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전공, 나의 진로
끝없는 노력과 과감한 도전, 그리고 다양한 선택지
기자 모친의 첫 번째 직업은 간호사였다.
생명을 다룬다는 중압감과 이론과 현실 사이의 괴리는
끊임없는 고민과 갈등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타인의 복지를 위한 일을 하고 있다.
무엇이 간호사의 사명감을 지탱하고 있을까?
오늘도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힘쓰고 있는 유미옥 선배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자기소개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14년도에 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서울대병원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유미옥이라고 합니다. 올해 간호대학원 석/박사통합과정에 입학 예정인 대학원생이기도 해요.
여러 병원 중 서울대병원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일단 서울대병원은 종합병원이자 3차 병원이에요. 의료인은 임상경험이 굉장히 중요한데 간호사로서의 실무를 가장 잘, 또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는 곳이 종합병원이에요. 처우, 연봉이 가장 좋기도 하고요. 그래서 첫 번째 직장으로는 빅3, 빅5 등의 3차 병원 이상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요. 물론 3교대 근무가 기본이고 업무 강도가 높은 편이기 때문에 개인적 성향에 따라 1, 2차 병원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저는 실습을 서울대병원에서 했기 때문에 익숙하기도 했고 기질적으로도 서울대병원이 잘 맞으리라 생각했어요. 또 나라에서 서울대병원을 4차 병원으로 운영할 준비를 하는 만큼,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해 서울대병원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현재 근무하고 있는 부서는 어디인가요?
항암을 주로 하는 혈액종양내과에서 근무하면서 항암 치료를 담당하고 있어요. 저는 의사소통, 라포 형성을 선호하는 편이라 흉부외과에 지원했었고 결과적으로 암병동에 발령받았다고 할 수 있어요.
근무 부서는 어떻게 정해지나요?
가장 큰 가닥으로 중환자실, 응급실, 수술실, 외래, 병동 이렇게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요. 과 단위보다는 이들 중에서 선호하는 직무를 선택하고, 후에 발령을 받는 구조라고 보는 게 편해요. 이외에도 기획조정실, 진료협력센터, 보험심사과, 감염관리센터 등의 사무직 파트도 존재해요. 임상경험이 있는 사람이 필요한 업무이기 때문에 이쪽으로 파견되기도 합니다.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세요.
제가 근무하고 있는 병동 특성상 2주~3주를 주기로 지속적인 항암 치료를 하러 오시고 5년 이상 오랜 기간 오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러면 정말 라포가 깊게 형성되기도 하는데요. ‘씩씩하고 시원시원하고 잘 웃어서 좋다.’, 조금 늦게 출근하는 날에는 ‘보고 싶었다. 오늘 못 보고 가는 줄 알았다.’ 등의 말씀을 해주실 때 기분이 정말 좋아요. 제 출근을 기다려 주는 환자가 있다는 게 큰 축복인 것 같기도 하고요. 이런 말을 들으면 저도 더 힘이 나서 열심히 일하게 되는 것 같아요. 괜히 한 번 더 살펴보거나 증상을 최대한 기억해서 다른 처방을 제안해 드리기도 하는 등 가능한 많은 도움을 드리려 노력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정말 많은 분이 떠올라서 한 분을 특정할 수는 없네요.

학창 시절과 관련된 질문도 해볼게요. 선배님은 학창 시절 어떤 학생이셨는지 궁금해요.
마냥 공부만 하던 학생은 아니었어요. 역사, 윤리 과목을 좋아해서 수능, 내신 공부 중에도 틈틈이 책을 읽었던 기억도 있고요. 특히 고등학교 때 역사문화동아리를 하면서 전국의 유적지를 답사하고 답사 기록을 책으로 만들어 지역 신문에 관련 내용을 기고했던 경험이 기억나네요. 학업 외에도 정말 다양한 경험을 했던 것 같아요.
간호학과를 선택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사실 고등학교 때 인문계열(문과) 학생이었어요. 그런데 주말마다 했던 요양병원 봉사활동을 통해 간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아요. 마침 서울대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다양한 과를 살펴보다 보니 교차지원도 가능했고요. 또 제가 지원 가능한 과 중에서 전문성이 높다고 판단해서 간호학과에 지원했어요.
봉사활동과 관련해서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해주실 수 있나요?
처음에는 주변 사람을 돌보며 화합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는 가족 어른들의 뜻에 따라 시작하게 되었어요. 봉사활동을 하기 전에는 요양병원이 우울하고 우중충하다고만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안마, 식사보조 등의 육체적인 봉사가 불편하지 않기도 했고 손잡아주시는 거,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 많은 보람을 느꼈어요. 어느새 저도 이걸 직업으로 삼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 같아요.
만약 다시 학창 시절로 돌아간다면 어떤 걸 해보고 싶으신가요?
경제 공부, 그리고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해보고 싶어요.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도 지식도, 경험도 없으니까 잘 안되더라고요. 조금이라도 빨리 경제활동도 해보고 경제 공부도 해서 더 넓은 식견을 가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대학교에 입학하셨을 때 제일 하고 싶었던 일이나 목표가 있으셨나요?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하고 싶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culture planning 활동이에요. 학생 주도적으로 축제와 문화행사를 기획하고 학생 활동을 활성화하고자 veritas라는 중앙 동아리를 만들었어요. 다양한 축제 활동뿐 아니라 봉사활동, 전시회, 멘토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직접 기획을 하며 다양한 관심을 가진 여러 전공의 학우들과 교류할 수 있었다는 점이 뜻깊었어요. 또 간호대 학생은 2학년 이후 연건캠퍼스에서 생활하는데 당시에는 간호대학에 활성화된 동아리가 적었어요. 그래서 간호대 밴드동아리 ‘SORI’, 레저스포츠동아리 ‘익사이팅’을 만들어 간호대 자치문화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동아리 활동도 즐겁게 했던 기억이 있어요.
학부 시절 했던 진로에 대한 고민은 무엇인가요?
간호학은 환자를 보호하고 치료하는 것뿐만 아니라 질병 관리, 건강, 웰빙, 보건 정책 등 사람이 건강하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전반적인 것을 아우르는 학문이라는 점이 굉장한 매력이에요. 그 때문에 인문‧사회학적 소양과 자연과학적 소양이 모두 필요하기도 하고요. 학부 시절 많은 공부량과 실습 시간(1000시간)에 지치기도 했지만, 적성과 흥미에 맞아 힘들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실제로 간호사로 일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어요. 실습과 실무에는 매우 큰 괴리가 있었고 위중하고 응급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르더라고요.
실습과 실무의 괴리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물론 실습을 할 때도 환자 케이스 상태 연구, 라포 형성 등을 연습해요. 하지만 실무에서는 그보다 훨씬 많은 멀티태스킹이 필요해요. 의사, 간호사, 환자, 약국과의 의사소통, 위기상황 대응, 투약, 드레싱, 관장, 채혈 등 해야 할 업무가 정말 많아요. 심지어 병원마다 사용하는 프로그램, 시스템 등이 다르기 때문에 아무리 다양한 상황의 실습을 경험하고 이론을 공부하더라도 실무 적응에 오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해요.
괴리를 해소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병원에서는 프리셉터(멘토: 선배간호사)-프리셉티(멘티: 신입간호사)를 운영하고 있어요. 단순한 사수/부사수의 개념을 떠나서 혼자 간호사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이론 실무, 실습을 전부 지도해요. 하지만 이 과정을 보내고 난 후에 실무에 투입되더라도 바로 모든 업무를 잘 해내는 간호사는 없어요. 실습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숙련의 과정이 꼭 필요한 것이죠. 저는 저와 비슷한 경험을 겪을 신규 간호사를 위해 ‘프셉마음’ 시리즈인 ‘혈액종양내과 입문편’, ‘내과병동 화자파악편’ 실무서를 집필하였어요. 진로에 대해 고민했던 시간이 오히려 다른 간호사들에게 도움이 될 좋은 책을 만드는데 큰 계기가 되었어요. 출판을 계기로 온라인으로 관련 강의도 하고 제 특기를 살려 여러 외부활동을 하고 있어요.
다른 진로를 고려하신 적도 있나요?
네. 간호사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인문학적 소양을 키워 진로를 변경할 방법을 고민했어요. 그래서 업무와 로스쿨 진학 준비를 2년간 병행했었어요. 의료소송전문변호사를 통해 제가 가진 다른 적성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지금 돌아보면, 진로에 대해 고민했던 경험이 또 다른 기회가 되었던 것 같아요.

언제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시나요?
거창한 건 아니지만.. 응급상황이나 어려운 상황을 동료 간호사들과 함께 무사히 넘기고 후배간호사부터 선배간호사까지 퇴근 후에 한데 모여서 하는 수다가 참 행복한 것 같아요. 맛있는 것도 먹고 술도 한잔하면서 있었던 일도 되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이야기하는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느껴요.
선배님의 향후 계획과 목표가 궁금해요.
가까운 미래에는 병원에서의 승진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관리자가 되어 간호사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자 해요. 이를 위해 학업에 더욱 정진할 예정이에요. 그리고 최근 간호사 출신 중 정계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저도 그러한 선배들의 행보에 따라 먼 미래에는 대한민국 국민의 건강과 안녕을 위해 의료, 보건 정책에 기여하고자 해요.
학생들이 진로를 선택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삶의 가치나 기준이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세요.
진로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내가 그 분야에 일하거나 공부를 하는 것이 괴롭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에요. 그 일을 하면서 자존감이 낮아지고,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언제든지 다른 진로를 선택하고 도전해보는 걸 추천해요. 또 진로를 선택할 때 한 가지 선택지를 정하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이건 간호학과 학생들도 마찬가지예요. 전문성이 높은 학과에 다니는 학생들은 오히려 그 직업이 아니면 안 된다는 압박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럴 필요가 전혀 없어요. 또 요즘 사회가 요구하는 건 융복합 인재잖아요. 여러 선택지를 고려해봤으면 좋겠어요. 간호학을 전공하고 치의학전문대학원, 약학전문대학원,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할 수도 있어요. 교수, 보건교사, 산업 간호사, 간호직공무원, 보건직공무원, 보험심사간호사, 제약회사 연구원 등으로 일할 수 있기도 하고요.

간호사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마지막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간호사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늘 해주고 싶은 말은 간호사는 봉사 정신으로만 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니라는 거예요.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이 필요하고 일의 강도도 굉장히 높은 편이에요. 생명과 사람을 다루기 때문에 사명감 없이 하기 힘든 직업이기도 해요. 그런데도 많은 환자를 만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듣고 마지막까지 환자들의 동반자가 되는, 값지고 의미 있는 직업이에요. 다양한 소양과 간호사로서의 실력, 타인을 진심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의지와 일에 대한 열정을 갖춘 간호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