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 이슈이슈!
입시는 팀웍(Teamwork)!
고3 교과 지도를 4년째 맡아 오고 있지만, 고3 담임은 이제 겨우 2년째인 필자가 진학지도기를 쓴다는 것은, 몸에 맞지 않은 옷을 걸치는 것처럼 불편한 일입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오지는 않을 이번 기회를 통해 제가 교사로서 성장하도록 많은 도움을 주신 존경하는 선후배 선생님들과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마음의 빚을 갚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판 앞에 앉아 봅니다.
지난 2년 간 진학실에서 배운 가장 큰 교훈은 한마디로 ‘진학은 팀웍(teamwork)’이라는 것입니다. 진학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와 교사 사이의 팀웍’이 가장 중요하고, ‘학생과 교사 사이의 팀웍,’ 그리고 ‘(선후배) 학생들 사이의 팀웍’ 이 훌륭한 진학 실적을 내는 비결인 것 같습니다. 담임교사로서 제가 가진 능력과 지식에는 많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의 질을 극대화 시키고자 제가 주변의 많은 훌륭한 자원들(동료, 학생, 선배 등)의 도움을 받는 방법이기도 했습니다.
교사와 교사의 팀웍
무엇보다 제가 진학실에 있으면서 가장 많은 도움을 받은 것은 동료들로 부터였습니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한 마음이 되어 준 동료들이 있었기에 진학실의 홍일점 여교사로서 지난 2년을 잘 지낼 수 있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 까지 긴 시간을 학교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피곤하실 텐데도 눈길이 마주칠 때마다 신뢰를 담은 따뜻한 미소를 지어 주셔서, 저는 그 기운을 받아 에너지를 충전하고 학생들에게 다시 환하게 웃어줄 수 있었습니다.
또 다른 동료들 간의 협력 사례는 진학 지도의 시기별로 최신 입시자료를 서로 공유한 일입니다. 본교 교사들이 수십 년간의 경험을 통해 누적시킨 실전 진학 자료들은 그 어떤 사교육 기관도 가질 수 없는 최고의 정보일 것입니다. 체계적으로 정리된 10여년의 입시자료와 권위 있는 사설 기관의 자료까지도 총 망라해 정리한 것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학습하는 동료들의 모습 속에서 제 자신도 함께 성장해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필요한 경우, 저는 제 반 학생들의 학습 방법에 대해 교과 선생님께 조언을 구하기도 했고, 학생이 특별히 따르는 선생님이 계시면 학생이 힘들어 할 때 그 선생님께 격려해 주시라고 부탁을 드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진 학생에 대한 특이사항을 교과 선생님과 나눔으로써 제 반 학생들에 대한 교과 선생님들의 이해를 도왔습니다. 교과 선생님께서 제 학생들에 대해 좀 더 아시고 지도해 주셔야 학생들이 즐겁게 공부할 것이고, 그래야 성적도 오를 것이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동료 선생님들로부터 받은 또 하나의 혜택은 수시와 정시 원서를 작성할 때 동일 계열 담임선생님들과 학생들의 지원 학과에 대한 조율과 재심의를 한 일입니다. 합격가능성과 학생의 적성을 모두 고려한 최적의 원서를 쓴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지만, 저보다 입시 지도 경력이 많으신 선생님들의 감각과 조언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학부모님들과 상담을 할 때도 사전에 저와 계열 선생님들이 함께 논의를 한 사실을 말씀드리면 더욱 신뢰를 해 주시고 고마워하시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교사와 학생의 팀웍
제가 2013학년도에 처음 고3 담임을 맡으면서 다른 선배 선생님들이 재수생이나 어려운 학생들을 챙기시는 것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 담임 선생님의 경우, 공부를 아주 잘하지만 불우한 처지에 있는 재수생 제자를 여유가 있는 본인 친구 몇 분과 결연을 맺어주시며 정기적으로 후원하도록 만드셨습니다. 선생님께서 역량을 발휘해 그 학생의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 주시고, 학생은 우수한 성적으로 보답하는 훌륭한 팀웍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제 반의 학생 개인들이 가진 여건과 상황을 잘 살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연구해 보았습니다. 2013학년도에 기회균형선발특별전형으로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에 입학한 J군의 경우, 집안이 너무 어려운 수재였습니다. 제가 담임교사로서 할 수 있었던 작은 역할은 그 학생이 경제적인 문제로 학업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가능한 많은 장학금 후보가 되도록 주선하고 추천했으며, 더 자주 따뜻한 눈빛을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도움을 받을 때에도, ‘쑥스러워하지 말고 당당하게 성공해서 2배로 사회에 갚으면 된다.’고 격려했습니다. 평소에 엄한 교사이지만 어려운 환경 때문에 위축되어 있을지 모르는 J군에게 제 고민이나 사적인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그 학생이 언제든지 다가올 수 있는 여지를 주었습니다. 실제로 1학기 중간 무렵 교우관계로 힘들다면서 J군이 직접 면담을 요청해 왔습니다. 그날 저는 J군의 이야기를 두 시간 정도 들어주고, 공감해 주었을 뿐인데 면담을 마친 후, J군의 마음의 짐이 덜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후 J군은 수능 때까지 계열 1위를 지키며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에 입학하는 것으로 보답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서울대 학생이 된 J군이 2014학년도에 수시모집 일반전형으로 사회과학대학 경제학과에 지원했던 제자 L군의 멘토가 되어 주었습니다. L군은 딸이 많은 집안에 귀한 늦둥이로 태어나, 안정된 집안에서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학생이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외아들로서 반듯하게 교육을 받고 자라서 본인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내성적인 모범생입니다. L군을 위해 제가 할 일은 L군이 ‘훌륭한 경제학자가 되기 위해 최고 학부인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에 가고 싶다.’ 는 강렬한 목적의식을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여름 방학 중에 저를 만나러 온 제자 J군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남동생이 없는 J군은 동생뻘인 L군을 광주에 내려올 때 틈틈이 만나 격려해 주었고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서울대 선후배가 되자.’는 말로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를 해주었습니다. 수능 성적이 아쉽게 나와 면접이 아주 절실하고 중요했던 L군이 서울대학교에 면접을 보러 올라갔을 때도 J군이 바쁜 일정을 마치고 밤늦게 숙소로 찾아와 따뜻한 격려를 해주어 L군이 많은 용기를 얻었습니다. L군이 마침내 서울대에 합격하여 당당히 J군에게 기쁜 소식을 알리게 되었을 때 정말 감격스러웠습니다. 담임으로서 제가 할 수 없었던, 서울대 선배로서의 정신적 멘토 역할을, 제자 J군이 훌륭하게 해준 것입니다. 이렇게 2년 연속 제자를 보내고 나니, 지금은 마치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에 제 아들 형제가 나란히 다니고 있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고려고등학교 진학실 선생님들과 함께
학생과 학생들의 팀웍
본교 학생들 사이의 팀웍 또한 칭찬할 만합니다. 바쁜 기숙사 생활 중에도 많은 학생들이 수시 입시를 위해 작성한 자기소개서를 돌려 보면서 조언을 해주는 모습을 자주 보았습니다. 혼자서 글을 쓰면서 발견하지 못한 오류나, 논리적 문맥적 허점 들을 날카롭게 지적해가며 토론하는 모습을 보면 대견하기까지 했습니다. 교사들이 놓칠 수 있는 부분까지 세심하게 챙기는 수준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훌륭한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사실에 보람이 느껴졌고, 다른 한편 어깨가 무거워지기도 했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발전의 토대가 되어 자기 혼자 오를 수 있는 곳 보다 더 높이 함께 비상하는 상승효과를 만드는 것입니다. 평소 수학 수업시간에 교사가 일방적으로 강의하는 방식이 아닌, 학생들이 앞에 나와 문제를 직접 설명하는 발표 및 질의응답 수업을 하고, 시사영어 기사를 보면서 토론을 주고받는 동아리 활동을 하는 것도 이러한 멋진 팀원으로서의 역량을 키우게 한 것 같습니다. 제가 영어담당교사로서 시사토론과정에서 한 일은 토론거리를 제공하고 학생들이 영어 문장을 직접 쓰도록 유도하며, 서로 읽어보고 고쳐 주게 하는 등 수업의 틀을 짜는 것 — 실제 내용은 학생들이 채우도록 수업을 구조화하는 일 —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해가면서 학생들의 생각이 날로 깊어지고 영어 사용능력도 더 많이 향상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진정한 학습이란 ‘교사가 어떤 지식을 주느냐’에 달려 있다기보다는 ‘학생이 어떤 지적 노력을 하느냐’ 에 달려있는 것 같습니다.
선배와 후배 사이의 팀웍도 빼놓을 수 없는 대학입학 비결입니다. 본교 학생들은 최근 몇 년간 주요 대학의 면접 내용을 시나리오처럼 기록한 자료들을 보면서 면접을 준비합니다. 이 귀한 자료들은 선배들이 면접이나 논술 시험 직후, 후배들을 위해 작성한 것들입니다. 공식적으로 면접 자료가 공개되지 않는 현실을 생각해 볼 때 정말 소중한 자료가 아닐 수 없습니다. 더욱 고마운 것은 본인들이 시험을 보고 나서도 바로 기억을 떠올려가며 적는 수고를 기쁜 마음으로 해준다는 사실입니다. 선배들의 노력을 보고 저절로 습득한, 후배들을 위한 따뜻한 배려의 몸짓이 아닐까요?
제가 이 원고 청탁을 받고 나서, 존경하는 입시의 대가(大家) 선생님께 입시에 대한 의견을 구했더니, 그 분이 주저 없이 “입시는 팀웍이지!” 라고 명쾌하게 정의해 주셨습니다. 저 또한 지난 2년 동안의 진학실 생활을 되돌아 볼 때, 훌륭한 대학입학 결과란 부모와 교사, 학생, 그리고 교사와 교사가 한 몸이 되어 간절한 맘으로 노력할 때 얻어질 수 있는 팀웍의 결정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진학실은 그 팀웍의 온상이었습니다. ○○○톡 방을 만들어 매일 진학실 선생님들의 가족이야기나 개인적인 이야기에서부터 최신 입시정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나누며 동고동락하다 보니, 몸은 힘이 들었지만, 마음만은 정말 행복했습니다. 음료수라도 한 병 생기면 서로 먼저 드시라고 권하고, 맛있는 것을 보면 함께 먹고 싶어 생각나는, 정말 가족만큼이나 소중한 분들이었습니다. 본교 진학실을 방문하신 외부 손님들께서도, 다른 학교 진학실에서는 보기 힘든, 가족적이고, 따뜻한 정이 넘치는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말씀하시곤 하셨습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근무할 수 있었던 저는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런 팀웍 덕분인지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는 일반계 고등학교 이지만 올해 13명을 합격 시킨 것을 비롯하여, 두 자리 수의 학생을 7년 연속 서울대학교에 진학시키면서 광주광역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감사와 축하 인사를 나누고 싶습니다. 아울러 그 동안 부족한 저를 믿고 지지해주신 많은 학부모님들과, 그리고 제 말 한마디 한마디를 경청하며 잘 따라준, 저의 제일 큰 스승인,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표합니다.
마지막으로 제 학급 40명 학생 중, 아직 합격 소식을 받지 못한 3명 학생들의 합격을 간절히 기원하며 이글을 마칩니다.
“애들아! 다 잘 될 거야, 힘내라 홧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