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전공, 나의 진로
변화구를 즐기는 금융계 4번 타자
2013년에서 2014년으로 해가 넘어가도 대학생들의 일상은 변함없는 잉여로움의 연속이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우리와 같지는 않다! 선배님께서는 바쁘신 일정에도 불구하고 무려 일요일 아침 ‘11시!’를 우리에게 내어주셨다. 선배님의 후배 사랑이 강하게 또! 강하게 느껴지는 시간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약속에 늦었다. 허허허! 늦어서 조급해 죽겠는데 왜 이렇게 약속장소인 스X벅X는 안보이던지 … 헐레벌떡 뛰어가니 선배님은 이미 앉아서 미소를 머금고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다.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선배님께서는 아무렇지도 않으시다는 듯이 여유롭게 말씀하셨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현재 채권 Trader를 하고 계신데요.
채권 Trader, 딱 들어서는 무슨 일을 하시는지 알 것 같으면서도 막연하거든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 직업인지 알려주세요.
말 그대로 채권을 거래하는 직업이죠. 딱! 들어서 무슨 일을 하는지 알 것 같다는 게 이거겠죠? 이 직업을 복잡하게 설명하자면 금융시장 전반에 대해서도 설명해야하고 복잡하니까 간단하게 말씀 드리면 시장을 예측해서 채권을 싼 가격에 사고 비싼 가격에 파는 일을 하고 있다고 설명할 수 있겠네요.
교재들에서 살짝만 본 개념들이라 … 살짝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음 … 금융시장에는 주식 관련 직업과 나머지, 예를 들어 제가 하고 있는 채권 관련 분야 또 다른 분야로 파생상품 분야 등 여러 분야의 직업이 존재해요.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주식시장을 예로 들어보면 주식이 상장되면 시장이 형성되고 거래가 이루어지게 되죠. 사고파는 주체는 개인일 수도 있고 기업일 수도 있지요. 거래를 위해서는 주식에 대한 판단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것을 조사하는 일이 필요하죠. 그걸 리서치라고 불러요. 리서치 기관에서 정보를 발행하면 그걸 기준으로 살지 팔지를 투자자가 결정하죠. 그리고 이 주식이 좋은지 나쁜지 투자자들에게 설명하는 게 세일즈고요. 주식을 실제로 사고파는 역할을 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일이 현재 제가 하고 있는 Trading이에요.
그럼 선배님은 대학 시절부터 금융권으로 나가길 결정하신 건가요?
제가 경제학을 전공으로 선택하게 된 건 경제학이 인문학, 사회학 등에 비해서 엄밀하다고 해야 하나, 말로만 설명하는 게 아니라 수식과 그래프를 통해 설명하자나요? 그런 게 멋있어 보였기 때문이죠. 그리고 나서 다양한 진로분야를 선택해 나가는데, 그 중 금융시장을 선택한 이유는 지금 경제학부에 안동현 교수님이 계시는데, ‘주식∙채권∙파생상품’이라는 수업을 개설하셨어요. 군대 다녀와서 수업을 들었는데 무척 재밌는 거예요. 그 분은 금융시장에서 현업으로 종사하셨던 분이라 현장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이야기 해주셨고 그 이야기들이 저한테는 꽤나 흥미로웠죠. 지금 생각해보면 금융권에 발을 들여 놓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안동현 교수님의 수업 때문이었던 것 같네요. 진로를 결정해 주는 좋은 수업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이 행운이죠.
2008년 금융위기 충격의 직격탄을 맞으셨다고 들었는데요 … 지난 일이니까 여쭤 봐도 될까요(웃음)?
제가 일하는 분야가 좀 스펙터클 한 게 있어요. 2006년에 졸업을 하고 바로 리먼브라더스라는 회사에 취직했어요. 많이 들어본 이름의 회사일 겁니다. 그 때는 한창 금융시장이 좋을 때라서 일자리도 많고 돈도 잘 벌었어요. 잘 지내다가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회사가 망했죠. 다니던 회사가 정말 하루아침에 망한 거죠. 물론 그 당시에는 많은 증권사가 한번에 망하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구조조정을 하는 등 조치들이 취해졌어요. 금융시장 사정이 너무 안 좋았죠. 그래서 몇 달 동안 고생을 좀 했어요. 국내 증권사인 KB증권에 있다가 프랑스계 SG은행으로 옮겼다가 얼마 전 지금의 자리로 왔어요. 금융계는 이직하는 일이 사실 좀 많아요.
젊은 시기에 큰 시련도 한 차례 겪으셨네요. 그 시절에 다시 진로를 바꿔보실 생각은 하지 않으셨나요?
회사가 망하니까 하 …!(한숨) 공부를 다시 하라는 신의 계시인가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 때 나이가 딱 서른이었는데, 또 선택의 상황에 놓였죠. 결혼도 해야 하고 … 그런 와중에 다시 운 좋게 취직이 돼서 그냥 일을 하자고 결정했죠. 중간에는 공부를 더 해야 하나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공부를 하면 또 다시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해야 하니까 위험요소가 컸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따른 운과 제 나름의 선택이 조화롭게 잘 이루어진 것 같네요.
현재 하고 계신 일에 대해서는 만족을 하고 계신가요?
음 … 사실 제가 하는 일이 크게 보면 두 가지로 나뉘어요. 그 중 한 부분은 기업이나 다른 금융기관이 지고 있는 금융 리스크를 저희 같은 투자 은행이 대신 지는 거죠. 그 리스크를 대신 관리 하는 거예요. 환 리스크나 금리 리스크를 대신 지고 그에 대한 마진을 받고 시장에서 처리를 해서 리스크를 줄이는 일을 반복합니다. 기업이나 금융기관이 대안이 잘 떠오르지 않으면 저희 같은 곳에서 사람이 나가서 대안을 주고 이윤을 극대화하는 거죠. 이런 게 잘 되었을 때 보람이 커요.
출근은 8시정도에 하는데 퇴근도 8시정도에 해요. 대기업 같은 데에 비해서는 그렇게 나쁜 생활은 아닌 것 같아요. 새벽까지 일하는 대기업 친구들 많아요. 대신 시장이 9시부터 4시 까지 돌아가는데 그 시간 동안에는 다른 직업과 비교가 안 되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요. 숫자 하나만 빠지거나 더하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참사가 벌어지니까요. 얼마 전에도 증권회사 하나가 프로그램 잘못 짜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걸 뉴스에서 보셨을 거예요. 이 일은 정확성과 신속성을 동시에 요구해요. 거기서 스트레스가 오는 거죠. 금융 사고는 이전에도 많이 있어 왔죠. 회사가 컨트롤을 잘못했거나 Trader의 실수 또는 탐욕 때문에 수많은 금융 사고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정확성과 신속성 두 가지를 동시에 이루기 위해서는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죠.
이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마치 프로야구 선수와 같아요. 홈런을 잘 치는 타자가 대박 나는 일이 있는 것처럼 금융권 종사자들은 잘되면 대박이지만 안 되면 그냥 바로 거덜이 나는 거예요. 그래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죠. 근데 사람 일이라는 것이 예측이 어려운 부분이 있잖아요. 불안함이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죠. 그 대신에 그 불안을 견뎌내면 성과가 잘 났을 때의 보상은 다른 일과 비교하기 힘들죠. 이게 제가 이 직업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인거 같네요.
리스크를 어떻게 보면 즐기시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학창 시절에 고시공부는 생각해 보신 적이 없나요?
서울대학교 학생 대부분이 한 번 정도는 고시를 볼까 생각한다잖아요?
저는 고시 책에는 눈길도 안 돌렸던 것 같네요. 저랑은 맞지 않았어요. 고시를 준비해서 공무원이 되면 현재와는 다른 안정적인 직업을 가질 수 있었죠. 물론, 고시에 도전하는 동기가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것이 아니고 다른 뚜렷한 공적 사명감을 지니고 고시 준비를 하는 분들도 많아요. 그런데 저에게는 그러한 동기는 없었고 안정성 외에는 메리트가 없는 직장으로 여겨졌어요. 게다가 저는 안정적인 것보다 굉장히 일이 다이나믹하고 가능성도 크고 나의 성과에 대한 보상도 크지만 리스크도 굉장히 큰 것을 더 선호했죠. 고시를 택할 이유가 없었던 거예요.
많은 학생들이 고시 준비에 몰입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시는 것으로 느껴지네요.
그렇다면 학생들에게 주문하고 싶으신 것 있나요?
고시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친구가 하니까, 친구가 붙는 것을 보니까 도전하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직업을 선택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은 ‘무엇을 해서 벌어먹지’가 아니라 ‘무엇을 하고 싶지’가 되어야 되는데,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는 사람이 80~90%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그런 걸 알게 될 특별한 경험을 해보지 못했으니까. 물론 대학생들 바쁘지만, 지금 여러 가지를 해보지 않으면 결국 나중에 방황을 많이 해요.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이나 동경 같은 것들은 어떤 사람이던 가질 수 있어요. 그래서 자기가 후회 없는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 좀 시간 있을 때, 진짜 좀 치열하게 고민을 많이 하고 이것저것 많이 해보고 사람도 많이 만나보고 이런 것들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특히,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게 중요해요. 그들이 내 주변 또래일 수도 있고 선배일 수도 있고 어른들일 수도 있어요. 내가 지금 알고 있는 세계는 너무 좁아요. 그걸 조금씩 확장해 나가야되는데, 그 계기는 교수님일 수도, 사회에 나가 계신 선배님일 수도 있는 거죠. 이렇게 많이 만나면서 조금씩 넓혀 나가야 되요. 일종의 간접 경험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안타까운 건 너무 이력서 한줄한줄 써내려 가야 할 것들을 찾는 것에만 목매시는 것 같아서…. 이렇게 말하면 꽤나 무책임할 수도 있겠지만, 지나고 보니까 그런 것 보다는 아까 말했듯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내가 진짜 뭘 원하는지를 알아가는 것, 거기서 사회생활의 시작점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거기서부터 인생이 행복해지는 거죠. 그런 경험들이 없다면 인생이 불행해진다고 생각해요.

스펙 관련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 정말 남들 다 하니까 안 하기가 불안하잖아요.
물론 중요하긴 하죠. 나를 차별화하기 위한 포인트가 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사람의 집중도를 너무 그쪽에만 맞추면 안 된다는 거죠. 회사생활 오래 하면 인턴으로 오는 사람들도 있고 한데, 이 회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조차 모르고 오는 학생들도 많아요. 자기의 기호와는 관계없이 쫓아가는 게 안타까울 뿐이죠. 나를 돌아보는 시각으로 바꿨으면 하는 게 제 말의 포인트입니다. 남들 다 하니까 하긴 해야죠. 저는 그런 세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자기가 무엇을 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는 정도는 알고 해야지 그냥 마냥 쫓아서 하는 건 지양해야겠다는 말입니다.
하고 계신 일에서 ‘경제학적 감’ 같은 게 중요한가요?
모든 자산의 가격은 경제상황에 맞게 변해가잖아요. 경제학 전공자 입장에서는 경제 뉴스를 봤을 때 이해가 쉽다는 거죠. 왜 그렇게 되는지에 대한 기본 원리가 있잖아요. 예를 들면, 양적완화 축소를 해요. 그럼 유동성이 줄어들고 그럼 국내 자금이 빠져나가고 주식 채권가격이 내려갈 수도 있고. 아님 반대로 선진국 경제는 좋아지는데 우리나라는 나빠져서 금리가 낮아질 수도 있고. 이런 생각을 하는 틀이 있으니까 이 분야와 관련이 없는 사람들에 비해 생각은 빠르겠죠. 결국에는 경험치가 많이 쌓여야 되는 거긴 하지만 밑바탕이 되는 건 경제학적 지식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저는 공부할 때 쓰면서 하면 이해가 되는데 머리로는 잘 빠르게 안 돼서요(웃음).
그거라도 잘 되면 좋죠. 그런데 이런 데서는 순간적인 판단을 내려야 하는 직업이니까 남들보다는 선택, 판단을 내리는 거에 대해 과감할 수 있어야 해요. 아주 신중해야 할 때도 있고요. 저는 사람의 성질에 정성적인 사람과 정량적인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정의한 정성적인 사람은 글을 읽고 쓰는 능력에 비교우위가 있는 사람, 그리고 정량적인 사람은 숫자에 대한 감각이 비교적 뛰어난 사람으로 말할 수 있겠는데, 이러한 사람의 기본 성향도 중요하게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둘 다 갖추면 최고이겠지만요. 허허허!
학교 공부보다 실제 일하면서 배우는 게 더 많나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어떤 사고의 틀을 갖추기 위해 학교에서 공부해야하는 것 맞지만, 현실과 이론은 달라요. 학교에서 배우는 건 10~20% 정도의 기본 틀을 배우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학교는 4년이지만 사회생활은 40년도 더 하는 것이니까 양적으로만 따져도 그렇겠죠?
후배들 또는 미래의 후배들에게 꼭 해주시고 싶은 말 있으신가요?
음 …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말라고 해주고 싶어요. 시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그 시간을 꼭 공부를 하라는 게 아니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라는 거죠. 나를 찾는 과정이에요. 그 시간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거나 고민 없이 충동적으로 선택하게 되면 후회 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죠. 그래서 뭐 학점을 따고 공부를 하고 이런 얘기가 아니라 최대한 다양한 경험, 아까 말한 바와 같이 다양한 경험이라 함은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 다양한 사람, 나와 전혀 다른 사람들도 만나는 거예요. 그 계기가 해외에서도 만날 수 있고, 교환학생, 해외봉사 등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 그 속에서 나를 발견할 수 있어요. 그런 경험을 최대한 많이 해보고 그 다음에 자기가 무엇을 하고 살지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얘기해 주고 싶어요. 그러니까 결국 핵심은 허송세월을 보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무 생각도 안 나면 어디 가서 책이라도 읽고 알바라도 하는 적극성이 필요할 것 같아요. 연애도 좋아요. 이런 경험들이 그게 뭐였던 간에 나중에 선택에 큰 도움이 되요. 그 때만 할 수 있는 일에 많은 것을 쏟으라고 부탁하고 싶어요.
인터뷰는 선배님의 자부심과 열정을 확인하는 자리이자 필자 스스로에 대한 반성의 기회이기도 했다. ‘위험’과 ‘안정감’사이에서의 각각의 Trade-off를 많은 사람들이 고민할 것이다. 그러나 이 고민 또한 현재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은 가’에 대한 깊은 고민이 밑바탕이 되지 않아 생기는 것 같았다. 선배님 말씀처럼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잘 확인하여 그 분야에서 만족을 느끼며 마음의 여유를 가지며 살아가는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나를 돌아보는 기회를 주셔서 의미 있는 만남의 시간이었다. 이 글의 독자들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