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곳에 오기까지
재수는 추억 새 꿈은 미래!

가을이 막 찾아오기 시작했던 10월의 어느 날.
심은 지 1년밖에 지나지 않는 나무라고 자신을 비유한
감성적인 남자 윤광언 군을 만났다.
반갑습니다. 대학에 입학하고 벌써 한 학기하고도 한 달이 지나버렸는데요. 지난 1학기에는 어떤 대학 생활을 하셨는지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면서 지냈는지 궁금합니다.
대부분 1학년 학생들이 보내는 것과 비슷하게 보냈어요. 무엇을 해야 할지 정확하게 모르는 상황에서 소위 잉여처럼 생활하다가 친구들을 만나 술도 마시고, 주어진 생활을 하다가 또 술자리가 있으면 나가고 그랬던 것 같아요. 생각보다 술을 많이 마신 것 같네요. 하하하!
제 경우엔 새내기 시절보다 2학년이 된 요즘 더 술을 즐기게 된 것 같아요.
윤광언 학생은 평소에 술을 즐겨하는 편인가 봐요?
음…. 딱히 즐겨한다고 표현하기는 그렇지만 주위 사람들 말로는 술에 취하면 재밌어진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더 자주 친구들과 술을 마시게 되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술을 마시면 재미있어진다고 하니까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네요. 술자리에서 생긴 특별한 에피소드 같은 게 있나요?
음…. 국사학과 친구들은 재미있었다고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할지는 모르겠어요. 국사학과 새날반 종파날이었던 것 같아요. 종파에서 제가 술에 취해서는 여러 출판사에서 나온 국사 교과서를 모두 사야한다고 했다고 하더라고요. 강하게…아주 강하게 말이죠(웃음). 맥락은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나는데, 술자리에서 누가 기출문제 해설지 쓰는 알바를 한다는 말을 했었는데, 제가 국사학과니까 해설지를 쓰려면 모든 교과서를 다 봐야하지 않겠느냐 그랬대요. 지극히 국사학과 술자리 분위기만 드러내는 것 같아서 쑥스럽네요.
나름대로 즐거운 새내기 시절을 보내고 계신 것 같아요. 그렇다면 고등학교 생활에 비해서 대학교 생활이 어떤 점에서 더 좋다고 생각하세요?
“자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정말 대학생활은 행동반경이 자유롭죠. 행동반경이 자유롭다는 건 원하는 수업을 자유롭게 택해서 들을 수 있고, 수업시간에 필요로 하는 게 있으면 자신의 능력껏 할 수 있는 만큼 뽑아낼 수 있다는 걸 의미해요.
자유로움이 좋았다면 윤광언 학생을 힘들게 했던 고민거리가 있었나요?
학생이라는 보호막이 고등학생 때는 있었다면 대학생이 된 후에는 그런 게 다 사라지고 앞에서 말했듯이 자유가 주어지잖아요. 그래서 자유의 대가로 행동에 대한 책임을 모두 자신이 다 져야한다는 게 학기 초에 특히 부담스럽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모든 생활이 막연하게 느껴졌던 것,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현재 하고 있는 동아리나, 그 외 특별한 활동 같은 게 있나요?
현재 동아리는 딱히 하는 건 없습니다. 학기 초나 지금이나 여러 동아리를 눈여겨보고는 있었는데,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전부 시기를 놓쳐버렸던 것 같아요. 이번 2학기 때도 사격동아리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눈치만 보다가 결국 들어가지 못해서 너무 아쉬웠어요. 그 대신에 요즘은 중•고등학교 때부터 관심이 많았던 외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어요. 중국어와 일본어 공부를 만화나 드라마 같은 걸 보면서 현재 독학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근데 독학이라는 게 쉽지 않네요.
와 정말 대단하네요. 원래 언어에 관심이 많으셨나봐요. 어떤 만화와 드라마를 통해 공부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알려줄 수 있나요?
최근에 공부하기 시작한 거라 많은 사람들이 보는 인터뷰에서 밝히기 부끄럽습니다만, 예를 들면 일어의 경우 코난이란 만화를 통해 시작하고 있습니다. 또 줄거리를 이미 알고 있는 책이자 제가 관심있게 읽었던 도쿠가와이에야스를 중앙도서관에서 빌려 우리말 번역된 것과 맞춰가며 보고 있어요.
윤광언 학생의 경우 대원외고를 졸업한 뒤 재수를 했다고 들었어요. 재수를 해야겠다고 결심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대원외고 친구들이 많이 하는 말이 있어요. 워낙 대단한 친구들이 많아서 대학가기가 어렵다는 의미에서 재수는 필수고 삼수는 선택이라는…. 하하하! 다른 선택지가 없었어요. 고등학교 졸업 당시에는 서울대와 고려대를 수시에 지원했었는데 모두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기 때문이에요.
제가 듣기로는 재수 시절에 정시가 아니라 수시를 통해 합격했다고 하는데 정말 사실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다행히 수시 일반전형으로 합격해서 지금 이렇게 학교를 다니고 있어요. 졸업 당시에도 2차 면접이 아닌 1차 서류전형에서 탈락을 했기 때문에 재수 때 수시에 큰 기대를 안 했었거든요. 그 당시 현역 때의 자기소개서에서 무엇이 잘 못되었었는지에 대해서 많이 고민을 했었던 것 같아요. 처음 도전했을 때 자기소개서는 읽어보면 그냥 “국사가 좋다. 국사를 공부하고 싶다.”는 식의 두루뭉술한 말들이 많았는데 재수 때 수시를 넣으면서는 그런 부분들을 많이 수정했어요. 어느 부분을 공부하고 싶은지, 뭐 예를 들어 조선후기면 후기, 고려면 고려 이런 식으로…. 또, 왜 국사를 공부해야하는지에 대해서 정말 구체적으로 적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이 때문에 붙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재수를 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요?
여기서 이런 얘기를 해도 될지는 모르겠는데 재수 시절에 할아버지께서 갑작스레 돌아가셨어요. 고등학생 때까지는 분명히 서울대에 입학해 입학식 날 할아버지와 사진을 같이 찍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3학년 말 수능을 끝내고 나서는 할아버지와 함께 사진을 찍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암담했죠. 재수생활을 어떻게 버텨야할지…. 막막했던 시간이었어요. 또 할아버지께 바라시던 걸 못 보여드리고, 재수를 해야 했고, 끝끝내 제 입학식을 보지 못하시고 돌아가셔서 그게 너무 죄송했어요.
또래 친구들은 윤광언 학생보다 1년 먼저 대학에 들어가서 새로운 경험들을 하고 있었을 텐데요. 그런 것에 대한 늦었다는 불안감은 없었나요?
사실 남학생들은 군대 다녀 와서는 거의 비슷해지죠. 한 두 해 늦는다고 큰 차이가 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늦었다는 불안감이 들었다기보다는 그 당시 제 앞에 놓여있는 상황에서 무엇을 더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마인드 컨트롤’에 특히 신경을 썼어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 것 같아요.
외고를 나와 현재 서울대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똑똑한 머리”를 갖고 계셨는지, 어린 시절 얘기를 들어보지 않을 수가 없네요. 어떠셨어요?
초등학교 때는 공부와는 먼 학생이었어요. 초등학교 때 교실에서 뒤쪽에 몇 명 앉아서 수업은 안 듣고 있는 그런 학생들 있잖아요. 싸움을 잘하고, 힘 잘쓰고 그런 게 아니라…. 그런 학생들 중 한 명이었던 것 같아요. 아주 평범한 보통 남학생들처럼 ‘메이플스토리’ 등의 게임에 관심을 두었지 당시부터 공부를 하거나 그러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아, 그랬군요. 그런데 중학생 때는 공부를 잘해서 대원외고에 가셨잖아요. 갑자기 연필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든 계기가 있나요?
그렇게 큰 계기는 없이 자연스럽게 공부를 하게 된 것 같기는 해요. 하하! 음…. 계기라고 할 만하게 있다면 할아버지가 추천해 주신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도쿠가와이에야스라는 책인데, 동양 최장소설이라고 하더라고요. 어릴 때 읽게 된 거라 처음에는 재미로 봤죠. 책 자체가 상당히 불교적인 냄새가 짙어요. 근데 그 책을 읽으면서 삶이란 무엇인가, 무엇을 위해 살아야하는가에 대해서 어릴 때부터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고민들이 자연스럽게 공부라는 길로 저를 인도했다고 생각해요.
어릴 때 그런 책을 읽었다면 책 읽는 걸 상당히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요?
그냥 소설을 좋아했어요. ‘~지’로 끝나는 그런 책들 있잖아요. 삼국지, 수호지 같은 그런 역사책들을 즐겨 읽었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왠지 점잖은 학생이었을 것 같은데, 혹시 사춘기 때 방황이나 일탈 해본 적 있으세요?
음…. 저 같은 경우 지금 그걸 하고 있다는 생각이 더 드네요. 하하! 지금이 더 사춘기 시절처럼 그 동안 못해본 것들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어린 시절에는 방황이나 일탈 같은 거 없이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듣는 그런 학생이었어요. 오히려 마음속에서 방황이나 일탈에 대한 욕구가 끓어오르면 그런 걸 억제함으로써 스스로 뿌듯함을 많이 느꼈어요. 독특하죠.
현재 국사를 전공하고 계시잖아요. 많은 전공들 중에 국사를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가장 큰 계기가 되었던 건 정옥자 선생님의 대중 강연이었어요. 그 강연을 접하고 국사라는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어요. 아! 그런 분을 닮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또 고등학교 2학년 때 규장각에 체험학습을 간 적이 있었는데요. 거기서 비교사를 연구하거나, 족보를 연구하는 다양한 선생님들 뵙고 국사를 공부하는 마음가짐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 국사를 공부해야겠다는 저의 결심을 더욱 단단하게 해주었어요.
국사학 전공에도 다양한 하위 분야가 존재하잖아요. 조선 후기를 연구한다든가, 가장 관심이 있거나 앞으로 공부해보고자 하는 분야는 무엇인가요?
관심 있는 분야를 꼭 집어서 말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아직 1학년이라서 국사학 전공보다는 교양과목위주로 듣고 있어서요. 하지만 삼국이랑 고려랑 조선 후기 가리지 않고 모두 다 관심 있습니다. 음…. 파트별로 따졌을 때는 정치, 경제, 문화사회 파트에서는 문화사회파트를 가장 좋아합니다.

문화, 사회부분에 관심이 있다고 했는데 보통 정치파트에 더 관심을 많이 가질 것 같은데 왜 그 분야에 더 관심을 갖고 계신건가요?
보통은 정치에 더 관심을 가집니다. 하지만 저의 생각으론 정치만 봐서는 그 시대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학풍이 어떻게 이어졌는지, 어떤 사상이 전해져오는지 등이 정치 세력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봤어요. 아무래도 당시 시대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사회, 문화를 알아야 하지 않겠어요? 하하!
국사학과를 나오면 취직하기 어렵다고들 하는데 앞으로 어떤 진로를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을 해요. 이 분야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국사학과는 전망이 어둡다, 취직하기 어렵다는 식으로 할 수 있는 말이라고…. 모든 인문학부 학생들이 그렇게 생각할지는 모르겠는데, 저는 인문학이 살아가면서 가장 기본이 된다고 생각했어요. 우선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이 정도로 말하고 싶고요. 아직은 어느 분야를 공부할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어떤 세부전공을 연구할지는 모르겠지만 학교에 남아서 계속 공부를 하게 될 것 같아요.
남은 새내기 시절에 가장 도전해보고 싶은 건 어떤 건가요?
요즘 드는 생각이 주변 사람들이 무척 대단하다는 거예요. 주변 학생들이나 선배들 보면 제가 너무 무지하다 생각이 들어서 좀 더 내공을 쌓는 데 시간을 많이 투자하고 싶어요. 책을 통해서든, 사람을 통해서든 지식과 지혜를 두루 쌓을 수 있으면 남은 새내기 시절을 잘 보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자신을 사물에 비유한다면 무엇인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말씀해주세요.
심은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나무랄까요? 대학에 입학한 지 1년이 된 것처럼 아직 1년 밖에 되지 않은 나무이기 때문에 흡수하는 양분에 따라서 나무가 달라질 수 있고, 또 천재지변에 휩쓸릴 수 있고, 아니면 좋은 햇빛이나 바람을 만나 무럭무럭 자랄 수도 있고요. 그래서 아직은 어떤 나무로 자랄지 모르겠지만, 나무 자체의 내공을 쌓는 것에 따라, 좋은 때와 기회를 만나느냐에 따라 좋은 나무가 될 가능성이 있는 게 현재 저의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수험생들, 재수생 친구들에게 짧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요?
시험지를 받는 마지막 순간까지 지금 하는 것을 단순히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강압적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렇게 억지로 하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공부를 해보면 마인드컨트롤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항상 정갈한 생각을 하면서 잘 해나가시길 바라고, 가진 실력 다 발휘할 수 있길 바랍니다.
힘든 재수시절을 겪으면서도 끝까지 자신의 꿈의 끈을 놓지 않은 감성남 윤광언 학생의 환한 미소와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여운을 남기는 인터뷰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