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안내
사회과학대학
언론정보학과
대학 캠퍼스를 배경으로 하는 웹드라마에 항상 등장하는 과가 있다.
소위 말하는 신방과, 즉 신문방송학과다.
무엇을 배우는 곳일까? 단순히 기사작성법이나 영상제작법을 배울까?
그러나 학과 이름 때문에 배우는 내용에도 오해가 생긴 것이라고 하는데...
서울대에는 신문방송학과와 비슷한 언론정보학과가 있다.
눈 깜짝할 새 변화하는 정보의 시대에 가장 먼저 발맞추어야 하는 곳,
언론정보학과에 대해 알아보자!
신문방송학과와 언론정보학과는 서로 다른가요?
이름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언론정보학을 영어로 쓰면 communication & information science입니다. communication을 언론, information을 정보로 번역해 생긴 이름이죠. 우리 학교에서 이 과가 생길 당시에는 ‘신문학과’라는 명칭으로 불렸어요. 여기서 신문은 우리가 흔히 아는 종이 신문이 아니라 새롭게 생긴, 신문이라는 ‘대중매체로’서의 의미예요. 저의 은사이시기도 한 분들이 미국, 프랑스 등에서 유학을 하시고 귀국하여 만든 이름이 신문학과입니다. 후에 이 신문의 의미가 좁아지게 되면서 매체에 신문뿐만 아니라 방송도 포함하는 흐름이 퍼져나갔고, 신문방송학으로 이름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대중매체가 다양해지면서 이 학문은 커뮤니케이션 방식 전체에 관한 것으로 확대되었어요. 신문, 방송과 같은 매체는 물론, 훨씬 넓은 범위의 디지털 미디어를 다루기 때문에 언론정보학이란 이름으로 굳어지게 되었죠. 하지만 배우는 내용은 신문방송학과, 미디어학부 등 다른 학과들도 다르지 않습니다.
언론정보학은 어떻게 학문으로 자리를 잡았고, 또 그때와 현재의 언론정보학은 어떻게 다른가요?
가장 먼저 학과로 정립되기 시작한 곳은 미국이에요. 미국이라는 사회가 이민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영어를 모르는 사람도 많았고, 그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 커뮤니케이션은 상당히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그래서 매체 연구를 많이 했죠. 어떤 식으로 기사를 작성하고 편집하여 신문을 만들어야 대중들에게 잘 전달될 지부터 시작해서 미국 정치에 신문이 큰 역할을 했기 때문에 미디어 효과 연구가 굉장히 많이 이루어졌어요.
유럽은 미국보다 늦게, 두 차례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커뮤니케이션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 전까지 신문은 존재했지만, 매체에 특화된 연구는 없었어요. 그런데 나치가 라디오를 이용해 강력한 대중 선전을 하는 것을 보며 매체는 위험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졌습니다. 유럽에서 미디어를 보는 시각은 굉장히 비판적이에요. 위험한 매체를 공공의 이익이 되도록 규제하고 체계화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발전했습니다.
현재의 언론정보학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사회과학의 특성을 이해해야 해요. 사회과학은 그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다루죠. 특히 저희는 매체나 커뮤니케이션 수단∙환경에 관심이 많아서 당연히 요즘 화두가 되는 SNS, 디지털 문화 등을 연구합니다. 이렇게 급격하게 변한 매체들로 인해 변화하는 여론과 같은 정치, 경제, 문화적 현상들을 분석하고 있어요. 앞서 말했던 것처럼 이러한 현상들 안에 기술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요. 저희 과도 ‘정보문화학’이라는 연합전공을 개설해서 인터페이스 개발을 포함한 각종 기술적 요소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정보문화학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5호 전공 돋보기 ‘정보문화학’ 참고)
언론정보학과 학부 과정에서는 어떤 내용을 배우나요?
가장 먼저 학문으로 자리 잡은 것이 미국이고,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한국의 많은 학자들이 미국에서 공부하고 연구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미디어를 보는 시각이 미국과 맞닿아 있고, 미디어 효과에 대한 과목이 많습니다.
하지만 저희 과의 강의 목록을 보면 굉장히 다양합니다. 언론정보학은 다양한 학문의 용광로라고 말할 수 있어요. 특히, 언론정보학 속에는 기호학, 언어학적인 기반이 중요하고 미국에서는 그것을 ‘수사학(rhetoric)’이라고 부릅니다. 제가 강의하는 것을 예로 들어본다면, ‘영상문화입문’이라는 수업이 있어요. 기호학적인 내용을 최근 영상 속에 적용하여 강의합니다. 인류가 동굴에 벽화를 그리기 시작할 때부터 인간은 이미지와 밀접한 관련을 맺었거든요? 그러한 문화사부터 최근 VR(Virtual Reality) 속에 담긴 인식론적, 미학적, 사회학적 요소들을 가르치는 수업이에요. 그 외에도 저널리즘, 방법론, 디지털 미디어나 HCI(Human-Computer Interaction) 강의도 있습니다. 요즘에는 사회대 학생들임에도 코딩을 배우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기도 하죠.
앞서 미국과 유럽이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설명했는데, 그러면서도 둘 사이에 아주 많은 교류가 있었어요. 우리나라 커뮤니케이션 연구의 방법론이 미국을 닮아있지만, 저는 프랑스에서 공부하면서 매체를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을 키웠습니다. 현재는 이 관점에서 문화 연구를 가르치고 있죠.
그럼 언론정보학이 다루는 범위는 얼마나 넓은가요?
지금 연구를 어디까지 하는지 본다면, ‘알고리즘’까지 연구를 합니다. 미디어(media)가 하는 일이 우리와 세계를 중간에서 연결(mediate)하는 것이거든요. 우리가 세상의 그림을 어떻게 얻어요? 뉴스나 신문을 통해 얻습니다. 직접 경험은 극히 일부분이죠. 그런데 지금 그 역할을 뉴스, 방송이 하고 있나요? 구글,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들이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알기 위해서 키워드를 입력하면 제공되는 정보들, 그러한 정보로 만들어지는 세상의 그림은 어떻게 생겨나는지 아직 몰라요. 이전의 신문, 방송은 우리가 그 과정을 알았어요. 변화된 미디어는 어떤 과정을 따르는지 연구해야 하는 거죠.
SNS만 봐도 그렇습니다. 기존의 신문, 방송에 의한 여론의 형성과 진화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데, 이 과정이 이제는 SNS상에서 일어나게 되었어요. 왜 이게 중요할까요? 민주주의를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매체와 여론 현상이 핵심이잖아요. 선거할 때 우리가 아무 정보도 없이 투표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물론 직접적인 선전이나 인쇄물로 정보를 얻을 수도 있지만, 현대 정부 차원에서는 아주 미소하다고 생각이 돼요. 이런 SNS가 민주주의 과정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또, 현재 검찰개혁과 같은 사회 문제로 인해 전통적인 매체와 SNS의 관계가 명시적으로 드러나는 현상, 이런 것들이 우리의 연구 주제이고 이해해야 할 대상이죠.
현재 연구하시는 분야가 영상커뮤니케이션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어떻게 그 분야를 연구하시게 되었나요?
저는 학부를 인문대학 불어불문학과를 나왔고, 프랑스에서 박사학위하고 교수를 하다가 2013년에 이 학교에 오게 되었습니다. 프랑스는 문화 안에 영상이 차지하는 역할이 큰 것 같아요. 유명한 화가, 비평의 흐름, 문학 등을 많이 생산하면서도 프랑스 영화가 굉장히 강했지 않습니까? 그래서 영화와 다른 시각 예술 사이의 간극이 크지 않았어요. 프랑스 문학을 공부하면서 영상 문화에 관한 관심이 커졌던 것 같고요. 자연스럽게 대중매체 문화에서 광고와 같이 영상이 차지하는 역할에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여론은 말과 말이 만나서 제3의 의견을 만들어내는 것을 전제하고 있어요. 그런데 요즘 매체는 말보다는 영상 기술의 영향이 커지고 있고, 엄청난 발전을 하고 있죠. 앞서 말한 영상의 미학적인 측면과 함께 말로 표현이 어려운 질적인 부분에 끌렸던 것 같아요.
현재 연구하시는 분야를 소개해주신다면?
영화보다는 드라마 등의 텔레비전 문화를 연구하는데, TV 문화가 한류와 겹쳐져서 예능 프로그램에서 일어나는 현상들도 분석하고 있습니다. ‘프로듀스 101’이나 ‘무한도전’ 같은 프로그램의 영상이 왜 전 세대에 걸쳐 영향을 주는지도 연구했었죠.
정리하자면 저는 디지털 시대의 문화 형식에 관심이 많아요. 예를 들어, 제가 쓴 논문 중에 ‘먹방’에 대한 것이 있었습니다. 먹방은 굉장히 흥미로운 현상이죠. 혼자 사는, 살아가기 위해 분투하는 젊은 세대들과 관련이 있습니다. 어딘가에 속하지 못하는 걸 두려워하는 세대예요. 먹방을 여러 명이 보지 않거든요. 혼자 밥을 먹을 때, 다이어트 중일 때 등등 혼자 시청하는 게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먹방은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 존재했던 식사 원칙들을 다 배반하고 있어요. 현실에서는 날씬한 몸이 좋은 것이고 가치화되어 있는데, 거기서는 정반대로 엄청난 양의 음식을 먹죠. 또 먹는 방식을 봐도, 현실에서는 아무렇게나 먹지 않잖아요? 수저를 드는 순서도 있고, 먹는 소리를 내서도 안 되고, 각종 예절이 존재하는데, 먹방은 다 무시합니다. 어쩌면 먹방은 기존의 사회적 규범을 탈피하는 것이고, 사람들은 이를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거죠. 게다가 별풍선, 굉장히 흥미로운 문화 형식이에요. 이런 것들을 연구합니다.
또한, 1세대 한류 연구가 왜 한류를 전 세계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조사’하는 형태였다면, 제가 BTS 관련 책을 쓰고 있는데, 지금 하는 2세대 한류 연구는 왜 세계가 BTS와 K-pop에 열광하는지에 대한 ‘사회학적’인 연구죠. 활발한 SNS 활동은 성공 요건 중 하나일 뿐이에요. K-pop에는 우리나라의 영상 기술이라는 매체 요건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다른 나라에서 K-pop 가수의 무대를 촬영한 것을 보면 재미가 덜 해요. 영상이 평면적이에요. K-pop의 성공에는 그 무대에 걸맞은 촬영 기법이 큰 역할을 한 겁니다.
한류가 동아시아에서 벌어졌을 때는 디지털 차원이 크지 않았어요. 중국, 일본 방송사가 방송권을 구매해 방영하는 방식이었거든요. 세계화와 디지털 문화 시대에서는 아니에요. 전통적인 중간 매개자가 필요 없어요. 유튜브 같은 플랫폼에 업로드만 하면 됩니다. 뮤직비디오뿐만 아니라 그것을 보고 제작되는 여러 리액션 비디오들이 K-pop 확산에 영향을 주죠. 유튜브에 있는 음악 콘텐츠 중 특히 K-pop이 왜 리액션 비디오를 많이 생성하는가 이런 것들을 연구합니다. 매체인 동시에, 대중문화인 동시에, 커뮤니케이션이죠. 그것이 어떤 사회적인 동력을 가져오고 우리에게 현재 사회에 대해 무얼 말해주는가. 상당히 흥미로운 연구 주제들입니다. 예시는 한류 연구를 들었지만 이런 문화에 매체가 작용하는 효과를 연구한다고 보면 될 거예요.
미디어는 현대 사회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인데요. 미디어의 속성을 활용하여 사회에 큰 영향을 준 사례를 소개해주신다면?
베트남전 당시 미국 국내 여론이 전쟁에 우호적인 여론에서 반대쪽으로 돌아서게 되었어요. 당시에는 베트남 현지에서 종군 기자들이 적진까지 들어가 취재할 수 있었습니다. 거기서 전송된 사진에 내 가족, 내 이웃이 전쟁에서 싸우는 모습이 담긴 거예요. 이걸 보면서 대중들이 회의감을 느끼게 되었죠. 또, 베트남 사회를 무자비하게 파괴하는 걸 보면서 여론이 반대로 돌아섰고요. 지금은 그게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베트남전 이후에 전쟁 상황 내부 취재가 제한되었거든요. 물론 언론의 자유까지 제한할 수는 없지만, 일정한 영역을 만들고 그 안에서만 취재를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베트남전 사진과 걸프전 영상을 보면 굉장히 다릅니다. 걸프전 영상은 마치 비디오 게임처럼 연출되어서, 실상과는 사뭇 다른 장면들을 대중들이 보게 됐죠.
정말 다양한 캠페인에서 미디어가 활용되는데, 대한민국은 새마을 운동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군사 정권 당시에는 가정마다 텔레비전이 보급되기 전이기 때문에 영화를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극장에서 영화 시작 전에 뉴스를 상영했어요. 대통령의 동정이나 새마을 운동 캠페인 같은 내용을 담은 뉴스였죠. 국민을 동원하기 위해 정부가 활발히 사용했던 것이 영화였습니다.
오히려 매체나 통신 수단의 발달로 발생한 문제의 예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언론정보학이 그 문제들에 제시하는 해결책은?
가장 큰 문제는 양과 속도입니다. 많고 빠르면 좋을 것 같지만 이는 민주주의를 오히려 저해합니다. 현재 민주주의는 대의 민주주의잖아요.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새로 누군가를 선출합니다. 이 과정에는 사람들이 충분한 시간을 두고 후보자의 성과 등을 따져 결정하는 게 필요해요. 그런데 양이 많아지고 속도가 빨라지면서 인포메이션(information) 형성을 방해합니다. 확인된 정보만을 ‘인포메이션’이라고 지칭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못한 것들은 루머나 노이즈(noise)예요. 과거에는 저널리스트들이 여러 소스를 수집하고 검증해서 전후 맥락에 맞게 정리를 했어요. 그리고 정보의 출처를 명확히 밝혀 주었습니다. 이것은 많은 시간이 필요한 일이죠. 새벽에 입수한 정보를 당일 아침 신문에 실을 수 없어요. 탐사 보도하시는 분들은 몇 개월씩 잠복하시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이 과정이 거의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검증하고 정리하는 과정이 없다면 대부분 루머인 상태로 정보를 주고받는 거예요. 다들 루머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그냥 씁니다. 클릭 수나 조회 수가 더 중요하니까요. 역설적으로 언론의 자유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에요. 너무나 많은 양과 너무나 빠른 속도로 정보를 검증할 만한 충분한 시간을 가지게 되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죠.
게다가 사회가 수많은 ‘공론장’으로 나뉘었어요. 원래 이름은 ‘public sphere’인데 공론장으로 번역을 합니다. 예전에는 전국에 배포되는 신문, 공영 방송을 통해 유권자들이 대략 비슷한 양과 수준의 정보를 접하고, 어느 정도 유사한 기반에서 서로 다른 의견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관심 있는 정보만 취사선택해서 볼 수 있죠. 특히 유튜브가 자신이 원하는 채널을 선택해서 그것만 볼 수 있는 시스템이에요. 애초에 자신이 원하는 세계관을 정하고 그에 관한 것만 보게 되면서 세계에 대한 균형 있는 그림 위에서 토론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이전보다 의견이 더욱 극명하게 갈리는 거죠.
미디어 효과 연구를 하시는 많은 분들이 과거에는 광고나 캠페인이 어떻게 대중에게 영향을 미치고 행동에 변화를 이끌어 내는지를 연구했어요. 지금은 그걸 SNS로 옮겨와서, 어떤 종류의 댓글이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분석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댓글을 통해 의도적으로 여론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거예요. 그래서 이런 연구들이 중요합니다. 아직 이러한 현상들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순 없습니다. 몇 개의 미디어만 있던 과거로 돌아가자고 얘기할 순 없으니까요. 다만 사회 전반에서 미디어 교육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언론정보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요?
SNS가 가져온 새로운 미디어 환경, 공론장의 환경과 관련된 연구들, 앞에서 말했듯이 디지털 미디어와 새로운 포털 환경이 가져온 세상에 대한 그림 같은 것들이 연구되어야 하겠죠.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데이터입니다. 우리의 모든 디지털 활동은 데이터가 되고, 데이터는 곧 자본이에요. 내가 남긴 나의 정보로 돈을 벌고 있잖아요. 그리고 이 데이터들이 독점되고 있어요. 비판적 커뮤니케이션 학자들은 이런 상황에 계속 경종을 울리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구글에 얼마의 세금을 매겨야 하는지 논의되고 있고요. 아직 한국은 그 단계까지는 논의되지 않고 있습니다. 다른 이슈들로 논쟁하느라 정작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지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예요.
그리고 인공지능도 연구되고 있죠.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의 발달이 가져오는 문명의 변화,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그에 따라 달라질 세상의 그림, 이런 현상들에 대해 진단을 내려야 하겠죠. 그걸 사람들에게 인지시켜줘야 하고요.
어떤 학생들이 언론정보학을 공부하는데 잘 맞을까요?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 와야 해요. 지적 호기심, 문화적인 호기심 등이 필요합니다. 다양한 학문이 교차한다고 했는데, 그 말은 새로운 이론들이 계속 유입된다는 말이에요. 그래서 읽을 것도 많고, 미디어 현상과 기술이 계속 변하기 때문에 이 흐름을 따라잡을 수 있어야 합니다. 제가 박사학위를 받은 지 몇 십 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계속 공부해요. 문화 연구를 하는 사람인데도 인공지능이 무엇인지, 머신러닝이 무엇인지 배웁니다. 나아가, 블록체인은 지금까지 존재했던 저작권의 판도를 바꿔버릴 수 있는데, 저작권은 K-pop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잖아요? 이것도 공부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결론을 말하면, 기본적으로 호기심이 강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세상이 움직이는 방식을 전달하는 여러 매체들을 읽고 재구성하기를 좋아해야 하죠. 모든 걸 전문가처럼 알아야 할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기본적인 지식과 원리는 알고 있어야 기술의 문화적, 사회적 연속성을 이해한 상태에서 문화 연구를 할 수 있겠죠.
입학 업무를 맡아 학생들의 서류를 살펴본 적이 있는데, 학교에서 방송 활동을 하거나 영상을 제작해 본 사람 중에 성적이 좋으면 저희 과를 올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고등학교 수준에서 영상을 만들어 본 경험으로는 영상 제작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의 능력을 따라갈 수 없어요. 그러니까 꼭 영상을 만들어 본 사람만 와야 하는 건 결코 아니에요. 호기심과 독서 능력이 더욱 중요합니다. 학생들이 읽는 책들을 보면 놀랍도록 비슷해요. 고등학생들이 자유로운 독서가 가능한 시기를 보내지 못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지적 호기심은 독서 능력을 통해서 키워지는 것입니다. 편중되지 않은 독서가 필요해요. 그리고 책이든 영화든 다양한 문화물을 접한 사람들이 언론정보학과에 와서 잘할 수 있을 거예요.
앞서 저희는 기술개발을 하는 분야가 아니라고 했고, 그건 공학 전공자들의 역할입니다. 우리는 기술자들과 협업을 해서 스타트업을 만들거나 새로운 것을 고안하는 거죠. 새로운 아이디어는 우리 분야에서 제시할 필요가 있어요. 결국은 사회와 미디어의 변화를 잘 이해하고 있는 문화기획자로 나아가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카메라 앱 중에 필름 카메라로 찍은 듯한 아날로그 사진 앱이 있어요. 그건 30대 초반의 젊은 사람들이 만든 거예요. 아날로그 사진을 소비한 저와 같은 세대가 아니라 그 후의 세대가 개발했고, 개발자와 비슷한 세대의 사람들이 앱을 사용하죠. 이런 서비스를 기획하는 능력은 어디서 올까요? 문화를 깊이 이해하려면 사람들의 욕망과 기술에 대한 이해가 동시에 필요해요. 영상을 제작할 때도 촬영과 편집만 잘한다고 해서 뛰어난 영상물을 만들 수 있지 않아요.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호기심이 있어야만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