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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종합전형 면접 준비 과정 - 그것이 교사에게 던져주는 의미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면접 고사는 매우 중요합니다. 면접은 평가자가 서류로만 보았던 학생을 대면하는 첫 만남입니다. 면접 연습은 학생들이 면접관 앞에서 긴장하지 않은 태도로 자기가 말하고 싶은 걸 잘 드러낼 수 있도록 스스로 깎고 다듬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면접에 잘 응할 수 있도록 필요한 요령을 익히고 테크니컬한 방법을 연습할 필요도 있습니다. 여기에 저는 학생부를 기반으로 하는 면접 준비 과정과 의대 지망 학생들의 면접을 준비시키기 위해 기획했던 의생명 탐구 활동이란 프로그램을 소개하려 합니다. 이 글을 보시는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학생들의 면접 준비를 시킬 때 혹 도움 되실 수 있도록 진행 과정을 자세히 안내하려고도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이것이 입시를 위해 필요한 과정이고 누군가 맡아서 해야 하는 일이라고만 생각하기엔 부족하고 아까운, 교사로서 제가 느끼고 고민하고 다짐하게 되는 무언가를 얻게 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여겨집니다.
학생부 기반 면접 준비
저는 면접 전형을 지원한 학생 모두에게 면접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평소 말이 없고 조용한 학생은 말할 것도 없고, 선생님과 친구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는 학생에게도, 면접 준비는 필요합니다. 유창하게 말 잘한다는 학생조차 모의 면접 상황을 갖추고 면접관 앞에 세우면 몸은 긴장하고
얼굴이 벌게집니다. 면접관의 처음 질문에 말문을 열지 못해 더듬고 막막해하는 경우를 발견합니다. 실제로 면접을 보듯 상황을 꾸미고 참여하는
약간의 경험이라도 제공하면, 학생들은 금방 익숙해집니다.
3학년 수시모집 면접고사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지도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은 단계로 진행하였습니다.
1단계 – 면접 준비가 필요한 학생 파악하고 연습 일정 세우기
2단계 – 학교생활 돌아보고 면접 예상 질문지 작성하기
3단계 – 답변 연습하기
4단계 – 모의 면접 훈련하기
1단계: 면접 준비가 필요한 학생 파악하고 연습 일정 세우기
수시 원서 접수는 9월 중순이면 끝납니다. 잠깐 숨을 돌리고 난 3학년 담임 선생님들은 각반 학생들 지원 현황을 정리한 후 면접 일정을 잡게
됩니다. 면접 전형을 빨리 시작하는 대학은 접수 마감 2주 후인 10월 중순에 면접 일정이 잡힙니다. 그래서 면접 전형 시즌은 두 시기로 나눌
수 있습니다. 10월 중순부터 시작하여 11월 수능 전까지와, 수능 직후 2주 후부터 시작되는 두 번째 시기입니다. 수능 전의 면접 전형은 수시
원서 접수가 끝나자마자 빠르게 일정을 잡아 준비해야 합니다. 수능 직후 일주일 후부터 시작되는 면접은 대부분 수능 직전 직후에 1차 합격자를
발표하고 수능 최저기준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면접 전형에 해당하는 학생들은 수능에 집중할 수 있도록 수능이 끝난 후부터 일정을 잡아서
면접 준비를 시켰습니다.
2단계 – 학교생활 돌아보고 면접 예상질문 만들기
면접 유형은 학생부 기반 면접과 심층 구술 면접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면접 전형은 학생부 내용을 확인하고 대학에 진학했을 때 포부를
알아보는 학생부 기반 면접입니다. 학생부 기반 면접을 준비하는 학생에게는 학교생활기록부를 살펴보고 3학년 생활을 돌아보며 면접에서 나올 만한
예상질문을 떠올리고 정리하게 하였습니다. 막상 질문지를 만들라고 주문하면 학생은 막막해합니다. 그래서 지원하는 전공 또는 학과계열과 관련해서
학업, 전공 관련 활동, 공동체 활동을 중심으로 학생부에 기록되어 있는 의미 있는 활동이나 특기사항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어보는 질문을 만들도록
하였습니다. 다음은 면접 예상질문 예시입니다.
[독어독문학과를 지망하는 학생의 재학 기간 중 의미 있는 활동과 특기사항에 대한 질문]
| 학업 | 문학 발표 수업을 통해 한국 문학사에 관심이 생겼다고 했는데,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보세요. |
| 전공 및 지원학과 계열 | 누구나 읽고 싶은 매력적인 글을 쓰고 싶다고 진로 특기 사항에 언급되어 있는데, 본인이 생각하는 '읽고 싶은 글'이 가져야 할 요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
| 공동체 활동 |
배구팀 주장으로서 팀을 이끌었던 경험을 통해 알게 된 자신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문화제에서 연극 대본을 작성하며 겪었던 경험과 어려움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설명해 보세요. 2학년 동아리 활동 중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를 추진하다가 실패했다고 했습니다. 실패 이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실패의 경험을 어떻게 적용해 보았는지 설명해 보세요. |
그리고 학생들에게 지원한 대학 입학처 홈페이지를 찾아가 면접 기출 문제를 조사하여 예상 질문지에 포함하여 만들도록 안내하였습니다. 각 대학은
이전 년도 면접에서 제시되었던 질문을 공개합니다. 면접 질문을 학과별로 공개하는 경우도 있으며, 동영상을 만들어서 실제 면접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상세히 안내하거나 어떻게 해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지 여러 팁을 제공합니다. 이런 자료까지 찾아보고 정리하게 지도하면 좋겠지만, 열정을
보이며 적극적으로 면접을 준비하는 학생이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면접 전형으로 대학을 가고 싶은데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수줍은 성격과 수동적인
학생들이 상당수 있었습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대학 입학처를 방문해서 자료를 찾아보라는 당부는 옵션 정도로만 생각하고 교사가 직접 준비하는 게
지도하는 교사로서 마음이 편했습니다. 학생부 기반 면접의 경우 대학은 달라도 공통적인 질문이 많은 편입니다. 왜 이 학과를 지원하게 되었는가,
진학하면 무엇을 배우고 싶은가, 이 학과에 진학하기 위해 고등학교 재학 중 기울인 노력은 무엇인가 등입니다. 이러한 공통 질문과 함께 학생이
만든 질문을 조합해서 질문 목록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교사가 학생의 학생부를 살펴보면서 예상질문을 만들어 질문 목록을 추가하고 보완하면 대략
한 학생당 20∼25개 질문 목록이 만들어졌습니다.
3단계 – 질문 카드 이용하여 답변 연습하기
질문 목록이 완성되면 질문 카드를 만들었습니다. 질문 카드는 단순합니다. A4용지 절반 정도 크기에 질문을 하나씩 적은 종이입니다. 카드 크기로
할지, 색지로 예쁘게 만들지, 한글로 출력할지, 손으로 적을 것인지는 마음대로 정해도 됩니다. 중요한 건 질문 카드를 만든다는 겁니다. 휴대하기
편하고, 언제 어디서든 꺼내 볼 수 있으면 됩니다. 학생은 질문 카드를 들고 다니면서 임의로 하나를 꺼낼 때 뽑혀 나온 질문에 답변하는 연습을
합니다. 교사가 아닌 친구나 엄마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친구가 질문 카드 중 하나를 뽑아서 질문하면 질문자 앞에서 또박또박 답변하는
훈련을 합니다. 모의 면접 연습할 때에도 질문 카드를 활용하면 됩니다.
교사가 행복해지는 시간?
고3 담임의 모습을 가만히 살펴보면, 밀리고 쌓이는 학교 행정업무는 바쁘고, 수업과 평가 일정은 빠듯하고, 빠르게 돌아가는 입시 일정에 쫓기다
보니 우리 학급 아이들과 차분히 대화하고 한 명 한 명을 개별적으로 만나 입시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진학의 포부를 들을 만한 시간은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빡빡한 일정을 비집고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 방과후 시간을 통해 학생 면담하면 많아야 학생 1명당 3회 정도일 겁니다. 그런데
면접 준비를 요청한 학생, 또 해야만 하고 필요한 학생과 면접 전형을 대비하는 그 일련의 시간은 한 명의 학생을 더 많이, 깊게 알아가는 과정일
수밖에 없습니다. 학생부를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질문 목록을 만들다 보면 정말 궁금해집니다. 학생과 만나 면접 연습을 하다 보면 질문 카드에 적힌
질문으로 끝나지 않고 꼬리에 꼬리를 물어 질문이 이어집니다. 이어지는 질문과 답변 가운데 학생부에 드러나지 않던 사건들이 나타나고, 불확실한
진로에 대한 불안함, 부모님의 기대와 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어느 자리에 서야 할지 결정을 해야 하는 선택 강요의 현실 등 마음속 담아두었던
고민과 감정들, 가정의 일대기가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터져 나오기도 합니다. 이 순간에는 솔직히, 난처합니다. 지금 당장 무언가를 바꿀 수도
없는 상황인 데다, 이에 대응하여 전문적 상담과 조언을 해 주기에 너무 조심스럽고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시간이 계기가 되어서 자신의
느낌과 감정을 솔직하게 확인하고 자신을 돌아보며 다음을 준비할 힘이 생기길 바랄 뿐입니다.
3년을 정리하며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시간
분명 되돌리고 새롭게 시작하기엔 어려운 촉박한 시간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이 면접 준비 시간이 적어도 3년 동안 자신이 어떤 성취를 이뤄가며
여기까지 도달했는지 돌아보고 정리하는 귀중한 기회를 제공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학생들은 정말, 정신없이 앞으로만 달려갔습니다. 1학년 때
왜 이 활동에 특히 더 열심히 참여했던 것인지, 왜 2학년 때 참여한 진로 프로그램이 그토록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인지, 이 동아리에서의 경험은
지금 나에게 그리고 앞으로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선생님이 던지는 질문을 따라 답변해 보면서 하나씩 정리해 나아갑니다. 당황스러운 경우도
있습니다. 지원학과와 관련해서 꼭 물어볼 것 같은 학생부 기록인데, 학생은 활동했던 것을 전혀 기억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이때는 활동 중
제출했거나 만들었던 결과물을 다시 한번 살펴보도록 지도합니다. 활동 산출물도 없다면, 지금이라도 관련 자료를 탐색하고 간략한 대답이 가능하도록
준비시킵니다. "정확히 떠오르지는 않지만 기억하는 한에서 말씀을 드린다면"으로 시작하면서. 하하하.
4단계 – 모의 면접 훈련하기
학생들 대부분에게 모의 면접 연습은 필요합니다. 어떤 복장이 적당한지, 면접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설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면접관 앞에
어떤 자세로 앉아 있는 편이 자연스러운지에 대해 누군가에게 들은 적도 없습니다. 면접에 응하는 기본 에티켓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교실에 모의 면접장을 설정하였습니다. 면접관이 있는 책상과 자리를 만들고, 학생이 앉을 의자를 맞은 편에 배치했습니다. 문을 두드리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안에서 "들어오세요" 응답하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 후에는 주변을 둘러보아 면접관 위치와 자기가 앉아야 할 자리를
파악합니다. 면접관과 눈을 마주치면 살짝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천천히, 파악한 자기 자리에 앉도록 안내합니다. 상체는 꼿꼿하게, 그러나 앉고
나서는 긴장이 풀리고 자신에게 편안한 자세를 탐색하게 하였습니다. 질문을 받을 때와 대답할 때 시선 처리를 점검해 주었습니다. 면접관과 눈을
마주치는 게 어색한 정도를 넘어 불편해하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눈 맞춤이 부담스러우면 면접관의 인중 또는 미간을 보며 말하도록 지도해
주어야 했습니다. 어떤 학생은 목소리가 작습니다. 말소리는 밖으로 나오지 못해 속으로 맴돌아 웅얼거려서 무슨 말인지 전달이 안 됩니다. 어떤
학생은 말이 빠릅니다. 말하는 속도를 조절하고, 또박또박 말할 수 있도록 알려줘야 합니다. 기억나지 않는 내용에 대해 질문하거나 모르는 걸
물어볼 때는 당황하지 않도록 지도할 필요도 있습니다. "잘 기억나지 않아 대답을 드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다른 질문을 주신다면
최선을 다해 대답하겠습니다." 등 대처할 말도 준비시켜 줍니다. 어떤 구술 면접은 대답할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한된 시간을
고려해서 답변을 준비하고 배정된 시간을 의식하며 대답하며 연습하면 큰 도움이 됩니다.
누가 면접 준비를 시킬까?
면접 준비는 누가 맡아야 할까요? 담임 선생님에게 맡기면 바쁜 업무를 과중시키는 것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3학년부나 진학부에서 맡아야 할까요?
저는 이걸 누가 맡아야 하는가, 라는 업무의 차원이나 책임 차원의 문제로 바라보지는 않기를 바랍니다. 오랜만에 3학년 학급 담임을 3년을 이어
맡아 오면서, 참 그 어느 학년보다도 3학년 담임 선생님이 힘들지 않은가 생각해 본 적이 많습니다. 수업 준비나 업무량으로 비교하는 게
아닙니다. 학생들을 대하면서 들게 되는 교사로서의 자기 의식이 이처럼 흔들린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숨돌릴 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아침
8시부터 오후 4시까지를 가만히 살펴보면, 입시 관련 서류 처리와 공문 처리, 보고서 작성 등 행정업무입니다. 학급 학생들을 만나는 시간은 조회
시간, 점심시간, 그리고 오후 종례 때 잠깐입니다. 담임을 찾아오면 조퇴 확인증을 써달라는 학생들입니다. 체험학습 신청 공문을 기안하고,
아침마다 결석 현황을 확인하기 위해 학부모와 전화하고, 병원 진단서를 받아 질병 결석 처리합니다. 행정업무로 가득 차 있는 3학년 담임의 일과
가운데, 교사로서 나는 왜 이런 일을 하고 있으며 이것이 정말 교사로서 해야 할 일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때 학생을 한 명씩 깊이
만나며 학생 대상의 개별화된 시간을 가진다는 건 사소하고 작은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토론 중심의 의대 면접 준비 프로그램: 의생명 탐구 활동
시작
의생명 탐구 활동은 2022년에 시작되었습니다. 의예과, 치의예과, 약학대 등 의료 계열 지망 3학년 학생들의 면접을 준비시키자는 3학년부의
요청이 계기였습니다. 윤리교사, 영어교사, 생명과학교사, 물리학교사 4명이 모였습니다. 어떤 전공과 교과 교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모인 건
아니었습니다. 우리 학교에는 윤리, 물리학, 경제, 생명과학, 국어 등 여러 교과 교사가 모여 융합수업과 학생활동 중심수업을 연구하는 자발적인
교원학습공동체가 활성화되어 있었습니다. 이 공동체를 이끄는 윤리교사와 물리학교사인 제가 함께 프로그램 골격을 기획하고, 3학년 부장인 영어교사,
그리고 생명과학 실험 활동을 만들어 줄 생명과학교사가 참여하게 되면서 5일에 걸친 총 15시간의 프로그램을 진행하였습니다. 즉 마음을 같이 하고
싶은 선생님들이 모여서 프로그램이 만들어진 셈입니다.
토론 중심의 의대 면접 준비 과정
의학 계열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면접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좋은 의사로서 자질과 인성을 갖춘 학생을 뽑고 싶다는 취지일 겁니다. 기출
문제는 대학 입학처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굳이 의대 지원을 하지 않는 학생도 스스로 대답을 생각해 보게끔 하거나 토론의
쟁점으로 끌어와도 좋을 정도로 문제가 좋습니다. 의대 인성 면접 문제는 크게 3가지 범주로 나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첫째는 소통과 공감
능력을 알아보려는 질문, 둘째는 상황에 대한 비판적 분석을 바탕으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는 질문, 셋째는 좋은 의사란 어떠한가에 대한 포괄적이고
철학적인 질문입니다.
어느 날 밤 부모가 교통사고를 당한 아이를 데리고 급하게 응급실에 왔다. 아이의 상태는 그리 심하지 않았고 먼저 온 더 위중한 환자들을 보느라 진료가 늦어지고 있어서 부모가 응급실 의료진들에게 화를 내고 있다. 1. 본인이 응급실에 근무하는 인턴일 경우에 화내는 부모에게 어떻게 상황을 설명할 것인가? 2. 부모가 화를 내고 걱정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3. 부모는 그 상황에서 응급실 당직 의사인 당신에게 어떻게 해 주기를 바란다고 생각하는가? 4. 이 상황에서 의사로서 가장 적절한 행동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베테랑 의사에게도 버거운 상황과 질문입니다. 아직 의대 문턱에 서 있는 학생에게 정답 같은 해결책을 바라지는 않을 겁니다. 여러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급박한 현장에서 냉철한 상황 판단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사람을 대하고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이기에 환자를 비롯한 당사자들을 공감하고
소통하려는 마음 또한 중요합니다. 누구도 정답을 말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결정해야 하고 그 책임감의 무게를 견뎌야 하는 의사로서의 고민과 겸손함이
요구됩니다.
이러한 요소를 경험하고 연습하도록 수업 안으로 끌어당기려면 학생활동 중심의 토론 형태가 적절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더구나 의사는 사람을 대하고
생명을 그 대상으로 합니다. 의사를 자신의 직업으로 선택하려는 학생이라면 도대체 생명은 무엇이며, 우리는 그러한 생명을 어떻게 대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큰 질문을 고민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현실에서 부닥치는 다양한 딜레마를 해결하려는 모든 모색은 바로 이 생명이란 무엇인가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1, 2학년 학생도 함께 모집하기
일반고인 우리 학교에 의대를 지망하는 3학년 학생은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많으면 5명. 학생주도형 토론 수업하기에는 적은 숫자입니다.
그래서 1, 2학년 학생들의 신청을 받았습니다. 처음 시작한 작년 활동에서는 3학년, 2학년, 1학년 인원을 3명, 2명, 2명 모집하였습니다.
3개 학년 학생들을 모아 놓으니 좋은 점이 있습니다. 학생 주도로 활동이 이루어지다 보니 지식의 넓이, 생각의 깊이, 활동할 때의 자신감에 분명
차이가 보입니다. 1학년 학생들은 초반부에는 약간 주눅 든 것처럼 소극적이었습니다. 하지만 학년이 서로 섞여서 실험하고 토론하면서, 오히려
선배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눈으로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는 후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1, 2학년 학생들이 다음 학년도에 다시 참여하면서 활동을
이어나가니 보기 좋았습니다.
서약도 받았습니다. 여름방학 5일 동안 꼬박 학교를 나와야 합니다. 개인 일정으로 하루라도 결석하면 프로그램 흐름을 따라가기도 힘들고 활동
중간에 빠져나가면 다른 학생들의 동요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전 오리엔테이션에서 모든 날 모든 순간을 빠짐없이 참석한다는 서약을
받았습니다. 프로그램 5일 동안, 빠진 학생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두 개의 트랙
프로그램은 두 개의 트랙으로 기획하였습니다. 주제탐구 토론 트랙과 생명탐구 실험 트랙입니다.

주제탐구 토론 트랙은 관심 있는 주제를 하나 자유롭게 선택하고 관련 자료를 탐구한 결과를 발표한 후 딜레마 상황을 질문으로 제시하면 학생 전원이
토론하는 방식으로 구성하였습니다. 1개 주제에 대한 토론 시간은 40분, 최대 60분으로 잡았습니다. 물론 실제 활동에서는 토론 시간이
모자랐습니다. 한 명이 탐구한 주제를 발표하고 논제를 질문으로 제시하면 함께 토론하는 방식으로 구성했습니다.
생명탐구 실험 트랙은 물벼룩을 대상으로 약물 반응 실험을 계획하였습니다. 두 가지 목적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일반고에서의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제대로 된 탐구실험을 경험하지 못한 학생들이었기에 탐구의 전체 과정을 경험시키고 싶었습니다. 즉 실험 기구를 직접 조작하며 최적의 결과를 내기
위해 방법을 조정해 가도록 배려하고, 획득한 데이터는 엑셀로 변환하여 결과를 분석한 후 제시한 양식을 따라 보고서를 작성하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경험할 수 있게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둘째는 실험 대상으로서 '생명'을 다룬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느껴보게 하고 싶었습니다. 물벼록을 실험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눈으로 보면 점,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엄연히 심장이 꿈틀대는 생명을 대상으로 실험한다는 설정이었습니다.

두 개의 트랙은 결국 '생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어야 했습니다. 마지막 날은 교사와 학생 모두 둘러앉아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토론합니다. 생명을 바라보는 다양한 입장을 검토하였습니다. 생명을 정의할 수는 있는지, 비생명과 생명을 구별할
수는 있는지, 비생명과 구별되는 특성은 무엇이라 말할 수 있는지, 생명체인 인간과 다른 생명과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지 다각적으로 논의하고 자기
생각을 정리하는 글쓰기로 마무리합니다.
사전 준비 활동
주제탐구 토론 트랙을 진행하려면 프로그램이 시작 전에 미리 탐구할 주제를 정한 후 발표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프로그램의 목적과 일정을
정리한 요강과 사전활동지를 가지고 오리엔테이션을 가졌습니다. 학생들은 의학 관련 이슈를 검색하면서 자신이 탐구하고 싶은 주제를 잡은 후 교과서,
논문, 신문기사, 동영상 등 탐구에 도움이 될 만한 자료를 탐색하여 정리한 내용을 사전활동지에 작성하여 의생명 탐구 활동 시작 전에
제출받았습니다.
영어교사가 함께 참여했던 건 정말,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합니다. 탐구하려는 주제를 넓고 깊게 심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좋은 자료를 찾는
일이 학생에게 쉬운 일이 결코 아닙니다. 그래서 영어교사가 나섰습니다. 영어교사는 학생이 올린 주제와 관련한 읽기 자료를 만들었습니다. 영국
가디언지(紙) 사이트를 검색하면서 학생의 시야를 넓혀주고, 논쟁의 쟁점을 뽑아내기 적절한 기사를 찾는데 많은 시간을 들였습니다. 예를 들어,
유전자 편집에 대한 윤리적 쟁점을 주제로 잡은 학생에게는 "How far should we go with gene editing in
pursuit of the 'perfect' human?"이라는 기사를 찾아 주었습니다. 그리고 영어기사를 요약하고 정리하는 수준을 넘어
비판적이고 심층적인 탐구를 돕기 위한 질문을 만들어 활동지를 제작하였습니다. 학생은 영어기사를 읽고 요약하고 질문에 답을 작성하면서 딜레마
상황이나 토론을 위한 쟁점을 추출하였습니다. 논문, 전문자료, 관련 동영상 등 여러 자료를 추가로 검색하여 활동지에 정리하였습니다. 다음은
마약성 진통제 사용을 주제로 탐구한 학생의 사전활동지 내용을 요약한 표입니다.
| 학생이 정한 주제 | 마약성 진통제 사용에 대한 윤리적 문제 |
| 관련 영어신문 기사 및 탐구를 위한 질문 |
[관련기사] 'It's devastating'-how fentanyl is unfolding as one of America's greatest
tragedies [질문] 1. 미국에서 펜타닐(fentanyl) 과다 복용의 결과로 발생한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술하시오. 2. 많은 진통 완화 약물 중에서도 펜타닐이 특히 문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3. 펜타닐 과다 복용에 대한 해결방안은 무엇인지 기술하시오. 4. Luca 사건의 경위와 신문기사를 쓸 당시의 진행 상황에 대해 간단히 요약하시오. |
| 추가로 탐구한 자료 |
[위키피디아] opioid [영어논문] The pros and cons of long-term opioid therapy [통계자료] The rising tide of opioid use and abuse: the role of the anesthesiologist |
| 학생이 제시한 딜레마 상황(토론 질문) | 사람들의 고통을 줄여주고 생명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진통제가 오히려 더 많은 목숨을 빼앗고 있는데 그럼 진통제를 개인이 사용하지 못하게 해야 하는가? |
토론 주제 발표와 토론
의생명 탐구 활동은 여름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시작하였습니다. 실험실에 교사 4명과 학생 7명이 모여 하루에 3시간씩, 앞은 실험 트랙을, 뒤는
토론 트랙을 진행하였고 모든 시간에 교사 전원이 참여하였습니다. 토론 주제 발표와 토론 시간에 각 학생은 자신이 미리 준비한 PPT로 5분 제한
시간에 주제 발표를 하고 나면 교사와 학생 전원이 참여하는 전체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사전활동은 토론에 임하는 학생을 탄탄히 준비시켰다고
여겨집니다. 발표 대부분이 내용은 알차고 토론을 위한 쟁점과 논제도 잘 정리되어 전달되었고 질문에도 내실 있게 대답하였으며 자기 의견을 제시할
때 분명함이 느껴졌습니다. 발표와 토론 능력에서 3학년의 위용(?)은 드러나고 1학년은 상대적으로 약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당연하고, 또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후배는 배우고 내년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어땠냐구요?
학생들에게 꽤 힘든 활동이었습니다. 여름방학 기간에 5일 동안 활동하는 시간적 부담도 그렇지만, 사전 준비 활동을 하고, 발표를 위해 토론
준비를 하기까지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매우 많았던 활동입니다. 그런데 2022년에 시작한 의생명 탐구 활동은 다음 해에도 이어졌고, 작년에
했었던 1, 2학년 학생들은 올해 2, 3학년이 되어 다시 프로그램에 자발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올해는 3학년 5명, 2학년 3명, 1학년
2명으로 총 10명이 모집되었습니다.
교사들에게도 상당히 버거운 프로그램이었지만, 단순히 기출 문항 들이대고 압박 면접 연습하는 방식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의사라면, 의사가 되고 싶은 그런 학생이라면 생명 있는 대상을 다룬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고민해 보기를 바라고, 교사와 학생이 함께 생각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해 주고 싶었던 마음이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이에 학생들이 열심히 호응해 주었고, 학생이 주도하는 토론 형태의 새로운 방식이
참 적절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은 어떻게 할 거냐 누군가 묻는다면 준비했던 선생님들 모두 이렇게 대답지 않을까요. "재밌죠. 다음에 또 할
겁니다. 힘들지만."
"선생님은 제게 수업과 진학지도 두 측면 모두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우선 수업 측면에서는 통합과학이나 물리를 가르쳐 주실 때 영상이나 파워포인트 구글 클래스룸 등 정말 다양한 자료를 이용하셔서 저희의 이해를
도우셨고, 설명을 하실 때에도 비유를 드시거나 교과서에는 없지만 이해에 도움이 되는 예시들을 들어주시면서 수업을 하셔서 이해가 쉬웠습니다. 또한
서술형 문제를 판에 박힌 형식이 아니라 논술형으로 내셔서 배운 내용에 대해 깊이 이해할 기회를 주셨습니다.
진학지도 측면에서는 면접 부분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제시문 면접 중 서울대에 맞는 형식의 제시문 면접을 대비하는 데에 딜레마 상황 등의
상황에서 저의 의견을 찾고, 그 의견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찾고, 저의 의견을 반론으로부터 방어하는 방법을 연습을 통해 배우게 해주셨습니다. 또한
저의 학생부를 꼼꼼히 읽어보시고 서류면접 대비로 모의면접도 해주셨습니다. 선생님께 수업과 진학 측면에서 많은 도움을 받아서 원하는 학교의 원하는
학과에 입학하는 데에 가장 많은 도움을 주신 선생님으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치의학과 재학생 J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