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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 인사이트

최종 수정일 2026-07-01

미래 시민으로서 역량을 기르는 과학 공부를 위해

신영준 경인교육대학교 과학교육과 교수 · 2022 개정 과학과 교육과정 개발 책임자


과학과 교육과정은 왜 탐구를 강조할까?

과학은 우리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교과서적인 답을 하자면 과학은 자연의 질서와 원리를 밝혀내고 이를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학문이다. 하지만 학교생활을 하는 많은 학생에게 과학은 조금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다. “과학은 머리 좋은 사람들이 하는 어려운 학문”, “내 생활과는 별로 관련 없는 과목”, “시험 점수 따기가 힘든 과목”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둘러보면 과학은 결코 교과서 속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인공지능(AI)은 산업과 일상의 모습을 빠르게 바꾸고 있고, 기후위기와 감염병은 우리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제 과학은 과학자들만의 언어가 아니라 모든 시민이 이해하고 활용해야 하는 중요한 도구가 되었다. 중요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거나 일상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할 때도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앞으로 여러분이 살아갈 미래에는 지금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새로운 문제들이 계속 등장할 것이다. 따라서 미래 사회를 살아갈 시민에게는 단순히 많은 지식을 아는 것보다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맞추어 2022 개정 과학과 교육과정은 과학을 암기 중심의 교과가 아니라 탐구와 참여를 통해 미래 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기르는 교과로 새롭게 구성되었다. 2025년부터 학교 현장에 적용되기 시작한 2022 개정 교육과정은 2027년에 전면 적용될 예정이다.

과학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단어가 있다. 바로 ‘탐구’이다. 과학 탐구란 궁금한 점을 질문하고, 관찰과 실험, 자료 분석을 통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유치원 시절부터 여러분은 크고 작은 탐구 활동을 경험해 왔다. 그리고 2022 개정 교육과정 역시 이러한 탐구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

특히 이번 교육과정이 강조하는 것은 학생이 학습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이전처럼 교사가 알려주는 내용을 따라가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탐구를 계획하며 결과를 해석하는 경험을 중요하게 여긴다. 교육과정 문서에서는 이를 ‘학생 주도성(student agency)’이라고 표현한다. 과학은 원래 질문에서 시작된다. 질문이 생기고, 그 질문에 대한 증거를 모으며, 이를 바탕으로 설명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바로 과학이다. 따라서 학생이 탐구의 주체가 될 때 과학은 단순히 외워야 할 지식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이 된다.

결국 교육과정이 기르고자 하는 과학적 소양은 개념을 아는 것에만 머물지 않는다. 탐구 능력, 과학적 태도, 합리적인 의사결정 능력까지 함께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래서 2022 개정 과학과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과학 지식을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탐구하는 경험을 통해 문제 해결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과학과 교육과정을 개발할 때 무엇을 고민했는가?

교육과정을 개발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한 것 가운데 하나는 ‘배워야 하는 내용’을 넘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을 어떻게 학생들에게 경험하게 할 것인가였다. 다시 말해 학생들이 실제로 할 수 있는 탐구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탐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모든 학생이 전문 연구자처럼 활동할 수는 없다. 학교마다 실험 환경도 다르고 학생들의 관심 분야도 다양하다. 그래서 누구나 의미 있게 참여할 수 있는 과학 수업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이러한 고민 속에서 등장한 생각이 바로 ‘모두를 위한 과학’이다. 이는 모든 학생을 과학자로 만들겠다는 뜻이 아니다. 과학을 어려워하는 학생도 생활 속 궁금증에서 출발해 탐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이다. 협력 탐구를 통해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탐구는 반드시 실험실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관찰, 자료 분석, 모의실험, 설계와 제작 등 다양한 방식의 탐구가 가능하다. 이런 경험을 통해 학생들은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 시도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이는 과학기술 인재를 키우는 것뿐 아니라 과학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시민을 길러내는 데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래서 교육과정에는 과학의 기본 원리뿐 아니라 일상생활과 연결된 주제를 담으려고 노력했다. 환경 문제, 에너지 사용, 건강, 생태계 변화와 같은 주제가 대표적인 예이다. 학생들이 자신의 경험과 연결된 문제를 탐구할 때 과학은 훨씬 더 의미 있는 배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백신, 미세먼지, 원자력 발전, 탄소중립, AI 윤리와 같은 문제를 거의 매일 접한다. 이러한 문제들은 과학적 이해뿐 아니라 사회적 판단도 필요하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자료를 분석하고, 근거를 제시하며, 서로 다른 의견을 존중하는 토론을 경험한다면 가짜뉴스에 흔들리지 않고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역 사회의 교육 자원을 활용하는 방법도 고민했다. 예를 들어 지역 하천의 수질 변화를 조사하거나 학교 주변의 열섬 현상을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제안하는 활동이 가능하다. 미세먼지나 알레르기 문제를 조사해 생활 습관과 연결해 보는 탐구도 할 수 있다. 이러한 활동은 학생들이 과학을 교과서 속 지식이 아니라 실제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과학관, 대학 연구소, 지방자치단체의 환경·보건 관련 기관과 연계한 활동 역시 중요한 학습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은 진로 탐색에도 도움을 준다. 학생들은 과학이 시험을 위한 과목이 아니라 실제 직업 세계와 연결된 중요한 도구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고등학생 수준에서 기대하는 탐구는?

앞에서도 말했지만 고등학교 과학은 전문 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한 과정이 아니다. 교육과정이 기대하는 탐구 역시 거창한 연구일 필요는 없다. 많은 학생들이 탐구라고 하면 복잡한 실험이나 어려운 연구를 떠올린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규모가 아니라 과정이다. 과학교육에서 탐구는 과학 지식을 배우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과학 지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는 학습 방법이다.

탐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질문이다. 자신이 알고 싶은 것을 발견하고 질문을 만드는 순간 탐구는 시작된다. 그렇다면 질문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가장 좋은 곳은 바로 여러분이 살아가는 일상이다. 학교 주변의 생물 다양성을 조사해 볼 수도 있고, 계절에 따른 미세먼지 변화를 분석할 수도 있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과 수면의 관계를 조사하거나 생활 속 에너지 절약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훌륭한 탐구 주제가 될 수 있다.

사실 고등학생의 탐구와 과학자의 연구는 출발점이 같다. 바로 호기심이다. 주변의 사물과 자연 현상에 대한 궁금증이 있어야 탐구가 시작될 수 있다. 그다음에는 자료와 증거를 모으고, 결과를 분석하며,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답을 맞히는 것이 아니다. 탐구를 통해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문제를 발견하고, 근거를 찾고,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는 경험 자체가 중요한 배움이 된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도 탐구 과정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자료를 정리하거나 아이디어를 얻고, 분석을 돕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탐구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학생 자신이다. AI는 생각을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라 더 나은 탐구를 돕는 도구로 활용될 때 교육적 가치가 있다.

글을 마무리하며

교육과정은 결국 교실에서 완성된다. 아무리 좋은 교육과정이라도 학생과 교사가 함께 만들어 가지 않으면 의미를 갖기 어렵다. 현실적으로 대학입시는 여전히 학교 교육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학생들이 시험에 필요한 과목과 내용에 집중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과학은 입시 준비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과학은 앞으로 살아가면서 세상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기초 체력과도 같기 때문이다.

2022 개정 과학과 과목은 통합과학 1, 2와 과학탐구실험 1, 2의 공통 과목으로 기본 소양을 다진 뒤, 일반 선택(물리학·화학·생명과학·지구과학), 진로 선택(역학과 에너지, 물질과 에너지, 세포와 물질대사, 지구시스템과학 등), 융합 선택(과학의 역사와 문화, 기후변화와 환경생태, 융합과학 탐구), 과학 계열 선택(고급 물리학, 고급 화학, 고급 생명과학, 고급 지구과학, 과학과제 연구 등) 과목으로 다양하게 제공되고 있는데, 이들 과목을 학생들은 관심과 필요에 맞게 학습 경로를 구성할 수 있다. 비록 2028학년도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 과목으로 통합과학만 편제되어 있지만, 2022 개정의 다양한 과학 과목을 학생들의 관심과 진로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으므로 이러한 기회를 적극 활용하여 통합과학만 편식하는 과학공부가 아닌 자신만의 과학 학습 경험을 쌓아 가기를 바란다.

미래 사회는 정답을 많이 외운 사람보다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한다. 탐구는 바로 그런 힘을 기르는 과정이다. 여러분이 학교에서 경험하는 작은 탐구 활동 하나하나가 당장 입시와 연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질문을 만들고, 증거를 찾고,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는 경험은 앞으로 어떤 진로를 선택하더라도 큰 자산이 될 것이다. 과학은 시험을 위한 과목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과학을 통해 더 많이 질문하고, 더 깊이 생각하며, 미래 사회를 살아갈 시민으로서의 역량을 키워 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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