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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곳에 오기까지

아직은 우왕좌왕하지만, 저만의 방향성을 찾고 싶어요!

고세진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
인터뷰 사진

신문이나 뉴스를 보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기사가 정치기사이다.
그러나 정치의 세계는 선뜻 이해되지 않을 때가 많다.
정치외교학부 학생은 정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그가 가진 사회에 대한 포부는 무엇일까?
약속 당일, 스터디룸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새내기에게는 어딘가 당찬 느낌이 있었다.
정치외교학부 고세진 학생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정치외교학부 19학번 고세진이라고 합니다. 외교관을 꿈꾸며 정치외교학부에 입학하게 되었어요. 고등학생 때 ‘아로리’를 읽으면서 꿈을 키웠는데, 이렇게 목표를 이루고 인터뷰까지 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정치외교학부는 무엇을 배우는 곳인가요?

정치외교학은 정치로 사회를 보는 힘을 기르는 학문이라고 생각해요. 외교도 국제적인 관점에서의 정치라고 생각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정치’라는 개념을 폭넓게 배우는 곳인 것 같아요. 저희 학과 선배나 동기들을 보면, 각자의 신념이나 정치적 견해들을 가지고 있어요. 그들을 보면서 느끼는 게 많고, 저는 어떤 걸 지향할지 고민하게 돼요.

전공이 두 개로 나뉘는 것으로 아는데, 본인은 정치학전공과 외교학전공 중에 무엇을 전공하고 싶은가요?

사실 외교관을 하고 싶어서 정치외교학부에 입학했지만, 지금은 예전만큼 확고한 꿈은 아닌 것 같아요. 무엇을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3학년 때 전공이 나뉘는데, 전공 수업들을 더 들어보고 천천히 결정하고 싶어요.

전공 수업은 많이 들어보았나요?

아직 한 개밖에 안 들었어요. 들었던 수업은 전공필수인 <정치학원론>이에요. <정치학원론>에서는 정치를 구성하는 요소들에 대해 배워요. 정당, 정치・경제, 그리고 민주주의의 개념 이런 것들을 배우게 돼요. 처음에 배울 때는 제가 생각했던 거랑 달라서 잘 안 맞았어요. (웃음) 전공에 대한 회의감마저 들었는데, 다른 교양 수업들을 들을 때 그 수업에서 배웠던 것들이 계속 활용되는 거예요! ‘조금 더 열심히 들을 걸….’ 후회도 되면서 전공에 더 관심 가지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전공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외교관이라는 꿈은 초등학교 때부터 생겼어요. 외교관이라는 직업이 되게 멋있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잖아요. 당시에는 UN 사무총장에 반기문 총장님께서 계시던 때였는데, 그분을 보면서 동기 부여를 받은 것 같아요. 그런데 고등학교에 올라와서 과연 외교관이라는 꿈이 진정한 내 꿈인지 고민을 하게 되었어요.

상당히 깊은 고민을 했을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외교학부에 진학하려고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고등학생 때 논문 읽기 활동을 했어요. 교내 대회를 준비한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그를 기회로 논문을 많이 읽게 되었어요. 그중에 ‘기후변화와 공적개발원조(ODA)’라는 다자 외교에 대한 논문을 읽었는데, 셋 이상의 국가가 참여하는 형태를 다자 외교라고 하거든요. 처음에는 다자 안보 체계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나중에는 범위를 넓혀서 인권과 환경 문제에도 관심이 생겼어요. 이 문제들을 다자 외교와 연결지어 해결해보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다가 국제 원조를 공부해보고 싶었고요. 많은 선진국이 어떻게 개발도상국에 건전한 원조를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 같아요.

그 논문은 스스로 찾아 읽은 건가요, 아니면 누구의 추천을 받아 알게 된 건가요?

경제경영 동아리 활동을 했었는데, 동아리를 담당해주시던 선생님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경제나 경영에 관심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정치와 경제는 떼려고 해도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알았어요. 외교와 관련된 활동은 거의 하지 않았지만, 모의 주식도 해봤고 학교 축제에서는 저희 스스로 시장을 열어서 판매 활동도 해봤어요. 해외직구(직접구매)를 하는 과정에 무역과 관련된 요소들을 생각하면서, 무역과 판매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인 내용을 도입하는 과정을 경험했어요.

요즘 관심 있는 분야는 무엇인가요?

요즘에는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아요. 제가 겨울방학 때 ‘국회기후변화포럼’이라는 대외활동을 하게 되었는데, 채식에 대한 강연을 들은 적이 있어요. 연사분이 채식하시고 나서 피부가 좋아지신 것도 흥미로웠지만, 모든 사람이 일주일에 한 번씩만 채식하면 탄소 발생량을 엄청 많이 감축할 수 있다는 것을 듣고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채식 활동 중에 ‘고기 없는 월요일’이라는 것도 있어요. 일주일에 한 번 채식해볼 기회이니까 여러분도 참여해봤으면 좋겠어요. (웃음)

그럼 본인은 지금 채식을 실천하고 있나요?

참여하려고 노력하는데 꽤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서울대는 채식하기에 비교적 수월한 환경인 것 같아요. 예를 들면, 교내에 채식 뷔페도 있고 학생회관 식당에서 고기 없는 식사가 제공될 때도 있고요. 할 수 있다면 최대한 채식에 가까운 식단을 섭취하려고 해요.

입학 전과 후 학부나 전공을 바라보는 시선에 차이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입학하기 전에는 과 이름만 보고 ‘정치외교는 나한테 딱 맞는 분야지!’라고 생각했는데, 들어오고 나서 주위를 봤더니 생각했던 것보다 깊이 알고 있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그런 친구들을 보며 느낀 점들이 많아요. 단순히 열정만 가지고 있어서는 안 되더라고요. 자신만의 신념이나 정치적 생각을 가지는 것이 대단하다고 느끼게 되었는데, 저는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서 제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이 꺼려지거든요. 그런데 친구들은 자신의 주관에 근거해서 의견을 개진하는 것을 보며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단순히 정치외교학을 학문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에 적용하는 대상으로 보는 시각을 바꾸면서 제가 생각해왔던 것과 사뭇 다름을 느꼈어요.

학생사회 활동을 활발히 하는 것으로 아는데요.
앞서 말씀하셨던 ‘정치는 삶에 적용하는 대상’이라는 생각을 실천하시는 건가요?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된 계기에 학생회 활동이 포함되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학생회가 외향적인 사람들만 하는 단체라고 생각했거든요. 우연히 총학생회 인권안전국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거기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장애 학생 인권 관련된 일을 하면서 장애 학생 간담회도 주최했었어요. 그분들이 실생활에서 겪는 불편함을 하나하나 알 수 있었고, 또 그런 것들을 해결하면서 뿌듯함을 느꼈어요. 이전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계단이나 진입하기 어려워 보이는 가게 입구에 눈길도 주게 되고 사회를 보는 시각도 달라졌고요.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기 때문에 학생회 활동을 하기보다는 원래 사회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학생회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본인이 내리는 정치의 정의는 무엇인가요?

우리의 삶 자체가 정치라고 생각해요. ‘넓은 의미에서의 정치’ 개념을 고등학교에서도 배웠던 기억이 있는데, 학생회 내에서도 정치가 일어나고 메뉴 하나를 고르기 위해서 눈치를 보는 것도 어떤 관점에서는 정치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의사결정 과정들이 모두 정치인 것 같아요.

그동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왔을 텐데, 혹시 새롭게 알게 됐거나 느낀 점들이 있다면?

아직 대학생이지만 생각보다 할 수 있는 게 많다는 걸 느꼈어요. 대외활동에서 뵙게 된 분이 채식을 실천하고 계셨는데, 알고 보니 동물의 생존권을 다루는 다큐멘터리의 감독도 맡고 계시더라고요. 그분도 저와 마찬가지로 대학생이셨거든요. 그걸 보면서 상당히 충격을 받았고,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대학에 들어오면 인간관계의 폭이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것보다 엄청 넓어지잖아요? 사람들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생산성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해요. 그리고 저희 학과가 정치외교학부이다 보니 정치와 관련된 이야기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어요. (웃음) 다른 곳에서 정치를 이야기하면 불편할 것도 많다거나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핀잔을 듣게 되잖아요. 여기서는 일상 속에 정치 이야기가 꽤 많이 스며들어 있어요. 거기서 기쁨을 느끼는 것 같아요.

정치외교학부를 전공하려면 어떤 자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끈기가 가장 중요하지 않나 싶어요. 저는 아직 전공을 많이 들어보지 않았지만, 선배들을 보면 읽어야 할 자료가 정말 많거든요. 200페이지 분량의 책을 일주일 만에 읽어야 할 때도 있어요. 방대한 자료를 끝까지, 꼼꼼하게 읽어낼 수 있는 끈기가 필요해 보여요. 또, 논리에 기반을 둬서 얘기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들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하겠죠?

자신의 대학 1학년 생활은 어땠나요?

우당탕탕? 이 말이 잘 표현하는 것 같아요. 제가 아이돌을 정말 좋아해서 서울에 살면서 콘서트에 쉽게 갈 수 있다는 게 좋았고, 한편으로는 수업에 빠지는 것처럼 지금까지는 생각해보기 어려웠던 자유로움이나 학생사회 활동같이 다양한 경험을 누리면서 온갖 감정이 교차하는 듯했어요.

대외활동 외에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동아리 활동이 떠오르네요. 학교 외부에서 독서 동아리 하나를 하고 있고, 교내 산악부에도 가입해 있어요. 처음에는 학교 안에 스포츠 클라이밍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입부했어요. 사실 활발히 활동하지는 않지만, 산악부는 추천할 만한 동아리예요. 원래 클라이밍을 하려면 1회당 2만 원 정도를 내야 하는데, 교내에 클라이밍하는 곳이 있어 비용도 많이 들지 않아요. 장비도 다양하고요. 그리고 주기적으로 등산을 해요. 야영장을 가거나 주말이면 서울 시내에 있는 산들을 오르기도 하는데 좋은 경험으로 남는 것 같아요. 저는 마음을 먹고 설악산을 다녀왔는데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원래 저는 한 번에 많이 올라가고 오래 쉬는 것을 선호했는데, 막상 올라갈 때는 꾸준히 올라가고 자주 쉬어주는 게 도움이 됐어요. 등산하면서 인생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고,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큰 힘을 줘요.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교내의 ‘그린리더십’이란 프로그램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이 프로그램은 환경 관련 과목을 일정 학점 이상 수강하면 인턴십의 기회를 제공해주는 제도예요. 프로그램을 이수하셨던 분께 이야기를 들었는데, 인턴십 경험이 다른 곳에 지원할 때 상당히 유리한 경력으로 작용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코이카(KOICA)에서 해외 파견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것도 한번 해보고 싶어요.

그런데 요즘 들어서 계획을 세우는 것이 크게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요. 내일 당장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거잖아요. 방향성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내가 어떤 삶을 지향할 것인지, 무슨 목표를 가지고 살아갈 것인지. 방향성을 가지고 있으면 흔들릴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선택의 갈림길에서 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앞으로의 길에 학교나 학과가 어떻게 기억되었으면 좋을 것 같나요?

보통 기대하는 답변과는 다르게 그저 인생의 한순간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나도 서울대 나온 사람이야.”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잖아요. 서울대라는 타이틀에 의미를 부여하거나 하나의 업적처럼 과시하지 않고 싶어요. 오히려 제가 할 수많은 경험 중의 하나일 뿐이라며 치부하고 싶기도 해요. 제 인생의 다른 부분이 더 빛나서 서울대라는 이름은 보이지 않을 수 있을 정도로.

이런 생각도 입학하고 나서 달라진 것인가요?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요. 학교 내에서는 서울대를 다닌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지 않지만, 밖에서는 아주 크게 작용할 때가 많잖아요. 그래서 입시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게, 이 학교만을 목표로 삼고 공부하지 않았으면 해요. 어차피 입학하고 나서도 계속 경쟁을 해야 하잖아요. 아까 말했던 것처럼 방향성을 잡았으면 좋겠어요. 어릴 때부터 꿈을 정하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지만 어떤 사람이 되겠다는 방향성은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서울대가 목표가 아니라 그 이후까지 넓게 보며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너무 단기적으로 생각하다 보면 허탈감을 쉽게 느끼는 것 같더라고요.

정치외교학부를 한 단어로 표현해본다면?

‘치열함’. 입학하기까지의 치열함은 물론, 학점 관리와 함께 다들 열심히 하는 분위기가 있어 그에 따라 저도 계속 노력하게 돼요. 저는 정치외교학이라는 학문이 단순히 학문에 그치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든요. 적용할 때 의미가 있기 때문에, 더 치열하게 배워서 자신의 경험으로 만들고 실무에서 활용해야 큰 강점이 된다고 생각해요.

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생들에게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이런 말을 해도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쫄지 마라? (웃음) 되게 두려운 순간들이 많잖아요. 예를 들면, 전형을 정할 때나 수능 시험장에서 긴장이 되기도 하고. 그런데 지나고 보면 내가 그때 왜 그렇게 두려워했는지 의문이 들어요. 가끔 고등학생으로 돌아가는 상상을 하거든요. 그때의 나에게 두려워하지 말고 그 순간을 즐기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인터뷰 사진
글·사진전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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