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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곳에 오기까지

미지(美知)의 세계를 향해

안채은 인문대학 미학과
김신지 인문대학 미학과


아름다움을 알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아름다움을 알기 위해 온 힘을 다하며 스스로 아름다움이 되어간다.
미지(未知)를 깨닫고 미지(美知)의 세계를 향해 뛰어왔다는 그들.
그 여정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미학과를 간단히 소개한다면?

채은  미학의 정의를 말씀드리는 게 가장 간단하고 명료할 것 같아요. 미학은 미가 무엇이고, 예술이 무엇인지를 철학적인 접근을 통해 공부하는 학문입니다. 저희는 바로 그 미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고요.

 

고등학교에 다닐 땐 미학을 자주 접할 기회가 없을 텐데 미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신지  사실 저는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미학과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처음에는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서 내가 무엇을 공부해야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찾아보다가 미학을 전공하기로 결심했죠. 나중에는 오히려 그 학문 자체에 대한 관심이 커져서 지금 장래희망도 감독에서 교수로 바뀌었어요. 그러다보니 더욱 미학과에 가고 싶었어요.
채은  제가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 선생님과 함께 뮤지컬 관람을 갔어요. 프랑스 오리지널 팀의 내한 공연이었는데 ‘노브랜드 딸’이랑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뮤지컬이었죠. 그때 제가 본 뮤지컬이 종전에 봤던 영화나 연극이랑 조금 다른 즐거움을 준다고 생각했어요. 영화와 연극 그리고 뮤지컬은 똑같이 시청각을 이용한 예술인데 왜 제가 다른 즐거움을 느꼈는지 궁금했고요. 이게 나중에 미학의 문제랑 연결된다는 것을 알았고 그때부터 미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에 미학을 공부해본 경험이 있나요?

채은  저는 딱히 공부라기보다 책을 몇 권 찾아 읽은 경험은 있어요. 대중문화와 관련된 책이나 발터 벤야민의 책도 읽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발터 벤야민의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이에요. 과거엔 작품이 만들어지면 그 하나가 독자적으로 존재했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기술복제시대가 되어 예술작품이 많이 복제되죠. 예술작품을 인터넷에서도 볼 수 있고 그러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예술의 가치나 예술이 갖는 위상이 어떻게 될 것인가와 관한 문제를 다룬 책이에요. 정말 흥미로웠어요. 제가 미학을 그 책으로 입문했거든요. 저에게 미학이 뭔지, 미학이 어떤 문제를 다루는지에 대한 시사점을 던져준 책이에요.
신지  저는 고등학교 때 동양철학에 관심이 많았어요. 장자를 정말 좋아했죠. 장자의 책 안에 실린 다양한 내용 중에서도 양생주와 같이 관심이 가는 부분들이 있었어요. 그 부분들이 예술론으로 확장되는 이야기더라고요. 실제로도 동양은 미학을 특정지어서 탐구하지 않고 철학 내에서 계통을 미학으로 확장시키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제가 공부한 것은 미학 자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그런 식으로 미학과 관련된 내용을 공부한 경험이 있었어요. 아니면 문학작품을 철학적으로 확장할 여지를 찾아보는 식으로 탐구하는 것을 즐겼죠.

 

그렇다면 궁금하네요. 미란 무엇인가요?

신지  일단 저는 미라는 것이 객관적인 어떤 속성으로 내재하고 있다고 생각하기보다 우리가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바뀌는 주관적이고 가변적인 속성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미가 고정적인 무언가로 한정되기보다는 흥미로운 것이나 추한 것들도 때론 미적이라고 묶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조금 포괄적이고, 속성으로 투영되는 요소라는 느낌이 있어요.
채은  이 인터뷰가 기사로 실렸을 때 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이 지금이랑 다를 수도 있을 것 같네요.(웃음) 저는 미가 곧 ‘쾌’라고 생각해요. 정신적인 미든 물질적인 미든 결국에는 쾌락과 관련이 있다고 봐요. 쾌라고 하면 다소 세속적인 가치라고 여기기 쉽잖아요. 당장 먹고 자는 데에만 치중된 가치라고 볼 수도 있죠. 하지만 선함이나 정의와 같은 정신적인 아름다움도 결국엔 인간의 삶에서 무질서하고 부정의한 상태보다 훨씬 더 쾌를 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미란 곧 쾌라고 생각해요.

미학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 주변에 많은가요?

채은  저는 굉장히 많다고 생각해요.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이 신입생을 선발할 때 광역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추후에 전공 진입을 하는데 제 주변에 미학과를 희망하는 친구들이 정말 많아요. 또 미학과는 비록 한 학번에 10명이지만 다들 미학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많다고 생각해요. 저희 반에 광역으로 입학한 친구가 한 명 있는데, 그 친구는 아예 고등학교 때부터 미학과 진학을 결심하고 여러 예술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었어요.

미는 예술에서도, 철학에서도 다룰 수 있는데, 어떻게 미학이라는 독자적인 학문으로 탐구될 수 있었을까요?

신지  철학은 합리적인 대상에 대해 재단을 가하잖아요. 미학은 연구대상이 감성이라든가 상상력같이 우리가 논리적으로 쉽게 파악할 수 없는 것이라도 논리적으로 재단을 가해보자는 시도이기 때문에 미학이 독자적인 영역으로 존재 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채은  저는 미가 그만큼이나 모든 인간에게 강렬하게 내재되어 있는 욕구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문학은 애초에 인간에 대한 학문이고 공부니까 인간의 커다란 욕구 중 하나인 아름다움에 대해 따로 공부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혹시 대학교에서 들었던 강의 중 인상 깊었던 강의가 있나요?

채은  저는 사실 현대미술이나 대중예술에 굉장히 회의적이었어요. 이게 왜 예술인지도 모르겠고 언제부턴가 저도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게 예술이란 이름을 달고 나오니까 회의적인 입장을 갖고 있었죠. 그런데 제가 미학과 교양수업인 ‘대중예술의 이해’를 들으면서 제 인식이 많이 바뀌었던 것 같아요. 무작정 많은 사람에게 열린 예술이라고 해서 그 가치가 저평가 되어선 안 된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기존에 제가 갖고 있었던 현대예술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신지  저는 미학과 전공수업인 ‘미학원론’이요. 제목은 미학원론이긴 한데 사실 현대 부분이 굉장히 비대해서 현대미학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많이 배울 수 있어요. 또, 아까 미학이 어떻게 독자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지 질문해 주셨잖아요. 철학은 보통 고대의 주제가 지금까지도 똑같이 논해지면서 발전과정이 있죠. 그런데 미학은 ‘미란 무엇인가’라는 똑같은 질문에서 고대에 물어봤던 내용이랑 현대에 물어봤던 내용이 뉘앙스가 많이 다르더라고요. 그런 내용을 이전까지는 전혀 몰랐는데, 이 수업 덕분에 미학을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에 대한 입장을 잘 정립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미학원론 수업을 통해 미학의 맛을 보았어요(김신지 학생) 
미학원론 수업을 통해 미학의 맛을 보았어요(김신지 학생)

입학 전후로 미학과에 대해 생각했던 것과 다른 점이 있나요?

채은  크게는 없어요. 하나 꼽자면, 학교 들어왔을 땐 그냥 미학이 재밌겠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공부하면 할수록 더욱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이건 미학과 이야기인데 지도교수님이 정말 좋은 분이세요. 그래서 대학 생활에 금방 적응할 수 있었고 학과에서 정말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신지  맞아요. 모든 미학과 교수님들이 학생들에게 정말 친절하게 대해 주세요. 제가 미학과 수업을 하나 수강 취소하면 다른 미학과 교수님이 “너 왜 그거 수강 취소했어.”라고 말씀하실 정도로 학생들 하나하나 모두 잘 챙겨 주세요. 학생들 이름도 다 외우고 있고요. 그래서 좋았던 것 같아요. 크게 다르거나 실망했던 건 딱히 없었어요.

미학을 공부하는 데 필요한 능력이 있다면?

신지  음…. 이것은 인문학 전반을 공부하는 데 필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무언가 하나를 쭉 붙잡고 있는 능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왜냐하면, 대학에 오면 책을 읽는 작업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데 한 번에 읽어서 이해되는 문장이 별로 없거든요. 제가 지난 학기 전공수업에서 공부한 미학 서적을 읽으면서도 느꼈던 점이에요. 그래서 한 문장도 여러 번 읽거나 그걸 원서로도 읽을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채은  저도 동의해요. 한 번 읽어서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이 책 안에 그렇게 많지 않아서 텍스트를 읽는 능력이 중요할 것 같아요. 또 이것 역시 인문학 전반에 관한 이야기지만, 글쓰기 능력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수업을 들으면서 글을 쓸 일이 정말 많아요. 결국에는 수업을 듣고 나름의 방식으로 자기 생각을 풀어나가야 하니까, 글쓰기 능력 진짜 중요한 것 같아요.
신지  교수님께서 하나 추가해주신 게 있는데요. 외국어 두 개는 잘해야 한다고 말씀해주셨는데 하나는 일본어였고 다른 하나는 자기가 관심 있는 다른 언어를 하라고 하셨어요. 일본이 옛날부터 미학 연구를 많이 진행해서 번역이 잘 되어있는 책이 많거든요.

대학 생활, 어떤 점들이 마음에 들었나요?

신지  저는 시간이 온전히 제 것이 되는 게 좋았어요. 대학교에서 참 많은 과제를 부여해 주는데 솔직히 안 내고 싶으면 안 내도 되는 거잖아요.(큰 웃음) 고등학교 때와는 다르게 스스로의 책임감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그렇게 시간이 정말 내 것이 되는 기분? 그게 정말 좋아요.
채은  무언가 자유로워진 느낌이 좋아요. 고등학교 때 제가 자유롭지 못했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대학교에 오니까 정말 큰 자유를 맛본 것 같아요. 공부도 제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좋아하는 밴드의 공연도 보러 다니고요. 신지 말처럼 제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은 것 같아요.

고등학교 시절은 어땠나요?

채은  저는 누가 돌아가라고 하면 돌아가고 싶지는 않지만 평생 그리울 시간일 것 같아요. 그곳에서 좋은 친구들과 선생님을 많이 만났고 제가 미학 공부를 할 수 있게끔 도와주신 분들도 많이 있어요. 고등학교는 제게 추억의 공간, 제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에요. 그리고 치어리딩 활동이 제일 기억에 남는데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과별로 치어리더가 있었죠. 이게 꽤나 힘들었어요. 하지만 그만큼 열심히 하고 재미있었어요. 모두 함께 동작을 맞춰보잖아요. 연습 과정에서 치어리딩 영상을 직접 찍어서 보면 모두의 동작이 서로 딱딱 맞을 때 쾌감, 성취감이 정말 커요. 오전 시간에는 점심 연습 기다리면서 공부 열심히 하고, 오후 시간에는 석식 연습 기다리면서 공부했던 기억이 나요. 덕분에 고등학교 때 체력도 많이 기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신지  저는 기숙사에 살았어요.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거의 온종일 시간을 함께한 친구들이 가득했죠. 채은이와 마찬가지로 저도 미학과를 선택하도록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도움을 준 친구들이 많이 있어요.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좋았던 게 참 많았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제 취미가 프로젝트 같은 걸 진행하는 것이었죠. 1학년부터 2학년까지는 영화를 만들었어요. 제가 직접 시나리오도 쓰고, 촬영 장비도 다 갖추고 배우도 섭외해서 찍고 그랬어요. 2, 3학년 때는 제가 미학에 더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던 시기였는데, 음악과 사진, 글이 융합된 아트북 프로젝트를 기획했고요. 그 프로젝트가 지금까지도 연속적으로 이뤄지는 것 같아요.

여러분의 진로 계획은 무엇인가요?

신지  1학기 때는 방황을 많이 했어요. 갤러리 쪽으로 갈까, 매거진 쪽으로 갈까 고민하다가 지금은 다시 ‘나는 공부를 더 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돌아왔어요. 1학기 때 현대미학을 많이 접하면서 미학이 발전해 나가는 그 과정에 함께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아직 확정된 진로는 없지만, 일단은 공부를 더 많이 해보고 싶습니다.
채은  저도 정확하게 정한 것은 없지만, 지적 재산권 관련 산업이나 엔터테인먼트 산업에도 관심이 생겨서 그 분야에 대해 관심 있게 들여다보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고등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채은  제가 많이 못해봐서 그런지 몰라도 교복을 입은 사진을 많이 찍어두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제가 고3 때 노트북 카메라로 찍었던 사진들을 가끔 다시 보면 정말 아련한 추억으로 다가오거든요. 그래서 졸업하기 전에 교복 입고 친구들이랑 많이 사진 찍고 좋은 추억을 남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신지  제 신조가 ‘점에서 선까지’라는 것이에요. 저는 고등학생 때 정말 하고 싶은 것만 했거든요. 작곡을 하고 영화를 만들었던 경험이 산발적으로 보이지만 결국에는 활동들이 다 같이 선으로 연결되어 미학과를 향한 나만의 꿈으로 모아지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좇으며 살면 좋겠어요. 시간에 쫓길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더라도 진짜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 일을 하는 것이 멀리 보면 더 많은 보탬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글·사진문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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