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안내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전부 문학소년, 문학소녀일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툭하면 ‘역시 감성이 넘치는군요!’라고 이야기하는 걸까?
도대체 왜 국어국문학과에 다닌다고 하면 이렇게 묻는 걸까?
그러나 이제는 당당히 말해보자.
나 문학 좋아하는 사람 아니고요.
감성적인 사람도 아니고요.
그냥 국어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국어국문학과에 대한 오해과 진실, 지금부터 파헤쳐 보자.
국어국문학과가 탄생한 역사적 배경이 있다고 하던데요?
국어학은 언어를 다루고, 국문학은 예술을 다룹니다. 외국에는 언어 전공 학과와 문학 전공 학과가 나뉘어 있는 경우가 많죠. 사실 이 둘이 붙어 있어야 할 필연적인 이유가 없어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 두 분야가 붙게 되는 배경이 있어요.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는 일본에 대항하기 위한 목적으로 우리 것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생겨났습니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한국어와 한국어 문학을 연구하며 한국어 운동을 펼치며 국어국문학이 시작된 것이죠. 문학은 예술 중에서도 언어로 된 예술이니까, 그런 점에서 언어와의 접점이 있잖아요. 일본에 대항하던 사람들이 가능하면 힘을 합치려고 그렇게 모였던 것이죠. 광복 후 1946년, 서울대학교에 국어국문학과가 생겼어요. 이후 거의 모든 대학교에 국어국문학과가 생겨나면서 비로소 국어국문학이라는 용어가 한국사회에 널리 퍼지게 되었습니다.
일제강점기 저항의 역사 속에서 국어국문학과가 태어났다
국어국문학과와 문예창작학과의 차이를 잘 모르는 학생이 많습니다.
문예창작학과는 말 그대로 소설, 시, 희곡 등 문예물을 만드는 학과입니다. 창작을 위해 공부하는 학과지요. 국어국문학과는 국문학으로만 한정하여 이야기하면, 문학을 창작하기도 하면서 연구하기도 하는 곳이에요. 두 가지를 다 할 수 있어요. 그런데 문예창작학과는 창작을 하는 사람들끼리만 모여 있기 때문에 창작과 관련한 일들이 활발하죠. 반면 국어국문학과에는 문학을 하는 사람 중에서도 창작하는 사람과 연구하는 사람이 함께 공부하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창작과 관련된 일들이 덜 활성화 되어 있어요. 이론과 관련된 내용을 더 다루죠. 창작과 이론을 함께 다룬다는 면에서 국어국문학과가 문예창작과보다 더욱 폭넓은 영역을 다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문예창작학과가 지금처럼 많이 없었습니다. 유명한 소설가나 시인이 있던 극히 일부 대학에만 문예창작학과가 있었죠. 지금처럼 학과의 이름이 알려진 지는 얼마 안 됐어요. 그래서 예전에는 소설과 시를 쓰는 사람들이 국어국문학과에 많이 들어왔습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국어국문학과는 이론을 탐구하고 연구하는 데도 시간이 꽤나 소요됩니다. 창작이 주된 관심사인 사람들에게는 이런 점이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겠죠? 그래서 창작에 몰두하고 싶은 사람들이 대학에서 창작만 할 수 있는 학과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별도로 문예창작과가 만들어진 것이죠.
요즘 사람들은 어학이라는 영역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국어국문학과도 줄여서 표현하면 국문과라고 하잖아요? 덕분에 문학만 하는 학과인 줄 알아요. 신입생들이 우리 과에 입학하고 나면 ‘어라, 국어학도 있네?’, ‘국문학이 창작만 하는 게 아니라 연구도 하네?’ 등의 반응이 항상 나옵니다. 한때는 “국어국문학과를 줄이면 어문학과지, 왜 국문과냐?”라는 항의도 있었어요. 그런데 뭐, 어떻게 줄이든 어때요.(웃음)
국어국문학과는 국어학과 국문학 연구는 물론 문예창작의 영역까지 다룬다
국어국문학의 고유한 가치가 있다면?
사람들은 삶에 여유가 생길 때 즈음 자신을 돌아보는 경향이 으레 있지요. 사회가 발전해가는 과정을 보면, 경제적으로 빈궁할 때는 즉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는 서구의 경제모델을 도입하여 산업적인 발전을 하는 것이 우선이었고 어느 정도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면 그 사회공동체는 내가 어떤 사람일까, 우리가 어떤 사람들일까,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일까 등을 고민하는 순간이 옵니다. 여유가 충분할수록 사람들은 자신의 것 혹은 우리의 것이라는 고유한 영역에 대한 열망이 더 커지게 돼요. 그게 바로 전통이잖아요. 전통에 대한 고민이 있죠. 내 뿌리가 어디에 있을까, 내가 가지고 있는 문화의 좋은 점은 무엇이 있을까, 고쳐야 할 점은 무엇일까, 이렇게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단계에 이르죠. 그 즈음에 국어학, 국문학, 국사학과 같은 학문에 갈증을 느끼게 돼요. 그 가운데 문학적인 감성을 지니고 있다면 국문학에, 언어적인 감성을 지니고 있다면 국어학에 관심을 갖게 되는 거죠. 우리의 정신세계를 대변하는 국어와 국문학을 연구하는 일은 우리 자신을 돌보는 영역에 관한 연구이므로 한국이라는 사회공동체를 이루는 사람들의 고유한 정신적, 문화적 영역을 연구하는 일의 중심에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국어국문학이 현재 갖는 가치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죠.
학부에서 어떤 내용을 배우게 되나요?
국어국문학과는 앞에서도 말했듯 크게 국어학과 국문학으로 나뉘고 국문학은 다시 창작과 연구로 나뉘죠. 우리 학과에 창작을 공부할 수 있는 과목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있어요. 국문학은 갈래로 따지면 운문 장르, 산문 장르, 희곡 장르가 있죠. 이 장르를 공부할 수 있는 과목이 학과에 쭉 개설되어 있어요. 또 현대에 관한 것이 있고, 고전에 관한 것이 있으니까 문학은 고전문학과 현대문학 두 가지로 나뉘어 강의가 이루어지죠.
국어학은 언어에 관한 영역입니다. 언어는 소리가 있죠. 그 소리엔 의미가 들어 있습니다. 소리에 대한 학문을 음운론, 의미에 대한 학문을 의미론이라고 불러요. 또 소리와 의미가 결합하여 단어를 이루기 때문에 그 단어를 잇는 용법에 대해 설명하는 학문을 문법론이라고 해요. 이렇게 크게 세 가지로 나뉘어요. 거기에 해당하는 방언 자료를 다루면 방언학이라고 부르고, 전산 언어 자료를 다루는 전산언어학도 있어요. 또 언어가 역사적인 내용을 다룰 수도 있고 현재적인 것을 다룰 수도 있기 때무에 역사적인 것을 다루고 싶으면 중세국어나 국어사를 배우면 돼요.
서울대학교에는 언어학과도 있는데 서로 어떤 연관을 맺고 있나요?
국어학은 한국어를 중심으로 공부합니다. 언어학과에서는 한국어만 공부하는 것이 아니고 만주어와 몽골어도 다루고 프랑스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를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서울대학교에는 불어불문학과나 중어중문학과처럼 이미 각 언어를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는 학과가 있습니다. 따라서 언어학과에서는 그 외 언어를 다룬다고 보면 됩니다. 물론 언어학과에서 한국어도 공부할 수 있죠. 다양한 언어를 다루며 이를 한국어와 비교하다 보면 그 차이가 드러나잖아요. 그런 차이를 연구하는 것도 언어학과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아주 쉽게 말하면 한국어를 다루느냐, 한국어를 넘어선 언어를 다루느냐 그게 경계선이 되겠죠. 아! 언어학과에서 문학은 안 다룹니다.(웃음)
졸업한 학생들의 진로는 어떻게 되나요?
요즘하고 예전하고 조금 다른 경향성을 보입니다. 먼저 예전에는 학부를 마치면 절반은 대학원에 들어가 공부했습니다. 다른 반은 언론사에 들어가거나 교직으로 진출하기도 했고 출판사로 가는 경우도 있었고 기업체에 취직하는 일도 있었죠. 대학원에 진학한 학생 중 또 절반 이상이 교수가 되었습니다. 또 남은 반은 연구나 강의만 하는 연구교수, 강의 교수로 활동했죠. 최근에는 반의 반, 그러니까 사 분의 일 정도가 학부를 마치고 대학원에서 공부합니다. 그 다음은 똑같아요. 그들 중 반이 교수가 되고 그게 아니면 신문사, 언론사, 출판사에 가기도 하고 회사에도 많이 가요. 이제 인문대학에서는 교직으로 가는 일이 드물고 시험을 준비해서 공무원이 되는 학생들도 있죠.
교수님은 방언학을 공부하셨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중‧고등학교 시절 국어가 정말 재밌었습니다. 국어와 관련된 한문도 좋아했죠. 무엇보다 사투리를 들으면 참 신기했어요. 이걸 이렇게도 쓰고 저렇게도 쓰잖아요. 한 나라 안에서 사람들이 말을 다르게 쓴다는 게 재밌죠. 그래서 제게는 방언학이 제일 적합한 전공이겠구나 싶었던 것이고요. 대학에 와서는 국어학 중에서도 소리가 꽤나 흥미롭더군요. 음운론을 많이 공부했고 석사 논문을 쓸 때 사투리에 대한 음운론을 연구했어요. 특히 제주 방언을 주제로 논문을 썼죠. 그 이후로 30년 동안 제주도 방언을 비롯한 전국의 방언을 모두 연구했어요. 벌써 30년이 넘었네요. 꽤 오래했군요.(웃음) 지금 다시 전공 분야를 선택하라고 해도 여전히 방언학을 고를 것입니다. 가장 재밌는 공부입니다.
동일한 대상을 지칭하는 단어가 왜 지역마다 차이가 날까요?
방언학이란?
날아다니는 파리를 서울, 중부지역에서는 ‘파리’라고 부르고 이게 현재의 표준어입니다. 그런데 경상도나 전라도에 가면 ‘파리’라고 부르지 않고 ‘포리’라고 해요. 도대체 왜 이 지역에서는 ‘파리’고 저기는 왜 ‘포리’일까. 또 제주도에서는 아래아(ㆍ)를 써서 ‘ᄑᆞ리’라고 부릅니다. /ㅍ/ 아래 모음만 빼고 나머지는 같은 소리를 내고 있잖아요. 그런데도 왜 이렇게 바뀌었을까. 게다가 찾아보니 다른 지역에서 ‘퍼리’라고도 써요. ‘파리’, ‘퍼리’, ‘ᄑᆞ리’, ‘퍼리’ 왜 이렇게 차이가 나고 바뀌었는지 너무 궁금하지 않아요? 이게 방언학의 연구 대상 중 하나이고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고자 하는 학문이 바로 제가 다루는 방언학입니다.
국어학의 즐거움은 무엇인가요?
비교적 깔끔하게 현상을 설명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인문학은 자연과학과 많이 다르잖아요. 자연과학은 보편적인 자연법칙을 비교적 단순하고 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지만 인문학은 그럴 수 있는 확률이 굉장히 적어요. 보편적인 원리를 인문학에서 이야기한다면 그건 인문학이 아니지요.(웃음) 그렇지만 인문학이 지니는 일반적인 특성 안에서도 그나마 보편적인 원리를 논하면서 깔끔하게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영역이 바로 어학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거죠. 국어학을 하는 사람들끼리 그런 게 있어요. 어떤 현상을 보면 이런 걸까 저런 걸까 크게 고민하지 않고 다들 비슷하게 이야기하게 되죠. 인문학의 영역에 정답이 있을 순 없지만 국어학은 다루는 학문적 영역의 내용을 깔끔하게 설명할 수 있는 면이 있다는 거죠.
국어국문학을 잘하고 싶습니다! 뭘 하면 될까요?
사실 그걸 답하기가 제일 어려워요. 누구나 공부하면 잘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저 역시 어떤 특별한 능력 때문에 공부한 것이 아니고 단지 국어를 좋아하고 사투리가 참 재밌어서 관심을 갖고 공부한 것이 전부여서요. 그게 능력이라면 능력이랄 수 있겠죠. 아무래도 재미를 알아야 이 학문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요새는 인터넷에 뭐든 많이 나오잖아요. 궁금한 것이 있으면 인터넷에서 검색해 봐도 정말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요. 물론 검색 결과에는 맞는 것도 틀린 것도 여러 가지가 있어요. 일단 무엇이든 찾아보고 그 과정에서 비록 잘못된 이야기에도 훅 빠져도 좋아요. 그건 공부하면 할수록 사실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니까. 어차피 공부란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것이고요.
호기심을 가지고, 국어국문학에 관련한 문제를 찾아나가 보세요. 소설을 공부하고 싶으면 소설을, 시를 공부하고 싶으면 시를 읽는다든지. 자기가 실제로 궁금한 부분들을 인터넷을 통하든 영상자료를 통하든 자기가 실제로 찾아 나가는 작업이 필요해요. 그 과정이 재밌고 즐거우면 되는 겁니다. 그 느낌을 포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어국문학을 할 자격은 그 재미를 알면 부여된다고 생각해요. 호기심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책이든 뭐든 찾아보게 됩니다. 그러니까 제일 중요한 건 재미와 탐구죠.
재미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정승철 교수님의 말씀이 인상적이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의 가장 큰 장점은 교수가 매우 많다는 것입니다. 이 말의 의미는 국어학과 국문학 분야의 세부적인 전공들을 정말 심도 있게 연구하고 가르치는 교수들이 많다는 뜻이에요. ‘내가 관심 가진 분야를 전공하는 교수가 서울대학교에는 있다.’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전공 교수를 찾아가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으면서 상담이나 지도를 받는 게 가능하다는 점, 이것도 큰 장점이지요. 비슷한 열정과 지적 경험을 지닌 동료가 함께하기도 하고요.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는 70년 이상 가르치고 배워온 전통이 있으며, 그 전통에 어울리는 많은 교수들이 다양한 전공을 담당하고 있고 열정적인 학우들이 모여 함께 소통하고 있습니다. 국어국문학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쏟아내기에는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