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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곳에 오기까지

언어, 그것만이 내 세상

이승현 인문대학 언어학과
김재원 인문대학 언어학과
인터뷰 사진

누구에게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무엇을 접할 때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경험. 맑은 하늘 아래 누구보다 빛나는 두 사람을 만났다. 어색함도 잠시, 화기애애한 인터뷰 현장에서 언어학과 김재원, 이승현 학생과 이야기를 나누며 전공에 대한 남다른 애착과 통통 튀는 학교생활에 대해 나눌 수 있었다. 커피 세 잔과 함께 한 따뜻한 대화를 공유한다.

안녕하세요, 언어학과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승현) 인간의 특성 중 하나가 언어잖아요. 언어학과는 언어를 통해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전공입니다. 언어학의 궁극적 지향은 인문학에 속하지만 그 탐구 방편으로 자연과학을 활용하니,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융합된 학문이 언어학이라고 할 수 있어요.
(재원) 기계번역이나 음성인식 부분에서 언어학이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어 전망이 좋은 학과라고나 할까요?(웃음) 언어를 토대로 제 학문과 연계되어, 언어학의 영역은 상당히 광범위합니다. 사회언어학, 인지과학 등 여러 범주를 공부할 수 있어요.

언어학과가 전국에 총 6곳이 있다고 들었어요. 언어학과에 대해 알게 된 경로나 언어학과를 지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재원) 평소 언어를 상당히 좋아했어요. 고등학교 재학 당시 막연히 영어영문학과 진학을 염두에 두었지만, 학과 소개를 접하고 예상보다 영문학 비중이 크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문학에 큰 관심이 없었고 논리적 사고가 발달한 편이라 고민 끝에 언어학과에 지원하게 되었어요. 언어학 관련 교양서적을 읽으며 언어학과 진학에 대한 확신이 생겼지요.
(승현) 저는 처음에 소수언어학자에 대한 관심으로 언어학과를 알아보게 되었어요. 앞으로 10년 후 6천개 언어 중 절반 정도가 줄어든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어요. 평소 언어가 줄어든다는 사실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세계화 추세에 따라 언어의 감소는 오히려 효율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언어 다양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어느 소수언어학자의 TED 강의를 통해 생각의 전환이 일어났다고 할까요? 언어가 생각 이상으로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특정 언어가 사라지면 그 안에만 담을 수 있는 정서나 문화 역시 함께 사라진다는 심각성을 절감하게 되었어요. 소수언어학자들의 신념에 매료되어 언어학과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융합된 학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융합된 학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언어학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입학한 학생들이 많나요?

(재원) 대부분 그런 것 같아요. 성적에 맞춘 학생들도 물론 있겠지만 언어 자체에 관심이 많고, 기본 지식이 상당한 학생들이 지원하는 편이에요. 언어학 관련 독서량이 상당한 친구들이 꽤 많아요. 동기들이 대부분 학구적이어서 1학년 때부터 전공을 많이 듣고 생각도 깊어요. 실제로 대학에 진학한 후 소양이 출중한 학생들이 많아 좀 놀라기도 했어요.
(승현) 우리나라에 언어학과가 별로 없어, 이 전공을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친구들이 입학하는 것 같아요. 어떤 학생의 경우에는 기호 논리학 전공으로 어떠어떠한 분야를 구축해나가겠다는 목표를 갖고 지원할 정도로 많은 생각과 큰 고민 끝에 오는 학생들이 많아요.

입학하기 전 언어학과에 대해 생각했던 것과 다른 점이 있나요?

(승현) 대학에서 이론언어학을 공부할 것이라는 제 예상은 맞았어요. 언어학과에서 주로 음성학이나 음운론을 공부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특별했던 점은 언어학과에서 방언연구를 한다는 것이었어요. 상당수의 언어학과 학생들이 강원도를 비롯해 여러 지역으로 방언 답사를 가요. 답사를 가면, 언어 조사와 데이터 처리 및 분석 등을 하는데 교수님이 옆에서 방법론을 바로 지도해주시고 대학원생들도 함께 가기 때문에 배우는 게 많아요. 학부 과정에서 방언을 공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미래지향적이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지금은 방언에 관한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어요. 아직 다 이해는 못하지만 예전 문헌을 토대로 형태소의 변화를 살필 수 있어서 방언 연구의 중요성을 체감하고 있어요.
(재원) 저도 순수언어학을 공부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제 기대보다 언어학이 더욱 깊이 있는 학문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학문이더라고요. 여태까지 전공 수업을 5과목 정도 들었는데 학문 자체가 무척 심오해, 공부하면서 제 한계를 넓히자고 다짐하기도 했어요. 제일 놀랐던 건 컴퓨터 언어학이 필수 전공으로 지정되어 있다는 것이에요. 컴퓨터 언어학도 언어학의 일부라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어요. 전공 필수이기 때문에 언어학과 학생 전원이 이수해야 하는데 컴퓨터 언어도 우리의 언어로 취급한다는 사실이 신기했습니다.

컴퓨터 언어를 새로 접한다는 게 부담스럽지는 않나요?

(재원) 저도 아직 수업을 듣진 않았어요. 컴퓨터에 대한 지식이 아예 없어서 조금 두렵기도 해요.
(승현) 언어학과만 들을 수 있는 강의가 아니기도 하고 ‘언어와 컴퓨터’라는 강의는 타과생과 함께 듣기 때문에 부담스럽기는 해요. 컴퓨터 언어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노력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말을 종종 듣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전공 필수이고 선배들이 잘 헤쳐 나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저희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신의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자신의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1학년 때 이수해야 하는 전공이 있나요?

(재원) 반드시 들어야하는 전공은 없지만 대체로 1학년부터 전공 수업을 수강해요. ‘언어와 언어학’은 언어학과 학생 모두가 듣고 ‘말소리의 세계’는 절반 이상이 들을 정도로 전공 수강 비율이 높아요.
(승현) 대개 자발적으로 전공 수업을 들으며 언어에 대해 차근차근 배워나가는 편이에요.

동아리 활동은 무얼 하세요?

(재원) 네, 저는 동아리 활동을 2개 하는데 하나는 새내기 때부터 활동했고 다른 하나는 올해 시작했어요. 앞서 참여한 동아리가 ‘인스트루’라는 아카펠라 동아리인데 동아리 공연을 보고 무척 감동받아서 오디션을 통해 가입했어요. 인스트루의 경우 비교적 소규모 공연 동아리여서 상당히 돈독해요. 금년엔 동아리 공연 말고 다른 활동도 하고 싶어서 학생사회공헌단에도 참여하고 있어요. 노인을 대상으로 사회공헌프로젝트를 기획하며 보람차게 활동하고 있어요.
(승현) 계절 학기를 듣고 있기 때문에 취미 활동을 충분히 하진 못하지만 테니스를 치거나 프랑스어를 집에서 공부하곤 해요. 다음에는 초급 프랑스어를 수강하려고요.

정말 언어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승현) 언어학과 내 13개 언어를 구사하는 분이 계셔서 상향평준화가 되고 있어요. 이 분을 보면 제가 언어를 너무 조금 한다는 생각이 들어 언어를 배우고 싶다는 열망에 불타올라요.
(재원) 물론 언어학과가 여러 언어를 배워야하는 학과는 아니에요. 하지만 학생들 자체가 언어에 대한 관심이 많다보니까 자연스레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저도 언어를 많이 하지는 않지만 언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어요. 소위 ‘언어 덕후’라는 말이 학과에서 나오기도 해요.

염두에 둔 복수전공이 있나요?

(재원) 2학년이라 이제 복수전공을 신청할 수가 있어요. 경영, 경제, 외교를 생각하고 있어요. 당초엔 언어학 관련 학문을 복수전공하려고 했는데 SNU in Washington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외교에 대한 관심도 생겼어요.
(승현) 저는 입학하면서 내심 컴퓨터 공학을 복수전공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컴퓨터 공학을 복수전공 하는 선배들이 너무 힘들어 보여서 조금 고민이 되긴 하지만 그래도 도전해보려고요. 학점이 어느 정도 되어야 컴퓨터 공학 복수전공이 가능하기 때문에 일단 현재에 최선을 다하려고요.

 

서울대학교 인재상에 부합하는 다방면에 성실한 학생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서울대학교 인재상에 부합하는 다방면에 성실한 학생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고등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승현) 언어학과에 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나서, 포털 사이트에 수시로 검색해보곤 했는데 거창한 뉴스가 검색될 때마다 제 자신이 작아보였어요. 저는 일반고에서 내신 위주로 열심히 공부했고 언어학과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가지고 지원하는 건데 다른 학생은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만 같았어요. 제 자신의 가능성을 매번 의심했는데 정말 그럴 필요가 없다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평소 국어 공부를 한다든가 논문을 찾아서 읽을 때, 특별히 관심 가는 부분에 언어가 포함되어 있다면 언어학과에 지원할 수 있는 기초 소양이 이미 갖추어져 있다고 생각해요.
(재원) 언어학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지만 서울대학교 인재상에 부합하는 다방면에 성실한 학생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선배들의 조언도 구하고, 선생님과 상담도 하고 관련된 책을 찾아 읽으면서 전공에 대한 자신의 적성을 점검하는 것이 좋아요. 저도 책을 통해 언어학이 이런 거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언어학에 대한 관심이 확고해졌거든요.

순백의 빛을 좇는 사람들. 그들도 이따금 기대에 어긋나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두 사람과 얘기를 나누며 곤경도 하나의 디딤돌일 뿐이라는 생각을 했다. 자신의 삶을 걸 학문을 찾아 서울대에 오게 될 누군가라면 공감하리라. 저들을 응원한다.

글·사진이한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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