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 이슈이슈!
우리 학생들에게 행복이란?
젊은 혈기 하나로, 대학교 입학처를 직접 찾아다니며 진학 지도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 지도 어느덧 십 년이 되었습니다. 그 기간 동안 교사로서 저의 가장 큰 고민은 ‘명문대 합격을 위한 조련사가 될 것인가’ 아니면 ‘자율적 인생 탐구에 대한 조력자가 될 것인가’였다고 생각합니다.
외고에서 처음으로 고 3담임을 맡았을 때에는 명문대 입학이 학생의 행복을 위한 최선의 길이라고 판단하여 흔히 말하는 ‘나쁜 교사’의 역할을 자처했었습니다. 학생 개개인에 대한 감정적 이해는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소모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3년을 지도하다보니 고3이라는 단계에 와서 학생을 변화시키기에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진하여 고2 담임을 신청하여 3학년까지 끌고 올라가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때, 교사로서 저의 가치관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학생 ‘H’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학생은 다양한 원인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를 갖고 있는 학생이었습니다. 당장 진학이 급한 상황은 아니었기에 교사로서 또 인생의 선배로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다행히도 한 학년을 무사히 넘길 수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3학년으로 같이 진급하려고 했지만 학교의 사정으로 제가 다른 보직을 맡아야만 했습니다. 그 학생이 걱정이 되긴 했지만 입시 준비에 집중하면 별 일 없이 1년을 잘 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저의 안심은 얼마 가지 않아 바로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다른 반 학생과의 마찰로 그 학생은 징계를 받게 되었고, 불안한 심리 상태에서 찾아온 고3 스트레스와 친구와의 갈등, 학교의 징계 등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결국 그 학생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만 것이었습니다. 그 소식에 저 또한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충격으로 멍한 상태에서 머릿속에 스치는 장면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일이 있기 며칠 전, 징계를 받고 고개를 숙인 채 올라오던 그 학생을 계단에서 마주쳤을 때, “H야, 이번 주에 시간 내서 선생님하고 얘기 좀 하자.”라고 말했었는데, 갑자기 맡게 된 학교 업무로 인해 그 상담을 미루게 되었던 것입니다. 내가 그 때 그 학생과 이야기를 나누었더라면 지금 이 상황은 분명히 달라졌을 것이라는 죄책감에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교사가 학교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은 학생과의 상담을 통한 정서적 소통과 필요로 하는 지식을 충족시키기 위한 양질의 수업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그것을 실현하기에는 많은 부분에서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하여 사표를 던지고 학원가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학원생활 또한 쉽지는 않았습니다. 잡무는 없었지만 그 곳에서 만난 학생들은 진학 실패에 대한 상처를 입고 또 그 과정 속에서 진정한 관심과 사랑마저 의심하는, 마음이 닫힌 학생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한 학생들에게 내 진심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 뒤로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무엇이 학생에게 참된 교육이고 학생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이 정말 최선일까? 그렇다고 모든 것을 학생에게 자율로 맡기는 것이 또 정말 옳은 것일까?’
오랜 고민 끝에 그 답을 학원에서 찾기 보다는 학교에서 찾아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런 학교를 찾던 중에 지금의 인천하늘고등학교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학교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교훈’이었습니다. 저희 학교의 교훈은 “꿈 그리고 열정”입니다. 다른 학교들처럼 글로벌학교를 지향한다거나 좋은 입시 결과를 보장한다거나 하는 구호가 아니라, 학생들에게 꿈을 갖게 하고 그 꿈을 위해 열정을 품게 하겠다는 것이 저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학생들과의 첫 대면에서 “저는 여러분이 이 학교를 나갈 때 듣고 싶은 말이 딱 하나 있습니다. 그 말은 ‘3년 동안 행복했습니다.’입니다. 자신에게 필요한 행복이 좋은 입시 결과라면 그것을 위해서 다른 것이라면 그것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겠습니다.”라고 인사말을 했습니다.
저희 학교는 인천 최초의 자율형사립고지만 주변의 교육 인프라는 좋은 편이 아닙니다. 반경 3km안에 마땅한 주거, 상업시설도 없고 특히, 영종도에 위치하였기 때문에 양질의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외부 지역의 우수한 학생들이 들어 올 수 있는 정원이 적기 때문에 성적 분포가 넓게 형성되어 다른 자사고와 비교했을 때 성적이 높게 나타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기숙사 학교이기에 학교 안에서 전교직원들의 노력을 통해 학생들이 필요로하는 다양한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자발적인 선택과 집중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학문 중심의 학교를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
그 시작으로, 1학년 ‘과제 연구’라는 프로그램에서는 소양 교육 차원에서 인근 대학과 연계한 항공경영, 물류, 산업 등에 대한 교육을 한 학기 동안 실시하고, 2학기에는 통일 교육을 통해, 통일의 필요성, 세계정세의 변화 등을 연구함으로써 통일에 대한 추상적 접근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통일이 되었을 때 우리가 어떤 것을 준비해야 되는 가에 대한 고민을 통해 관심사와 가치관을 넓힐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2학년 ‘과제연구’에서는 학생들의 관심사를 더 세분화하여 프로그램을 운영하였습니다. 어학에 관심 있는 학생은 ‘Collage English’, 수학에 관심 있는 학생은 대학 기초과목인 ‘해석학 개론, 선형대수’를 선택하거나 또 다른 과목으로는 요즘 뜨고 있는 융합과 관련한 것으로, 인문․자연계열 학생들이 모여 함께 연구하는 ‘융합 R&E’를 통해 인문 학생들은 주제에 대한 자료수집과 근거 설정과 논리 전개 등을 전담하고, 자연계열 학생들은 가설에 따른 식을 세우거나 다양한 실험을 통해서 역할 분담에 따른 깊이 있는 연구를 하고 결론을 이끌어 내는 활동을 하게 됩니다. 또한 수업에서는 고급물리, 고급화학, 고급 수학, 고급생명 등 학생이 관심 있는 과목을 마음껏 신청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이러한 학교 프로그램을 소개하면 다른 학교 선생님들께 비슷한 세 가지 질문을 받습니다. 첫 번째는 “이 모든 것들을 자유롭게 선택하게 했을 때, 학생이 정말 모두 열심히 잘 하는가?”, 두 번째는 “내신 성적은 잘 나오는가?” 그리고 세 번째는 “이 모든 교육과정을 학생들이 모두 소화하느냐”입니다. 그 정답은 모두들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모든 학생들이 다 열심히, 또 잘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공부를 못하는 학생도 이러한 과정을 경험함으로써 학문에 대한 관심을 넓히고, 또 관심을 갖게 된 부분에 대해서는 깊게 공부를 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은 분명히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내신은 불리합니다. 모든 과목이 선택이기 때문에 한 과목에 수강 인원이 20명 내외의 과목들이 있기 때문에 다른 일반계 고등학교처럼 내신 총합 1등급 대 학생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교육과정은 모든 학생들에게 선택권이 부여되고 그 선택에 의해 학습이 이루어집니다.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을 위해서 학교재단에서 많은 부분 투자가 이루어지고 많은 선생님들의 희생을 통해서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 환경을 구성하고자 진정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만이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선택권을 가지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교육과정 속에서 성장한 첫 번째 아이들의 입시를 지도하던 재작년, 전교 3등이었던 저희 반 학생이 서울대학교에 진학을 원한다고 하였습니다. 이 학생은 저희 학교에서 추구하는 인재상을 다 갖추고 있었습니다. 학교회장을 하면서 학교의 다양한 교육과정을 성실하게 이수하였습니다. 또한 자연계열 학생이지만 영어 능력도 우수하고 모의고사 성적도 상위 1%를 유지하였습니다. 그런 학생이 서울대만을 지원한다고 해서 의대나 한의예과도 생각해보라고 권유했지만 학생은 직업을 결정짓는 학과가 아니라 전공 분야의 연구를 통한 학자나 연구원이 목표이기에 서울대를 선택한 것이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학생의 지난 3년의 노력과 다양한 생활 모습을 정말 솔직하게 추천서에 기록하였고 그 결과 1단계 합격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과도한 긴장감으로 최종 결과는 불합격 통보를 받고 말았습니다. 6월 모의수능에서도 국․수․영 중 한 문제만 틀리는 우수한 성적이었지만 수시에 집중하기 위해서 정시 준비를 포기한다고 할 때에도 “네가 정말 하고 싶고 행복하다면 해라.”라고 조언을 했었는데, 막상 최종 불합격이라는 말을 들으니 학생에게 너무나 미안하고 또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내 의견을 조금 더 강하게 제시했다면 다른 길로도 합격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미안한 마음이었습니다. 결국 그 학생은 재수를 했고 다시 추천서를 부탁 받았을 때, 이 학생이 재수 기간 동안 더 깊어진 겸손함과 열정을 추천서에 담으려 노력했고 그 결과, 재수생이지만 수시전형에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 학생과 같이 울었고 “힘들게 합격한 만큼 세상에 베풀고 살아라.”라는 말을 해 주었습니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내신과 수능 점수의 문제로 고민하는 많은 학생들이 상담을 신청하며 찾아옵니다. 또한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그 안에서 친구 관계의 고민으로도 상담을 합니다. 상담하러 오는 학생들에게 항상 저는 “행복하니? 어떻게 하면 네가 행복할 수 있겠니?”라고 질문합니다. 학생이 행복할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하던 존중해주되, 교사는 학생이 후회 없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인생의 선배로서 진심어린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행복하게 자라다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