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곳에 오기까지
세상을 이해하는 언어를 배워요.

‘빅데이터’라는 단어가 세상에 나온 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정보는 쏟아지고, 이를 받아들이는 인간의 수용성은 한정적인 현대 사회이다. 방대한 양의 정보를 기존의 방법으로 정리하기 어려운 가운데, 수치 자료를 처리하는 데 있어서 기본적으로 통계는 든든한 뒷받침이 되어줄 것이다. 오늘 현대 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학문, 통계학 그리고 통계학과에 대해 이를 공부하기 위해 첫발을 내딛은 노현성 학우와 인터뷰를 나누어보았다. 비대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하여 다소 거리감이 느껴졌지만, 진정성만큼은 화면을 뚫고 고스란히 전달된 시간이었다.
자기소개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통계학과 20학번 노현성이라고 합니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주로 대학생활을 보냈는데 어땠나요?
고등학생 3년 동안 대학교에 대한 로망이 있었고 캠퍼스 라이프를 상상했죠. 아쉽게 그런 것은 없었고 온라인으로 한 해를 보냈습니다. 그래도 기숙사 사는 대학 친구들과 과 동기들을 간간이 만날 수 있었고 코로나가 잠잠할 때는 미팅과 여행도 해보곤 했습니다. 고등학생 시절 생각했던 것을 모두 이루진 못했지만 나름 만족했던 2020년이었습니다.
아직 많은 수업들을 들어보지는 못했겠지만, 학과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통계학은 기본적으로 사회 다양한 현상을 과학적 방법으로 분석하고 이를 이용해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을 배우는 학과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서울대 통계학과는 인근 타 대학과 다르게 자연대에 있어요. 따라서 보다 이론과 수학적 부분을 더 깊게 배운다고 생각합니다. 서울대 3,4학년에 다른 학교 석사 과정과 유사한 정도로 세세하고 이론적 부분을 많이 배우고 있다고 들어서 이론에 대한 지적 욕구를 충족시켜주기에는 독보적인 학과라고 생각을 합니다.
덧붙여 통계학과라고 하면 사회 경제적인 부분에 적용을 많이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서울대 통계학과는 거의 수학과와 유사할 정도로 수학을 많이 배웁니다. 예를 들면 선형대수, 해석개론이 있겠죠. 수학과의 개설 과목 등에서 이론적인 부분을 많이 배우고, 코딩도 많이 한답니다.
하지만 통계학과는 그래도 여러 분야와 많이 융합이 되는 편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수학과 컴퓨터공학이 필수적인 부분인데, 통계에서는 수학과 과목이나 컴퓨터공학 과목을 아무거나 들어도 전공 선택 과목으로 인정이 될 정도로 폭넓게 학습할 수 있어요. 더하여 전기 전자 등등 여러 과의 과목도 인정이 될 만큼 융합적으로 공부해나갈 수 있습니다.
전공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야구를 좋아했습니다. 조부모님도 좋아하셔서 야구장도 함께 갔던 적이 여러 번 있고요. 야구는 타 스포츠에 비해 수치 분석이 많습니다. 방어율, 타율 이런 간단한 것부터 세세한 부분을 관찰하다 보니 좋아하는 여러 선수들의 수치를 자연스럽게 분석하게 되었어요. 이를 통해 데이터에 관련해서 많이 익숙해졌고, 많이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레 통계학에 입문하게 되었네요, 미숙하게 접한 통계의 기초를, 야구를 계기로 점점 공부하다보니 수학 공부도 좋아하게 되었고, 이 공부를 하면 적성에 맞을 것 같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부산의 평준화 일반고를 나왔어요. 처음에는 자사고로 입학했는데, 거리와 수업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전학을 와서 졸업했어요. 처음 1학년 때는 열심히 해보자, 전학 온 만큼 서울대 지균을 받아보자, 도전해보자는 마인드가 있었어요. 1학년 때는 쉬는 시간, 점심시간에도 공부하는 등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거의 1등급을 받을 수 있었어요. 그런데 2학년 겨울 즈음부터 다소 방황하기도 했어요. 2학년 1학기까지는 관성이 있으니 성적을 유지했지만, 2학기 때에는 그동안 너무 공부에만 매달린 것 같아서 후유증 같은 번아웃이 잠시 왔습니다. 그리고는 2학년 2학기 중간고사를 많이 망쳤죠. 그런데도 기말고사 때, 성적이 하락한 것에 위기감이 들지는 않았어요. 꼭 1등급을 받는 것보다 적당히 좋은 대학을 가면 된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죠, 하지만 주위에 다른 친구들에게 동기 부여를 얻고, 타고난 승부욕이 있어서 억지로라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공부를 포기하기에는 아깝다.’ 그래서 2학년 2학기 때는 자의로 타의로 열심히 공부해 복구했답니다.
이후 3학년 때는 생활의 균형을 찾았어요. 이 시기에는 쉬엄쉬엄, 하지만 꾸준꾸준이라는 말을 붙이고 싶어요. 학교 끝나고 게임도 가끔 하고, 집 가서 잠에 들고, 엄청 열심히는 아니지만 규칙적으로 하면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어요.
중간에 번아웃이 왔는데, 어떻게 극복했나요?
좋아하는 친구들이 몇 명 있었어요. 좋게 봐오던 친구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들이라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었어요. 저 친구도 열심히 하는데, 나도 열심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임과 수면도 틈틈이 하고요.
고등학교 때 읽었던 인상적인 책이 있다면?
‘시인 동주’라는 책을 가장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윤동주 시인의 삶을 보며 사람이 이렇게 순수하고, 열정 있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내용을 보면 그의 인생에서 좌절할 만한 모습이 많아요. 시인인데, 일제에 부당함을 느끼고 찬양하는 시를 보고 절필할 뻔한 적이 있던 것처럼 말이죠, 그렇지만 자신의 마음을 노래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시를 시작하고, 순수와 열정이 잘 드러나 더 인상 깊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소설이라 온전히 사실은 아니지만, 이 책을 통해 힘든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굳건히 이 생활을 견뎌서 세상 이익을 떠나 순수하고 열정적인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답니다. 입시를 준비하는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했고요.
고등 재학 중 기억에 남는 활동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고등학교 2학년 때 한 동아리 활동입니다. 야구에 보면 해당 선수가 대체선수에 대비해 승수에 관여하는 war이라는 수치가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을 했어요.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수치를 만들자는 목적이 있었죠. 3개년치 정도 야구 선수 데이터를 많은 공식 사이트 등에서 모은 후, 직접 통계학 공부도 하고, 야구 분야라는 점을 고려해 선수가 승리에 기여하는 지를 알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물론 통계학 부분이 고등학생 치고는 깊게 들어가서 학교 선생님들과 원활한 피드백이 오가기 어려웠지만, 동아리 발표 때 야구를 좋아하시던 교장 선생님께서 학교에 훌륭한 인재들이 많다고 격려해주신 것이 기억에 남아요. 그래도 스스로 냉철하게 평가를 해보면, 통계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꽤 많아서 보완해야 해요. 현실 적용 가능하다기보다는, 이런 모델을 통해 수치를 적용하고 데이터 등록과 분석하는 것으로 통계학에 한발 다가가는 기회를 가져본 좋은 경험으로 생각합니다. 기회가 되면 나중에 졸업할 때나 논문, 연구 등에 이 습작을 보완해보고 싶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학업 역량이라고 볼 수 있을 텐데요, 나만의 공부법이 궁금합니다.
내신 성적과 관련해 기본적으로는 말씀을 드리면, 학교에서 어떤 교과를 배우면 끝나자마자 쉬는 시간에 1분 정도 훑어보고 정리했습니다. 공부라기 보단 이런 걸 배우고 기억해야겠구나 정도. 그리고 그날 배운 것을 야간자율학습시간에 전부 정리해 노트를 만들었어요. 두 번 복습을 한 셈이죠. 일요일에는 공부를 따로 하지는 않았고요.
덧붙여 벼락치기에 대해서 안 좋은 인식이 있는데, 준비된 벼락치기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시험 치르는 전날에 처음부터 끝까지 전 범위를 다 볼 정도로요. 그리고 잠도 중요하기에 밤새워서 공부하는 것이 옳지 않은 것 같아요. 저는 12시 반이나 1시에 자서 7시 정도에 일어났어요.
통계니까 수학 이야기도 좀 해볼게요. 문제집 여러 권보다는 한 권 여러 번 푸는 것이 중요해요. 특정 교재를 사면, 3번 이상 풀었고, 문제지에는 답을 적거나 풀지 않았어요. 그리고 수학은 아마 계산 실수가 많이 나올 텐데, 그런 부분들은 실수 노트를 만들어서 적으면 좋아요. 2+3을 4라고 틀리는 어이없는 실수도 굳이 5라고 적어 두었어요. 당연한데 왜 적냐 싶을 수 있겠지만, 이런 것이 모여서 큰 실수가 되기도 해요. 수학 시험 볼 때는 보기 전에 적어둔 실수를 훑어보며 이런 실수만 하지 말자 다짐했어요.
고등학교 시절 아쉬운 부분으로 한 번만 돌아갈 수 있다면?
고등학생 때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1학년 때 다양한 관계를 유지하지 않았던 게 조금 아쉽습니다. 친한 친구들과만 놀았던 것 같아요. 다른 아이들과 불편한 것은 아니지만 또래 학생들이 많이 구축하는 관계들을 경험하지는 않았어요. 2학년 때 사람들과의 관계를 한꺼번에 접하다 보니 방황기에 흔들린 것 같아요. 만약 고등학생 시절로 돌아가면 대학 진학도 좋지만 주위 친구들이나 그 나이 대 소중한 경험들을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진로에 대해 고민하거나 흔들린 적이 있나요?
중3 때, 고등학교 진학 당시 진로 고민을 조금 했었어요. 고입 당시 저는 다양한 부분에 관심이 많아서 지원 막바지까지 자사고와 국제고 고민을 많이 했었죠. 그리고 결정적으로 문/이과 진학 고민을 많이 했다가, 결국 이과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만난 선생님께서도 문과보다는 이과 성향이 맞다고 말씀해주셨고요. 주된 고려 지점은 다른 대학교는 통계학과가 문과에 있다는 거예요. 이과를 갈지, 문과를 가서 많은 대학에 도전을 해 볼지 고민을 좀 했죠. 저는 열심히 해온 만큼 앞으로도 잘 할 수 있을 것이고, 이과로 가서도 문과로 교차지원 할 수 있기 때문에 이과를 골라 통계학과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생각했던 통계학과와 대학에 진학해서 경험한 통계학과에 차이가 있나요?
생각했던 통계학은 유사해요. 기초 수준의 방법론 같은 것을 맛보기로 접하고 와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그리고 코딩을 하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생각보다 훨씬 중요하고 코딩이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어요.
이 글을 읽는 수험생들은 어떤 공부를 하고 오면 좋을까요?
수능에서는 기하와 미적분학 선택인데, 미적분 선택을 추천합니다. 물론 둘 다 잘한다는 전제에서 미적분학이겠죠. 대학 신입생 때 미적분학 1,2를 배우는데 고등학교 미적이 잘 되어있지 않으면 어렵습니다. 이를 고려하면 수능 때 미적분학을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네요. 그리고 코딩은 다른 계기로 알고 있으면 좋기는 한데, 대학 와서 열심히 해도 좋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나에게 통계학이란?
세상을 이해하는 언어이지 않나 싶습니다. 통계학은 정말 흔히 우주의 언어가 있다면 이는 수학이라고 한다. 우리 인간이 만들어 놓은 사회에서 과거를 정리하고 미래를 예측하고 현 상황을 분석하기에 통계는 어느 분야에서나 많이 쓰이고, 이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도록 해주기에 이렇게 이름 붙이고 싶습니다.
혹자는 통계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우리 일상에서 통계는 떼려야 뗄 수 없을 만큼 삶에 녹아 들어 있고, 자료를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는가는 개인의 분별 능력에 달린 것이기에 마냥 비판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통계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하여 보다 높은 해상도로 사회를 접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는 세상을 이해하게 해주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비선형적인 정보의 유용성을 올려주는 통계로, 노현성 학우가 야구를 자신만의 언어로 접했던 것처럼 스스로는 물론 사회 현상을 통계로 접하는 다수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는 학업을 지속해나가기를 응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