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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 이슈이슈!

내 수업의 지향점!

신미화 평내고등학교 교사



매일 해야 하고, 매일 하고 있지만 결코 쉽지 않은 것, 그게 바로 교사에게는 수업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수업이 되었으면 하고, 나 역시 즐거웠으면 하는데 매일 반복되는 수업 상황 속에서 매 순간 의미 있고 기쁘기는 사실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교사는 매일 매일 새롭게 도전한다. 왜냐하면 의식하지 않고 지내더라도 수업 속에는 교사의 지향점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수업을 준비하기 전, 수업을 진행하는 중의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 교사들은 자신만의 고유한 지향점을 녹인다. 나의 지향점을 알아차리게 된 계기는 수업의 변화를 위해 찾아간 ‘수업과 성장 연구소’에서의 연수였다. 나의 지향점이 녹아 있는 수업을, 부족하지만 소개해 보겠다.

1. 아이들을 깊이 만나는 수업

교사가 되면서 결심한 것이 있었다. 학생을 절대 집단 혹은 단체로 보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들어가는 모든 반 학생들의 이름을 외웠고, 학생 한명 한명의 이름을 불렀다. 수업 시간에 아이들 개개인에게 다가갔고, 아이들의 과제물을 읽고 내용을 기억해 개인적으로 말을 건넬 때 그 내용들을 함께 언급했다. 특히 배움에 관심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다가가려고 더 노력했다. 그러자 아이들도 수업 시간에 나를 만날 때 집단 속에 숨지 않았다. 선생님이 자신을 개별적으로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자 아이들이 수업 안으로 초대되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서는 이것만으로 부족했다. 고등학교의 강의식 수업은 아이들을 일반적 대상으로 인식하기 쉬운 구조였다. 나는 강의와 지식 전달이라는 일방적 관계에서 벗어나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의 말을 수업 속으로 끌어들이고 싶었다. 그래야 아이들도 수업에 흥미를 느끼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여름 방학 방과후 수업으로 이를 시도해 보았다. 『책은 도끼다』(박웅현 저)를 가지고 아이들이 스스로 발제문을 작성하고 그 발제문을 바탕으로 대화를 나누게 했다. 교육청에서 ‘독서토론’ 연수를 받았고, 이를 수업 설계에 적용했다. 당시 대학원을 다니고 있었는데 배움의 최고 과정인 대학원 세미나 수업 모형도 적용해 보았다. 스스로 공부하게 하고 연구하게 하는 이 모형이 고등학생들에게 어렵지 않을까 살짝 고민도 했지만 아이들은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때로는 기대 이상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이들의 뛰어난 쓰기 실력과 사유 능력을 확인하는 시간들이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일화를 소개해 보자면, 평소 욕을 섞어 쓰며 거친 말을 내뱉어 친구들이 두려워하는 아이가 있었다. 이 학생이 내 수업을 선택하자 나도 마음이 불편해졌다. 욕을 하며 수업을 방해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되었다. 그 학생의 발제 차례가 되어 자신이 쓴 발제문을 읽어나가는데, 스스로의 삶을 성찰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자신도 이렇게 욕을 하고 거친 말을 쓰고 싶지 않지만 자꾸 자신을 떠나가는 친구들 때문에, 이렇게라도 해야 자신을 떠나지 않아서 자꾸 욕을 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자기 자신도 이런 스스로가 싫다는 내용이었다. 이 발표를 듣고 나는 진심으로 그 아이에게 사과를 했다. “네가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지 몰랐던 선생님이 너무 부끄럽다.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 줄 알았으면 먼저 손을 내밀어 너를 도울 수 있었을 텐데... 사실 선생님도 너의 거친 말이 불편해서 다가가지 않았어. 정말 미안하다.” 이 아이의 뜻밖의 고백에 교실은 숙연해졌고 우리는 깊은 교감을 나눌 수 있었다. 그 후로는 그 학생이 불편하지 않았고 내가 도움을 주어야 할 연약한 아이로 느껴졌다. 이 경험이 내게 미친 영향은 매우 컸다. 그 이후로 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들을 수 있도록 수업을 설계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교사인 나 역시 학생들을 알아가고, 아는 만큼 소중히 여기게 되었으며 학생들 역시 서로를 이해하게 되면서 배려와 관용은 자연스럽게 생겨날 수 있었다.

3학년 진로 선택 과목으로 교과서가 없는 ‘고전 읽기’ 수업을 맡게 되었을 때 나는 ‘한 권 읽기’와 ‘독서 토론 발제’ 수업을 정규 교과에 적용해 보기로 했다. 책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 인문학적 사유를 해 볼 수 있는, 조금은 어렵지만 시도해 볼 만한 책, 그리고 과목명과도 관련이 있는 고전이 들어 있는 책을 고르고 싶었다. 그래서 고른 책이 신영복의 『담론』이었다. 첫 시간 아이들에게 수업의 방향과 이런 수업을 굳이 고등학교 3학년에 하려는 이유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책도 사야 하고, 고3인 학생들에게 발제문을 쓴다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왔겠지만, 아이들은 교사인 나를 믿고 따라와 주었다. 어려워서 3-4번을 읽었다는 아이들의 발제문은 나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공부와 책 읽기를 안 좋아해서 졸업 후 미용계로 나가려는 한 여학생이 있었다. 발제에 대한 부담이 컸는지 몇 번이고 나를 찾아와 자신이 제대로 책 내용을 이해했는지 확인을 하고 이해가 가지 않는 내용에 대해 질문했다. 이 학생의 이런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성장이라고 생각했다. 드디어 발제를 하는 날, ‘진정한 공감은 우산을 씌워주는 것이 아니라 우산을 접고 함께 비를 맞는 것’이라는 신영복 선생님의 책 구절에 감동한 이 학생은 이와 유사한 경험을 떠올려 우리에게 들려주었다. 초등학교 시절 왕따를 당해 무척 슬프고 힘들어 학교 구석 계단에 앉아 있었는데 별로 친하지 않았던 한 친구가 조용히 다가와 자신 옆에 한참 동안 앉아 있다 갔는데 그게 무척 고맙게 느껴졌다는 이야기였다. 공유하기 힘들 수 있었던 아픈 상처를 공유해 준 그 학생이 참 고마웠다. 아이들과 함께 그 학생에게 박수를 보내줬던 기억이 난다.

3학년 교양 과목인 ‘진로와 직업’ 수업을 할 때 자신의 진로 장벽을 파워포인트로 만들어 발표하도록 했다. 내가 먼저 시범을 보였다. 지금의 이 자리에 서기까지 내가 만난 진로 장벽들, 때로는 아픔이고 패배고 좌절이라고 생각했던 그 장벽들을 진솔하게 나누었다. 지금의 나이까지 살아보니 그때 장벽이라고 느꼈던 것들이 현재의 ‘나’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 그 이야기도 아이들에게 들려주었다. 너희들이 만나서 좌절한 그 장벽이 어쩌면 또 다른 기회로 안내하는 우회로가 될 수도 있다는 그런 위로를 주고 싶었다.

아이들도 긴 인생은 아니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를 거쳐 현 고3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이 만났던 장벽과 아픔들을 공유해 주었다. 기억에 남는 한 남학생이 있는데 늘 잠을 자고 엎드려 있는 아이였다. 이 날도 발표를 위해 깨어났는데 무기력해 보였던 아이가 준비한 ppt와 내용은 우리를 단숨에 사로잡았다. 이 아이는 원래 수영 유망주 선수였다. 중학교 3학년 때 모든 것이 보장되는 클럽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고 좀 더 잘하고 싶은 욕심에 무리하게 연습을 하다 허리 부상을 입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모든 꿈이 물거품이 되었고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해 아무런 의미와 목적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울증 약을 먹었고 무기력한 삶을 반복했지만 지금부터라도 수영 코치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반 학생들조차 이 아이의 이런 사정을 처음 들었다고 한다. 학교에서 엎드려만 있던 그 한 아이가 확 이해가 되면서 연민의 마음이 생겼고 가끔은 한심하게 생각했었던 나를 반성하게 되었다.

이렇듯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우리는 그 아이를 이 세상에 존재하는 단 하나뿐인 소중한 개별자로 만나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수업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2. 배움의 기쁨이 회복되는 수업

나는 인간이 선천적으로 배움을 즐거워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어린 아이들을 보면 배워가면서, 알아가면서 얼마나 기뻐하는가! 어른들도 내재적 동기에 따라 스스로 배우고, 그 과정에서 기쁨을 느낀다. 그런데 정작 학교에 있는, 배움에 푹 젖어 있어야 할 고등학생들은 배움의 기쁨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 늘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학생들 안에 내재 되어 있는 배움의 기쁨, 앎의 기쁨, 거기에서 오는 쾌감을 찾아주는 수업을 하려고 노력한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배움의 기쁨을 회복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몇 가지를 떠올렸다. 통찰이 일어나는 수업, 스스로 발견하는 수업, 친구들과 소통하는 수업, 삶과 만나는 수업이 내가 찾은 답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에 올라와서 처음 만나는 국어에서 그 기쁨을 발견하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교과서 수업 외에 단편소설을 주기적으로 읽혔다. 단편소설을 각자 읽는 것도 좋지만 읽은 내용을 가지고 독서 토론을 했을 때 감상이 훨씬 풍성해지고 친구들과 대화의 기쁨을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만하고 대화할 거리가 풍성한 단편소설을 몇 편 선정하여 모둠별로 선택하여 읽게 했고 대화를 나누는 과정을 녹음하게 했다. 나는 녹취록을 읽었는데 이를 위해 녹음한 내용을 녹취록으로 바꿔주는 어플을 사용하게 했다.

1. 각자 소설의 전문 읽기
2.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은 주제 혹은 질문 2개 선정하기
3. 모둠원 4명의 8개 주제 중 4개 선별하기
4. 소설의 흐름에 따라 4개 주제의 순서를 결정하고 대화 나누기
5. 녹취록 제출하기


대화가 끝난 후 모둠의 대표가 대화 내용을 요약해 파워포인트로 작성하여 반 아이들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은 이런 경험에서 지적 쾌감을 느꼈고, 작품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이해하는 능력뿐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폭도 넓힐 수 있었다.




연말에 실시하는 교원 평가에서 소설 읽기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유독 많이 나왔다. 그 부분만 잠시 발췌하자면 다음과 같다.

- 수업 시간에 짧은 단편소설을 읽음으로써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 더 넓어지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앞으로도 수업 시간에 단편소설을 읽는 시간이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 제가 제일 좋아하고 존경하는 선생님으로 국어시간이 제일 재미있게 느껴질 정도로 재미있고 소설을 읽으며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셨고 선생님을 보면 항상 힘이 나고 큰 에너지를 받는 것 같아 항상 기분이 좋다.
- 매 수업마다 최선을 다해 알려주시고 이해가 되지 않을 때 확실하게 이해되도록 최대한 쉽게 풀어 알려주셔서 항상 이해가 잘 되었습니다! 또한 소설과 같은 책들을 재미있게 설명해주셔서 책 자체에 많은 흥미가 생겼고 수업도 너무너무 재밌게 가르쳐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 수업 시간에 수업(진도)만 나가는 것이 아니라 중간 중간에 단편 소설 읽기를 통해서 평소에 책을 읽기 힘든 고등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책을 읽을 시간을 주셔서 좋았던 거 같다.
- 수업 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만나면 항상 밝고 친절하게 인사를 해주시고 친절하게 수업해주셔서 정말 좋아요ㅠㅠ 내 인생 최고의 국어쌤!!! 소설 같은 거 배울 때 그 책을 읽기 전에 책의 줄거리를 설명해주시거나 다른 책을 추천해주실 때 줄거리 설명해주시는 거 정말 재미있어요!!ㅎㅎ 다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에용!! 언제나 친절하신 미화쌤 감사합니다


아이들이 소설 읽기를 통해 이렇듯 성장해 가고, 배움의 기쁨을 느끼는 것에 보람이 느껴지며 다시 한번 내 수업의 지향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의 두 번째 지향점은 배움의 기쁨을 느낀 학생들이 이런 경험을 통해 평생 독자가 되어 삶 속에서 책을 만나는 것이다.

3. 자신을 글로 표현하는 수업

배움의 궁극적 목표는 무엇일까? 이렇게 거창하게 표현하지 않더라도 결국 배움의 끝에서 무엇을 만나야 하는가라는 고민을 했을 때 ‘스스로를 알아가고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과 느낌, 앎을 글로 표현하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되었다. 나는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표현하게 만들고 싶었다.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에린 그루웰)에는 마약과 총기, 무기력함에 젖어 살아가는 미국 빈민가의 학생들이 나오는데 에린 그루웰이라는 국어 선생님을 만나면서 독서를 하게 되고, 자신들의 아픈 삶을 글로 기록하면서 변화하는 과정이 나온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아이들이 처한 환경은 변하지 않았지만 한 명 한 명을 귀한 존재로 대했을 때, 책을 통해 다른 세계를 만났을 때, 글쓰기를 통해 자신들의 상처와 직면했을 때 아이들이 어떻게 변화될 수 있는지 잘 보여 준다. 오래전부터 나는 글쓰기가 가진 치유의 힘을 믿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통과하고 있을 우리 아이들에게 글쓰기가 가진 치유의 힘을 경험하게 하고 싶었다. 글쓰기는 사실 국어 사용의 4가지 –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 중 가장 고차원적이기에 학생들은 쓰기를 매우 싫어한다. 그래서 사전 동기부여 작업이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

코로나 19는 고등학생들에게 상당한 위기감을 주었다. 일상이 영위되지 않았고, 관계는 끊어졌으며, 학교도 격주로 나오는 등 일상이 파편화되어 마음 둘 곳이 없었다. 이런 아이들의 삶과 아픔, 상처를 글로 표현하게 만들고 싶었다. 마침 ‘한국 문학의 흐름’ 단원에서 시조를 배우고 있었다. 시조라는 고전 문학의 형식에 21세기를 살아가는 아이들의 삶을 담는 글쓰기를 시도해 보았다. 시조를 창작하려면 시조가 가진 형식적 구조를 내면화해야 하고 3장 6구라는 짧은 형식 안에 자신의 이야기를 잘 녹여야 한다. 시조의 내용에 어울리는 시화도 그려보게 했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어려워했지만 금방 시조 창작에 몰입했고 손뼉을 치며 음보를 세는 등 자연스럽게 운율을 익혔다. 아이들의 작품을 보며 각각의 아픔에 마음이 저려왔고, 더 깊이 학생들을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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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의미를 알기에 동아리는 ‘인문 책쓰기’ 동아리를 만들어 매년 학생들과 책을 만들고 있다. 글쓰기 주제의 포맷은 이상원 교수님의 『서울대 인문학 글쓰기 강의』를 참조하였다. 2022학년도에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에 진학한 김동혁 학생도 2년 동안 나와 이 동아리를 함께 하며 성장하였고 자신의 꿈에 한발 다가서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1. ‘나’를 만나는 글쓰기 – 자신을 다양한 방식으로 소개하기
2. ‘우리’를 만나는 글쓰기 – 관심 있는 분야 주제 글쓰기
3. ‘세상’을 만나는 글쓰기 – 독서 감상문, 영화 감상문, 미술 감상문 글쓰기
4. 진로 멘토 인터뷰 글쓰기 – 진로가 유사한 모둠을 만들고 멘토를 선정한 후, 인터뷰 섭외부터 질문지 작성, 실제 인터뷰까지 진행하고 이후 글로 정리하기


표지 디자인과 책 속 삽화도 학생들이 담당하고 있다. 1장 ‘나’를 만나는 글쓰기는 학기 초에 하는데 초고를 모둠 안에서 낭독하게 한다. 의외로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는 학생들이 있는데 서로의 소개를 들으며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는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 함께 공감해 주고, 지지해 주며 공동체는 단단해져 갔다.

2장 ‘우리’를 만나는 글쓰기는 눈을 들어 우리가 속한 세상 속에서 자신의 진로와 관련 있는 문제의식을 떠올리게 하고 심층적인 주제 탐구가 되는 글을 쓰도록 했다. 고등학생이기에 진로에 대한 고민도 많아 설계하기도 했지만, 관심 주제에 대한 글쓰기가 대학별 면접에도 도움이 되었다는 후기를 제자들이 전해주었다.

3장 ‘세상’을 만나는 글쓰기는 아이들이 경험할 수 있는 세계의 폭이 좁기에 간접 경험을 통해서라도 아이들의 세계를 넓혀주고 싶은 마음에서 하는 글쓰기다. 책과 영화, 미술 작품 등 다양한 선택을 존중하면서도, 막막할 수 있는 학생들을 위해 동아리 시간을 활용하여 영화도 보러 가고, 책 목록도 제공한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이 넓어지리라 생각한다.

4장 ‘진로 멘토 인터뷰’ 글쓰기는 요즈음 십 대들에게 본받고 싶은 멘토를 만들어 주고 싶어 시작했다. 배움은 책에도, 교과서에도, 수업 현장에도 있지만 또한 사람을 통한 배움도 매우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진로가 유사한 아이들이 책과 인터넷을 찾아보며 자신들이 닮고 싶은 멘토를 찾고, 멘토 선정 과정을 거친다. 아이들은 때론 유명인을 멘토로 선정한다. 멘토의 연락처를 알아보는 과정, 섭외 과정, 그 와중에 거절의 과정도 다 공부가 될 것이라 생각해 조언만 해줄 뿐 내가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아이들은 출판사에 연락하고, 비서에게 연락하고, 이메일을 통해 접촉한다. 거의 대부분의 인터뷰는 성사되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기억나는 일화로 인문계열을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유시민 선생님을 멘토로 선정했다. 나는 선생님의 대표작을 먼저 읽고 독후감을 써서 인터뷰 요청과 함께 보내자고 했고 아이들은 그렇게 따라줬다. 유시민 선생님께 연락이 올까 나도 의심이 되었지만 선생님은 친절하게 이메일을 보내주셨다. 일단 아이들이 글을 너무 잘 쓴다는 것과 책을 읽은 것만으로 자신을 만난 것으로 생각된다는 것, 당신이 멘토 놀이는 하지 않겠다는 철칙이 있어 인터뷰에 응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씀을 전했다. 인터뷰가 무산되었고 다른 멘토를 찾아야 했지만 아이들은 실망은커녕 매우 기뻐했다. 자신들이 존경하는 멘토에게 글을 잘 쓴다는 평가를 받았으니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으리라!

아이들은 이 시대의 어른들이 자신들에게 친절하고 관대하며, 자신들의 삶을 응원해 준다는 것을 이 과정을 통해 경험한다. 인터뷰에 선뜻 응해주셨던 각계의 전문가들과 교수님들, 지역 사회 어른들께(시장, 박물관장, 미술관장, 도서관장 등) 진심으로 감사했다. 세상이 자신들을 향해 이토록 우호적임을 안다면 아이들이 세상을 향해 나아갈 때 두려움이 없을 것 같았다. 언제든 도움이 필요할 때 손을 내밀 수 있는 학생들로 자랄 수 있을 것 같았다. 위에서 언급했던 김동혁 학생도 지역 사회에서 이주 노동자들을 섬기시는 ‘이정호 신부님’을 만나 뵙고 시야가 넓어지는 경험이었다고 했다. 이렇듯 아이들이 유의미한 성장을 보일 때 교사로서 참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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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를 하면서 가장 보람된 순간이 평생 남을 제자를 만나는 것이 아닐까? 1학년 8반에서 국어 수업을 끝내고 공강 시간에 아이들이 쓴 글을 읽고 있는데 따뜻한 마음과 시선이 담긴 글을 만났다. 글이 인상적이어서 이름을 보니 ‘김동혁’이라고 쓰여 있었다. 다음 수업에 들어가서 그 학생에게 내 느낌을 전했다. 그 학생이 국어를 좋아하고 교사를 하고 싶어 한다기에 더욱 정이 갔다. 학생의 성장을 돕고 싶어 상담을 요청할 때 마음을 다해 들어 주었고, 내가 좋아하는 책을 공유했다. 아이는 놀라운 속도와 깊이로 그 모든 것을 흡수해 나갔다. 관계 지향성이 높은 그 아이에게 2학년 때 터진 코로나19는 위기로 다가왔다. 그때도 동혁이는 나를 찾아와 도움을 요청했고 회복되어 돌아갔다. 그게 그 아이가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댈 수 있는 어깨, 기댈 수 있다는 믿음... 그것이 있으면 이 아이는 어떤 어려움도 이겨나갈 것 같았다. 이렇게 동혁이는 서울대학교에 합격하여 자신의 꿈을 차근차근 이루어갔다.

동혁이 덕분에 내 수업을 돌아볼 수 있었고 20여 년의 교직 생활을 정리해 볼 수 있었다. 내 수업의 세 가지 지향점을 떠올리며 글을 써 나갔다. 내가 만난 학생들이 수업을 통해 나와 개인적으로 내밀하게 만나며 스스로를 소중한 존재라고 생각할 수 있었으면... 자신 안에 있는 배움의 기쁨을 회복하여 그 과정에서 즐겁게 배울 수 있기를... 스스로를 알아가고 그런 자신에 대해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건강한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으로 학생을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가르쳐주신 분입니다. 선생님의 수업에서는 모두가 관심을 받았습니다. 수업을 지루해하며 잘 참여하지 않는 학생에게 직접 다가가 참여의 기쁨을 느끼게 도우셨습니다. 성격이 소심해 수업에 잘 어울리지 못하는 학생을 담임이 아님에도 파악하고 조용히 인도하고 배려하셨습니다. 무엇보다 선생님은 학생들 모두에게 큰 관심과 사랑을 주셨고 모든 학생들은 말을 하지 않아도 그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선생님의 쉬는 시간은 언제나 고민과 진로 상담을 하러 온 학생들로 붐볐고 저 또한 그중 한 명이었습니다. 사교육의 성장과 에듀테크 등 교육계 기술력의 증가로 공교육이 어떤 모습을 가져야 할지가 사회적 이슈입니다. 학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끄는 선생(先生)으로서의 본질을 잘 보여주셨던 스승님이십니다.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재학생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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