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곳에 오기까지
3차원 새내기의 비행(飛行)

물리학과 수학의 향기가 가득한 공과대학 신양관에서
물리물리한 물리 끝판왕을 만났다.
왠지 공과대학 2회차일 것 같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풍기더니
공과대학 4학년인 필자보다 더 공대생 같은 학생이라니 …
분명 새내기를 취재하기로 했는데 말이다.
안녕하세요. 새내기 맞지요?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우주항공전공 새내기 전병진이라고 합니다. 새내기가 이수해야 하는 물리학과 수학 및 연습을 방금 듣고 왔어요. 매일매일 수식에 둘러싸여 살고 있습니다. 대학 입학 전에는 마음껏 수학과 물리학에 빠져 살면 좋을 것 같았는데 막상 들어오니 한국어가 그리울 지경이네요. 고등학교 때는 대학에 가면 교재는 다 원서로 공부하고 말보다 행동이 아니라 말보다 수식이라는 말을 막연하게 들었는데 실제로 대학에 와서 그 막연함이 현실이 되니 웃음보다는 한숨이 나올 때가 종종 있습니다. 게다가 수업에서 다루는 내용도 고등학교 때보다 무척 심화된 내용이기도 하고요. 새롭게 배우고 익혀야 할 내용이 급증하니까 힘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웃음) 그렇지만 여전히 즐겁습니다.
입학 전에는 왜 좋을 것 같았나요?
운동하는 물체를 수식으로 표현하고 해석하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떨어지는 공을 포물선으로 해석한다든가, 전기가 흐르는 회로를 다루며 전류나 전압을 계산하는 일이 재밌었어요. 어떤 현상을 논리적으로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고 그걸 제가 해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즐거웠습니다.
물리학을 굉장히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전공을 선택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하려면 정말 많은 양의 수학이나 물리학을 공부해야 합니다. 특히 기계를 다루기 위해서는 이론적 배경지식이 튼튼해야 하는데 물리학이 그 중추에 있는 학문 중 하나입니다. 결국 물리학을 공부하는 것이 즐거웠기 때문에 자연스레 공학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공학 중에서도 항공을 전공으로 선택한 것은 2차원보다 3차원 공간을 움직이는 비행기가 더 흥미로워서 이를 좀 제대로 배우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는 현재 우리나라의 항공기술력이 부족하기도 하여 항공기술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제 목표가 있다면 엔진을 제작하는 기초 공학 분야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새내기가 … 2차원과 3차원으로 설명하다니! 저와 독자들을 위해 조금 더 설명해 주세요.
쉬운 예를 하나 든다면 2차원은 자동차, 3차원은 항공기로 보시면 되고 자동차와 항공기의 움직임을 생각하면 됩니다. 2차원 운동이란 땅에서 앞뒤와 양옆으로 이동하는 운동이라면, 3차원은 공기 중에 떠다니는 것입니다. 앞뒤는 물론 좌우에 해당하는 2차원 움직임에 위와 아래라는 차원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운동하는 차원이 늘어나면서 고려해야할 요소도 늘어납니다. 특히, 항공기는 공기와의 마찰에 대한 고려도 필수적입니다. 따라서 공학 중 하이테크(high-technology)라 부를 수 있는 영역 중 하나가 항공공학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공대생의 향기가 왠지 고등학교 시절부터 났을 것 같은데요?
아쉽게도 제가 가장 기억에 남고 또 많이 노력했던 일은 3년 동안 학급회장을 경험한 일입니다. 정말 다양한 친구들이 어우러진 곳에서 나와 다른 개성을 지닌 친구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3~40명이나 되는 여러 친구들을 또 어떻게 잘 화합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지 등을 고민하며 또 경험하며 참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특히 학생이면 공부라는 것을 해야 하는데 친구들마다 공부하는 스타일도 다르고 집중하는 모습도 달라서 공부하는 분위기를 만들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각자의 의견을 모아가고 협력하는 일을 많이 하면서 책임감과 리더십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인상 깊었던 일 중에는 제가 미래 공대생의 자질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경험도 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드론을 직접 제작해 보았습니다. 당시 모터는 물론이고 나사 하나까지 일일이 구매하여 드론을 만들었습니다. 시중에 존재하는 키트를 산 것이 아니라 필요한 부품을 직접 구매해서 만들었습니다. 규격에 맞는 부품을 사서 조립을 거쳐 드론을 작동시키기 위해 코딩까지 해봤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작동이 원활했던 것은 아닙니다. 당시 제가 직관적으로 알고 있던 지식만으로는 생각대로 작동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원하는 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배우는 과정이 필요하고 이론적 지식과 현실적 적용이 어떻게 다른지,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 지를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공상 활동을 하며 고교생에게 공대를 알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드론을 제작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학생들의 과학탐구활동을 지원하는 단체가 있는데 한국과학창의재단이라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지원을 받으려면 학생들이 일정한 목표를 지니고 계획서를 작성한 후 심사를 받아 통과하게 되면 지원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공학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과 함께 장애물을 피할 수 있는 드론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신청서와 계획서를 작성했고 다행히 지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시중의 키트로는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드론으로 변형하여 제작하는 데는 한계가 많아서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드론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여름방학 한 달 동안 먹고 자고 공부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드론을 만드는데 모든 시간을 퍼부었는데도 결국 원하는 드론을 만드는데 실패했습니다. 그래도 몰입했던 시간만큼은 소중한 경험으로 남아있습니다. 특히, 하나의 목표 아래 친구들과 함께 하나의 목표를 향해 집중하고 몰두하며 함께 무언가 만들기 위해 노력한 시간은 혼자서 공부할 때와는 다른 새로운 즐거움을 알 수 있게 해주었고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실제 적용하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공학적 지식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비로소 공학을 제대로 배워야겠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고등학생이 한 달이라는 시간을 내기가 쉽지는 않을 텐데요.
자투리 시간을 정말 많이 활용했습니다. 평상 시 같으면 식사 후 축구를 하거나 쉬는데 이런 시간도 드론에 집중했고 친구들끼리 틈이 나는 시간이 생길 때마다 모여서 만들었습니다. 방학에는 학기 중보다 시간이 조금 더 여유가 생겨서 시간을 더 많이 사용할 수 있었고 고2 여름방학 때는 다음 학기를 준비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도 했는데 나름 성적도 중요하겠지만 지금이 아니면 또 못할 일이라고 생각해서 드론을 만드는데 매진했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계획해서 무언가를 만들어보는 일에서도 성적을 얻을 때만큼이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주변에서 공부는 언제 하냐고 걱정해 주시는 분도 있었지만 시간 계획을 꼼꼼히 세우고 남는 시간을 활용했더니 생각보다 공부하는데도 크게 지장이 없었고 오히려 시간을 잘 사용하는 법을 익힐 수 있었던 경험이 지금도 도움이 되고 있어 좋습니다.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능력이 대단한데 혹 비법이 있나요?
사실 고등학교 생활에서 혼자 공부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제가 하루 종일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 확인하려고 각각의 제 행적을 다 적어봤는데 이동하는 시간이나 허투루 보내는 시간이 의외로 많았습니다. 그런 시간을 쥐어짜내니까 두 어 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틈틈이 생기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그 시간을 단편적인 지식을 익히는 시간으로 활용하였고 깊이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할 때는 시간을 붙여 사용하며 공부의 효율을 높였습니다. 머리로만 계획을 세우기보단 글로 적어서 명확히 시간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께도 플래너 사용을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다만 주의할 점은 플래너를 만드는 일에 시간을 쏟기보단 일정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나중에 플래너 작성이 익숙해지면 짧은 시간을 투자하고도 작성은 능숙히 할 수 있고 결국 시간 관리를 잘할 수 있게 됩니다.
대학에 와서도 시간 계획을 꼼꼼히 세워 생활하고 있나요?
현재 공대상상이라는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고등학생을 위한 게시물을 만들고 기사를 쓰는 일을 하는데 게시물을 만드는 일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됩니다. 대학에 입학하고 처음에는 글을 쓰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마감 기한도 지키지 못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이제는 조금 더 시간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어서 마감 기한 전에 글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공대상상이 여유 있게 활동할 수 있는 동아리는 아니지만 동아리를 하면서도 시간의 여유를 찾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진정으로 공학을 하고 싶은 친구들이 공대로 오면 좋겠습니다고등학교 때 상상했던 대학과 실제 경험한 대학은 차이가 있나요?
고등학교 때 상상했던 점과 차이가 없는 것은 동료 중에 좋은 사람이 많다는 것입니다. 동기와 선배들에게서 배울 점이 많고 특히 함께 공부하면서 새롭게 알게 되는 것이 많아서 좋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 예상했던 것과 다른 것이 있다면 주변에 친구들이 생각보다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새내기 때라면 자연스레 노는데 시간을 많이 쓸 줄 알았는데 입학식 치르자마자 도서관에 틀어박히는 친구들이 많다보니 저도 어쩔 수 없이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더군요.(웃음)
대학생활 중 현재 가장 만족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대학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수준 높은 교육을 경험하고 있는 점이 가장 만족스럽습니다. 기대했던 것 이상을 배우고 있습니다. 또 종합대학이어서 다양한 학문 분야를 쉽게 접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교양수업으로 현대 국가와 행정, 영양과 건강, 철학개론 등의 다른 학과의 전공수업을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특히 몇몇 수업에서는 각자가 준비한 생각을 논증하고, 서로 반박하는 과정이 수업 내용으로 다루어졌는데 텍스트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어서 매우 좋았습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아직은 새내기라 전공을 많이 배우지 못했지만 전공수업을 충분히 듣고 난 후에는 고등학교 때 해봤던 프로젝트를 심도 있게 다뤄보고 싶습니다. 우주항공공학실험이라는 과목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있는데, 이런 기회들을 통해 충분히 익혀서 제가 구상하는 프로젝트를 실행해보고 싶습니다. 또 우주항공공학과는 전공 분야와 관련된 동아리 활동이 있어서 이를 적극 활용해보고 싶습니다. 비행기나 드론을 다루는 불카루스, 로켓을 만드는 하나로라는 동아리가 있는데 열심히 활동해보고 싶습니다. 수업에서 배우는 내용을 이론적으로만 다루고 넘어가는 경향이 있는데 배운 것을 실제로 적용해보고 수정하며 보완하는 과정을 통해 진짜 공학이라는 것을 경험하고 싶습니다. 물론 머리로만 알고 있는 것보다 손으로 기억하는 것이 더 오래 지식을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이라 그렇기도 합니다.
전공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네요. 그렇다면 나에게 우주항공공학과란?
항공공학을 전공하는 학생답게 표현해 본다면, “격납고”입니다. 비행기들은 비행 전에 격납고라는 곳에 들어가서 비행을 준비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처럼 제게 우주항공공학과는 사회에 나가서 비행하기 전에 부족한 것을 채우고, 새로운 것을 장착하는 단계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아름다운 비행을 준비하기 위한 이곳 역시도 아름다운 격납고입니다대입을 준비하는 고등학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가끔 주변에서 공대에 진학하려는 이유를 단지 졸업하면 취업이 잘될 것 같아서, 의대 가기 싫어서 등 진심으로 공학을 하고자 하는 마음과는 거리가 먼 변명을 듣는 경우가 있습니다. 공대에서 공부하려면 수학과 물리학의 지식이 정말 튼튼해야 하며 자신의 전공에 대한 애착이 강해야 합니다. 끊임없이 자연현상을 해석하고 응용하는 과정을 4~5년 동안 반복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공대에서 꼭 공부하고 싶은 학생이라면 공대를 조금 더 잘 이해하고 필요한 공부를 잘 준비했으면 좋겠습니다. 꼭 공대가 아니더라도 전공을 선택할 때 정말 자신의 관심과 적성에 맞게 깊이 진로를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때 진로를 정하는 게 쉽진 않겠지만 진로와 관련하여 고민을 충분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대학에서 진행하는 고교-대학 연계 프로그램도 자신의 적성을 확인하기 좋은 기회라 생각합니다. 기회가 닿으면 참여해 보며 자신의 관심과 적성을 잘 찾아볼 것을 권장합니다. 참고로 서울대학교에서도 운영하는 고교-대학 프로그램이 많다는 점! 홈페이지 안내를 잘 확인해 보시고 시간을 잘 활용하여 경험해 보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