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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 이슈이슈!

진학교사로 산다는 것

조준형 진주동명고등학교 교사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진주의 한 사립학교다. 14년 전 교직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고 10년 전 처음으로 3학년 담임이라는 직책을 맡게 되었다. 나는 부담스런 마음도 있었지만 3학년을 맡고 싶었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당시 나의 선배교사가 몇 년 전부터 3학년 담임으로서 진학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는데 교직 경력이 짧았던 나에게는 학교 전체의 진학 업무를 진두지휘하는 그 선생님이 무척 대단해 보였고, 고등학교에서는 내가 가르치는 과목뿐만 아니라 진학지도라는 새로운 분야를 늘 공부해야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로부터 난 두 해를 제외한 나머지 교직경력을 고3 담임으로서 생활하고 있으며 여러 가지 상황들을 경험하면서 오늘도 그 자리에 있다. 진학 업무를 반복하다보면 전년도의 진로진학 결과를 올해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요즘은 무탈하게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요즘은 3학년 담임의 경험이 많다는 이유로 지인들로부터 대학입학과 관련된 질문들 또는 자문을 구하는 연락이 부쩍 늘었다. 하지만 난 아직도 대학입학에 관하여 정확한 답을 내리기가 어렵다. 진학지도를 할 때 어떤 때는 나의 조언이 학생에게 도움을 준 것 같기도 하고 어떤 때는 아이들의 타고난 역량 그 자체가 만들어낸 결과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런 진학지도 경험은 내 나름의 역량을 쌓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해마다 만나는 새로운 학생에게 과거의 시행착오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특히 매너리즘에 빠져서 지금까지의 지식과 경험으로만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가 되지 않으려고 늘 입시 관련 공부를 하고 있다.

진학지도 교사로서 나는 ‘기록’하는 습관을 가장 중요한 진학 전략으로 삼는다. 고3 교사가 되면서부터 학생들의 학교생활을 엑셀을 활용한 일지에 꼼꼼히 기록하게 되었고, 이제 월별로 저장된 10여년의 기록들을 살펴보면서 이번 달에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챙길 수 있게 되어 아이들을 지도하고 안내 할 때에 정말 큰 도움을 받고 있다. 기록 내용들을 간단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월은 새로 진급해 온 아이들을 만나는 달이다. 아직 임시 학급의 체제이기는 하지만 학생들의 얼굴을 익히고 학교의 자랑인 성적 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2년간의 상담 내용과 성적의 변화 추이 등을 확인한다. 그리고 지난해 대학에서 발표되는 합격자 발표 결과를 수시 및 정시 지원 대장 자료에 입력하면서 학교만의 대입자료를 만들어가는 달이다.

2월도 1월과 비슷하지만 상담을 시작하는 것이 특징이고 전년도 입시 결과를 최종적으로 정리하면서 전 학년도 학생들이 지원했던 각 대학의 수시와 정시의 성적들을 통계를 내면서 자료화 시킨 다음 새로운 3학년 담임선생님들이 이 자료를 기반으로 지난 몇 년간의 자료들과 함께 연수하면서 활용한다.

3월부터 6월까지는 성적 관리 프로그램을 통해서 성적 상담을 주로 실시하고 대학에서 발표되는 입시 전형들을 학교를 방문하는 대학 관계자들의 설명회를 듣거나 학교 자체에서 지난 2월에 완성된 자료를 기반으로 대학별로 설명회 시간을 만들어서 입시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운영한다.

7월과 8월에는 수시에 필요한 자기소개서 지도나 추천서 작성 등으로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이 때는 학급의 분위기가 수시 지원으로 인해서 어수선해지기 때문에 면학분위기 조성을 위해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이 특징이다. 대부분 학교가 그렇겠지만 9월부터 수능일 까지는 수능에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는 시간인 것 같다.

11월 수능 이후에는 수시 대학별 고사에 지원했던 학생들을 위해서 사전에 준비했던 대학별 자료들을 기반으로 함께 공부하는 시간이며 정시에 필요한 각종 자료들을 만들기 시작하는 달이다. 특히 우리 학교에서는 수능 성적을 대학별 반영 비율에 맞추어 가공시키는 프로그램을 사용하기에 올해 바뀐 내용들을 정리해서 가공하는데 며칠씩 시간을 쓰고 있다. 만들어진 이 프로그램으로 우리 담임교사들은 상담할 때 아이들의 대학별 점수를 산출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줄일 수 있고 그로 인해 상담횟수가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다준다.

12월에는 수시 결과를 취합하고 정시 상담으로 모든 시간을 보낸다. 간단하게 정리를 해보면 자료를 만들고 그 자료들을 기반으로 상담을 하고 결정을 내리는 것이 3학년 담임교사의 주된 일인 것이다.

사랑스런 제자들과 함께 사랑스런 제자들과 함께

대학 진학 담당 교사로 보냈던 시간 속에서 만났던 학생 중 잊혀 지지 않는 몇 명의 아이들이 있다. 몸이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불편한 아이들은 학교생활이 즐겁기 보다는 힘들거나 불편한 것이 현실이다. 그런 학생들이 교과 성적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 내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닐 것이다. 태어나면서부터 몸이 불편하여 힘들게 고등학교까지 왔던 아이가 있었는데 거동이 불편한 아이라 학교 계단을 오르고 내리는 것조차도 자신에게는 큰 숙제였던 아이였다. 1,2학년 담임선생님들이 교무회의에서 그 아이의 몸 상태를 설명하면서 우리 교사들이 어떤 식으로 돕고 가르쳐야 한다는 설명을 듣고 나서 진학부에서 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나는 그 아이에게 맞는 대학입학 전형을 안내하기 시작한 것이 그 아이와 인연의 출발점이었다. 3학년 때 같은 학년에 있으면서 우리에게는 분명한 목표가 있었고 함께 노력하는 시간들은 많이 힘들었지만 당시 서울대학교 약학대학과 ○○대학교 의예과에 동시 합격하게 되는 기쁨을 맛보았고 고민 끝에 서울대학교에 등록한 아이는 나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가져다 준 학생이다.

또 기억에 남는 학생은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기회균형선발특별전형을 준비한 아이였다. 2학년 때부터 담임교사로 만나며 그 아이에게 큰 용기와 목표를 주고 싶었다. 1학년 때와는 비교 되지 않을 정도로 아이는 교과 면에서 두각을 나타내었고 밤늦게까지 교실에서 자습하고 특히 자습이 없는 일요일 밤에도 교실에서 혼자 공부하는 모습은 대견해 보였다. 가끔씩 피자나 햄버거를 함께 먹으면서 이런 저런 얘기들을 나누었고 나의 한마디 한마디를 기억하고 행동하려는 아이를 보면서 나 또한 항상 긍정적으로 아이를 대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2014년 11월 14일 서울대학교 기회균형선발특별전형의 면접 대상자 발표에서 불합격이라는 글자를 보았을 때는 너무 힘들었다. 진학을 담당하고 있기에 일반전형의 면접 대상자가 된 아이들이 있어서 기쁠 수도 있었지만 당시 안타까운 결과를 접하고 아이를 볼 면목이 없어 학교를 정신없이 나왔던 것 같다. 밤늦게 아이와 대화를 나누었는데 오히려 나를 위로하는 아이에게 정말 미안했다. 단지 떨어진 것 자체가 아쉽기도 했지만 2년간의 노력이 너무도 허망하였고 진학지도에 대한 자신감 마저 사라질 정도였다.

비록 진학지도 결과 면에서 스스로 내려보는 나에 대한 평가는 불만족스럽다. 다만 오랜 시간 동안 진로진학 업무를 통해 학생들과 어울리던 좋은 기억들이 많아 아직은 이 일이 행복하다. 진로진학 업무는 아이들과 많은 대화를 쉽게 할 수 있는 주제인 것 같다. 대화를 통해 그 동안 의미 없이 학교생활을 하는 아이들이 변화되는 모습을 보거나,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의지 등을 가까이서 느낄 때 만족스럽다. 진학지도란 일로 아이들과 관계 형성을 시작하지만 대화를 하다보면 진학상담 이외의 폭넓은 이야기도 종종 할 수 있는 친밀한 관계로 나아가면서 아이들에게 교사 이상의 인생 길잡이가 된다는 기쁨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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