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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곳에 오기까지

열정을 품고 여정에 오르다

쉬리노바 샤브남 인문대학 인문계열
인터뷰 사진

불을 뜻하는 페르시아어 ‘아자르’와 나라를 뜻하는 아랍어 ‘바이잔’
유라시아의 숨겨진 보물로 불리는 코카서스 3국 중 하나.
러시아와 이란 사이 위치한 ‘불의 나라’ 아제르바이잔에서 한국까지 온 학생이 있다.
누구 못지않게 한국의 언어와 문화에 큰 관심을 가지고 탐구하고자 하는 그녀.
부드럽지만 뜨거운 열정이 타오르는 샤브남을 만났다.

반갑습니다.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현재 언어학과에 재학 중인 쉬리노바 샤브남입니다. 아제르바이잔에서 대학교를 2학년까지 다니다, 한국으로 와서 공부하게 됐습니다. 한국에는 2017년에 와서 1년간 어학원을 다니며 한국어를 익히고, 2018년에 서울대학교에 인문계열로 입학했어요.

한국까지 오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원래 아제르바이잔에서는 지리학과를 전공했어요. 그런데 전공이 저와 잘 맞지 않고, 크게 흥미가 없어서 다른 여러 분야를 찾아봤어요. 특히 다양한 나라의 언어들에 관심이 많았었는데, 대학교의 전공 리스트 중에 한국어학과가 있는 거예요. 평소에 한국문화에 관심이 있기도 했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모르는 언어라는 데서 오는 생소함이 특별하게 느껴져서 한국 유학을 준비하게 됐어요.

평소에 한국문화에 관심이 있었다고 하셨는데, 어떤 것들을 접하셨나요?

아제르바이잔에서 한국 드라마가 인기가 많았어요. 전 이승기가 나오는 ‘구가의 서’라는 드라마랑 ‘달의 연인-보보경심려’를 굉장히 재밌게 봐서 기억에 남아요. 그리고 한국 책은 아니지만 ‘연을 쫓는 아이’라는 책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영어, 아제르바이잔어, 한국어 3가지 언어로 읽어봤어요. 또 좀 신기할 수도 있는데, 아제르바이잔에 한사모라고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이름의 모임이 있었어요. 한국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과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서 K-POP, 한국 영화나 드라마 등을 같이 듣고 보다 보니 자연스레 한국이 더 좋아진 것 같아요.

드라마가 한국을 알리는 데 정말 큰 역할을 하고 있군요.
본격적으로 한국에서 공부하기 위해서 어떻게 준비를 했나요?

서울대에 합격하고 나서, 한국 정부에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유학을 지원해주는 KGSP(Korean Government Scholarship Program)이 도움이 많이 됐어요. 단순히 금전과 주거면에서만 지원해주는 게 아니라, 한국인 버디를 통해 실제 문화를 익히고 타국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게 큰 것 같아요.
또 KGSP에선 입학 전에 1년 동안 필수적으로 어학원에서 공부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어학원을 다니며 부산에 머무르는 동안 개인적으로도 한국어 실력을 늘리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했어요. 아무래도 길거리에서 사람들과 직접 대화하고 생활하다 보니 확실히 책으로만 공부할 때보다 실력이 빠르게 늘더라고요. 한국어능력시험(TOPIK)도 처음 한국에 오자마자 봤을 땐 제일 낮은 급수인 1급이었는데, 서울대 입학 전까지 5급을 취득했어요. 그 뒤로도 열심히 공부해서 지금은 최고 등급인 6급을 땄습니다.

지금도 인터뷰를 한국어로만 진행하는데 너무 유창해서 감탄하고 있어요.
저보다 한국어를 더 잘하는 것 같기도 한걸요. (웃음) 한국어를 배우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아제르바이잔도 한국어처럼 아제르바이잔만의 모국어를 사용해요. 그런데 아제르바이잔어와 한국어가 문장구조가 같아서 처음 배우기는 비교적 수월했어요. 아제르바이잔은 아무래도 지리상 러시아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아제르바이잔 안에서는 러시아어로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는데 오히려 러시아말은 아제르바이잔말과 문장구조가 달라서 익히기가 어려웠거든요. 또 한국말처럼 아제르바이잔말도 발음이 다양해서 말하기가 어렵지는 않았는데, ‘ㅃ’같은 된소리가 처음에 발음하기 좀 어려웠어요.
그리고 한국어능력평가를 준비하다 보니 말하고 듣는 것 외에도 읽고 쓰는 걸 배워야 하는데 일상적인 소재가 아니라 다양한 주제에 대해 짧은 시간 내에 작문하는 게 많이 어려웠어요. 예를 들자면 “성형수술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서술하시오”와 같은 문제들이 나왔던 게 기억나요.
학교에 들어간 뒤엔 1학년 1학기 수업을 들을 때가 제일 힘들었어요. 언어학이 꽤 생소한 분야기도 했지만, 한자로 된 용어를 많이 사용하다 보니 매번 한자 사전을 뒤적이느라 고생을 많이 했어요. 물론 반대로 젊은(?) 친구들이 쓰는 말들, “대박, 개(좋아)(꿀)” 같은 말들을 못 알아들어서 애먹기도 했고요. 지금은 저도 익숙해져서 잘 사용해요(웃음). 중학생, 고등학생이 쓰는 말들은 앞으로도 계속 배워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어학과 수업 이야기가 나왔는데, 언어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다양한 나라들과 문화들을 알아가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언어학이라는 학문을 처음 들었을 때는 다양한 언어들에 대해서 배우는 곳인 줄 알고 흥미를 느꼈어요. 그런데 수업을 들어보니 언어를 바탕으로 한 문화보다는, 음성구조와 원리같이 언어 자체의 특징과 역사, 문화를 중점적으로 공부하는 학문이었어요. 그래서 생각과 좀 다르기도 했지만, 또 언어의 구조와 전통을 알면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의미를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아제르바이잔 안에서도 아제르바이잔어와 러시아어를 같이 써봤지만, 아무리 다른 나라 말을 잘한다 해도 말에 담긴 정확한 표현은 ‘우리말’로만 전달할 수 있어요. 한국어를 배울 때도 그냥 말하고 쓰는 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문화를 알아야지 ‘우리말’처럼 쓸 수 있는 거죠. 언어를 통해서 문화와 사람들을 공부하고자 하는 저한테 이렇게 언어의 가치에 대해서 알아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언어학과에 진입하게 됐고,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도 대학원에 가서 공부를 계속하고 싶어요.

배우는 이유를 갖고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이 부럽고 존경스럽네요.
그래도 한창 공부뿐 아니라 취미생활이나 동아리처럼 다른 해보고 싶은 것이 많을 텐데, 한국 생활 중에 재밌었던 경험이 있나요?

일단 전 아직 동아리는 따로 하고 있지 않아요. 만약에 동아리를 한다면 서예 동아리인 서예회에 제일 관심이 있어요. 대신 대학교 수업에서 만난 친구들과 연극을 보러 가기도 하고, 같이 술 마시는 것도 좋아해요. 아제르바이잔에는 한국과 같은 단체 술문화가 많이 없는데, 수업에서 교수님이 학생들을 데리고 답사 술문화라고 술을 사주시기도 해서 신기했어요. 살짝(?) 비밀인데 처음엔 술을 마실 때마다 고향 생각이 나서 항상 울었는데, 이번 겨울에 집을 다녀와서 지금은 안 그래요(웃음). 그리고 평소에 친구들이랑 코인노래방 가는 것도 좋아해요. 아제르바이잔에는 코인노래방이 없어서.

오, 그러면 평소엔 어떤 노래를 주로 불러요?

거의 한국노래를 불러요. 주로 드라마 OST. 요즘은 임재범의 낙인을 제일 좋아하는데 잘 부르진 못해요. 0점이 나온 적도 있고.

샤브남이 부르는 낙인이 정말로 궁금하네요. 앞으로 샤브남처럼 한국에 관심이 있거나 한국으로 공부하러 오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혹시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먼저 꿈이 있으면 꼭 따라가라고 말하고 싶고, 열심히 하면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라 말하고 싶어요. 전 인간관계를 삶에서 되게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인간을 배우려면 제일 중요한 것이 소통할 수 있는 언어잖아요. 처음 한국어를 배우면서도 미묘한 느낌과 감정을 표현하고 나누고 싶은 마음이 정말 컸고, 학교에 합격해서 처음으로 한국 공항에 내렸을 때 사람들을 보면서 너무 감격했어요. 포장마차랑 길거리 음식들도 실제로 보고, 명동에서 관광도 해보고, 지금 원하는 걸 공부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해요.
또 만약 외국인인데 생활하는 게 너무 힘들까 봐, 혹은 모르는 말로 공부하는 게 겁나서 한국에 오지 못하고 있다면 일단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싶은 걸 해보라고 하고 싶어요. 저는 아제르바이잔에서 어플로만 연락하던 펜팔친구들을 한국에 와서 진짜로 만날 수 있었던 게 참 좋았어요. 처음 혼자 부산에 왔을 때 외롭고 힘들지 않게 많이 도와줬고, 현재의 애인도 펜팔로 만난 인천사람이어서, 롱디(long-distance) 연애를 하면서 힘이 돼주었어요. 또 한국어로 처음 수업을 듣는 게 굉장히 어렵지만, 그만큼 교수님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셨어요. 모르는 단어는 하나하나 뜻을 설명해주시고. 오게 된다면 도움을 주고받을 사람들이 많이 있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한국말로 한마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음... 우리 모두 파이팅!(?)

인터뷰 사진



한국어보다 더 한국스러운 언어를 구사해준 샤브남. 꿈을 좇아 이곳까지 온 만큼, 꿈을 따라가라 말하는 그녀의 표정은 한가득 행복해 보였다. 그녀가 나누어 준 열정이 또 다른 누군가의 열정을 지피는 불씨가 되길 바라며, 만리타향에서 분투하는 모두에게 보낼 온기를 함께 실어 본다.

글·사진박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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