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안내
음악대학
작곡과 작곡전공, 이론전공
관악 캠퍼스 한켠에 자리한 음악대학 건물은 독보적인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
마치 공연장을 방불케 하는 노랫소리와 악기의 아름다운 선율이 끝없이 흘러나온다.
아는 곡을 만날 때는 나도 모르게 콧노래로 따라할 정도다.
그렇다면 음악이 주는 아름다움을 직접 만드는 사람
바로 작곡가는 누구일까?
음학대학 작곡 전공 이신우 교수님을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작곡과가 궁금합니다.
음악대학 작곡과는 작곡 전공을 포함하여 지휘 전공과 이론 전공 이렇게 세 전공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작곡 전공은 말 그대로 작곡을 공부하는 전공이고, 지휘는 오케스트라나 오페라 등의 전문적인 지휘자를 양성하는 과정이며, 이론 전공은 이론과 음악학을 공부하는 전공이에요. 작곡 전공은 작곡에 필요한 기초 교과목들을 공부하면서 작품을 써나가게 되죠. 학사 과정 이후 석사와 박사 과정까지 밟을 수 있어요.
국악과, 기악과, 작곡과의 콜라보레이션 수업인 뉴뮤직프로덕션랩 학생들과 함께한 현장학습
학부 시절의 기억이 남아 있다면?
처음 대학에 입학했을 때는 교수님의 말씀을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제가 막연히 알고 있던 음악과는 거리가 멀었어요. 그리고 교수님께서는 제가 교수님의 가르침을 이해할 만큼 작품으로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레슨을 자세히 해주지 않으셨어요. 작곡과 학생들을 보면 대부분 2학년 말에서 3학년 초에 실력이 갑자기 확 늘어요. 이때부터 지도 교수님이 레슨을 많이 해주시면서 학생의 안목과 기술, 비전을 열어주시죠. 제가 학부생일 때는 지금과 달리 정보가 많이 부족해서 지도 교수님의 말씀이 정말 중요했어요.
유학 생활도 하신 것으로 압니다.
제 삶을 돌아보면 기적 같은 일이 정말 많았어요. 영국에서 석, 박사 학위를 했는데 영국문화원 최초로 음악 분야 장학금을 받고 왕립음악원에 입학했어요. 런던 물가가 비싸다고 하는데, 여러 장학금을 받은 덕분에 안정적으로 학교에 다닐 수 있었죠. 처음에는 영국 북부 지역 학교에 가려고 했다가 마지막에 장학금을 받고 왕립음악원에 지원했어요. 대도시인 런던의 비싼 물가 때문에 지원을 망설였지만 나름의 도전을 통해서 왕립음악원에서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강석희 교수님을 보며 예술가의 상을 키웠고 영국에서는 마이클 피니시라는 작곡가를 보며 새롭게 음악을 이해하기 시작했어요. 이후 브라이튼에서 박사과정을 할 때는 성경공부를 통해 말씀에 담긴 진리를 받아들이며 제 음악과 인생을 되돌아보기 시작했어요.
이신우 교수님의 런던 유학 시절, 음악원 대표들과 함께
가장 존경하는 작곡가는 누구인가요?
작곡가를 꼽으라고 한다면 바흐와 메시앙이에요. 음악 자체에 영향을 받으면 그 작품의 아류가 되기 쉽기 때문에 음악 외적 분야와 그들이 추구하는 음악의 방향성에 큰 영향을 받았어요. 삶이 곧 음악이자 절대자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며 예술을 이루어냈던 사람들이죠. 1945년 이후의 아방가르드에서는 구조와 논리가 하나의 키워드였어요. 메시앙은 그 시대를 살았는데 성당 반주자였고 시류를 거슬러 가톨릭을 향한 음악의 길을 걸어갔어요. 깊고 큰 영적인 다른 세계를 보고 믿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 아닐까 생각해요.
작곡에서 꼭 알아야 할 점이 있다면?
음악에 메시지가 있느냐 없느냐는 외양간에 소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입니다. 음악의 양식과 스타일은 외양간 같은 외형이죠. 외양간은 한 작곡가가 선택한 도구이자 그릇으로 볼 수 있어요. 하지만 그 내면의 메시지는 끊임없는 자아 성찰과 고민을 통해서만 나올 수 있어요. 그리고 현대인의 공감을 얻기 위한 노력도 해야겠죠.
사람의 음악적 감각은 하늘이 내려주는 것인가요?
반은 타고나고, 반은 교육에 의해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제가 만났던 학생 중에는 감각이 부족한 경우는 없었어요. 대신 그 감각을 꾸준히 키워나갈 수 있는 끈기와 인내가 필요하죠. 예술을 직업으로 삼게 되면 청사진이 뚜렷하지 않아요. 가끔 본인이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지 헷갈릴 때가 많죠. 각자가 타고난 음악적 감각에 긴 시간을 견뎌낼 줄 아는 근성을 더한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교수님이 생각하는 작곡이란 무엇인가요?
작곡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종의 ‘창작’과정이죠. 그만큼 설레기도 하지만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이에요. 음악을 좋아하고 자기만의 음악을 만들고 싶어 작곡과에 들어왔다가 좌절하는 이유가 이 때문 아닐까요. 음악을 좋아하는 것과 음악을 만드는 것은 다른 일이에요. 그렇기에 어느 시대든 현 서양음악사에 기록된 작곡가는 많지 않고 우리가 알고 있는 작곡가는 그중 남달랐던 사람들인 거죠. 요즘은 순수 창작을 하려는 학생보다는 영화음악 등의 실용음악에 관심 있는 학생이 많은 것 같아요. 작곡의 의미와 음악의 가치가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변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죠.
인터뷰에 응해주신 작곡과 이신우 교수님(좌), 은사 강석희 교수님과 함께(우)
작곡과 학생들의 진로는 어떤가요?
제가 학교에 다닐 때는 서울대학교 작곡과 학생의 절반 이상이 유학을 갔어요. 그곳에서 개인 작품 활동을 하면서 교수로 일하는 사람이 많았죠. 작곡가로서의 인지도를 쌓으면서 학생을 가르쳤는데 요즘은 교수 채용 인원이 줄어들고 있으니 학생들도 다른 진로 분야로 나아가는 학생이 있어요. 실용음악 스튜디오를 창업하는 학생도 있고 취직을 해서 방송작가를 하는 경우도 있고 기업체의 문화사업 분야에서 일하는 학생이 있어요. 연주, 기획, 창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어요.
작곡가에게 ‘가치’란 무엇인가요?
일단 ‘가치’를 얘기하기에 앞서 이 기준은 주관적이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기준에서 말씀드릴게요. 저는 작곡가 자신의 진정성을 바탕으로 우리 삶의 근원적인 부분들을 생각하게 하는 음악을 추구하고 있어요. 음악적 양식에 상관없이 음악은 진솔하고 보다 본질적인 것을 다뤄야 한다고 생각해요. 렘브란트는 임종 시 성경책 하나, 이젤과 붓, 동전 몇 푼 밖에 남기지 않고 떠난 걸로 알려져 있지만 그는 평생 근원적인 인간 내면을 집요하게 그림으로 추구했었죠. 빈센트 반 고흐 역시 살아서는 인정받지 못한 고독한 화가였지만 그의 그림은 후대에 더 높게 평가되고 가치를 인정받고 있지요. 결국 시공간을 떠나 삶의 근원적인 것을 진정성 있게 추구하는 것이 예술의 본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작곡과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작곡과에서 공부하려면 음악적 창의력과 상상력 그리고 그 감정을 끌어내 주는 감수성은 기본적으로 갖춰야겠죠. 하지만 음악 작업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근성’과 ‘인내’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열심히 노력해서 작곡과에 입학했는데 작업이 잘되지 않아 슬럼프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작곡과에 입학하는 모든 학생은 음악적 재능과 영감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직 본인의 것이 되지 않은 상태예요. 본인의 음악으로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필요한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죠. 이 시간을 견딜 수 있는 성실함을 가지고 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작업할 때 걸리는 시간을 보면 큰 편성 음악은 넉넉히 1년, 작은 편성 음악은 3개월 정도에요. 저는 생각을 많이 하며 작곡하는 편이라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지만요.
그리고 음악과 다른 예술의 영역에는 경계가 없다고 생각해요. 음악을 많이 듣는 만큼 문학 작품이나 미술 작품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다양한 예술가를 접하면서 그들의 삶에 공감하고 이해하는 경험을 쌓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예술적 감성과 더불어 인문학적 소양을 쌓으면 작곡할 때 도움이 많이 될 거에요. 그리고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과는 음악의 기초가 탄탄히 다져져 있고 음악에 이해가 깊은 학생을 원해요. 고전 음악을 비롯한 다양한 음악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 더 좋겠죠.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음악 자체만으로 행복하고 즐거울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해요. 그리고 덧붙여 마음이 강했으면 좋겠어요. 많은 학생을 만나보면 재능은 뛰어난데 ‘자존감’이 약한 경우가 많아요. 기악이나 성악은 좀 덜한 것 같은데 작곡과는 고독의 시간 속에서 창작해야 하는 고통을 항상 가까이 해서 그런 것 같아요. 혼자만의 싸움을 해야 하는 시간이 많아서 이 불안함을 이길 수 있는 건강한 정신을 갖춰야 합니다.
음악 하나로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이 작곡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