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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곳에 오기까지

소통과 소통하다

이정민 사회과학대학 언론정보학과
한예원 사회과학대학 언론정보학과
인터뷰 사진

언론계에서 일하고 싶은 학생들은 응당 언론정보학과를 많이 떠올린다.
하지만 언론정보학과에서 언론만을 다룬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대단한 착각이다.
그보다 더 큰 무언가가 언론정보학과에는 있다.
언론정보학과는 어떤 꿈을 갖고 있으며
그곳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어떻게 꿈으로 다가갈까?
언론정보학과 이정민, 한예원 학생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자.

언론정보학과를 간단히 소개한다면?

정민  언론정보학과는 영문명칭이 학과의 정체성을 더 잘 나타낸다고 생각해요.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그러니까 소통에 대해서 배우는 학과입니다.
예원  언론정보학과를 흔히 방송에서 언론을 담당하는 아나운서나 기자를 양성하는 곳이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입학하고 보니 소통이 무엇인지 학문적으로 접근하는 전공 분야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언론정보학과로 진학하게 된 계기는?

예원  저는 중학교 때 아나운서를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고등학교에 오면 진로를 명확하게 결정해야 할 것 같은 사회적 압박이 있잖아요. 특히 제 진로를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중 어느 곳을 선택해야 하는지 꽤나 진지한 갈등을 했죠. 제가 공부하는 것들이 한쪽에만 국한된다면 너무 답답해서 견디지 못할 것 같더라고요. 진로를 결정하기 위해 공학 분야는 물론 인문학 분야 등 여러 가지를 많이 찾아보았고 결국 귀결되었던 게 미디어나 커뮤니케이션이었어요. 그래서 이와 관련한 공부를 계속하다 보니까 탐사 보도 쪽에 관심이 생겼어요. 프로퍼블리카((ProPublica) 등 비영리 탐사 보도 언론 사례를 많이 접하면서 그 쪽으로 마음이 많이 기울었죠.
정민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막연하게 프로듀서가 되고 싶었어요. 한창 무한도전과 같은 예능 프로그램이 당시에 꽤나 인기였거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방송 프로듀서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방송 관련 학과를 가야겠다고 막연히 마음을 먹고 있었죠. 다시 생각해보면 프로듀서가 되고 싶다고 해서 굳이 방송과 관련된 학과에 진학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지금은 꿈이 많이 바뀌었어요.

신문방송학과,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등 이름이 비슷한 학과와 차이가 있다면?

정민  커뮤니케이션이 무엇인지 배운다는 점은 동일한 요소일 것 같아요. 그런데 커뮤니케이션도 크게는 스피치 커뮤니케이션처럼 개인적인 소통을 다루는 개인 커뮤니케이션이 있고, 매스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해서 저널리즘이나 방송에 대해서 다루는 분과도 있어요. 이 두 가지 분과 중에서 우리나라는 주로 매스컴과 관련한 학파에 속해요. 서울대학교도 그렇고 다른 학교도 매스 커뮤니케이션을 다룬다는 점에선 공통적일 것이라 생각해요. 다만 그 안에서 이론이나 실습의 비중 차이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 같아요. 서울대학교는 이론 쪽에 초점을 더 두었다는 느낌이 들어요.
예원  정민이 말처럼 무엇을 중점으로 두었냐가 다르다는 생각을 해요. 미디어학부는 학생들이 콘텐츠를 직접 제작해보고 실습해보는 공간이 더 많이 마련되어 있는 것 같아요. 서울대학교는 학문적인 내용을 상대적으로 더 다루고 있어서 저 역시 이론 쪽에 초점을 많이 둔다는 생각을 했어요.

언론정보학 전공 수업은 들어봤나요?

정민, 예원  ‘커뮤니케이션의 이해’ 들었어요.
예원  교수님이 전공한 분야들이 각기 달라요. HCI(Human-Computer Interaction, 인간과 컴퓨터 간 상호작용에 관해 연구하는 분야), CMC(Communication Multiplexer Channel, 통신 회선 멀티플렉서 채널, 통신 회선 다중화기 채널)도 있고 아니면 정치 커뮤니케이션, 비판 커뮤니케이션, 설득 커뮤니케이션 등 분야가 굉장히 다양해요. 수업은 각 교수님의 전공 분야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어요. 말 그대로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이해, 커뮤니케이션학에 대한 입문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소통에 관한 학문적 탐구를 위해 언론정보학과에서 공부합니다(좌 예원, 우 정민) 소통에 관한 학문적 탐구를 위해 언론정보학과에서 공부합니다(좌 예원, 우 정민)

현재 관심 있는 분야가 있다면?

예원  설득 커뮤니케이션이 제 적성에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컴퓨터와 사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나 인공지능에 관한 내용도 굉장히 재밌게 공부했어요.
정민  저는 대인 커뮤니케이션이요. 저는 대화하는 걸 좋아해요. 그런 것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도 신기하고 사회과학적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사실도 흥미로워요. 또 하나는 예원이도 이야기한 컴퓨터 관련 내용이에요. 우리 학과의 커리큘럼에는 코딩을 배워서 컴퓨터로 게임을 제작해 볼 수 있는 수업도 있어요. 저도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또 이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많은 흥미가 생겼어요.

언론정보학의 재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예원  언론정보학이 소통이라는 중심 주제에 대해서 융합적인 접근이 가능하다는 것이 재밌어요. SNS라는 소통 미디어를 가지고 생각해보면 SNS가 고도로 발달한 사회에서 기존의 뉴스 미디어가 가지고 있었던 언론사의 권위가 해체되는 양상을 사회과학적으로 논의해볼 수도 있고, 동시적인 소통이 가능하지만 정보가 휘발성을 갖게 되는 SNS의 이차적 구술성에 대해서도 논의해볼 수 있고, 현대사회에서 발생하는 인간소외에 대해 인문학적으로 논의해볼 수도 있어요. 또 SNS 플랫폼과 인공지능 빅데이터 기술이 결합해서 만들어내는 새로운 정보들에 대해 기술적인 논의도 해볼 수 있고 SNS 등 정보기술의 발달이 인간의 뇌가소성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가에 대한 생물학적인 논의도 가능해요. 언론정보학이 이런 간학문적인 연구의 가능성이 가장 폭넓게 열려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재미를 준다고 생각합니다.
정민  비슷한 맥락인데요. 저도 관심사가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서 이것저것 연관성도 없어 보이는 것들을 좋아해요. 그런 것들을 약간씩 접할 수 있으면서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것이 언론정보학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관심 분야에 관한 공부도 계속 진행하면서 또한 소통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모든 것을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거죠.

입학 전후로 언론정보학과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진 것이 있다면?

정민  다른 학교에 이름이 같진 않아도 비슷한 학과가 많잖아요. 저는 언론정보학과라는 이름을 택한 이유가 저널리즘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어요. 비판적인 시각 같은 것을 많이 강조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들어와 보니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현상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다루는 포괄적인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점이 오히려 더 좋은 것 같아요. 커뮤니케이션 내에서 저널리즘도 다룰 수 있고 아니면 커뮤니케이션 이론을 다룰 수도 있고, 컴퓨터 회계 이론 같은 것도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 생각했던 것보단 훨씬 포괄적인 영역을 다루는 것 같아요.
예원  저는 우리 학과가 시대적인 흐름을 따라가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왜냐하면 제가 지니고 있던 언론정보학과에 대한 이미지는 학문적인 성향이 강해 사회과학적인 내용을 많이 다루는 분야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정보문화기술입문’과 같은 수업도 전공 필수이고 코딩 교육, 프로그램 기획, 소프트웨어 제작 등도 공부하는 것을 보니 이전과는 생각이 조금 변했어요. 이제 단순히 사회과학적 시각과 사고만으로는 언론정보학을 접근하기에는 부족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언론정보학과가 그런 시대적 흐름에 맞게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많이 느낄 수 있었어요.
정민  또 우리 과가 굉장히 열려 있다는 생각을 해요. 교수님들의 강의 내용도 그렇지만 학생을 대하는 모습에서도 매우 열린 생각과 분위기를 느낄 수 있고 심지어 학과에서 학부모 초청 행사도 개최하며 정말 열린 공간으로서 안팎을 다 갖춘 곳이라는 생각을 해요. 학과에서 추진하는 MT가 있는데 일본에 가서 도쿄대와 연합행사를 한다고도 하고 예원이도 활동했던 ‘이미지밴드’라는 영상 제작 동아리도 학과에서 엄청난 지원을 한다고 들었거든요. 저는 대학의 학과라는 이미지를 떠올릴 때 약간은 고지식하거나 학문적일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입학하고 보니 교수님들이 학생들의 끼를 많이 살려주려고 애쓰시고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도록 행사를 다채롭게 마련해주는 것 같아서 그런 점이 참 좋아요.

열린 마음과 열린 생각으로 정말 열려 있는 곳이 언론정보학과입니다 열린 마음과 열린 생각으로 정말 열려 있는 곳이 언론정보학과입니다

언론정보학이 융합적 성격이 강한 것 같은데 조금 더 설명해 주세요.

예원  제가 고등학교 때 팩트체크 플랫폼에 대해서 공부한 적이 있는데 그걸 만든 분이 언론정보학과 교수님입니다. 그 교수님의 전공 분야가 로봇 저널리즘이나 데이터 저널리즘이죠.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데이터를 다시 처리해서 기사를 작성하는 메커니즘을 연구한다는 것은 확실히 기술적인 측면이 강하다 보니 그 원리를 충분한 배경지식 없이는 이해하기가 많이 힘들더라고요. 또 생물학적인 내용도 말씀드리자면, 제가 니콜라스 카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을 읽고 관련 논문을 본 적이 있는데 뇌의 구조는 겉으로 대충 보면 알 수 있는 반면 뉴런이 시냅스를 통해서 어떤 이온을 어떻게 전달하여 특정 정보가 뇌의 어느 부분이 활성화되면 … 여기에서 기억 능력이 향상되고 등등. 이런 과정을 한 번에 이해하는 것이 무척 어려웠어요. 그래서 관련 지식을 많이 공부한 친구들에게 물어보며 간신히 이해하며 공부하던 기억이 납니다.
정민  사회과학 분야의 특성이 아무래도 논증 과정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실증적으로 결론을 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자연과학 연구 방법이 많이 동원된다고 생각해요.
예원  고등학교 때 여론조사를 주도한 경험이 있는데 당시 많이 힘들었어요. 인문계열에서 배우는 통계학 지식만으로 제대로 된 통계학적 활용법을 적용하기 어렵더라고요. 수집한 자료에서 어떻게 유의미한 결론을 통계적으로 이끌어내야 하는지 충분히 배우지 못해서 고생했고 결국 수학선생님을 찾아가 조언을 구하며 간신히 결과를 산출했던 기억이 납니다.

기억에 남는 책이 있다면?

정민  저는 조지 레코프의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책이요. 같은 이야기를 전달하더라도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서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내용인데 제게는 꽤 충격적이었어요. 전달 방식의 다양성이나 적절성 대해서 고민하는 것도 언론정보학에서 다룰 부분이라고 생각했죠. 또 정치적인 영역에서는 대중을 상대하고 설득해야 하는 전달 방식이 중요하므로 더욱 연구할 가치가 높다는 생각을 했어요.
예원  저는 하인리히 뵐의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라는 고전 소설이에요. 저는 여기서 언론이 가져야 할 사회적인 책임에 대해서 생각해봤어요. 저는 사람들의 동의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언론이나 미디어의 권위를 많이 지지하는 쪽이었어요. 그런데 이런 권위란 것이 때로는 개인의 삶을 파괴할 수 있는 양면적 속성이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면서 미디어 윤리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죠. 최근 제가 본 영화 한 편이 ‘보헤미안 랩소디’인데 이 작품에서도 언론이 한 사람을 무책임하게 몰아가며 개인의 삶을 위협하는 황색언론의 전형이 등장하잖아요. 언론이 사회를 바꾸고자 하는 것은 결국 개인의 삶을 더욱 행복하게 영위하도록 돕기 위해서인데 오히려 대의라는 명분으로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어요.

언론 권력의 사회적 책임과 그 중요성을 블룸의 책을 통해 깨달았죠 언론 권력의 사회적 책임과 그 중요성을 블룸의 책을 통해 깨달았죠

대학교 공부와 고등학교 공부는 어떻게 다른 것 같나요?

예원  고등학교 때는 어느 한 과목에서 대해서 3년이면 3년, 1년이면 1년, 이렇게 정해진 기간에 모든 것을 다 훑어야 한다는 느낌이 있었죠. 이수할 교육과정이 다 정해져 있으니까요. 반면 대학교는 자신이 듣고 싶은 과목을 선택해서 들을 수 있고 또 주제별로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점도 큰 특징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죽음의 과학적 이해’라는 수업은 죽음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성의 철학과 윤리’라는 수업은 성철학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한 학기에 공부해요. 그래서 한 주제를 깊이 있게 탐구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죠. 또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미래를 위해서 현재의 나를 희생한다는 느낌이 강했어요. 내일의 대입을 위해 오늘의 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저는 대학교가 지금의 나를 위해서 살 수 있는 가장 좋은 그리고 유일한 시기라고 생각해요. 또 대학교에는 학회란 것이 있어서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공통의 관심사를 지닌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눠요. 이번 학회 발제 주제는 ‘사랑이란 무엇인가’였어요. 서로 연애 이야기도 하고 그랬죠. 일상을 학문의 영역으로 다룰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지 않나 생각해요.
정민  ‘대학은 스스로 가르치는 자를 양성하는 곳이다’라는 말이 있어요. 저는 이 말이 꽤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고등학교 공부는 모르는 것을 줄여가는 과정이라면 대학교 공부는 아는 것을 넓혀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고등학교 땐 범위를 주기 때문에 모르는 것을 없애고 배운 내용을 최대한 정확하게 흡수하는 것이 중요했다면 대학교는 아는 만큼 얻어갈 수 있으므로 무한하게 성장할 수 있죠. 그렇게 스스로의 책임 역시 중요해지는 것이 가장 특징적이라고 생각해요. 또 대학의 공부는 맥락과 원리에 더 중점을 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똑같은 답을 도출하더라도 내가 어떤 원리나 과정을 통해서 어떤 답을 추려냈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는 나의 논리와 나의 언어를 가져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대학교에서 팀플이 정말 재미있거든요. 지금까지 세 번 정도 팀플을 했어요.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각자의 논리를 공유하고 치열하게 논쟁도 벌여보고 그러면서 우리만의 언어로 어떤 논리를 구축하고 예시를 붙여가면서 논증하는 과정이 저는 무척 재밌더라고요.

언론정보학을 공부하는 데 필요한 것이 있다면?

예원  언론정보학을 공부하려면 역설적으로 언론정보학에만 매몰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현상을 넓게 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죠.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을 주제어로 공부해야 하는 까닭에 확실히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더 개방적인 사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정민  저도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는 것을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소통을 공부하는데 소통을 좋아하지 않으면 무척 힘들거든요. 그러므로 다른 사람과 소통할 때 어떻게 해야 더 올바르고 유익한 소통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면 언론정보학을 공부하기에 적합한 자질을 갖출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고등학교 시절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나요?

예원  고등학교 때 공부를 굉장히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 정말 많았어요. 그런 분위기 탓인지 고1 때는 적응하기 너무 힘들어서 저도 어쩔 수 없이 진짜 공부만 했는데 2학년이 되니 조금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대학이라는 곳은 제가 고등학교 때 관심 있었던 분야를 지속해서 이어나가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을 강하게 해서 그때부터는 제가 하고 싶었던 공부나 활동을 많이 해나갔던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저는 중학교 때 넘쳤던 자신감이 고등학교에 오면서 많이 떨어졌어요. 그래서 수업 시간에 발표나 토론을 할 때는 긴장을 많이 했고 말하는 것이 조금씩 두려워지더라고요. 그래서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어요. 그러다가 사회교과에서 과목을 하나 선택할 수 있었는데 15명 정도 소인수 과목이었고 수업 방식은 하나의 책을 가지고 한 학기 동안 발제하고 토론하는 수업이었죠. 친구들이 다들 워낙 말을 잘 하니까 저도 나름대로 발표 준비에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더라고요. 수업에 집중하고 발표를 충실히 준비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제 낮은 자존감 문제를 극복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제가 공부하는 전반에도 큰 원동력이 되어준 것 같아서 이 수업이 기억에 남아요.
정민  저는 사실 정말 바보처럼 공부만 했던 것 같아요. 최근에야 논다는 것이 얼마나 재미난 일인지 알게 돼서 친구들을 원망했거든요. 왜 그때 진작 알려주지 않았는지.(웃음) 그래서 고등학교 때는 공부를 열심히 하긴 했지만 그 시절에만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을 많이 경험하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움도 많아요. 그리고 저는 뮤지컬 동아리를 열심히 했어요. 제가 10대 때 가장 열심히 했던 활동이라 자부해요. 고등학교 시절에는 어쩔 수 없이 모두가 획일화되는 시기니까 아무래도 개성에 대한 고민이 많았거든요. 내가 과연 개성 있는 사람인지, 나만의 색깔이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이런 고민의 메시지를 담는 창작극을 무대에 올렸어요. 제가 ‘라라랜드’라는 영화처럼 동화적인 느낌을 좋아해서 색감을 잘 활용한 극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죠. 그리고 대학교에 들어와서도 계속 뮤지컬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먼 미래의 이야기지만 진로 계획이 있다면?

예원  언론 분야에서 종사하고 싶기는 해요. 그런데 제 삶의 기조 중 하나가 ‘고이지 말자’라는 것이에요. 저는 역마살이 조금 있어서 세계 곳곳으로 많이 돌아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요즘도 해외 언론사에서 일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고 헤드헌터 같은 것도 해보고 싶어요.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도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일을 바라고 있다고 할까요? 물론 아직은 꿈을 크게 꾸고 있어요.
정민  저는 문화공간을 만들거나 경영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음악이나 영화, 드라마를 무척이나 좋아하거든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제가 이런 영역에서 꼭 필요한 선천적인 재능은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어요.(웃음) 음악적인 재능이나 필력은 타고나는 부분이 크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저는 대중문화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영화, 드라마, 음악을 매우 좋아하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일이 저에게는 큰 기쁨이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을 공유하는 문화공간을 만들고 가꾸는 일이 하고 싶어요. 가령 온라인에는 넷플릭스나 왓챠 등이 있고 오프라인은 공연장, 페스티벌 같은 것이 있는데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그런 공간을 가꾸고 만드는 일을 하게 될 것 같아요.

시간을 아껴도, 그 순간을 즐겨도 좋아요. 대신 자기 자신만은 잃지 마세요 시간을 아껴도, 그 순간을 즐겨도 좋아요. 대신 자기 자신만은 잃지 마세요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고등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예원  고등학교 때는 조금 피곤해도 정말 열심히 사는 것이 나쁘진 않은 것 같아요. 왜냐하면 고등학교 때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많겠지만 일단 고등학생이기 때문에 할 수 없는 일이 또한 많잖아요. 대학교에 오면 할 수 있는 것도 정말 많고 그동안 아껴왔던 시간을 대학교에 와서 충분히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무슨 전형으로 무얼 준비하든 자신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서 정말 적극적으로 찾아보고 어떻게든 알고 싶은 것을 알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결국 그런 과정에서 성장이란 것을 맛보게 되잖아요. 그것을 맛보기 위한 노력을 한다면 좋은 결과가 따르지 않을까 생각해요.
정민  저는 현재를 살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왜냐하면, 저는 각자의 나이, 그리고 각자의 상황에 따라서 그 순간만의 고민과 즐거움이 있다고 생각해요. 굳이 대학 입학 때문에 무엇인가 포기하며 고등학교 시절의 즐거움을 미루고 놓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돌이켜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 고등학교 생활을 해서 이렇게 말씀드려요. 그래서 여러분께는 미래를 살기보다는 그래도 현재를 살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글·사진문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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