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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전공, 나의 진로

"의학 공부가 더 재밌어져야 합니다. 사람 살리는 학문이니까요."

의과대학 의예과 박관진

교수님께 진료를 받으러 가면서 다짐을 했었다. ‘인터뷰 꼭 따내고 말겠어’라고 말이다. 그런데 막상 얼굴을 뵈니 약간은 딱딱하고 준엄한 느낌의 외모에 인터뷰 요청에 잠깐 망설임이 생겼다. 인터뷰를 따기 위해 진료까지 받으러 오지 않았는가! “나를? 나를 왜? 허허, 그럼 명함 줄 테니 날짜 잡아봐요.” 라고 하시며 흔쾌히 수락해주셨고, 4시 30분 모든 외래 진료가 끝나고 나서 피곤하신데도 밝은 얼굴로 인터뷰에 응해주셨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제가 의학 분야 지식이 부족하여,
교수님이 전공하시는 분야가 어떤 것인지 당최 모르겠어서요. 설명을 좀 부탁드립니다.

저는 소아비뇨기의 선천성 기형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비뇨기과 자체가 외과의 일종이에요. 그래서 선천성 기형에 대한 외과적 교정을 주로 담당합니다. 외과적 질환인 야뇨증이라든지 배뇨 장애 쪽도 진료하고 있습니다.

비뇨기과 중에서도 ‘소아’ 비뇨기과를 전공하신 이유가 있나요?

소아 환자들에 대한 관심은 예전부터 있었어요. 원래는 1995년 인턴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비뇨기과에서 암을 전공했었는데 2007년에 이 쪽 분야의 자리가 생겨서 하게 되었어요. 소아 비뇨기과 분야에서 일할 수 있겠냐는 오퍼가 들어와서, 원래 관심이 있던 것과 기회가 잘 맞아서 지금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비뇨기에 문제가 생기는 원인은 무엇인가요?

요즘은 질환을 구분할 때 선천적인 것과 환경에 의한 것, 즉 후천적인 것으로 구분합니다. 소아 질환은 선천적인 원인이 대부분에요. 성인병은 환경의 영향도 중요하지만 소아의 질환은 그와는 달리 선천적인 것이 주를 이루죠. 성인병 원인의 경우 유전과 환경의 비율을 따지자면 4:6 정도라고 할 수 있는데 소아는 9:1의 비율을 보여요. ‘잠복고환’이라든지 ‘요도하혈’이라든지 ‘방광요관역류’라든지 이런 병들은 거의 유전자의 결함에 의해 생깁니다.

유전 문제의 경우에도 아예 처음부터 잘못된 유전자를 물려받을 수도 있고 약한 유전자가 있었는데 엄마가 아이를 가졌을 때 더 변형이 되는 경우도 있어요. 어떤 것이 원인인지는 병마다 달라요. ‘방광 요관 역류’는 전자의 경우가 많고 ‘잠복 고환’, ‘요도하혈’은 후자의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에는 환경호르몬의 영향이나 노산의 문제가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렇다면 최근에 환자가 늘어나고 있겠네요?

그렇죠. 애들은 줄어드는데 병은 늘어나요. 혼인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노산 추세가 증가하고 환경 호르몬 문제도 커지니까 병이 늘어나고 있어요. 임신을 한 다음에는 일단은 항상 조심해야 해야 해요. 전반적으로 몸을 혹사하지 않고 잘 간수하는 게 중요하지요. 아이에게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엄마들에게 물어보면 초창기에 잘 모르고 몸을 혹사했다거나 나이가 들어서도 무리를 했던 경우가 많습니다.

즉석식품이나 패스트푸드 이런 것들도 안 좋죠. 즉석식품, 패스트푸드에 대한 것이 아직 유전 질환과 인과관계는 분명하지 않지만 가능성은 높은 거 같아요. 규칙적으로 생활을 영위하는 게 중요한데 그런 것들을 지키는 게 어려운 게 현실이죠. 뭔가 되게 교과서적 같은 설명이었네요.

아이들이 굉장히 작고 귀여우시겠어요(웃음)

그렇지요! 소아성형외과, 소아신경외과, 소아흉부외과 이런 분야는 병의 규모나 영역이 광범위해요. 특히, 소아성형외과에서 언청인 경우 입이나 귀의 외형이 이상할 수 있는데 소아비뇨기과는 그런 게 없죠. 작고 예뻐 보여요.

현재 어떤 연구를 하고 계시나요?

제가 가장 관심 있게 연구하는 분야는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대소변을 가리는가?’예요. 그래서 어릴 때는 소변을 가리지 못하다가 어떤 방식으로 그것을 인지하고 소변을 조절해서 소변을 보는가에 대해서 연구를 하고 있어요. 우선 현재는 사람과 동물의 데이터를 통해서 방광의 나이에 따른 변화를 많이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관심을 두는 부분이 요로 감염을 적절히 진단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는 거예요. 지금까지는 진단하는 방법이 주먹구구로 이루어져 있어서 문제가 있었습니다. 효과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진단시약을 만들고 있어요. 요로 감염 검사를 위해 아이들이 소변 검사를 하려면 중간 소변(첫 소변을 배설한 다음의 소변)이라는 걸 받아서 해야 해요. 소변을 자기가 받아서 해야 하는데 아이들은 그냥 막 싸버리니까 … 검사하기가 어렵죠. 검사하는 방법은 아이들이 중간 소변 조절을 못 하니까 도뇨관을 꽂을 수밖에 없는데 그걸 넣었다 빼야하기 때문에 아이들도 의사도 서로 아프고 힘들어해요. 혈액 검사도 일정한 한계가 있고요. 이 모든 문제를 소변 검사 하나로 한 번에 진단하려는 것이 제 연구의 목표입니다. 요로감염이 걸렸을 때 변하는 분자적 지표가 있거든요. 이를 활용해서 소변을 한 번 받아 요로감염인지 아닌지를 진단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어요.

 

 

 

 

명함에 교수님이 ‘비뇨기과학 교실’ 소속이라고 적혀있는데 이곳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요?

비뇨기과학은 사람의 신장에서 요도까지의 비뇨기와 남성의 성 기관에 대한 생리와 병리를 연구하고 치료하는 곳이에요. 그래서 비뇨기 · 신장 · 요관 · 방광 · 요도 · 전립선 · 음경까지 발생한 병들을 모두 비뇨기과에서 보게 되지요. 나는 그 중에서 어린이들의 비뇨기과를 관장하는 거고 성인의 비뇨기과는 본원에 다 있어요. 여기는 소아비뇨기 분과죠.

의사 생활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사례가 있다면요?

내가 비뇨기과를 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다른 분과들에 비해서 완치되는 환자의 수가 많다는 거에요. 재건 수술을 하고 나서 완전히 좋아지는 아이들이 많아요. 꽤나 어려운 요도하혈 수술이나 심한 요로기형이 있는 환자들이 수술을 받고나서 어른이 되었을 때 만나는 경우가 많은 편인데 이미 완치된 상태로 성장하여 군 입대 전에 진단서를 받으러 올 때가 굉장히 기쁩니다. 찾아오는 아이들도 무척 반갑고요. 복잡한 요로기형이 있던 환자들이 수술 후에 정상적으로 배뇨를 하고 다 커서 방문할 때도 큰 보람을 느끼죠.

그렇다고 마냥 즐겁지 만은 않으시겠어요. 힘든 일이 있다면?

내 시간이 너무 없다는 것이죠 … 어느 직장이나 그렇겠지만요. 좀 쉬고 싶은데 쉴 시간이 없어요. 나이가 들수록 점점 일은 늘어나게 되니 조금 벅차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자기 시간을 갖고 쉬는 시간이 있어야 하는 것 같은데 말이죠. 쉴 땐 쉬고 일할 땐 일하고 이런 업무의 끊어짐이 있어야할 것 같아요. 그래야 재충전을 하고 다시 일을 할 때 활력도 느끼고 일도 높은 효율성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여기서 일하다보면 환자의 수도 많고 각기 다른 시간에 진료 일정을 잡아야 해서 사실은 딱히 제가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시간이 없어요. 우리 의과대학은 안식년 대신에 들어오면 입사 후 3~5년 사이에 해외연수 1년을 떠나요.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5년마다 1개월을 안식월 방식으로 중장기 연수를 떠날 수 있어요. 그것이 여기서의 ‘안식년’ 개념이고 일반적인 개념의 1년을 통째로 쉬고 이런 건 없어요.

오랫동안 많은 우수한 학생들이 의대로 쏠리는 현상이 지속 되었잖아요? 그리고 의대 내에서도 소위 인기학과라고 불리는 몇몇 특정 학과로 쏠리는 것도 명확히 보이구요. 교수님은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미래 사회는 지금처럼 어느 특정 학문을 전공하고 특정 분야를 나왔다는 사실만으로 인정받는 시대는 아닐 것이라 생각해요. 의대를 나왔다고 해서 장래가 안정이 되었다? 피부과를 나와서 이 사람의 장래가 더 좋을 것이다? 이런 단순한 예측은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된다는 것이죠. 의대를 진로로 선택하는 학생의 상당수는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과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위해 선택하는 것이고, 피부과나 성형외과 등은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추구하기 위해서 선택하는 것인데 그런 트렌드를 따르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는 거죠. 예상과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고요. 그것보다는 …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군요. 현재 인기가 없어도 자기만의 독특할 수 있는 한 분야의 사람이 된다면, 다시 말해 그 독특한 기술을 특징으로 갖고 있는 학문을 하면 장래에 좋을 것 같아요. 현재 여기가 좋다고 몰리면 여기가 ‘레드 오션’이 되는 것은 당연하잖아요. 지금 안과도 10년 전 잘 나가다가 지금 많이 죽었고 피부과도 포화상태이고 성형외과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 현재 사실이에요. 들어간다고 보장이 된다는 건 없는 거죠. 자기가 소위 ‘탑 클래스’가 될 수 있느냐 그게 적성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거 같아요.

학창 시절은 어떠셨어요? 의예과 학생들 보면 줄기차게 논다고 하더라구요. 교수님도 그러셨나요?(웃음)

네. (웃음) 학부 때 나는 정말 많이 논 것 같은데, 관악캠퍼스에 있을 때 동아리를 무려 네 개나 했어요. 도서관은 시험 때만 잠깐 가는 편이었고요. 시험은 3일 전부터 공부하고 … 성적은 항상 중간에서 중간 아래를 하고 … 하하. 의예과는 사실 문제가 되지 않고 그랬으니까요. 의학과에서는 그것보다는 열심히 했는데 중상 성적 정도였던 것 같아요. 지금 의대생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의과대학 교육과정 자체가 굉장히 경험을 중시하다보니 얼핏 보면 체계가 없는 학문처럼 보일 때가 있어요. 수많은 경험이 쌓여서 귀납적으로 학문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라 인문대처럼 학문의 체계가 정해지고 퍼져나가는 게 아니에요. 의과대학은 교수들마다 똑같은 분야의 학문이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다르죠. 사실은 의과대학에서 굉장히 많은 걸 배웠는데 왜 배웠는지, 왜 그렇게 배웠고 얼마나 효과적인 건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자기 학문의 스페셜리스트가 되는데 그렇게까지 폭넓고 많은 지식이 필요한 것 같지는 않아요. 의과대학 교육이 더 많이 달라졌으면 좋겠어요. 학생들이 진정으로 이것이 사람을 구하는 데 필요하고 사람을 살리는 데 필요하고 사람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학문을 배울 수 있게, 그런 필요성을 느낄 수 있게 의학을 공부하는 것을 만들어 주고 학생들에게 의학을 재밌게 해줘야 할 거 같아요.

인터뷰 동안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셨다. 이야기 중에도 말씀하신 것처럼 ‘쉬기에 어려운 일을 하고 계셔서’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아이들의 이야기를 하자 말씀으로 하지 않으셔도 될 만큼의 열정어린 눈빛과 표정이셨다. 처음 뵈었을 때는 딱딱하고 엄한 분 인줄 알았는데 이야기를 듣고 나니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얼굴에 묻어나시는 분이셨다. 이야기의 끝에 필자는 의사란 직업을 죽었다 깨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하고 싶다고 해도 누가 시켜주는 직업은 아니지만 … 사명감과 사랑 그리고 열정 없이 쉽게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라는 점을 톡톡히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난 성인임에도 소아비뇨기과에서 진료를 받았다. 오로지 인터뷰를 위해서 말이다. 독자들은 잘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

송수혁 사진권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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