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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곳에 오기까지

같은 듯 다른 식품 이야기

정현영 농업생명과학대학 식품·동물생명공학부
최다연 생활과학대학 식품영양학과
인터뷰 사진

의식주 중에서도 생존의 필수 요건인 식(食)생활! 인류의 미래를 책임지는 식품을 연구하는 생활과학대학 식품영양학과와 농업생명과학대학 식품·동물생명공학부는 어떻게 다를까?

안녕하세요! ‘식품’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두 학과를 비교하기 위해 모신 만큼,
식품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요리 잘 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지 않나요?

최다연 (이하 최) 맞아요. 그 때마다 저는 요리를 못 한다고 대답해요. 물론 생활과학대학 건물에 조리실이 있고, 조리 실습 강의가 몇 개 있긴 하지만 절대 그게 주가 되지는 않거든요. 식품영양학과는 음식을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음식이 몸 안에 들어왔을 때의 작용을 연구하는 과예요. 아, 뭘 먹을 때마다 이 음식의 칼로리가 얼마냐고 묻는 사람도 있어요. 영양성분 수업을 들을 때 배우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줄줄 외우고 다닐 수는 없어요! (웃음)
정현영 (이하 정) 최근에는 과자의 질소 포장과 관련해서 너희 학과랑 관련된 일 아니냐며 원망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억지스럽기는 하지만 사실 그 사람이 그나마 우리 학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거예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식품영양학과 식품생명공학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연이가 받은 오해를 저도 받은 적이 있어요. 사실 두 학문 사이에는 차이가 있는데 말이에요.

그 차이가 무엇인가요?

정) 식품생명공학은 식품영양학에 비해 식품 자체에 대한 탐구를 많이 하지 않아요. 오히려 식품을 가공, 저장, 유통하는 공정을 연구하죠. 화학, 물리, 수학을 바탕으로 하고 생명공학도 일부를 차지하죠.
최) 식품영양학은 거기서 수학, 물리를 빼고 화학, 생물과 관련되어 있어요. 인체와 음식의 관계, 영양소의 생화학적 작용 등을 탐구하는 거죠. 예를 들어 ‘이 음식이 어떻게 몸에 들어가야 가장 흡수가 잘 될까?’ 같은 고민을 해요. 배우는 건 다르지만 두 학과의 진로는 비슷한 걸로 알고 있어요. 선배들을 보면 식품 회사나 식약청으로 많이 진출했더라고요.

다들 그런 꿈을 가지고 학과를 선택한 건가요? 식품영양학과 혹은 식품생명공학전공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정) 저는 생명공학이 정말 하고 싶었어요. 자연과학대학에서 배우는 순수과학으로서의 생물학이 아니라, 그것을 실생활에 접목시켜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원했죠. 이 얘기를 고등학교 동아리 동문회에서 서울대학교에 다니는 선배에게 했더니 식품생명공학 전공을 추천해 주셨어요. 알고 보니 그 형이 농업생명과학대학 홍보단인 CALSIAN 소속이었어요. (웃음) 제 생각만큼 생명공학이 주가 되지는 않으니까 어느 정도 ‘낚인’ 건 맞아요. 그렇다고 해서 후회하지는 않아요. 학과에서 홈커밍 파티를 할 때 졸업한 선배들을 만나 보면 우리 과의 장래가 밝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이상 식품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끊일 일은 없으니까요. 제가 좋아하는 공부,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하고 싶어요.
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게 부럽네요. 저는 고등학교 때도 분명한 꿈이 없었어요. 꿈에 맞춰 학과를 정하기보다는 화학과 생물에 대한 흥미 때문에 결정을 내렸어요. 식품영양학과, 식품·동물생명공학부, 응용생물화학부를 두고 고민했는데 당시 저는 셋 사이에서 별 차이를 느끼지 못했어요. 정보도 부족했고, 고등학교 때 배운 것만으로는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각 학과의 커리큘럼을 읽고 차이를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너무 복잡해서 저를 잘 아시는 담임선생님의 추천을 믿고 식품영양학과를 선택했어요. 입학 후에도 진로는 여전히 고민 중이에요. 주변을 보니 저처럼 학과를 선택한 경우 전과, 복수전공 등을 고민하는 사람이 많더라구요. 그런데 우리 과는 주전공에서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학점이 높은 편이라 별도로 복수전공을 하기가 그렇게 쉽지 않아요. 후배들은 충분히 정보를 탐색한 뒤 학과를 택하면 좋겠어요.

 

사뭇 진지한 자세로 고교 시절 경험담을 나누고 있는 정현영(좌) 학생과 최다연(우) 학생

 

 

사뭇 진지한 자세로 고교 시절 경험담을 나누고 있는 정현영(좌) 학생과 최다연(우) 학생

본격적인 대입 준비는 어떻게 했나요?

정) 저는 처음부터 서울대학교에 올 정도로 높은 내신이 아니었어요. 물론 다른 학생들에 비해서죠. 2학년 1학기까지는 공부를 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별로 없었거든요. 위기감을 느낀 2학년 2학기 때부터 성적을 크게 올렸죠. 한번 오르고 나니 이걸 유지만 잘 하면 서울대학교에 수시모집으로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갈수록 성적이 오르는 학생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희망을 가지고 3학년 때 내신 관리와 수능 공부를 모두 열심히 했어요. 그런데 수능에서 영어를 밀려 쓰는 바람에 정시가 날아가 버린 거예요. 정말 좌절했고, 그만큼 수시 합격이 더 간절해졌어요. 막상 수시 면접을 열심히 준비하려 해도 어떤 공부를 해야 할이지 모르겠더라고요. 막막해서 고등학교 때 배운 생물과 화학을 복습하는 정도로 했는데, 시험을 보고 나니 그 두 과목을 결합한 통합형 문제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최) 저도 면접이 크게 기억에 남아요. 저는 과학고에서 공부했고 다른 친구들처럼 조기졸업을 했는데, 짧은 고등학교 생활 중 그 때만큼 열심히 공부한 적이 없거든요. 캠벨의 일반 생물학을 하루에 한 두 챕터씩 공부했는데, 매일 그것만 보다 보니 정말 지겹고 힘들었어요. 미생물 그림만 보고 있으니 제 자신이 미생물이 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웃음) 그런데 이렇게 생물, 화학, 수학 등을 수능 공부하듯이 파고든 게 막상 면접에서는 큰 효과가 없었던 것 같아요. 서울대학교의 면접 문제는 다른 학교처럼 암기나 문제풀이만으로 대비되는 것 같지가 않아요. 난이도 자체가 높지는 않은데 현영이가 말한 것처럼 통합형이라서 색달랐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는 것이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는 것이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두 학생 다 면접을 참 열심히 준비한 것 같아요. 그럼 그 전에 자기소개서는 어떻게 썼나요?
특히 최다연 학생은 진로가 정해지지 않아 자기소개서 쓰기가 어려웠을 것 같아요.

최) 자기소개서는 앞으로의 계획도 중요하지만 고등학교 생활을 어떻게 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정말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 주려 했어요. 생물, 화학 관련 학과라고 해서 그 쪽의 능력만 부각시키는 게 아니라 물리 동아리에서 활동했고, 물리 대회에도 참여했다고 솔직하게 썼어요. 어떤 것을 공부했는지보다 거기서 무엇을 느꼈는지가 더 중요하니까요. 과학에 대한 애정을 충분히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썼어요.
정) 저도 마찬가지로 과학에 관한 활동을 있는 대로 다 썼어요. 생물 동아리, 생물 경시대회, 방과 후 교실에서 들은 생물 수업 등 교내 활동만으로도 충분했어요. 활동의 양보다는 의미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고등학교 시절 얘기만 들어도 정말 과학을 좋아하는 학생이라는 게 느껴져요.
인터뷰를 하다 보면 인문학적 소양을 강조했다는 자연계열 학생이 많았는데 두 분은 다른 느낌이네요.
그럼 대학에 와서도 자연과학 분야의 활동을 하고 있나요?

최)전혀 아니라서 유감이에요. (웃음) 지금은 서울대학교 방송부 SUB에서 아나운서로 활동 중이에요. 아주 어렸을 때 아나운서를 꿈꾼 적이 있어서 그걸 다시 살린 거죠. 이번 학기에는 집행부까지 맡아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교내 라디오 방송을 6주간 진행했고, 이번에 처음 시도된 ‘라디오 드라마’에도 출연했어요.
정) 그 ‘라디오 드라마’가 제가 하는 동아리 ‘향연’과 관련이 있어요. ‘향연’은 농생대 연극 동아리인데, 이번에 동아리 선배가 그 ‘라디오 드라마’에 도움을 줬다고 들었거든요. 고등학교 때까지는 연기에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대학에 와서 뭔가 재밌는 걸 하고는 싶은데 노래와 춤에는 영 재능이 없는 것 같아 연극 동아리를 골랐어요. 평소 대학로에서 연극 보는 걸 즐겼는데, 볼 때마다 저런 무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무대 제작을 위해 동아리에 들어왔지만 어쩌다 보니 배우가 되어 버렸어요. 지난 5월 공연에서는 해고된 40대 아저씨 역할을 맡기도 했고요.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하면 할수록 배우의 매력에 빠져 드는 것 같아요. 특히 연극이 마무리될 즈음 배우들끼리 각자 배역의 대사로 장난을 치는 게 재미있어요. 진짜 그 인물이 된 것 같은 느낌이거든요.

공부 외에도 굉장히 활발한 모습이네요. 그럼 학과 활동은 어떤가요? 두 학과의 분위기도 많이 다를 것 같아요.

최) 보통 의류학과와 여러 가지로 함께 하는 경우가 많아요. 3년 전까지는 ‘의식영’이라는 이름으로 두 학과가 하나였거든요. 지금은 신입생 모집도 따로 하고, 과방도 분리되어 있지만 여전히 OT, 새내기 새로배움터, 일일호프 등의 행사를 함께 하기 때문에 의류학과 선배들과도 친해요. 특히 남자들끼리 그런 유대감이 강한데, 두 과를 합해 60명 중 남자는 6명 남짓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남자 선후배가 모두 함께하는 단체 카톡방도 있다고 들었어요. 식품영양학과 동기 30명 중에선 남자가 한 명 뿐이에요. 엄청난 여초 학과죠. 그래서 과 분위기는 여자들끼리 모였을 때의 바로 그 분위기에요. 몇 개의 무리가 있어 무리끼리 같이 다니고, 다 같이 모여도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아요. 선배와의 유대감보다는 개인적인 활동을 더 많이 하고요. 적응을 잘 한다면 정말 편한 분위기죠.
정) ‘의식영’이 일종의 학부처럼 끈끈한 관계인 것과 반대로 식품·동물생명공학부는 아무 의미가 없어요. 신입생 모집은 하나로 하지만, 입학과 동시에 식품생명공학과와 동물생명공학과 중 하나에 임의로 배정돼요. 그 뒤로는 완전히 따로 생활하고, 심지어 라이벌 의식까지 있어요. (웃음) 우리 학부 학생에게 소속을 물으면 절대 학부로 답하지 않고 자신의 전공을 말할 거예요. 저는 처음부터 식품생명공학을 전공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회장 선배에게 부탁해 식품생명공학과로 배정받았어요. 2학년 때도 그대로 전공 진입을 하려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학점 관리가 필수에요. 그래서 우리 과는 우르르 놀러가기보다는 공부하자는 분위기가 더 강해요. 전공 진입 이후에도 시험을 서너 번 보는 전공 수업이 많아서 학업 부담이 높은 편이거든요.

 

전공 진입 이후 ‘학부’보다는 ‘학과’ 학생의 정체성을 지니게 됩니다.

 

 

전공 진입 이후 ‘학부’보다는 ‘학과’ 학생의 정체성을 지니게 됩니다.

최) 우리 학과랑 정말 비슷하네요. 물론 전공 진입 같은 건 없지만, 그런데도 학구열이 높은 과예요. 여자들끼리여서 그런지 같이 놀러 다니는 것보다는 공부하러 가는 경우가 많아요. 시험을 서너 차례씩 보는 것도 비슷하고요. 다른 학과 같으면 시험 며칠 전에 공부를 시작하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라던데, 우리 과는 달라요. 제가 ‘유기화학’ 시험 1주일 전에 공부를 하겠다고 했더니 선배가 깜짝 놀라며 그러면 안 된다고 말리더라고요.
정) 와! ‘유기화학’이면 우리 2학년 전공과목이네요. 그걸 지금 듣는 거예요?
최) 네. 심지어 ‘유기화학1’, ‘유기화학2’를 한 학기에 끝내요. 식품영양학과가 소문이 안 나서 그렇지 정말 열심히 공부하게 만드는 학과예요. 그래서 놀기 좋아하는 저는 힘들고요. (웃음)

생활과학대학 자체도 학구적인 느낌이 들어요. 심포지엄이 그 성격을 보여 주는 행사죠?

최) 심포지엄은 생활과학대학만의 행사에요. 심포지엄 준비팀이 오랜 시간을 들여 각 학과만의 연구주제를 잡고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하죠. 대부분 2, 3학년인데도 불구하고 학위논문을 쓰는 것처럼 진지하게 임하기 때문에 수준이 꽤 높아요. 이번 학기에는 소비자학과에서 과시소비에 대해, 식품영양학과에서 단백질 보충제에 대해 발표했어요.
정) 신기하네요. 농생대는 학술적인 행사보다는 단과대학의 단합을 다지는 행사가 많은 편이에요. 다들 농업생명과학대 소속이라는 자부심이 강해서 함께 모이는 걸 즐기거든요.

농업생명과학대학과 생활과학대학이라는 단과대학의 차이와 두 학과의 차이를 엿볼 수 있는 인터뷰였다. 이를 통해 식품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구체적인 관심사와 적성에 따라 현명하게 학과를 선택하길 바란다.

글·사진김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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