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 이슈이슈!
공교육의 가능성
12월 5일. 서울대학교 수시모집 최종 합격자 발표일, 저는 오전 코엑스에서의 대학 박람회 학생 인솔을 마치고 학교에 돌아와 발표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너무나 긴장되어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었고, 이미 결정된 일이었겠지만 다시 한 번 정성을 쏟는다는 의미에서 학교 근처의 사우나에 가서 목욕재계를 하고 학교로 돌아와 발표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띵동, 띵동’, 5시 5분경부터 학생들이 전하는 합격 메시지가 울리기 시작했고, 총 6건의 합격 문자가 왔습니다. 눈물이 날 정도로 감격적이고 드라마틱한 순간이었습니다. 이사장님과 교장 · 교감선생님, 그리고 모든 3학년 담임선생님들도 기쁨과 감격의 함성을 질렀습니다.
우리 모두가 감격한 이유는, 합격자 수가 전년에 비해 50%(4명에서 6명으로) 늘어난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수시모집 일반전형에서 3명의 합격자를 배출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특히 인문계열(심리학과)에서 합격자가 배출되었다는 것은 정말 경이로운 일이었습니다. 본교는 2012학년도 수시모집 일반전형 컴퓨터공학부에서 합격생을 한 명 배출한 것 이외에는, 일반전형 합격자를 전혀 배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문계열 합격은 언감생심이었기 때문입니다.
본교는 양수리에 위치한 농어촌 학교로서 경기도 각 중학교에서 최상위권의 학생들이 모이고 학생 정원도 230여명으로 내신 경쟁이 매우 치열합니다. 서울대학교가 추구하는 인재상이 기본적으로 학교 교육에 충실한 학생이므로 내신 관리가 어려운 본교 입장에서 수시모집 일반전형은 너무나 큰 장벽으로 인식되었고 몇 년 동안의 실패가 계속되면서 (2014학년도 수시모집 일반전형에서는 1차를 통과한 두 명의 학생 모두가 탈락하는 등) 패배감이 짙어 있던 순간에 이루어낸 성과이기 때문에 정말 가슴 벅찼습니다. 특히, 본교의 모든 교직원이 한 마음이 되어 약 2년간 심기일전하여 준비해 온 수시 대비 교육활동 정비의 노력들이 결실을 맺은 것이어서 그 기쁨은 더욱 큰 것이었습니다.
2012년 12월 수시모집 지역균형선발전형에서 본교 학생이 미달인 학과에 지원했는데,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고도 불합격했습니다. 그 때 교과부장이었던 저는 그 학생의 담임이었습니다. 저는 물론 학교 전체가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우리 학교가 서울대 수시 준비에서 너무나 미흡했다는 뼈저린 반성과 함께 TF 팀이 구성되어, 제가 간사를 맡아 서울대학교 학생부종합전형 준비와 관련한 모든 것을 점검하기 시작했습니다.
약 2개월 동안의 수 십 차례의 회의와 모색 끝에, 서울대가 바라는 인재상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결국 우리는, 기본적인 인격과 함께 지원 전공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있고, 해당 학문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고등한 사고를 갖춘 학생이 서울대가 원하는 인재상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학교의 프로그램을 재정비해 나갔습니다.
학생들의 전공에 대한 이해를 심층적으로 확충하기 위해서 대학의 석학들이 진행하는 심화 전공 모색 강좌인 [양서인 거장과 만나다]라는 프로그램을 마련했습니다. 10여 년 전에 본교를 찾아주셨던 ○○대학교 물리학과 명예교수 ○○○ 교수님께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충남 아산에 있는 자택을 직접 찾아갔습니다. 교수님은 언제나처럼 온화한 모습으로 저를 반겨주셨습니다. 저는 교수님께 우리 학교의 열악한 교육환경(농어촌 지역) 그리고 제자의 미래를 위해서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선생님들의 열망을 간절하게 토로했습니다. 교수님은 애제자인 ○○대학교 물리학과의 ○○○ 교수님을 추천해 주셨고, 그렇게 시작된 대학 교수님들의 ‘양서인 거장과 만나다’ 강좌는 2013∼2014년에 걸쳐 총 19회가 내실 있게 진행되었습니다. 완전 자유 선택인 이 강좌에 2013년에는 평균 150여명, 2014년에는 평균 200여명이 참석했고 강의의 열기는 갈수록 뜨거워졌습니다. 이 강좌를 통해서 학생들은 대학의 전공에 대한 안목을 확충했을 뿐만이 아니라 해당 전공 영역의 핵심 쟁점, 그리고 학문하는 자세 등에 대한 내면화의 계기도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몸담고 있는 학교에 대한 신뢰와 애교심도 쌓게 된 것 같습니다. 또한 참여하신 교수님들은 모두 한결같이, 똑똑하고 순수한 우리 제자들과의 만남에서 행복감을 느끼셨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행복한 순간들이었습니다.
한편, 심혈을 기울여 기획하고 운영한 ‘인문과학/자연과학 전공 소양인증제’는 실제적이고 심층적인 다단계의 과정(전공독서/심화강좌/전공독서 에세이 · 전공필기시험/심층면접 등)을 통해서 학생들의 고등한 사고력을 함양하는 프로그램으로 서울대학교 수시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이번 수시모집 합격생 6명 대부분은 이 프로그램을 이수한 학생들이고, 인문계열 학생으로 수시모집 일반전형 최초 합격생인 ○○○ 학생은(심리학과) 1,2,3학년 전체 문과 계열 학생 중 1등급 인증을 받은 세 명 중 한 명이었습니다(한 명은 서울대 정시모집 정치외교학부 합격).
저는 ○○○ 학생과 1학년 때부터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서 지적으로 교류해 왔는데, 2학년 때부터 인문과학 전공소양 인증 과정을 이수해가며 학생이 지적으로 부쩍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이를 통해 서울대학교 학생부종합전형을 위한 준비가 결국은 학생의 지적 발달에 실제적 도움을 주고 결국 이것이 공교육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학생은 주중 인문논술 심화강좌와 주말 심화강좌인 ‘철학적 사고’를 수강하며 인문학적 통찰력을 길렀고 제가 지도하는 전공 독서를 통해서 사고력을 확장시켜 갔습니다. 그 학생의 전공 독서 에세이를 매우 즐겁게 읽은 기억이 납니다. 이 이외에도 그 전부터 진행되던 각종 체험전을 좀 더 내실 있게 기획하여 학생들의 지적 능력을 실제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력했고, 2014년도에는 ‘공학체험전’을 새로 신설하여 성공적으로 운영했습니다. 그리고 수 년 전부터 과정 중심의 대회 운영으로 완전히 자리 잡은 ‘칼 포퍼 방식의 아카데믹 찬반 토론경시’대회를 비롯한 다양한 경시 대회들을 한층 더 과정 중심의 행사로 전환하여 학생들의 심층적 사고력과 학문 연구 수행 능력을 촉발하는 방향으로 개선해 나갔습니다.
마지막으로 특기할 만한 사실은, 서울대학교 학생부종합전형을 제대로 준비한 지난 2년간 우리 선생님들 모두가 학생들의 자주적 태도의 가치를 확인했다는 것입니다. 본교는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교로 야간에 이루어지는 자율 학습 그리고 기숙사 생활 등에서 매우 타율적인 관리를 지향하는 학교였습니다.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여섯 곳의 도서관에 선생님들이 남아서 밤 늦게까지 감독을 해야 했고, 전문 사감에 의해 운영되는 기숙사도 수직적 명령의 공간이었습니다.
2015학년도 서울대학교 학생부종합전형 합격생인 현○○, 하○○ 학생과 함께
전술했던 그 긴 겨울 동안의 회의 과정에서, 우리 선생님들은 학업과 생활이 학생의 내면화된 자발적 동기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그런 과정에서만 진정한 인재가 배출된다는 결론을 얻었고 앞으로의 주요 추진 과제로 ‘자주적 학습 · 생활 문화 확산’을 설정하여, 그 첫 번째 단계로 도서관 무감독 체제 운영을 결정했습니다. 전면 시행은 위험 부담이 많아서 우선 최상위권이 모여 공부하는 영산홍 특별반부터 학생 자치회를 조직하여 담담 선생님들과의 협의체를 구성하여 운영과 개선의 과정을 거듭해 성공리에 안착시켰고 성적 향상도 이루었습니다. 현재는 전체 도서관의 절반 이상이 무감독 체제로 운영되고 있고 수 년 내에 전 도서관 무감독 체제를 달성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수시모집 일반전형 합격자인 ○○○ 학생(지구환경과학부)은 전공에 대한 관심과 열정 그리고 고등사고력 면에서도 뛰어난 학생이지만 전술한 무감독 체제 운영의 학생 대표로서 의미 있는 리더십을 발휘하고 인성을 함양한 대표적인 학생입니다. 선생님들과의 운영 협의에서 온화한 인상과는 다르게 매우 공격적인 비판을 드러내 짧은 순간이었지만 선생님들과 감정 대립도 있었지만, 이를 계기로 더 깊은 라포가 형성되어 바람직한 결과로 귀결된 것은 제자와의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런 약 2개 년 간의 과정을 통해서 깨달은 것은, 서울대학교 학생부종합전형이 실제로 공교육 현장을 매우 긍정적으로 바꾸어 간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전공모색 프로그램과 인증제를 내실화하면서 학생들은 예년의 학생들보다 훨씬 더 지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인재가 되어 갔습니다. 그리고 무감독 체제 등 인성과 리더십을 위한 교육적 환경 변화를 통해 학생들은 훨씬 더 자주적인 학생으로 성장해 갔습니다.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관계가 더욱 개선되었고, 선생님들은 자습 감독 등의 기계적 업무에 투자했던 시간을 아껴 더욱 의미 있는 일(수업 준비나 심화 상담)에 투자하면서 좀 더 좋은 교사가 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나갔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2014년 3학년은 자기 탐색과 학업에 집중할 수 있었고 결국 수능 시험에서도 좋은 성취를 달성해 정시 합격자도 전년도의 3배 이상(3명에서 10명으로)을 달성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교육을 선도하는 서울대학교가 추구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의 실제적 기능을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역시 국립대 서울대학교”라고…….
2013년도에 프로그램 정비를 주도하고 2014년에 진학부장에 부임하여 수년 간의 모든 선생님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체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진학부장으로 첫 해 제자들과 호흡을 맞추며 착실한 준비를 하고 있던 5월, 청천벽력과도 같이 사랑하는 아내가 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모든 일을 제치고 아내의 병구완에 집중할 것인가 고민했지만, 몇 년간 모든 교직원이 힘을 합쳐 지향하고 있는 목표를 포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3학년 전체가 모인 자리에서 이런 상황을 솔직히 고백하며, ‘난 아내의 병구완과 너희들의 지적 · 인성적 성장 두 가지 일을 다 달성해내겠다. 그러니 너희들은 너희들의 할 일인 학업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제 진심과 결심을 털어놓았습니다. 아이들은 고맙게도 열심히 자기 할 일을 해주었고 아내는 성공리에 수술과 항암 치료를 건강하게 마쳤습니다.
2015년 2월 우리 학교 모든 선생님들의 약 2년 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음을 확인했습니다. 우리 선생님들은 우리 학교의 특수성과 상황에 근거한, 소박하지만 진정성과 실제성이 내재해 있는 교육 활동을 전개해 나가면 서울대학교의 수시모집과 정시모집에 계속 훌륭한 학생들을 합격시킬 수 있고, 이4는 결국 국가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는 훌륭한 인재 양성의 길이 된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모든 선생님들의 힘을 모아 이 일을 추진해 나갈 수 있는 저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