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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곳에 오기까지

‘지리학과’라는 이름의 사탕 가게

장주은 사회과학대학 지리학과
임혜연 사회과학대학 지리학과
인터뷰 사진
[문제]
다음 [보기]에서 지리학과의 전공교과목으로 옳은 것만을 모두 고르시오.
[보기]
산업입지와 정책, 자원론, 토지주택론, 환경재해와 사회, 기후학과 실험, 환경보전론, 위성영상정보의 이해와 활용, 개발도상국 발전문제
[해설]
두둥! 모두 평등한 지리학과의 전공교과목입니다.

다양한 분야가 모인 자신의 학과가 ‘사탕 가게’ 같다는 오늘의 신입생 친구들, 지리학과 임혜연, 장주은 학생을 만나보았다.

지리학과를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혜연  지리학이라는 학문은 다양한 정의가 있는데요. 간단하게 말하자면, 사람과 자연, 특히 사람과 땅이 어떻게 상호작용 하는지를 배우는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은  지표상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인간활동에 대해서 공부하고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리학과로 진학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어떤 분께서 먼저 답변하시겠어요?

주은  혜연 씨부터요!

혜연  정말 배려심이 깊으세요. (웃음) 저는 원래 사회에 관심이 많아서, 사회과학대학에 있는 과를 와야겠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래서 고2 때까지는 사회학과나 사회복지학과, 이런 식으로 진로를 대강 잡아놓고 고3 때 확장해야겠다고 계획했었는데요. 그런데 고등학교 3학년이 되자 제가 지리올림피아드를 나갈 일이 있었어요. 운이 좋아서 입상하게 되고, 친구의 권유로 지리동아리를 같이 하게 되면서 지리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활동들을 하면서 지리학이 사회문제 해결에 중요한 학문이라는 것을 깨달아 지리학과로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우리나라 국토불균형 문제에 굉장히 관심이 많은데요. 이게 지리적인 관점이 없으면 해결이 안 되는 문제거든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지리학과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주은  저는 중학교 때 필리핀으로 봉사활동을 간 적이 있었어요. 거기에 ‘스모킹 마운틴’이라는, 쓰레기가 집적된 마을이 있거든요. 어린 아이들이 쓰레기 더미에서 먹을 걸 찾고, 쓰레기를 파는 모습을 보며 ‘개발도상국에 있는 어린 아이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어요.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모의 UN 동아리를 들어갔는데, 그곳에서 국제적인 이슈, 예를 들면 개발도상국 개발이라든지 난민 어린이 교육 등 이런 분야에 대해 내가 굉장히 관심이 많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고등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께 “난민 어린이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선생님께서 지리 선생님이시긴 했는데 (웃음) 이민자 지리, 정치 지리 등 이런 분야를 공부하면 많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지리학과에 가는 게 좋겠다고 권유하셔서 오게 되었습니다.

지리학과 전공 수업을 들어보셨나요? 전공 수업은 어떤 느낌이었나요?

주은  ‘지리학입문’, ‘북한지역연구특강’이라는 두 수업을 들었어요. 사실 지리학입문은 저희 둘이 함께 듣고 있어요. 입문 수업이면 자연지리, 인문지리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강사님께서 역사지리에 초점을 맞춰서 가르쳐주세요. 그래서 역사지리가 무엇인지를 정말 제대로 맛보고 있어요.
‘북한지역연구특강’은 전공 수업 중에 유일한 S/U(Satisfied or Unsatisfied) 수업이라, 많은 분들이 꼭 들어야 한다고 조언해주세요. (웃음) 매 수업마다 새로운 북한 관련 전문가 분들께서 오셔서 특강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되거든요.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어요. 개성공단에서 실제 일하고 계신 분들의 이야기도 들은 적 있고, 북한 관광산업에 대해서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도 들어봤어요. 북한과 남한이 앞으로 교류 협력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지리적인 시각으로 볼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수업이었어요.

혜연 씨께서도 지리학입문을 듣고 계시는데요. 소감이 어떠세요?

혜연  저도 주은이랑 비슷하고요. 이번 학기는 강사님께서 역사지리학 중에서도 한양도성에 초점을 두고 계시기 때문에, 도성 내 지역에 답사를 가는 경험도 굉장히 많았어요. 최근에는 2주에 한 번씩 답사를 가고 있는데, 그래서 수업이 실질적이라는 느낌이 많이 들어요. 수업이 이론에 갇혀 있는 게 아니라 정말 현실로 뛰어든다는 느낌이 들어요, 한양도성을 그냥 지나치면 모르지만, 실제로 배우니까 보니까 아는 것도 많아지고 느낌이 달라요. 또 어떤 지명들이 어떻게 유래되었는지, 가령 김포공항은 서울에 있는데 왜 김포공항이라 불리는지, 이런 흥미로운 사실들을 배울 수 있어서 굉장히 재미있는 수업이라 생각합니다.

지리학과가 답사가 많다는 이야기는 들어봤는데요.
실제로 답사의 비중이 얼마나 큰지, 답사에 대한 느낌은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혜연  지리학과는 공식적인 답사가 일 년에 두 번 있는데요. 1학기에는 국내 답사를 2박3일로 다녀오고, 2학기에는 해외답사를 3박4일에서 4박5일 정도로 다녀오는데, 두 답사가 공식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교수님 두 분께서 인솔하시기 때문이에요. 교수님 두 분과 대학원생 분들께서 인솔을 해주시고, 특히 해외답사는 ‘글로벌지역연구방법론’이라는 수업의 일환이어서 전공 1학점이 인정됩니다. 그 정도로 답사의 비중이 커요. 또 지리학과가 안 그래도 소수과인데, 답사 안에 조별답사가 또 있거든요. 본격적으로 답사를 가기 전에 조별로 어떤 것을 연구할지에 대한 계획서를 내고 발표하는 시간을 먼저 가져요. 실제로 답사 중간에 조별답사 시간을 주고요. 국내답사는 두 번째 밤, 해외답사는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밤에 답사 내용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지거든요. 답사가 학술적인 면도 있고, 조원들끼리 친목도 다질 수 있어서 학생들에겐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주연 씨께서는 답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주은  아까도 말씀해주셨다시피 답사의 가장 좋은 점은, 답사에서 다양한 대학원생 선배님들과 교수님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거에요. 평소라면 만나지 못할 사람들을 만나 친해질 수 있다는 게 정말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또 한 가지는, 조별로 답사 테마가 있는데요. 그 테마에 대해 선배님들께서 어떤 시각으로 문제에 접근하는지를 보고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아요.

국내 답사와 해외 답사는 어디로 다녀오셨어요? 가는 곳이 매년 바뀌나요?

혜연  군산, 목표, 영광, 이렇게 다녀왔어요.

주은  태국으로 갔어요. 해외 답사가 로테이션이 있어요.

혜연  일본, 대만, 중국, 동남아 순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요.

매년 답사를 가실 생각이신가요?

주은  세 번은 필수적으로 갈 생각이에요. 이게 1학점짜리니까. (웃음) 4학년 때도 가고 싶긴 해요.

혜연  ‘우리 과에 이런 사람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사람들이랑 친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라서요. 꼭 가고 싶어요.

지리학과 학부 교과과정을 알고 싶어 홈페이지를 방문해보았는데요. 다섯 개의 모듈이 있고, 각 모듈마다 조금씩 다른 교과과정이 마련되어 있네요. 지리학과의 학부 교과과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혜연  (옆을 보며) 설명해주시겠어요?

주은  사실 여기 나온 구분은 큰 의미는 없어요. 2, 3학년 때 하는 ‘모듈 선택’이라고, 지도교수님을 정해 팀을 짜려고 나눈 것뿐이에요. 저희가 졸업하기 위해 들어야 하는 전공필수 과목이 두 가지가 있는데요. 하나는 ‘공간정보분석’이고, 다른 하나는 ‘지리학사’에요. 그 두 과목 외에는 전부 전공선택 과목이라 다른 학과에 비해 전공 과목을 비교적 자유롭게 선택해서 들을 수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소수과라서 전공 과목이 많이 열리진 않아요. 그래서 사실 심화전공을 하기는 어려워요. 대부분 지리학 주전공과 함께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을 많이 하는 편인 것 같아요.

모듈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혜연  저희도 아직 구체적으로는 모르는데요. 교수님들께서 연구 주제에 따라 다섯 분야로 나뉜다고 보시는 게 편할 것 같아요. 교수님들의 연구 분야에도 경제지리학, 생물지리학, 토양지리학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한 모듈에는 비슷한 연구를 하는 교수님들끼리 묶여 있어요. 예를 들어 내가 이런 분야에 관심이 있는데, 이런 분야는 이 교수님께서 연구를 하시니까 이 교수님 밑에서 연구를 해야겠다고 하면 그 모듈을 선택해서 들어가는 거에요. 아마 모듈을 선택하는 시기에 교수님들이랑 한 번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거에요. 물론 모듈 선택이라는 게 본인의 연구 분야를 결정하는 정도고, 다른 전공 과목들을 수강하는 데에 제약이 생기진 않아요.

지리학과는 인문계열이나 자연계열로 분류하기 어려운 학과라고 생각됩니다.
지리학은 어떤 점에서 인문계열적 혹은 자연계열적 성격을 지니는지, 지리학을 접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주은  사실 지리학이 다른 학문 분야와는 다른 방식으로 형성됐어요. 학문이라는 건 그 학문에 대해서 공부한 학생들이 있고, 공부하다 보면 선생님이 생기고, 그렇게 학문이라는 게 만들어지잖아요. 반면 지리학은 독일에서 생겨났는데요. 과거 독일이 통합될 때 국민통합을 위해 지리학이라는 학문이 정책적으로 만들어진 거에요. 교수님도, 학생도 없는 상태에서 학과만 딱 만들어졌어요. 이 지리학과에 역사학, 생물학, 지질학 세 분야의 학자들이 모이면서 자연지리의 성격도 갖고, 인문지리의 성격도 갖게 된 거에요. 그래서 지리학을 정의하기도 어렵고, 이게 무슨 학문인지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는 것도 어려워요.

두 분 모두 인문계열 학생으로서 지리학과에 들어오셨는데요. 자연지리를 공부하면서 겪는 어려움은 없었나요?

주은  답사 갔을 때, 자연지리 조가 카르스트 지역의 농도를 비교하는 실험을 계획하고 발표한 적이 있었는데, 그걸 이해하기가 어렵긴 했어요. 그런 과학적인 개념이나 방법론이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것 같아요.

지리학은 관광지리학, 정치지리학 등 세부 분야도 매우 다양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여러분께서 알고 계신 특이한 지리학은 무엇인가요?

주은  대학교 진학을 준비하면서 이민자 지리를 알게 됐는데요. 이민자 지리에서는 이민자들의 이동 유형은 어떻게 되는지, 이민자들의 특성은 무엇이며 그것이 그 나라의 문화나 지형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등 이민자에 대한 전반적인 것을 탐구합니다.

혜연  사실 어느 말에 지리가 붙어도 저한테는 익숙하거든요. ‘아, 있구나?’ 이 정도로 느껴져요. 토양지리학도 있고, 생물지리학도 있고, 저희 전공 수업 중에는 부동산과 관련된 ‘토지주택론’이라는 수업도 있어요.
사실 이것과 관련해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요. 제가 처음 지리학과 진학을 준비하던 때엔 제 진로와 지리학을 연결시키는 일이 굉장히 쉬울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대학교에 들어와 보니까, 연결시키기 쉬운 만큼이나 우리 과의 정체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이 자꾸 들었어요. 가령 사회지리학을 배운다면, 이게 사회학인지 지리학인지, 이런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학기 초에는 지리학이, 정체성이 없는 학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어디에 붙어도 잘 어울리는 학문이다, 그만큼 포용적이고 넓은 분야를 연구할 수 있는 융합적인 학문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지리학과 전공 수업 중 기대되는 수업이 있나요?

혜연  저는 아무래도 국토불균형 문제에 관심이 많다 보니까 ‘도시지리학’ 수업을 듣고 싶어요. 우리나라 도시권의 형성 과정과 국토불균형 문제가 발생한 원인을 배우고,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떤 지리학적 접근이 필요할지에 대해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주은  저는 개발도상국 발전 문제와 관련된 수업이나, 이민자정치지리와 관련된 수업은 다 들어보고 싶어요.

대학교에서 들었던 교양 수업 중 기억에 나는 수업이 있나요?

혜연  저는 두 가지 있는데요. 첫 번째는 수화 수업이에요. 제가 ‘한국수화언어의 이해’라는 수업을 1학기 때 들었었는데요, 평소에도 수화에 관심이 있었지만, 고등학교 때는 수화를 배울 기회가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유튜브로 잠깐잠깐 보고 따라하는 정도였는데요. 대학교에 와서 강의를 검색하다가 수화 수업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수강신청을 잘 해서 듣게 되었는데요. 저는 정말 너무 좋았어요. 수화를 배운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고요. 또 저는 인권 쪽에도 관심이 많다 보니까 청각장애인, 노인 분들께서 어떻게 생활하시는지도 궁금했는데, 그런 것들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어서 정말 좋은 수업이었어요. 그걸 계기로 제가 수화동아리에도 들어가서 활동하고 있거든요. 두 번째는 베트남어 수업이에요. 1학기에 베트남어 수업을 듣고 여름 방학에 베트남으로 여행을 다녀왔는데요. 베트남어를 배워두니까 여행할 때 정말 좋았어요.

주은  저도 두 가지 정도 있는데요. 하나는 ‘프랑스어권 문화의 이해’라는 수업이에요. 정말 열심히, 재미있게 들었거든요. 프랑스의 문화라고 해서, 저는 먹을 걸 소개해주시는 줄 알고 들었어요. 그런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고, (웃음) 프랑스어권 역사의 이해라고 해도 될 만큼 역사중심적인 수업이긴 했어요. 역사의 흐름에 따라 의문화는 어땠는지, 식문화는 어땠는지도 배우고, 마크롱 대통령 임기 중에 있었던 노란조끼 운동에 대해 다른 대학교 교수님께서 오셔서 특강도 열어주셨어요. 프랑스라는 나라를 알게 되는 과정이 되게 신기했고, 그 나라의 이민자 문제에도 더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또 프랑스라는 나라가 너무 매력적인 거예요. 그래서 여름 방학에 혼자 프랑스어 공부도 해보고, 나중에 유럽 문화권 수업을 다 들어보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어요.
다른 하나는 ‘국제정치입문’인데요. 교수님께서 너무 스윗하세요. (웃음) 물론 그게 주는 아니고요. 국제정치를 바라보는 시각들을 배우면서, 내가 관심 가지고 있는 국제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알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국제안보, 국제관계학, 이런 것들도 다 배우다 보니까 제가 관심 있는 분야의 기초적인 지식을 쌓을 수 있었어요. 그 교수님께서 여시는 수업도 다 들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지리학과에는 사진동아리 GEO-I, 인문지리 학술동아리 GET, 자연지리 학술동아리 EN-GEO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지리학과 동아리에서 활동해보셨는지 궁금합니다.

주은  저희 둘 다 GEO-I에서 활동했었어요.

혜연  GEO-I는 한 달에 한 번 출사(出寫)를 나가는 사진동아리인데요. 저도 한 번 갔었는데, 그때 광명에 갔어요. 광명동굴을 중심으로 답사를 했는데, 광명동굴이 일제강점기 때 강제징용을 당한 슬픈 역사가 있다는 사실도 배웠고요. 또 그곳을 완전히 방치해두지 말고, 길도 잘 닦고 복원해서 관광지로 만들면 좋잖아요. 그것과 관련해 시에서는 와인 사업이나 조경 사업 등을 추진하더라고요. 그런 것들에 대해서도 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광명에 이케아도 있잖아요. 이케아도 가고, 맛있는 밥도 먹고 그랬습니다. (웃음)

그 외에 다른 동아리 활동도 해보셨나요?

주은  단대 풍물패 연합, 단풍연 들어보셨어요? 저는 사회대 소속 바람몰이에 들어가 있어요. 지금은 소고를 치고, 장구를 준비해보고 있어요. 저희가 방학 때 7박8일로 캠프처럼 가서 전문가 분들께 직접 전수도 받거든요. 그렇게 배워서 오면 새터에서 공연도 하고 그래요. 저도 이번 겨울에 사물놀이 전수를 받으러 갑니다.

사물놀이는 어떤 재미가 있나요?

주은  이게 스트레스 해소에 정말 좋아요. 아무래도 학과 공부, 인간관계 때문에 스트레스가 있을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소고 치고 장구 치다 보면 세 시간 동안 너무 힘들어서 아무 생각도 안 들어요. (웃음) 타악기가 정말 좋더라고요. 그리고 단대 연합이어서 다른 단과대 사람들을 만날 기회도 정말 많은 것 같아요.

혜연  저는 중앙동아리 ‘손말사랑’이라는 수화동아리를 하고 있는데요. 2학기에 수화제라는 큰 행사가 있었어요. 수화제라고도 하고 수어제라고도 하는데요. 수화라는 단어가 요즘엔 수어로 바뀌어가고 있어요. 우리나라 공용어도 한국어와 한국수어거든요. 올해 수어제에서는 제가 어린왕자 연극을 했어요. 미리 목소리를 녹음해놓고, 공연 때 그걸 틀고서 저희는 수화로 연기를 합니다. 규모가 그렇게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수화나 농인들의 삶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모여서 다양한 활동을 해요. 이번 겨울방학에 충정로에서 수화수업이 있어서, 일주일에 네 번 정도 가서 수업을 들어야 할 것 같아요.

수화의 재미는 뭘까요?

혜연  수화의 재미는, 일단 말이 굉장히 직관적이에요. 시각화가 정말 잘 되어 있고, 이해가 쉬워요. 말 자체가 재미 있어요. 어원들이 신기한 것들도 많고요. 그리고 제가 이렇게 배움으로써, 나중에 농인을 마주쳤을 때 도움을 드릴 수 있다는 게 자부심이 커요. “(수화와 함께) 도와드릴 일이 있을까요? 도와드릴 수 있을까요?” 굉장히 보람을 느껴요. 나중에 한 번 수화수업 꼭 들어보세요. 저는 너무 재미 있어서, 항상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다녀요.

여러분께서는 지리학의 어떤 분야에 관심이 많으신가요?

혜연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저는 국토불균형에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도시지리학도 관심이 있고, 그리고 사회지리학도 관심이 있어요.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지리적 관점이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가 궁금하고요. 교통지리학에도 관심이 있는데, 아무래도 우리나라가 수도권 내에서의 교통은 정말 잘 되어 있지만, 비수도권의 교통 체계는 상대적으로 열악하잖아요. 그런 문제들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습니다.

주은  저도 이민자지리, 정치지리를 배워서 나중에 난민기구에서 일할 때 도움이 되고 싶어요. 또 아까 말씀드렸던 국제정치입문 수업을 들어보니 유럽지리를 더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입학 전후로 지리학과에 대해 생각했던 것과 다른 점이 있나요?

주은  지리학에 엄청난 관심이 있어서 들어온 학생이 제가 생각했던 것만큼 많이는 없는 것 같아요. 사람들의 진로를 살펴보면 행정고시 쪽으로 빠지는 분들도 많고, 정말 소수의 학생들만 대학원에 진학해서 자기 연구 분야로 가는 것 같더라고요. 그게 사실은 우리 학과만의 문제는 아닐 거예요. 그래서 그런 점이 조금 안타깝기는 헸어요.

혜연  저는 지리학이 굉장히 포괄적인 학문이기 때문에 융합적이거나 통섭적인 면이 강하고 교수님들 간의 교류가 많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인문지리와 자연지리가 한 주제로 엮여 연구되는 부분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대부분 따로 연구하시더라고요. 지리학이 인문과 자연을 다 아우를 수 있는 학문이라고는 지금도 생각하지만, 그게 한 연구에서 이뤄지지는 못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각자의 분과에서 전문적으로 들어간다는 느낌이 강해요.

그렇다면 지리학과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은 본인이 관심을 갖는 지리학 분야가 정확히 무엇인가에 대해서 알 필요가 있겠네요.

혜연  네 그렇죠.

주은  맞아요.

주은  그리고, 지리학과를 가면 지도를 그리고 있다는 오해도 받아요.

혜연  저희 이모께서 저한테 “너 땅 볼 수 있냐?”라고 물어보셨어요. (웃음) “너 풍수지리 안 배워?” 이렇게 말씀하셔서 그런 게 아니라고는 말씀드렸는데... 사실 풍수지리가 지리학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학계의 논란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걸 과학으로 인정해야 하냐, 이런 문제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땅값 안 물어보는 게 어디에요. 고등학교 생활은 전반적으로 어떠셨어요?

혜연  정말 열심히 학교생활을 했어요. 주말에도 친구들 만나서 활동하고, 야자도 절대 안 빼고. 아, 절대는 아닌데, (웃음) 다른 친구들에 비해서 안 빼려고 노력하는, 학교생활에 충실했던 학생이었죠.

주은  저도 정말 학교를 열심히 다녔는데, 모든 행사에 다 참여했어요. ‘삼행시 짓기 대회’ 이런 것도 다 참여하고 (웃음)

혜연  나는 과학 만화 그리기 대회.

주은  동아리도 세네 개씩 하고. 자율동아리도 하고.

고등학교 활동 중 인상 깊었던 활동은 무엇인가요?

주은  고등학교 1, 2학년 때 오케스트라를 했었거든요. 오케스트라에서 타악기를 쳤어요.

혜연  거기서도?

주은  팀파니, 베이스 드럼, 마린바 같은 악기들을 쳤거든요. 사실 그런 악기들을 쉽게 접할 수 없잖아요. 입학식 때 연주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 보여서 오케스트라에 들어갔는데, 하다 보니까 정말 재미있는 거예요. 그래서 점심시간에도 가서 연습하고 야자시간에도 가서 연습했는데, 학업 스트레스 같은 게 다 해소돼요. 저는 악기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편인 것 같아요. 이런 걸 하다보니까 타악기 팀장까지 되고 그랬어요. 제가 정말 의미 있게 한 활동이에요.

혜연  저는 두 가지 있는데요. 하나는 국토불균형에 대해 연구보고서를 작성하는 활동이 있었어요. 그때 우리나라 국토종합계획이 4차까지 나왔는데, 각각의 내용들을 보고 이게 무엇이 문제였는지 고등학생 수준에서 생각해봤어요. 저는 인권에도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화롱 과정에서 어떤 사회적 약자들이 파생되었는지, 혹은 사회적 약자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해외사례도 연구하면서 영국에 계시는 주재원 분께 메일도 드리고 자료도 받고 그랬거든요. 그런 과정들이 정말 의미 있었던 것 같아요.
또 제가 ‘시리아의 비가’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고 시리아 내전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었어요. 그전까지는 난민 문제에 대해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그 영화를 보고 나니 난민 문제의 심각성이 정말 와닿게 느껴지기도 했고, 내전에 얽힌 국제정세나 국제정치관계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어요. 한편으로는 그 영화를 계기로 이슬람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도 했어요. 이슬람에선 여성의 인권이 무조건 억압되어 있다고만 생각했었는데, 그 영화를 보면 한 구조대원께서 무너진 건물을 가리키면서 “저 건물에 아이와 여성이 깔려 있다”라는 말씀을 계속 하시거든요. 여성을 낮게만 보지 않고 보호의 대상, 약자로도 보고 있었다는 게 느껴졌어요. 이후엔 이슬라모포비아(Islamophobia)에 관한 글이라든지, 이슬람 페미니스트들의 칼럼도 찾아서 읽게 됐어요. 그 영화가 저에겐 좋은 계기로 기억에 남습니다.

고등학교 때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은 무엇인가요?

혜연  첫 번째는 KBS 명견만리 제작팀의 <명견만리> 시리즈에요. 방송 내용을 바탕으로 한 책인데요. 제가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는 3편까지 나와서 그걸 다 읽었어요. 그 책을 통해 사회의 흐름이랄까요, 특히 우리나라 사회뿐만 아니라 해외 사례도 많이 보여줘서 국제사회의 흐름을 잘 읽을 수 있었어요. 이렇게 변해가는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기 때문에 좋은 책이었어요.
두 번째는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책인데요. 덴마크에 관한 책이에요. 덴마크의 정책이나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보면서, 덴마크가 어떻게 행복지수 1위의 나라가 될 수 있었는지에 관해 다루거든요. 그걸 읽으면서 국가정책이 사람들의 행복에 굉장히 중요하다는 걸 깨닫고, 그래서 행정과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갖게 되었어요.

주은  저는 손원평 작가님의 <아몬드>라는 책을 되게 재미있게 읽었어요. 어떤 아이가 태어났는데, 우리 뇌에서 아몬드처럼 생긴 부분이 고장 나서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공감할 수 없게 된 거에요. 사실 고등학교 때엔 입시 스트레스가 심하잖아요. 차라리 감정 없이 기계처럼 공부만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왜 이렇게 매일 자잘한 일에 신경을 써야 하나 생각했던 힘든 시기가 있었어요. 그런데 이 책을 읽고서 주위를 둘러보니까 그게 아니었던 거예요. 택시 기사 아저씨랑도, 사실 우리 택시 타서는 말을 거의 한 마디도 안 하잖아요.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감정이 없다면 우리 사회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이 감정이라는 게 내가 불필요하게 느꼈지만 사실 소중한 거구나, 이렇게 인간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을 정립해볼 수 있었던 책입니다.

대학에 진학한 후 어떤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나요?

주은  가장 큰 장점은 내가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고, 내가 원하는 대로 시간표를 짤 수 있다는 거예요. 이번 학기는 수업을 널널하게 듣고 싶다면 시간표에 S/U 과목을 많이 넣는다든지 할 수 있죠. 그런 과정에서 내가 정말 듣고 싶은 수업들만 들을 수 있다는 것도 좋아요. 사실 고등학생 때는 그럴 수가 없잖아요. 그때는 관심도 없고 성적도 안 나오는 수업을 계속 들어야 했지만, 대학교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 정말 좋습니다.

혜연  저는 입시 스트레스가 없다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3년 동안 진짜 너무 힘들었거든요. 마음이 편하니까 주위도 둘러보고, 내가 좋아했던 것들에 대해서도 진짜 집중할 수 있는 시기인 것 같아요. 두 번째는 시간이 많다는 것? 고등학교 때는 학교 수업시간도 길고 학교가 끝나도 계속 공부하고 그랬어야 했는데, 대학교를 오면 수업시간 빼고는 다 내 시간이잖아요. 과외를 할 수도 있고, 알바를 할 수도 있고, 동아리를 할 수도 있고, 어디 놀러갈 수도 있고. 이런 점이 진짜 좋은 것 같아요. 특히 저는 지방 사람인데, 서울로 올라오니까 굉장히 갈 곳들이 많잖아요. 그래서 하나하나 도장 깨기 하는 즐거움도 있어요.

지리학의 매력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주은  지리학과는 사탕 가게 같아요. 이 맛도 저 맛도 먹어볼 수 있는.

혜연  어쩜 그렇게 말을 잘해?

주은  (웃음) 저는 인문지리 쪽으로 관심이 있어서 들어오긴 했지만, 사실 고등학교 때 지구과학도 재밌게 들었었거든요. 우리 학과에서는 지형학, 기후학도 들으면서 이민자지리, 정치지리도 골라 들을 수 있다는 점, 너무 좋습니다.

혜연  주은이가 말을 너무 잘해서 부담되네요. (웃음) 저도 비슷해요. 솔직히 지리학과는 본인이 진학하고 나서 진로를 정해도 늦지 않은 학과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만큼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진로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아요.

본인의 진로 계획은 어떠한가요?

혜연  사적인 부분보다는 공적인 부분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요. 제가 제일 관심 있는 분야가 국토불균형이거든요. 저는 지금 서울에서 생활하니까 굉장히 좋긴 하지만, 그런 것들도 많이 느껴요. 문화, 의료, 교통 인프라 등 모든 것이 다 서울에,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구나. 그래서 지방에 있는 고향에 내려가면서도 많이 안타까워요. 우리나라가 균형적으로 발전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다 보니 그런 문제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고요. 그래서 국토교통부나 국가균형발전위원회, 혹은 이와 관련된 행정기관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
또 저는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인권에도 관심이 많아서, 거창한 꿈일 수도 있겠지만 한번쯤은 인권과 지리를 연결시켜보고 싶어요. 국토불균형 문제에 있어서도 비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이 수적으로는 다수일지 몰라도 약자거든요. 그 외에 장애인이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라든지 공간적 제약도 많아요. 뭐랄까요, 인권과 지리 둘 다 하고 싶은데, 인권과 관련된 일을 하더라도 지리를 빼놓고 싶지 않고, 지리와 관련된 일을 하더라도 인권을 빼놓고 싶지 않아요. 그걸 둘 다 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주은  저는 지리 분야랑 교육 분야로 제 관심사를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교육 분야는. 사실 나중에 난민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 때 반드시 필요하겠다고 생각해서 공부하고 싶은 거거든요. 그게 교직이수가 될지, 지리교육과 대학원 진학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교육 관련된 지식을 좀 쌓고, 실제로 고등학교나 중학교에서 기간제로라도 일해 보면서 아이들과 직접 만나고 교재도 만들어보고 수업도 연구해보고 싶어요.
일단은 거기까지가 1차적인 목표고요. 이후에 석사 학위를 지리교육과에서든 지리학과에서든 받아서 입학사정관으로 몇 년간 일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어요. 우리나라 교육 문제에 대해서 가장 정당한 입학절차를 만드는 데에 일조하고 싶다, 라는 그런 소망이 있어요. 마지막에는 유럽 쪽, 영국이나 프랑스에서 지리학 박사 학위를 딴 후에 국제기구에서 난민 교육을 위해서 일하고 싶습니다.

혜연  제가 항상 이야기하거든요. 너는 우리학교 총장이 될 수 있다고 (웃음)

어떤 학생들이 지리학과에 진학하면 좋을까요?

혜연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면 참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고등학교에 지리 과목이 있잖아요. 지리 과목을 재미있게 들었던 학생이라면 지리학과 와서도 충분히 수업 잘 듣고 잘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주은  비슷한 맥락인데요. 다른 나라의 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은 친구나, 복수의 분야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지리학과에 오면 더 많이 공부하면서 자신의 관심 분야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고등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시겠어요?

인터뷰 사진

주은  사실 제가 아까 가장 인상 깊었던 고등학교 활동으로 오케스트라를 이야기했던 이유가, 서울대학교를 오기 위해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 하실 것 같아서 일부러 한 거거든요. 물론 최선을 다해서 자신이 정한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것도 정말 중요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끊임없이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만일 저희 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더라도, 저희 학교 대학원도 있는 거고, 정말 방법은 많으니까요.

혜연  저는 고등학교 때 이 학교가 전부라고 생각하고 진짜 열심히 살았거든요. 막상 대학교에 와보니까, 대학이 정말 전부가 아니구나, 내가 이 대학에 오지 않았어도 길은 정말 많았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표를 향해서 달려가는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고등학교 3년이 너무 힘들었지만, 그때의 저를 생각하면 되게 자랑스러워요. 그때가 있었기 때문에 제가 지금 학교에 들어와서 이렇게 생활할 수 있는 거니까.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하면, 그게 잘 되든 안 되든 본인에게 충분한 자양분이 되어서 언젠가 큰 도움을 줄 거라고 생각해요. 열심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글·사진문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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