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곳에 오기까지
언어로 문화를 잇다

우리는 모두 여러 선생님의 크고 작은 노고로 빚어진 학생이다. 피그말리온과 골렘 효과는 교사의 영향력이 얼마나 지대한지 선명한 단문으로 웅변한다. 하여, 누구나 한 번쯤 교사를 꿈꾸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학창시절의 그 꿈을 소중히 간직해 온 이다윤, 조민지 학생을 여름의 햇살 아래 만났다. 누군가 말했듯, 어떤 진실은 섬세한 이야기로만 전해지기에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본다.
안녕하세요, 불어교육과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다윤) 불어교육과는 이름 그대로 프랑스어를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교사나, 교육 관련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학과예요. 프랑스어 교과와 함께 프랑스 문화나 사회 등에 대해서 공부하고, 궁극적으로는 저희가 배운 내용을 다시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여러 교수법에 대해서도 배운답니다.
불어교육과 입학을 결심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민지)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줄곧 교사의 꿈을 지녀왔어요. 많은 친구들이 어린 시절에 한 번쯤은 생각해봤던 장래희망일 테지만 저는 좋은 선생님들을 많이 만나며 항상 선생님이라는 직업에 따듯한 인식을 가져왔기 때문인지 더욱 확고했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에 다니면서는 중고등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고, 교사에 대해 더욱 구체적인 꿈을 꾸기 시작했어요. 중고등학교에는 갈피를 못 잡고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내는 학생들이 많은 만큼 제 주위에도 그런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 친구들을 무조건 혼내지 않고 잘 이끌어 도움을 주신 선생님들을 자주 봤어요. 그래서 저도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선생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고등학교 시절 교육 동아리에서 활동했어요. 교내 특색사업으로 매일 아침 1시간 동안 동아리 활동을 하였는데, 친구들과 모의수업도 해보고 한 달에 한 번씩 교육문제나 교육정책에 관해 토의하며 소논문을 쓰기도 했어요. 이런 경험들이 모여서 지금의 저를 이루었고, 망설임 없이 불어교육과에 지원했어요.
(다윤) 뉴스를 볼 때 교육문제가 나오면 주의 깊게 보곤 했지만, 제가 고려하는 진로 중에 하나라고 여길 정도로 교직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어요. 교육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아예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제게는 더욱 흥미로운 분야가 많았거든요. 그런 제가 불어교육과에 진학하게 된 것은 수능 점수의 영향도 있었지만 가장 주된 이유는 프랑스어를 공부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에요. 불어교육과를 나온다고 해서 모두가 교원이 되는 것은 아니고 언론, 문화, 예술, 외교 등 사회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졸업생이 많다고 들었어요. 유네스코와 같은 국제기구의 교육 분야에서 일하며 불어 교육 전공을 확실히 살리는 사례를 접하고 불어교육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그랬기에 불어교육과 선택에 있어서 흔들림이 없었던 것 같아요.
다양한 언어 중에서 프랑스어를 전공으로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민지) 중학교 3학년 때 레미제라블 뮤지컬을 본 적이 있는데, 한 번 보고 정말 푹 빠졌어요. 어릴 적 장발장을 읽었을 때는 동정 때문인지 장발장은 선한 사람이고 자베르는 악인이라 여겼는데, 뮤지컬을 보며 자베르의 시선도 달리 해석되어 작품에 대한 입장이 단순하지 않았어요. 반복해서 읽을수록 빅토르 위고가 인물 간의 갈등을 다층적으로 묘사하는 장면들에 매료되었어요. 원어로 작품을 읽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으니까요. 이것이 단초가 되어서 프랑스어를 전공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윤) 프랑스어가 국제외교 언어로 많이 쓰인다는 점이 중요했어요. 물론 프랑스어는 유럽과 아프리카를 제외하면 거의 쓰이지 않아 스페인어, 아랍어, 중국어 등에 비해 실용성이 낮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결정적 순간에 프랑스어는 빛을 발합니다. 예를 들면 올림픽에서 결과 발표를 할 때도 영어보다 프랑스어가 먼저 나와요. (민지) 한 가지 덧붙이자면, 프랑스어는 발음이 정말 예뻐요. 특히 에흐(r) 발음이나 비음이 많이 섞여서 들을 때 부드러운 느낌을 주거든요. 시를 낭송하거나 문학작품 낭독하는 것을 좋아해서 자주 듣게 되는데 그때마다 언어가 감정을 풍부히 담아낸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고등학교 때 프랑스어를 공부한 적이 있나요?
(다윤) 프랑스어를 대학에서 처음 배웠어요. 1학년 1학기에 초급프랑스어 과목을 수강하면서 알파벳부터 배운 초심자였어요. 힘든 점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 같아요. 특히 전공이 불어교육이다 보니 프랑스어에 능통한 학생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수업이 있거든요. 언어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을 꽤 필요로 해서 입학하고 나서 한 학기쯤은 정말 힘들었어요. 프랑스어는 영어보다 동사 변화형이 훨씬 많아서 외우기도 힘들고 외운다고 하더라도 그때그때 따져가며 써야 해서 공부시간이 훨씬 더 많이 걸렸거든요. 그런데 꾸준히 노력하다 보니까 안 되는 것이 없는 것 같아요. 확실히 기본실력이 있는 학생들이 편하긴 하지만 열심히 노력하니 언어사용 능력에서는 뒤처지지 않게 되었어요. 프랑스어를 공부할 기회가 적었던 일반고 출신 학생들을 고려해 수업을 진행하시는 교수님들이 계셔서 용기를 많이 얻었던 것 같아요.
(민지) 저는 외고에서 프랑스어를 공부했어요. 첫 프랑스어 수업은 어느 정도 수월하게 들었던 것 같아요. 이전에 프랑스어를 접하지 않고 입학한 친구들이 꽤 많아서, 기초부터 차근차근 가르쳐 주셨거든요. 그래도 수업은 성실히 들어야 따라갈 수 있는 내용이 많았어요. 처음 공부하는 친구들보다는 유리할 수 있지만, 성적을 좌우할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 같아요.

불어불문학과와 불어교육과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민지) 불어교육과에 다닌다고 하면 자주 듣는 질문이에요.(웃음) 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불어불문학과가 문학에 대한 이해를 중시한다면, 불어교육과는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가르칠 내용과 그 방법을 강조합니다. 다시 말해 불어교육과는 프랑스어 자체나 불문학에 집중하기보다는 문법, 회화, 듣기, 발음지도법, 듣기지도법, 교과연구법 등에 방점을 두지요. 1학년 전공 수업만 해도 다른 점이 많아요. 불어불문학과에 다니는 친구한테 물어보면 1학년 전공 필수과목으로 불문학을 수강해야 하는데, 불어교육과는 기초문법과 초급회화를 수강하거든요. 이런 것만 봐도 불어불문학과가 프랑스어로 적혀 있는 문학작품을 읽고 해석하는 능력을 앞세우는 반면, 불어교육과는 듣기와 회화 등 언어적 상호작용이 우선입니다.
(다윤) 또 다른 차이점 중 하나는 프랑스어 수업이 진행되는 방식인 것 같아요. 불어불문학과의 경우에는 불문학 작품 강독으로 진행되는 수업이 많아요. 물론 불어교육과도 불문학에 대해서 배우고 다룰 기회가 많지만 주가 되는 것은 학생들에게 꼭 가르쳐야 할 문법이나 회화거든요. 저도 불어불문학과와 불어교육과 사이에서 고민했는데, 저는 문학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어서 흥미가 없으면 무리가 될 거라 여겨져 불어교육과를 선택했어요.
향후 진로로 염두에 둔 것이 있나요?
(민지) 저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서 사범대학에 진학했어요. 지금 제 계획은 지리교육이나 영어교육을 복수전공하는 거예요. 지리는 제가 고등학교에서 프랑스어를 배우지 않았다면 지리교육과에 지원했을 것이라서, 그리고 영어는 상대적으로 교사가 될 기회가 많이 주어지기 때문에 둘 사이에서 복수전공을 고민하고 있어요.
(다윤) 선생님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해본 적은 별로 없었어요.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외교관을 꿈꿨어요. 그렇게 초, 중, 고등학교를 달려왔는데 문득 외교관이 제 삶의 방식과 맞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따금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제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관과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저는 무엇보다 보람 있게 일하는 것을 소중히 여기는데, 저로 인해 학생들의 삶이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질수록 교사의 삶을 그려보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고등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다윤) 고등학교 생활은 힘들기는 했지만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그때만큼 열심히 무언가에 몰두해본 적이 드문 것 같아요. 당장은 힘들겠지만, 더 멀리 내다보면서 힘냈으면 좋겠어요.
(민지) 저도 마찬가지예요. 고등학생 때 학업 스트레스가 없었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말이겠지만, 입시를 끝내고 되돌아보았을 때 고생한 만큼 뿌듯함도 컸어요. 매순간 해야 할 일을 충실히 하다 보면 어느덧 졸업일 거예요. 조급해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