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 이슈이슈!
학교가 살면 학생들 가슴엔 희망이 살아난다!
‘10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하는 학생’이라고 하면 어떤 학생이 떠오를까요?
20년이 넘은 교직생활에서 처음으로 이런 느낌을 갖게 한 학생은 공부를 잘하고 행실이 얼마나 좋은지 ‘저 학생의 부모님은 대체 어떤 분이실까?’하며 부모의 가정교육에 대해 자문을 구해보고 싶을 정도로 모든 선생님들이 칭찬하는 학생이었습니다. 두 번째로 이런 느낌을 갖게 한 학생은 공부를 잘하고 말썽꾸러기 친구들에게도 인기가 좋을 정도로 행실이 좋은 것은 물론, 더욱 더 빛나는 것은 두 번째로 잘한다고 하면 서러워할 만큼 축구를 좋아하고 잘하는 학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들 두 학생 모두 서울대학교를 진학하지 않거나 못한 학생이기도 합니다. 전자의 경우는 서울대학교에 없는 학과를 진학하기 위해 서울대에 뜻을 두지 않은 학생이었고, 후자의 경우는 본인이 원하는 학과를 포기하고 선택한 합격위주의 전략이 실패한 경우입니다. 전자의 경우 본인의 뜻이 그러했기에 ‘맹목적인 서울대 지원’보다는 본인의 뜻을 존중하는 것이 교육적이라고 생각하기에 아쉬움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는 대학입학에 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학생부종합전형(입학사정관전형)이 실시되기 전에 우리학교의 학생들은 주로 수능으로 대학을 가고자 했으나 성과가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교내 영어말하기대회가 열리면 3학년들은 거의 참여하지 않았던 시절입니다. 3학년 선배로서 입상을 하지 못하면 1,2학년 후배들에게 체면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었지요. 그런데 교내 영어영재반을 구성하여 디베이트 수업 등 등 특별수업을 수강하면서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 일은 교내 영어영재반 학생으로 디베이트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3학년이 되었을 때 영어말하기대회에 참여하면서부터입니다. 3학년들의 대회참여가 늘어나면서 3학년들이 수상을 독식하기 시작했고, 1학년들은 아예 예선 탈락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입니다. 3학년 수상자들의 영어 수업을 담당했던 이전 학년의 선생님들은 이구동성으로 ‘아니, 저 학생이 어떻게 영어말하기 실력이 저렇게 늘어났지?’하며 감탄을 하는 상황이 발생하였습니다. 그래서 이 때부터 저학년들에게도 희망을 주기 위해 학년별 시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실력이 향상된 학생들을 증명할 방법이 없어지게 된 것입니다. 대부분의 명문대학교들이 토플 등 공인어학성적으로만 어학특기자들을 선발했기 때문이었지요. (물론 지금도 일부 명문대에서 이런 제도를 유지하고 있어서 아쉽지만…….) 일반고에 진학하여 눈에 띄게 영어 실력이 향상되었어도 이를 대학에서는 인정할 수 없는 구조였던 것이지요.
이렇게 우리학교 선생님들의 고민과 노력이 시작되었을 때 입학사정관제가 도입 되었습니다. 학생들의 노력과 잠재력을 학생부와 자소서와 추천서를 통해 담아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었지요. 학교가 변하면 학생들이 변하고 이는 곧 입시 실적에도 나타난다는 희망을 갖게 된 것입니다.
대학 탐방 프로그램을 통해 학습 동기 부여와 진학 목표를 안내하였습니다.
특목고에 이어 자사고까지 등장하면서 일반고 몰락의 위기가 찾아왔을 때 우리는 일반고에서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였습니다. 우선 정시보다는 수시에 초점을 맞추어 학교 프로그램을 만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1차적인 관문은 수시 최저 등급을 맞추는 것이어서 ‘방과후수업’으로 심화교과수업을 먼저 실시하였습니다. 수시 최저 등급의 의미는 일반고 입장에서는 생명과도 같은 필요충분조건이기 때문입니다. 우리학교 주변엔 특목고와 자사고가 즐비하여 입학 성적으로만 보면 출발부터 불평등 게임이기에 학생들의 실력 향상을 위해서는 처절하고 절박한 노력이 없이는 불가능한 상태였습니다. 학생들이 사교육을 의지하지 않게 하려면 학교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토요독서토론논술 프로그램을 3년 과정으로 운영하였습니다. 1학년은 ‘독서토론을 기초로 한 글쓰기 기초’ 프로그램으로 독서에 방점을 찍었고, 2학년은 ‘배경지식을 중심으로 한 논술실전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논술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주고자 하였고, 3학년에게는 ‘대학별 고사 대비 논구술 실전프로그램’을 운영하였습니다. 교과와 논․구술 프로그램에 더하여 학교에서 역점을 두고 실시한 프로그램은 토요스포츠 프로그램이었습니다. 1인 1기의 개념으로 축구, 농구, 배드민턴, 핸드볼 등을 통해 체력도 다지고 팀워크를 통한 우정도 쌓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이렇게 익힌 스포츠 활동을 통해 한 달에 한 번씩은 이웃 복지관 아이들에게 ‘어울림한마당’이라는 스포츠 봉사활동을 실시하였고, 일부 학생은 이 복지관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식나누미 봉사활동’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소위 모의면접도 실시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토요독서토론프로그램과 토요스포츠프로그램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폭발적인 지지를 받게 되었고, 학원 대신 학교를 믿고 학생을 보내게 된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각종 캠프와 동아리, 봉사활동, 진로활동, 우정의 한마당 등 학생부종합전형에 대비한 많은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방학을 반납하고 실시되는 논술과 자소서 경진대회를 겸한 1박 2일의 ‘체험! 예비대학캠프’에서는 53명의 학생들을 지도하기 위해 25명의 교사가 동원되기도 하였습니다.
공부만 잘하는 학생이 아니라 ‘인간애를 지닌 최고의 인재육성’이란 학교 교육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우정의 한마당을 봄, 여름 실시하여 심화반 토요체육대회 후에 조별로 삼겹살 구워먹기 행사를 함으로써 경쟁관계의 공무만이 아니라 우정이란 꽃도 피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물론 위와 같은 프로그램들이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지역균형선발전형으로도 서울대에 못가는 상황에서 어떻게 학교를 믿는가?’라는 의구심으로 위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를 거부하는 상황이 최상위권 학생으로부터 일부 있었고, 이로 인해 많은 학생들이 동요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종합프로그램을 1학년부터 참여했던 올해 대입 준비생들이 2015학년도 대입에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대거 합격하는 경사를 맞게 되었습니다. 강북의 일반고에서 서울대학교 수시모집 일반전형은 그림의 떡과 같은 ‘넘사벽’이었지만 이러한 프로그램에 성실히 참여한 A군이 드디어 수시모집 일반전형으로 인문대학 철학과에 합격하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올해 서울대학교 입학에서 우리학교의 또 다른 경사는 사범대학 체육교육과 합격생인 핸드볼 선수 B군의 이야기입니다. 우리학교 핸드볼 선수는 오전 수업에만 참여하고 오후에는 대회 준비를 위한 강화훈련을 합니다. 매일 운동을 하는 학생들이라 오전 수업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1학년을 마칠 때쯤 B군이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체육교육과 진학의 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B군에게 ‘많은 대학에서 체육선수들을 운동만 잘해도 선발하는 것과 달리 서울대는 모든 전형에서 학업역량을 가장 강조하는 대학이라는 것’을 이야기해 주었을 때 학생은 공부에 대한 열의를 다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운동하는 시간이 아니면 무조건 수업에 참여하였고 수행평가에 적극적으로 매달렸으며, 교내 시험을 대비하여 2~3시간만 잠을 자고 코피를 흘려가며 공부하여 2학년을 마칠 때는 전교 20등까지 성적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더 큰 산이 앞에 놓여 있었지요. 체육교육과 일반전형 지원자에게 수능최저학력기준이 작년까지는 5등급 2개였지만, 이번 2015학년도부터는 4등급 2개로 높아진 것이지요. 하지만 학생은 이 최저마저도 수학과 사회과목에서 기준을 충족하는 쾌거를 이루어 면접과 실기까지 모두 통과하여 우리학교 개교 이래 처음으로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체육교육과에 합격하는 영광을 안은 것입니다. 서울대 1차 합격 소식을 듣고 운동선수답지 않게 격정적으로 울면서 합격소식을 전하던 B군의 목소리는 지금도 저의 귓가를 맴돌고 있습니다. 독서의 양과 깊이가 있는 학생을 좋아하고,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자연계열 학생 혹은 과학적 소양을 갖춘 인문학도로서 지식의 깊이와 지식의 질을 평가하는 서울대학교의 인재상에 부합하는 학생들을 이제는 일반고에서도 길러 낼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 것입니다.
좌측부터 필자, ○○○ 학생(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 합격생), 담임선생님, 핸드볼코치 선생님
이렇게 애쓴 결과들은 물론 학교프로파일에도 정성껏 기록하고, 대학관계자들을 초청하여 입학설명회를 개최하는가 하면 대학의 입학본부나 입학처를 방문하여 학교의 노력을 홍보하기도 하였고, 교사와 학생이 1학년부터 함께 노력하고 성장한 결과 이번 2015학년도 대학입학에서는 여러 대학에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끌어낸 것입니다. 서울대를 포함한 많은 대학으로부터 학생부종합전형 지원자의 합격소식이 전해지자 학부모로부터 감사의 인사가 이어졌고, 지역 주민과 인근 중학교로부터도 많은 문의 전화가 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대학입학에 관심 없던 선생님들조차 흐뭇해하는 모습들을 보며 제자들의 성공이 선생님들에게도 얼마나 큰 힘이 되는가 하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교사가 기록하는 학생부 기록의 중요성, 대학에서는 학생부를 어떻게 읽는지 등을 교사워크숍으로 실시하여 선생님들이 학생부를 보다 튼실하게 기록하는 노력을 하는 등 교사가 움직이니 학교가 살고, 학교가 살아나니 학생에겐 희망이 된다는 것을 확인한 소중한 한 해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금년도 서울대 입학에서의 성공과 실패를 통한 입시전략의 허상을 돌아보며 반성하고자 합니다. 실패는 또 다른 실패를 부르기도 하고 반전의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2015학년도 서울대 입학에서 주목할 만한 성적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대 수시모집 지역균형선발전형에서 합격위주의 전략이 실패한 사례를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C군은 1학년 때부터 어려운 가정형편임에도 불구하고 씩씩하게 생활하며 줄곧 1등을 유지했음은 물론 수시모집의 최저학력기준 또한 충족한 학생입니다. 그런데 지역균형선발전형 면접을 앞두고 실시한 교내 모의 면접을 하면서 교사로서 불안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1학년 때부터 경영학과를 목표로 공부한 C군은 실제로 타 대학 경영학과에 합격한 학생입니다. 그런데 서울대학교는 사회과학대학 경제학과를 지원한 것입니다. 결국은 안전 지원을 위한 전략이었으나, 모의면접만 해도 학생의 역량 부족이 확인될 정도이니 실제 면접에서는 어떠했겠습니까? 3년 동안 준비한 역량들을 무시하고 합격만을 목표로 지원하면 면접을 목전에 두고 전공적합성에 어울리는 자신을 만들기에는 당연히 커다란 무리가 따를 것입니다. 전공적합성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뼈아픈 기회였습니다. 서두에서 언급했던 실패 사례를 또 다시 반복하는 우를 범한 것입니다.
일선 학교에서는 우리학교의 합격과 실패 사례를 통하여 학생들이 사교육을 의존하지 않고 학교만 믿으면 된다는 것을 학교 시스템을 통해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학생들은 학교를 믿고 열심히 하되, 선생님이 먼저 추천서를 써 주고 싶다고 말하는 학생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대학은 이런 학교와 학생들의 학교생활이 고스란히 기록된 학교생활기록부를 온전히 믿고 평가하는 세상이 되길 기대합니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고, 학생은 학교를 믿으며, 대학은 학생부만으로도 학생을 선발할 수 있어서 누구에게나 교육을 통해 희망이 되는 세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