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곳에 오기까지
수시도 재수가 된다고? “keep going”

대학에서 만나볼 수 있는 사람 중 새내기만큼 파릇파릇한 사람들이 있을까.
갓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새로운 환경에서 들뜬 마음으로 생활하는 그들은 새싹과 같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다시 새내기가 된 것 같은 마음이 들게 한다.
그런데, 본인이 파릇파릇하지 않다고 말하는 새내기가 있었는데, 갓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년 동안의 입시과정을 한 번 더 거친 재수 입학생이었다.
여전히 파릇파릇하지만 좀 더 짙은 색을 띄는 새싹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사회교육과 19학번, 성영민입니다.
타 대학에 진학했다가 수시 일반전형으로 반수를 해서 19학번으로 들어오게 되었어요.
왜 반수를 결심하게 되셨나요?
경영학과에 입학해서 경영학을 위한 필수 교양으로 경제학개론, 통계학입문 등의 과목을 들어야 했어요. 듣다보니 제 적성에 맞지 않기도 하고, 고교시절의 목표가 서울대학교였기 때문에 반수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두 번 해보셨는데, 어떠셨나요?
자기소개서는 현역 때와 반수 때 비슷했었는데, 면접은 현역 때 너무 긴장을 했어요. 당시에는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써서 수학 면접이 있었는데, 수학문제를 못 풀어서 떨어졌어요. 이번에는 돌아갈 학교가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맘 편하게 봤고 덕분에 잘해낸 것 같아요.
면접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면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실제상황과 같이 아니면 더 긴장감 있게 면접을 준비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문제의 질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면접 상황에 적응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아요.
다시 입학을 준비할 정도인 서울대학교의 장점을 들어볼까요?
아무래도 학교가 전국에서 제일 크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시설이 많아요. 국내 모든 도서관 중에서 2위, 전국 대학 도서관 중에서 제일 큰 규모로 공부하기에 정말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해요.
주변에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있다는 점도 꼽을 수 있겠네요. 주변 학생들이 우수하다보니, 교류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요. 최근에는 동아리 선배랑 밥약을 하고 있었는데, 고학번 선배님이셔서 대학생활에서 겪었던 일들을 이야기 해주셨어요. 덕분에 어떤 식으로 대학생활을 해야 할 지나 교외활동에 대한 도움 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어요.
앞으로 하고 싶은 활동이 있나요?
지금 준비 중인 것은 교환학생이에요. 외국의 문화를 체험하고, 외국인과 교류해보고 싶어서 영어성적을 준비하고 있어요. 대학은 아직 안정했는데, LA로 가고 싶어요. 제가 스포츠를 좋아해서, 야구도 좋아하고 농구도 좋아하는데 거기가 유명하더라구요. 그 자유롭고 활기찬 분위기를 경험해보고 싶어요.
어떤 스포츠를 즐기세요?
농구를 가장 좋아해요. 중학교 때 사춘기가 온다고 하잖아요. 근데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풀다보니 딱히 사춘기스러운 게 없었어요. 모든 운동이 그렇겠지만, 땀 한번 흠뻑 흘리고 나면, 정신도 환기되고 스트레스도 풀리는 게 좋아요. 또 축구나 야구와 같은 운동과 달리 농구는 서로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팀플레이라서 좋아요. ‘스크린’이라는 게 있는데, 팀원이 슛을 넣을 수 있게 길을 터주는 역할을 하는 거예요.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팀워크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그리고 축구나 야구는 득점이 잘 안 나오는데, 농구는 코트전환이 빠르고, 득점이 빠르게 이루어져서 더 긴박감이나 역동적인 맛이 있는 것 같아요. 학교에 입학한 후에는 사범대 농구동아리 세바에서 활동 중이에요.
사회교육과로 진학하셨는데, 고등학교 때부터 사회에 관심이 있으셨나요?
네, 사실 원래는 사회를 좋아했어요. 학교 수업 중에 사회문화 과목을 좋아했는데, 학교에서 선생님과 소수의 학생들이 모여서 <현대사회학>이라는 책을 같이 읽고 토론하는 강의를 따로 신청해서 듣기도 했어요. 선생님께서 좋으신 분이라 수업이 좋기도 했지만, 토론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어요. 토론을 하다 보니 말하는 것에 자신이 생기는 것 같아요. 논리적으로 말하는 연습이 이루어지고, 이런 것들이 밑바탕이 되어서 면접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생활에서 공부 이외에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요?
일탈이요? (웃음) 고3 때 슬럼프가 왔어요. 내신을 열심히 준비하던 타입이라 정말 열심히 공부했어요. 1, 2학년 때 열심히 달렸더니 힘이 부치더라구요. 또 3학년이 되면 새로운 것을 배우면서 쌓아간다기 보다 배운 것을 기반으로 훈련하는 느낌이 들어서 공부에 허무함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외식데이 같은 걸 정했어요. 매일 급식을 먹는데, 친구들과 하루 정도 모여서 외식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었어요. 평소에는 외식하는 날만을 기다리면서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되더라구요.
저는 맛있는 게 좋았지만, 무엇이든 본인에게 휴식을 주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다만, 컴퓨터 게임은 추천하지 않아요. 게임은 뇌에도 안 좋고 집중력에도 방해되기 쉬운 것 같아서요. 근데 또 자기가 잘 통제할 수 있으면 게임이어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네요. 게임 많이 하는 친구들 중에서도 공부도 잘하는 친구도 있으니까. 다만 합리화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외식데이나 게임데이도 내가 열심히 한 대가로 받는 보상의 느낌이어야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이거만 하고 공부해야지 하면서 보상을 당겨쓰면 안 됩니다. 빚이죠.
원하는 대학에 입학한 소감을 들려주세요.
입학했을 때 가족들이 자랑스러워해 주셨어요. 열심히 한 고등학교 생활이 보상받는 느낌이었어요.
입학 전에는 서울대학교에서의 수업을 굉장히 기대했어요. 서울대학교 수업은 좀 다르지 않을까하는 마음? 그런데 정말로 처음에 들었던 수업이 좋아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이게 서울대 수업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교수님께서 질문을 던지시면 사람들이 답을 하는 소크라테스식 강의가 이루어졌는데, 양질의 문답이 오가는 과정을 통해서 교수님뿐 아니라 학생들한테도 얻는 게 많은 것 같아요. 물론 교수님의 역할이 크셨겠죠? 좋은 질문과 답을 잘 유도해주셨거든요.
입학 후에 가장 즐거운 일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예상과 다른 일도 있었을 것 같아요.
샤인 활동이 가장 즐거운 것 같아요. 샤인은 서울대학교 홍보대사에요. 주로 하는 업무는 학교 견학 진행이에요. 한 달에 한 번 정도 신청을 받아 문화관에서 정기 견학을 진행해요. 타 대학 홍보대사와 교류행사도 하는 등의 활동도 있어요. 샤인 활동을 통해 제 자신감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견학 때 학생들로부터 덕분에 서울대 오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 뿌듯해요.
새내기로서 느끼는 장점이 있나요?
대학에서 새로운 사람과 만나고 이야기하는 것들이 고등학교 때보다 훨씬 많은 것을 담고 있는 것 같아요. 일단 대학생이다 보니 어떤 자신감과 에너지가 있어요. 그리고 새내기라는 말처럼 모든 게 다 새롭고 다 처음이라 뭘 해도 더 즐거운 것 같아요. MT나 OT, 새내기배움터 등 놀 자리도 엄청 많고. 고등학교 후배들을 만나면 매번 대학에 와서 상상이상으로 놀 테니 조금만 더 참고 열심히 해보라고 해요. 제대로 놀 수 있으니까. (웃음)
왜 대학에 오고나면 공부를 덜 하게 되는 걸까요?
그러게요. (웃음) 고등학교 때처럼만 하면 될 것 같은데 그게 어렵네요. 저도 요즘은 교환학생을 준비하는데, 토플 공부가 잘 안돼요. 글이 눈에 잘 안 들어오는 느낌이랄까. 아무래도 자유가 주어지고서부터 핸드폰을 끼고 살다보니, 책을 잘 안 펼치게 되네요. 자극적인 삶을 좀 피할 필요가 있어요. 가만히 앉아서 공부해야 하는데, 놀다가 가만히 앉는 건 힘든 것 같아요. 관성이 있잖아요.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토가 있다면?
아직 다 못 읽은 책이 있는데, 중학교 때 아버지가 주셨어요. 제목이 keep going인데, 그래도 계속 가라라는 책이에요. 삶에서 기쁜 일도 있고 슬픈 일도 있을 텐데 그럼에도 계속 해내라는 이야기에요. 계속 까먹어서 처음부터 다시 읽느라 다시 중간인데, 그래도 계속 읽고 있습니다. (웃음) 책도 다 안 읽었지만 그 문장 자체가 의미를 많이 주는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도 많이 새기면서 공부했어요.
고등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부탁드릴게요.
제 동생이 고2인데, 공부 얘기하면 싫어하더라고요. 하지 말라고 알아서 한다고. 근데 말해줄 수밖에 없어요. (웃음) 사실 하라 그러면 더 안하고 싶잖아요. 자기가 알아서 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근데 그런 건 생각했으면 좋겠는데 “~ 때문에 한다.”라고 생각하지 말고 스스로를 위해서 공부했으면 좋겠어요. 다 걸고 공부해보는 경험은 고등학교 때만 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고 그런 환경이 구성되어 있잖아요. 다 걸고 무언가를 쏟아 붓는 경험을 해보면, 하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완전히 목표를 이루지 않더라도, 안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해요. 일단 해보세요.
여느 새내기와는 달리 인생 2회차인 것만 같은 성영민 학생 덕분에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Keep going“ 그가 새겨둔 말처럼
멈춰있는 책이라도 한 번 더 읽고, 멈춰있는 시간표라도 자투리 시간을 찾아내는
끊임없는 노력이 있다면 무엇이라도 결실을 맺을 수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