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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 이슈이슈!

고3 아이들과 함께 선생으로 산다는 것

박경민 황지고등학교 교사

백두대간의 한복판에 아담하게 자리 잡은 산골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지난 3년간 3학년 담임으로서 학생들의 입시와 진로를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우리 학교는 학생들 대부분이 고3이 되어서야 비로소 입시 준비에 허둥대며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곳입니다. 공부로 인한 스트레스보다 축구 리그전이 주는 스트레스가 학생들에게 더 크게 작용하는 곳입니다. 방과 후 학교 수업이나 자기주도적 야간자율학습의 경우도 3학년에 이르러서야 겨우 자리가 잡히는 곳입니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각종 매체를 통해 제공되는 다양한 입학정보나 전략이 그다지 크게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그런 곳입니다. 우리 학교 대학입학 지도전략에서 가장 큰 중점은 농어촌 전형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각종 경시대회 개최, 자율동아리 활동의 활성화 등 다양한 교내 활동을 기획 ‧ 운영하고 있으나 학생들의 호응도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최근 관악 동아리 활동이 대학입학에서 주목받으면서 점차 교내 활동에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가 늘어나고 있어 고무적이라 여겨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 학교의 대학 진학 결과는 여느 농어촌 지역의 학교에 비해 뒤처지지 않으며 오히려 상위권을 형성한다고 자부합니다. 그 힘의 원천은 역시 학생들입니다. 지역의 특성이기도 하지만 우리 학교 역시 온통 나무들과 꽃들로 둘러싸여 사계절의 변화가 학생들로 하여금 생동감과 여유로움을 느끼게 하는 예쁜 곳입니다. 그 덕분인지 우리 학교 학생들은 도시에서 만나는 아이들과 무척 다릅니다. 착하고 순수하며 맑은 심성을 지닌 아이들입니다. 자기소개서 작성에 있어서 핵심 요소인 ‘나눔과 배려’, ‘갈등 관리’, ‘협력’, ‘공동체 의식’ 등의 가치를 자연스레 체득해 온 아이들입니다.

때문에 제가 선생으로서, 담임으로서 노력한 것은 학생들로 하여금 세상을 넓게 보고 자기 발전의 의지를 다지며, 학습 능력을 길러 개인의 역량을 강화하고, 포기하지 않는 근성과 책임감을 기르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철저한 자기관리만이 나를 발전시킨다.”는 급훈과 함께 지난 1 년간 아이들은 부단히 노력해 왔고 2015학년도 대학 진학에서 대부분 자신이 목표한 바를 이루었습니다. 학생들 하나하나 성공 사례가 아닌 것이 없으나, 특히 다음의 세 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A군은 자수성가형 학생으로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에 합격하였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 형편, 부모의 이혼과 재혼 등 남다른 어린 시절을 주로 혼자 지내면서 초기 사회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인간관계 형성에 서툴렀던 A군은 고등학교 1학년 때는 기숙사에서 따돌림을 당한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남다른 독서습관과 학습태도를 통해 ‘인간의 삶’에 대해 자각하고 강한 의지로 내적 ‧ 외적 갈등을 극복한 A군은 인간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며 끊임없이 공동체의 화합과 조화를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학급과 학교에서 소외당하며 곤란을 겪는 친구들을 위해 영상연구반을 만들어 더불어 생활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아주고, TV프로그램의 시사토론에서 영감을 얻어 학생들의 미흡한 발표와 토론 능력을 기르기 위해 노력하는 등 다섯 개의 자율동아리를 만들에 책임있게 운영해 왔습니다. 또한 학급의 학습부장으로서 학급의 핵심 프로젝트인 ‘영어듣기정복프로그램’, ‘수학등급극복멘토링’의 장을 맡아 소외되는 학생없이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격려하고 지도해 학생들이 성취감과 함께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특히 ‘교내 영어말하기 대회’에 학급 전원 참가를 독려하며 개인별로 원고 작성 및 발음 교정을 도와주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막차를 놓칠 수 있는 위기의 순간에도 아이들 원고 준비를 위해 프린터와 씨름하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 결과 전 학년 대상 총 11명의 수상자 중에 4명의 수상자를 우리 학급에서 배출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하였습니다.

A군의 학습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을 이용한 복습 과정입니다. 교과 수업 및 스스로 탐구 활동을 통해 얻은 지식을 주변 사람들과 묻고 답하는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자신의 지식을 확고히 하고 이해력을 높입니다. 학력평가 4개 영역 백분위 평균 96%를 웃도는 A군은 모든 교과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남다른 학생으로서 교과 수업을 넘어 독학을 통해 지적호기심을 충족하는 능력이 뛰어나며 특히 작곡과 편곡에서 그 역량이 돋보입니다. A군과 함께 울고 웃으며,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동안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던 지난 일 년은 교사로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A군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무심코 보아 넘기는 아이들의 삶에 얼마나 많은 것들이 담겨 있는지, 스치듯 지나가는 아이들과의 대화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교사의 고민은 이 질문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학교라는 한정된 공간에 있지만 우리 학생들은 엄청난 에너지와 무한한 이상을 꿈꾸고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B군은 햄릿형 자아를 극복하는 데 성공한 학생으로 모 대학교 경영학과에 합격하였습니다. 3학년 초, 완벽주의 기질을 지닌 B군은 주변의 반응과 결과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습성으로 인해 엄청난 내적 갈등을 토로했고,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등 학교생활에 어려움이 많았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신과 상담을 받는 등 힘겹게 노력하였습니다. 누구보다 공부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고 학습 능력이 뛰어나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던 B군은 특히 수학적 역량이 뛰어난 학생임에도 끊임없는 회의와 내적 중압감으로 인해 3학년 1학기 중간고사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둬 정신적 타격이 컸습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강인한 의지와 주변의 도움으로 수험생으로서 도전을 계속해 희망하는 학교와 학과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B군의 극기(克己)를 볼 때 가장 먼저 이야기할 것은 학습플래너 작성입니다. 매일 꼼꼼하게 작성하며 단점을 보완하고 성취감을 맛보면서 학교생활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자 노력하는 B군의 모습은 학급 학생들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주어 학습플래너 작성의 붐이 조성되기도 하였습니다.

시험과 성적으로 인한 스트레스 극복을 돕기 위해 저는 무엇이든 시작하기 전에 심호흡 세 번 하기, 시험지 위에 ‘침착’, ‘계산’ 글자 쓰고 시작하기 등을 제안해 일일이 실행 여부를 점검했고, 매일 매일의 상담을 통해 불안감을 다스리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학급 실장이었던 B군은 축구, 농구에 뛰어난 기량을 지닌 학생으로서 활발한 스포츠 활동을 통해 본인과 학급 학생들의 학업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습니다. B군의 사례를 통해 수험생은 물론 일상생활에 지친 사람들에게 단체 스포츠가 얼마나 유의미한 영향력을 가지는지 다시 한번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정신적 ‧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있는 학생들과 소통하고 더불어 사는 삶을 이루기 위해 교사로서 끊임없이 공부하고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우쳤습니다.

C군은 개과천선형 학생으로서 모 대학교 국제학부에 합격하였습니다. 여러 가지 요인으로 방황하며 학업을 등한시한 결과 내신평균 6.55, 모의고사 총점은 100점 안팎의 매우 낮은 성적으로 3학년을 시작한 C군은 1,2학년 때와는 사뭇 다른 학급의 분위기와 담임과의 진로 상담 등에 고무되어 영어 교사의 목표를 세웠습니다.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교과 수업은 물론 방과후학교 수업과 11시까지 이루어지는 자기주도적 학습에 하루도 빠짐없이 참가해 주변 친구들로부터 ‘독종’ 소리를 들었던 C군은 수능시험에서 4개 영역 평균 3등급이라는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여주었습니다. 뒤늦게 시작했지만 학급 친구들은 물론 선생님들까지도 치를 떨 만큼 열심히 공부에 매진하면서 ‘공부하는 것이 재밌고 행복한 일이네요!’라며 수줍게 웃던 녀석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특히 영어 과목에 흥미를 붙여 깊이 공부하고자 노력했으며 영어 교사를 넘어 더 많은 꿈을 이루고자 하였습니다. 늦은 나이에 외국어에 흥미를 붙여 재미삼아 공부하는 저를 준거집단으로 삼아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말하는 C군과 함께 생활하며 저는 교사는 진정 ‘선생(先生)’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또 가슴에 새겼습니다.

고3 담임으로서 어느 대학, 무슨 학과, 어떤 직업 등을 이야기하며 점점 아이들의 삶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 저는 두렵습니다. 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고,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저는 오늘도 청출어람(靑出於藍)을 기대하며 아이들과 함께 우리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3학년 1반 화이팅! 3학년 1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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