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영역 바로가기

나의 전공, 나의 진로

"입학본부에서 빗물로 시험문제 좀 내주세요."

공과대학 토목공학과 한무영

우리나라의 유일한 ‘빗물 박사’ 한무영 교수님. 빗물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이미 여러 매스컴에 출현하셨던 분이다. ‘빗물’로 사랑을 직접 실천하는 ‘빗물 전도사’ 그를 만나기 위해 기자는 2년 동안 학교를 다니면서 단 한번도 올라보지 않은 공과대학 건물로 올라봤다. 관악산과 더욱 가까워지니 더욱 추웠다. 그러나 공기는 역시 맑고 깨끗했다! 교수님 연구실로 들어서자 굉장히 친숙한 느낌이다. 필자의 아버지도 토목공학을 하시는데 토목 하는 분들은 다 이렇게 생기신 것인가 생각이 들 정도로 비슷해서 놀랐다. 푸근한 인상, 선한 눈매. 편안한 인터뷰가 될 것임을 알아차렸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73학번이시면 입학하신지 40년이나 되셨네요.
교수님께서는 서울대가 관악으로 오기 전에 입학하신건가요?

그렇습니다. 1973년도에 서울대학교 이전 계획이 발표되었어요. 입학식을 하고 나서 학생들이 하나씩 조그만 나무를 여기 관악 캠퍼스에다가 심었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공릉동에 있는 공대를 다녔어요. 지금 서울산업대학교 있는 자리가 예전에 공대가 있던 곳이에요.

아! 서울대는 대학로 근처에 퍼져있는 줄 알았는데 정말 서울 각지에 퍼져있었네요.
그럼 교수님은 한 번도 관악 캠퍼스로는 통학하지 않으신 건가요? 1975년부터 옮겨왔단 말을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아서요.

관악 캠퍼스는 나무 심으러만 한번 왔고, 이전 후 7~8년 동안 공릉동에서 학교를 다녔죠. 관악에서 수업을 들은 적은 한 번도 없어요. 모든 학부를 한꺼번에 다 옮긴 게 아니라 그 해에는 1, 2학년만 교양 수업을 여기서 듣고 78년인가 공대가 이쪽으로 이전했죠. 계획을 세워서 장기적으로 이전했습니다.

대학을 지원하실 때 왜 토목 공학을 지원하셨나요?

솔직히 얘기하면 당시 성적을 받고 뭐가 뭔지 모르는 체로 토목공학과에 왔어요. 그냥 성적에 맞춰오는 많은 케이스 중 하나죠. 그런데 대학에 와 공부하다보니까 이 공부가 꽤나 매력적이더라고요. 지금 제 아들도 토목을 해요. 허허허!

그렇다면 현재 전공하고 계시는 상하수도 공학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세요.

도시라는 곳은 많은 사람들이 살면서 물을 먹고 하수를 만들고 있죠. 상수도 공학은 사람들의 삶의 질을 위해 상하수도 관리를 하는 겁니다. 깨끗한 물을 공급하고 하수를 빼내고 하는 것을 연구하는 것이지요. 인류에 기여한 10가지 중에 높은 순위로 상하수도가 뽑혔어요. 이것 덕분에 인류 수명이 30년 정도 늘어났다고 해요. 예전에는 오염된 물을 먹고 병들어서 일찍 죽고 그랬는데 이제는 그런 일이 많이 줄어든 것 때문이지요. 상수도 공학은 이런 차원에서 보편적인 인류애적 가치를 갖고 있는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상하수도 시설이 잘 안 되어 있어서 어려움이 많은 곳 중 아프리카가 있던데,
혹시 교수님이 아프리카 지역을 위한 지원활동도 하시나요?

네! 제가 아프리카 탄자니아를 갔다 온 걸 Youtube에 동영상을 올렸어요. 탄자니아에 가서 빗물을 모을 수 있는 간단한 구조물을 설치해주었지요. 원래는 거대한 댐을 만들어서 식수를 공급하는 방식을 대개 택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을 ‘집중형’이라고 해요. 그런데 ‘집중형’의 방식은 소규모 공동체에게 상수도를 공급할 때는 적절하지 않아요. 비용이 많이 들어가죠. 비용 상 문제 때문에 지원이 어렵다면 지역 단위에 조그마한 빗물 저장시설을 설치하는 게 해결책이 될 수 있어요. 이런 방식을 ‘분산형’이라고 합니다. 비용도 적게 들고 소규모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에는 이러한 방법이 더 효과적이죠. 조금만 도와준다면 물 문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방법만 가르쳐주면 그 사람들이 또 자기들에 맞게 다른 구조물도 붙여 사용하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물 부족 문제는 더 이상 문제가 아닌 게 빗물이 있으면 흙탕물을 먹지 않고, 이런 시스템으로 물을 받아서 먹으면 된다는 거죠. 이런 시스템이야말로 한국형 모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일을 한다고 해서 저에게 이득이 될만한 것은 하나도 없어요. 그렇지만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다면 100만원이건 200만원이건 기부를 받아 충분히 만들어줄 수 있다는 거죠. 물론 공짜로 해주는 게 답은 아닙니다. 자기들이 돈이 있으면 스스로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정말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원 활동도 그런 방식으로 하고 있고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빗물박사’라고 불리시던데, 역시 빗물로 아프리카의 물 문제도 해결해 주시는군요.
빗물에 관심을 두시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세요?

안타깝게도 우리 교과서에는 빗물을 공부할 수 있는 내용이 부족해요. 나는 수처리 전문가이고, 무슨 물이라도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고 자부심을 갖고 살았죠. 우리 나라는 비가 많이 오고 있는데 물이 부족하다는 말이 있어요. 이 지점에서 ‘과연 물은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양도 무지 많고 산성비라고 하긴 하지만 나는 똥물도 처리하는 사람이니까, 물이 어떻게 구성되어있는지 보고 좋은 것만 빼내면 사용할 수 있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근데 막상 분석 해보니까 빼낼 게 없어요.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산성비라고는 하지만 우리가 마시는 오렌지 주스보다 산도가 약하고 미세 오염 물질은 침저 시키면 그런 건 다 제거가 돼요. 뭔가 오염된 적이 없어요. 마일리지가 짧은 물이니까 더더욱 고민할 게 없는 거예요. 왜냐하면 유통과정이 확실하니까! 그러고 보니 왜 이게 교과서에는 없을까 했죠. 교과서에는 돈 되는 것만 실려 있더라고요. 원래 목적은 돈 버는 게 아니라 도시 사람들의 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이런 문제의식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더니 대한민국뿐 아니라 아프리카 등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어요. 돈이 많이 들지도,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도 않거든요.

우리나라가 물 부족 국가라는데 빗물만 이용한다면 이런 문제는 해결할 수 있군요.

우리 나라의 연간 강수량이 1300mm정도 돼요. 하루도 안 빼고 모으면 우리 나라의 모든 땅을 수영장으로 만들 수 있는 물인데도 우리 나라가 물 부족 국가인 것은 말이 안 돼요. 모으지 않고 다 버려서 그런 것이죠. 독일은 강수량이 5~600mm인데도 물 부족국가라고 말하지 않잖아요. 그리고 사실 ‘부족’이라는 것은, 용돈을 예를 들어 한 달 30만원이라고 하면 항상 모자라잖아요. 그런데 100만원 준다고 해서 안 모자라느냐. 그것도 아니잖아요. 그러므로 부족은 상대적인 것이라고 말할 수 있죠. 잘 모아서 잘 쓰는 게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교수님이 서울대학교 공대 건물 옥상에 텃밭을 만드셨다고 들었습니다.
이것도 빗물을 활용하시려고 만드신 건가요?

예. 그렇습니다. 옥상에 텃밭을 만들면 3가지 효과를 누릴 수 있어요. 일단 빗물을 이용해서 텃밭을 가꾸면 먹거리를 생산할 수 있죠. 두 번째, 에너지 절약을 할 수 있어요. 세 번째 홍수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텃밭을 가꾸면서 빗물을 이용하니 비용이 하나도 들지 않았습니다. 작물의 경작도 학생들, 지역사회 주민들이 하고 있어요. 이런 측면에서는 또 지역 사회와 소통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고 말한 점은 옥상녹화를 하지 않으면 옥상 온도가 58℃까지 올라가는데 텃밭을 만들었더니 한 여름에도 옥상 온도가 26℃로 유지가 되더라고요. 냉방비가 절약이 되는 거죠. 홍수를 방지한다는 것은 예를 들어 강남역 침수 같은 경우에 침수가 되는 원인이 빗물이 분수령을 따라 강남역 주변으로 모두 모여든다는 것에 있어요. 이것을 해결하려면 옥상을 녹화시키면 됩니다. 강남역으로 빗물이 모이기 전에 빗물을 잡아두는 방법이지요. 저는 이 옥상 텃밭이 ‘홍익인간’ 철학과 맞다있다고 생각합니다. 먹거리는 ‘나’를 위해, 홍수 방지는 ‘남’을 위해 그리고 에너지 절약은 ‘우리’를 위해!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 철학이죠.
또, 옥상 텃밭을 가꾸면서 꽃을 키우다 보니 벌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양봉을 하고 있어요. 꿀을 생산해서 텃밭을 운영하는 비용도 대고 있습니다. 배추도 재배하여 김장을 해서 지역사회 주민들과 나눠 먹고, 외국인 유학생들과도 나눠 먹고 있습니다. 꿀도 나눠 먹고 있고요. 텃밭이 소통의 장을 만들고 있는 것이지요.

 

 

 

 

놀랍습니다. 다방면에 도움이 되네요. 요즘 많은 아파트에는 옥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곳에서는 빗물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옥상이 없는 대신 집마다 빗물이 내려가는 홈통은 있으니까 홈통에 빗물 저금통을 만들 수 있어요. 제가 사는 아파트에도 설치를 했습니다. 지붕이 뾰족한 곳은 그렇게 하고, 평평한 곳은 하중 계산을 한 다음 옥상녹화를 해서 빗물을 활용할 수 있어요. 사실 법을 바꿔서 뾰족한 지붕을 모두 평평하게 만들어 녹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아요. 작은 건물보다는 큰 건물, 공공기관 건물들부터 의무적으로 옥상녹화를 하면 커다란 빗물 처리장 같은 것 안 만들어도 된다는 거죠. 그런데 법을 만들려면 우선 ‘빗물은 버려지는 것이다’에서 ‘빗물은 자원이다’라는 관점으로 인식이 전환되어야 하는 어려운 점이 있어요.

그렇다면 빗물에 대한 인식 개선이 우선이겠군요.
교수님께서는 이미 인식 개선을 위해 블로그 활동도 하시고 책도 내시는 등 여러 활동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성과가 있으셨나요?

법이 바뀌려면 유권자인 시민들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시민이 요구하는 것을 입법자들은 반영해야하지요. 이를 실현하기 위해 여러 활동을 했는데 성공적이라고 여겨지는 것들 중 하나로 교과서를 변화시킨 사례가 있어요. 요즈음 중학교 2학년 국어 교과서에 황순원의 ‘소나기’ 바로 다음 단원이 제가 쓴 ‘지구를 살리는 빗물’이에요. 엄청난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이 교과서로 배운 아이들은 산성비를 무서워하지 않겠죠. 아마 5년 후 저 아이들이 투표권을 갖게 될 쯤에는 세상이 바뀌지 않을까요.

빗물이 경제성이 있다면 상품화할 수는 없을까요?

빗물을 가지고 만든 ‘Cloud Juice’가 있어요. 호주에서 만든 건데, 빗물로 만든 물이에요. 마일리지가 짧은 물은 순수하니까 순수한 물을 먹고 싶은 사람은 이걸 마시라는 거죠. 이런 식으로 상품화할 수 있죠. 이 물 비싸게 팔리고 있어요. 모 항공사에서는 1등석에만 이 물을 제공하고 있어요. 더 중요한 것은 빗물을 단순히 쓰는 물, 먹는 물로만 생각하지 말고 재해 방지 차원에서 생각해보면, 1년에 한 번 쓰는 시설을 대용량 저류조를 건설하기보다는 ‘분산형’ 옥상녹화 방식으로 재해를 방지하면 다목적이라는 측면에서도 경제적 가치가 충분히 높다는 거죠. 이 방법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겁니다.

여러 번 강조해도 빗물 활용은 넘침이 없겠네요. 그나저나 교수님의 학창시절도 궁금한데요?

나는 반장조차 한 번 해본 적이 없었어요. 하여튼 별로 두각을 보이지 못하고 살다가 지금은 빗물 가지고 인기를 얻고, 학생들을 가르치기며 살고 있어요. ‘대기만성’형 인간이라고 할 수 있겠죠? 저는 ‘철없고 건방진’ 서울대 학생이었죠. 서울대학교 학생이라고 하면 어디를 가던 조금 더 대우받고 실수를 해도 약간 봐주는 분위기가 있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그게 바뀐 계기가 제가 현대건설에서 일을 할 때였어요. 당시 중동에서 현장 사람들과 생활하면서 제 인생관이랄까, 제 세계관의 폭이 넓어졌어요.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니 좀 넓은 시각을 가져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철이 들었죠. 그래서 요즘은 학생들 현장 견학도 시키고 해외봉사도 시키고 해요. 밖에 나가면 철도 들고 생각이 바뀌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을 제가 느꼈기 때문이죠.

교수님도 학자이시기 전에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하신다고 볼 수 있네요?

네. 그렇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학교 다닐 때는 설계도를 그리기만 하면 담벼락이 생기는 줄 알았어요. 반면에 실제 현장에서는 이것저것 생각해야 할 게 굉장히 많죠. 모든 건 디테일에서 시작하고 디테일이 무너지면 전체가 무너지니까요. 현장에서 느낀 점, 인간관계의 중요성 등을 많이 배웠죠. 그래서 유학 가서도 잘 버틴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입학본부에서 논술이나 면접에 빗물에 중요성에 대해 좀 내주세요(허허). 제가 이렇게 말하면 입학본부에서는 시험문제 절대 안내겠죠?(허허허)

학생들은 나올까봐 불안해서 공부할 것 같은데요.

그렇게라도 학생들이 빗물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네요. 후배들에게는 … 음 … 제가 빗물의 중요성을 알리는데 계란으로 바위 치는 식으로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저를 지원해 주는 사람이 없었지만, 제가 모두의 행복, ‘홍익인간’을 얘기하니 다들 받아주더라고요. 이게 바로 Win-Win이잖아요. 무엇이든 일이 안 풀리면 모두의 행복과 ‘홍익’을 떠올리세요. 상대방을 위하는 마음으로 일을 하면 꼬인 일도 해결될 수 있어요.

교수님의 삶을 보니 ‘실천하는 참된 지식인’ 이 호칭이 정말 잘 어울리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타적인 삶, 모두를 위해 이곳저곳 직접 발로 뛰는 삶을 살고 계신 교수님을 보고 많은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이런 삶을 살면 대한민국이 더 발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목공학 ‘Civil Engineering’은 시민을 위한 공학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빗물을 이용한 교수님의 아이디어가 토목공학의 원래의 목적에 부합하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고 생각하니 토목공학을 전공하지도 않는 기자 또한 마음이 설렜다. ‘사람을 설레게 하며 실천하는 참된 지식인’이라는 생각이 인터뷰를 마친 지금도 메아리처럼 떠오른다.

글·사진송수혁

퀵메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