은 아니니까요. 작품의 의도가 파악이 잘 안 되는 작품들도 있어요. 하지만 예술이란 결국 취향이고 감상은 본인이 보고 이해하고 느끼는 행위로 이루어져요. 미술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제가 좋은 작품에서 느끼는 감동을 대중들도 알고 향유할 수 있다면 좋겠네요. 국립 현대미술관, 서울대학교 미술관 등 좋은 작품들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많아요. 방문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미술’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이 가득한 학생의 인터뷰였다.
인터뷰하는 내내 자신이 걷는 길에 대한 높은 자신감과 자존감이 돋보였다.
본인이 내딛는 길을 새로운 길로 만들어 갈 미래가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