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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곳에 오기까지

야구와 공부, 두 마리 토끼를 잡다

이정호 사범대학 체육교육과
인터뷰 사진

공부도 하고 싶고 …
운동도 하고 싶고 …
그래서 둘 다 잘해버린 이정호 학생, 그 비결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지난 한 학기를 보낸 소감을 들어보고 싶은데요. 대학생활 할 만한 것 같아요?

1학기 때는 힘든 부분이 있었는데, 2학기 때는 많이 괜찮아졌고, 여유로워졌어요. 제가 인생에서 죽고 싶었던 적이 세 번 있었는데, 그 중에 한 번이 1학기 때 있었거든요. 시합 중에 제 실력을 다 발휘하지 못했었고, 공부도 덩달아 잘 안 돼서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특히 그 동안은 야구부의 선수들이 비선수출신이 많기 때문에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날 시합에서는 이상하게 다른 선수들은 다 잘하는데, 선수출신이었던 저만 못해서 더 힘들었어요. 그래서 야구부가 우승하지 못하는 것도 다른 사람 탓만 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아직 스무 살밖에 되지 않았는데 죽고 싶었던 적이 벌써 세 번이나 있었어요? 나머지는 언제 그랬던 거예요?

고2에서 고3넘어갈 때 전지훈련을 갔었는데요. 고3이 되고 보니 공부에 대한 부담이 더 커지는 거예요. 그래서 공부 때문에 전지훈련은 2주정도 미루고 갔었는데, 전지훈련을 쉬어서 그런지 실력이 늘지 않았었어요. 그래서 공부도 안 되는데 믿었던 야구에서도 실력이 늘지 않으니 이상한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때 울기도 참 많이 울었어요. 나머지 한 번은 지금은, 음…. 지금은 왜 그랬었는지 잘 기억이 안나요.

다른 야구부선수들과 달리 선수출신인데, 부담감 같은 건 없었어요?

입학하면서 선수출신이라고 책임감 같은 거 안 가져도 된다고 감독님께서도 말씀하셨는데, 그게 잘 안되더라고요. 다른 선수친구들의 실력이 늘지 않는 게 제 탓으로 여겨질 정도로 책임감을 오히려 더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요즘엔 어떤 걸 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느껴요?

투수를 해본 적이 없었는데 대학 와서 투수를 처음 해봤어요. 고등학교 때 외야수였고요. 근데 요즘 투수로서 성장하는 게 느껴져요. 야수 출신이라 공 스피드가 뛰어나지는 않는데 그래도 실력이 늘어갈 때마다 행복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래도 아직까지 부족한 점은 많아요. 투수의 경우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한데, 아직도 마인드 컨트롤은 어려운 것 같아요. 선수들이 실책을 하면 저를 다스리기 어려워져요. 감정을 통제해야 하는데 감정이 저를 통제하는 거예요. 아직 가야할 길은 멀다고 생각해요

야구선수로서는 처음 서울대학교에 입학했다고 들었어요. 입시는 어떻게 준비했는지, 어떤 과정으로 입학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세요!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사실 공부를 포기하려고 했어요. 왜냐하면 제가 야구명문고로 알려진 덕수고를 나왔는데, 덕수고가 특성화고 중에서도 공부를 가장 많이 시켜준다는 학교였어요. 근데 실제로 고작 3교시의 수업을 듣게 해주는 게 전국에서 가장 많이 듣게 해주는 거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공부를 계속 해나가기가 힘들겠다고 생각하고 포기를 하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야구부장 선생님께서 중학교 때의 제 성적을 보시고는 공부를 같이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을 해주셨어요. 그 때 서울대에 관해서도 언급하셨고요. 그래서 야구부장 선생님께서 공부랑 야구를 같이 할 수 있게 배려를 해주시겠다고 하셨어요. 근데 처음에 1학년 때는 그게 잘 안돼서 내신을 7등급까지 받아서 ‘아,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서 포기하려고 했었어요. 그러던 차에 다행히 2학년이 되자 고교야구에 ‘주말리그제’가 도입되면서 주말에만 시합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감독님께도 수업에 다 들어가겠다고 말씀드리고, 내신관리를 다시 시작해서 1~2등급까지 올리게 되었어요. 이런 부분을 자기소개서에서 잘 어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야구만 하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공부와 야구를 모두 잘하셨어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었던 비결, 힘은 어디에서 나왔다고 생각해요?

사실 잘했다고는 할 수 없어요. 야구도 아주 잘하는 것도 아니고 못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공부는 잘 한다고 할 수 없고요. 하하! 그냥 두 가지를 잘 끌고 가려고 노력하다보니까 시너지 효과가 났던 것 같아요.

운동을 하면서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된 원동력은 야구를 시작하면서 어머니로부터 들었던 말 때문이었어요. 어머니께서 “야구선수가 무지하다는 소리 듣는다. 너는 그렇게 하지 말아라.”라고 강하게 말씀하셨어요. 또 중학교 3학년 때 부상을 당해서 잠시 야구를 못했었을 때 느낀 게 야구가 소모적인 운동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생이 적어도 80살까지 이어질 텐데, 사실 야구선수로서의 인생은 40살이면 생명을 다하게 되요. 그러면 그 나머지 인생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그때 이후로 공부를 같이 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야구는 언제부터 시작하게 된 거에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시작했어요. 초등학교 6학년 때는 야구를 친구들과 놀면서 했었는데, 그 때 첫 타석에서 홈런을 쳐서 야구에 바로 빠져버린 것 같아요. 그렇지만 당시에는 동네에서 야구팀을 못 찾아 더 일찍 야구를 시작할 수 없었고, 중학교 1학년 올라갈 때 처음 야구팀을 찾게 된 것이 출발점이 되었네요.

운동을 하고나면 시간이 부족할 텐데, 공부하는 시간은 어떻게 마련했나요?

제가 제일 힘들었을 때가 대회랑 시험기간이랑 겹칠 때였어요. 예전에는 대회가 끝나는 날 시험이었던 적이 있어서 3일 연속으로 밤을 샜어요. 공부 잘하는 친구들은 왜 밤까지 새우며 공부하냐고 하겠지만, 머리에 들어있는 게 있어야 잠을 잘 텐데, 당시에는 공부를 한 게 없으니까 그냥 무작정 계속 머릿속에 넣어야 했었어요. 또 연습 중에 공 모으는 것과 같이 집중을 필요로 하지 않는 시간에는 공부할 내용을 종이에 적어놓고 주머니에서 꺼내서 외우기도 했어요.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 이정호 학생의 부모님은 어떤 분들이신지 정말 궁금한데요. 부모님께서는 이정호 학생을 많이 응원해주시는 편이었나요?

네. 아버지가 생수배달하시면서 힘들게 돈을 버시는데 제 시합은 꼭 보러 오세요. 경기가 끝나면 “오늘 잘하던데?”와 같은 말씀도 해주시고 저를 많이 격려해주셨어요. 어머니도 마찬가지로 시간 나시면 경기를 보러 와주셨어요.

중학교 때도 공부를 잘하셔서 운동을 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이 반대는 안하셨나요?

아버지가 어릴 때 집안사정으로 운동의 꿈을 접으셨어요. 야구나 유도를 하고 싶어 하셨는데, 그 때 당신께서 못다한 뜻을 아들은 꼭 시켜주고 싶다고 하셨어요. 어머니는 공부하는 조건 하에서 찬성하셨고요. 운동선수에 대한 편견 때문에 특히 배움을 강조하셨어요. 야구 시작하고 3개월 만에 성적 평균이 10점 떨어졌는데, 그 때 가위로 유니폼을 자르려고 하셨거든요. 그래서 평균 90점을 맞겠다는 각서를 쓰고서야 야구를 계속 할 수 있게 된 거예요. 그렇게 심하게 혼난 적도 있지만 야구가 너무 좋아서 야구를 포기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저는 야구를 하려고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할 수 있어요.

 

 

 

 

으로 진로는 구체적으로 정해졌나요? 어떤 걸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저는 스포츠 행정가를 생각하고 있어요. 물론 지금은 스포츠 정책이 많이 좋아졌는데,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해요. 공부와 야구를 같이 해본 사람으로서 더 좋은 정책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서울대에 오면서 이런 꿈이 설정되었어요. 앞으로 후배들을 위해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어요.

미래의 스포츠 행정가를 꿈꾸는 이정호 학생의 입장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프로야구에서 부족한 부분이라던가, 꼭 개선하고 싶은 부분을 생각해 본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음…. 구단 수에 맞춰서 고등학교의 수도 많아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10개의 프로 구단에 고교야구단은 전국에 50개정도 밖에 되지 않아요. 반면 일본의 경우 프로야구단은 똑같이 10개인데 고교야구단은 5000정도가 있어요. 일본 야구가 잘 돌아가는 이유 중의 하나라고 생각해요. 야구의 기반이 튼튼하려면 고교야구단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더 좋은 선수들도 많이 나올 수 있고 야구의 질도 높일 수 있다고 봐요. 또 운동을 생활체육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해야 일상생활에서 운동을 즐기다가 재능이 발견될 확률도 높은 거고, 운동이 재미있다고 생각되면 저처럼 운동이랑 공부를 같이할 선수들도 발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떤 인생 계획을 갖고 있어요?

군에 입대할 시기를 결정하는 게 가장 시급한 것 같아요. 현재는 상무팀으로 지원할 예정이긴 한데요. 이번엔 지원시기를 놓쳐서 못했지만 내년 10월 초에 할 예정이에요. 물론 지원하더라도 프로 선수들이랑 경쟁해야 해서 입대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은 들어요. 그게 안 될 경우를 생각해서 현역 입대나 ROTC도 고려하고 있어요. 프로선수 생활을 염두하면 ROTC로 지원하여 졸업 후 복무해야하는 점도 선수 생활을 계획하는데 다소 어려움이 있을 듯 싶어요. 야구선수들 사이에서는 군대 가면 끝이라는 말도 있어서 이 문제가 가장 복잡한 것 같아요. 군대 문제가 어떻게 해결된다면 프로선수를 목표로 열심히 노력할 것이고, 선수로서의 생활 이후에 스포츠 행정가로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스포츠 행정가와 관련해서 이번 겨울방학에 직접 KBO같은 기관들 찾아다니면서 알아볼 계획이에요. 잘 실천될지는 모르겠어요.

야구선수로서 처음 서울대에 입학했기 때문에 매스컴의 주목을 받았는데, 그 때 기분이 어땠어요?

주위의 관심이 부담스러웠어요. 주목받을 사람이 아닌데 하는 자격지심도 있었고요. 이런 주목을 받기는 이르다고 생각해요. 야구선수로서 잘됐을 때 주목을 받고 싶어요. 사람들은 결과를 중요시하는데, 저는 서울대 합격도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잠시 내 과정에 집중을 하는 것일 뿐인데, 나중에 결과를 보고 실망할 수도 있으니까 그게 두려워요. 서울대 입학이라는 과정이 아닌 앞으로 야구선수로서의 결과로 평가 받고 싶어요.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일거에요. 결과라는 게 항상 과정의 연속인데, 어떤 부분을 결과로 단정 짓는 건 다른 사람들의 생각일 뿐이에요. 제가 아까 죽고 싶었던 경험에 대해서 말했는데, 그것도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는 노력하지 않은 결과라고 생각하겠지만, 저는 제가 적응을 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야구선수로서 어떤 사람으로 평가받고 싶어요?

야구선수로서 근성 있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제가 운동장에서도 몸을 날리고 하는 그런 플레이 좋아해요. 몸을 날린다는 건 자기열정을 보여주는 거잖아요. 부상을 걱정해서 몸을 사리면 사릴수록 더 다치기 때문에,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봐요. 저는 어떤 공이든지 그 공에 모두 의미를 부여해요. 연습이라도 시합 때 오는 타구라고 생각하면서 연습을 시합처럼 생각하고 임하거든요. 그래서 잡을 때 늘 전력을 다해서 잡으려고 해요.

수영, 축구 등 다양한 운동 종목이 있는데 야구만의 매력은 무엇인 것 같아요?

야구는 굉장히 알 수 없어요. 변수가 가장 크니까요. 지나치게 예측 가능한 것만 하면 재미가 없을 것 같은데, 야구는 그렇지 않아서 그게 가장 매력적이에요. 인생이랑 가장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또 실수가 용납된다는 점이 매력적이죠. 타자가 10번 타석에 나와서 3번만 잘 쳐도 잘 쳤다고 하니까요. 그 중에 7할을 못 칠 수도 있다고 인정받으니까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또 야구가 좋은 이유는…. 야구공을 잡으면 공의 느낌이 그냥 좋아요. 그것을 잡은 거 자체를 즐기게 되요.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공 하나하나를 잡을 때마다 쾌감이 있어요. 연애로 치면 여자 친구의 특정한 어떤 면이 좋다기보다는 말로 설명할 수 없이 그 자체가 좋은 것처럼 야구가 매력적이고 좋아요.

인터뷰를 하는 내내 야구얘기만 하면 웃음이 떠나질 않았던 이정호 학생, 앞으로 스포츠 행정가로서 후배들을 위해 더 좋은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그 꿈을 응원한다.

김아라 사진김석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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