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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전공, 나의 진로

교사이면서 작가? 작가이면서 교사?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이가영

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장소가 학내의 한 카페였다. 사실 기자 본인이 공부하고 있는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선배이기 때문에 그 ‘존재’만은 몇 번 들어서 알고 있었다. 종종 찾아보던 웹툰의 작가를 실제로 만나게 된다는 사실에 조금 설레기도 하였다. 카페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선배의 모습은 <고시생툰>의 작화가 그러하듯 수수하고 아름다웠다. 간단한 통성명을 하고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이가영이고, 작명은 seri입니다. 부산에서 살았고 임용시험을 통해 교사가 되었습니다. 고등학교에서 5년 동안 근무하다가 현재는 휴직하고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작가로서는 처음에 ‘젤리빈 데이즈’라는 작품으로 데뷔를 했어요. 이후 ‘고시생툰’으로 정식 연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현재는 ‘매지컬 고삼즈’라는 웹툰의 스토리 작가를 맡고 있습니다.

작명이 seri 인데 어떤 의미인가요?

이런 거 말해도 되려나. 조금 부적절할 것 같긴 한데. 게임 속 캐릭터 이름 ‘세리카’에서 따온 것이라고만 말씀드릴게요. (웃음)

웹툰 작가로서의 삶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어릴 적부터 만화가의 꿈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그럼에도 사범대학으로 진학한 이유가 있나요?

제 학창시절만 해도 지금처럼 웹툰이 활성화되어 있던 시기가 아니었고, 출판업계의 사정도 별로 좋지 않아서 만화가가 되어도 생계를 유지하기가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리고, 스스로 그림에 재능이 있다거나 잘 그린다고 느끼지도 못했기 때문에, 그래서 차라리 교사가 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국어과목을 좋아하는 편이기도 했고요.

래서 가슴 속 한 구석에는 작가에 대한 열망이 멈추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대학에 입학 후 <고시생툰>으로 인기를 많이 얻었는데, 이것과도 연관이 있을까요?

그렇죠. 마음 한 구석에는 만화를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줄곧 있어 왔어요. 대학 시절 방황을 하다가, 4학년 때 임용시험 공부를 시작했는데 그때 겪었던 도서관에서의 에피소드나 공부하면서 일어났던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낙서 형식으로 그린 뒤에 학내 커뮤니티에 연재를 했었어요. 그것이 ‘고시생툰’의 시초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기분이 좋았죠. 그 뒤에 정기적으로 매주 연재를 하는 방식으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서울대’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닐 텐데, 웹툰 작가로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어떠한 영향을 받으셨나요?

음, 일단 아무래도, 제가 공부나 교육과 관련된 주제로 만화를 그리다 보면, 몇몇 분들은 ‘그래도 서울대를 갔지 않느냐’라고 물으면서, 작가의 이력 때문에 작품에 몰입을 깊이 못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고시생툰’에서도 딴짓하고 노는 장면을 그리곤 하여도 그 장면들을 보면서 ‘하지만 저 사람은 서울대니까.’라고 생각하시는 거죠. 사실 제가 서울대 출신이라고 밝히고 다니지는 않았는데, 아무래도 웹툰 작가로 정식으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학내 커뮤니티에 연재했던 ‘고시생툰’이다 보니까 이런 경우도 발생하지 않았나 싶어요. 교직 생활을 하면서도 아이들 사이에서 이야기가 돌기도 하였고요. 그러다 보니까 어떨 때는 제 사생활까지 인터넷에 공개가 돼서 불편한 점이 있기도 하였지요. 그래도 반대로 생각해보면, 일단 호기심에라도 제 작품을 봐주시는 분들이 있으니까 좋은 점도 있어요. ‘작가가 서울대 나왔대.’라는 생각으로 봐주시다가 나중엔 재미를 찾고 계속 구독해 주시는 분들이 있으면 감사하기도 하죠.

현재 ‘매지컬 고삼즈’라는 웹툰의 스토리 작가를 맡고 계시잖아요.
소위 웹툰 베스트 댓글들을 보면 ‘약을 판다’고 할 정도로 애드리브가 재밌다고 해요.
일상적인 소재들도 재미있게 풀어내시는데, 이야기를 쓰는 영감이나 소재, 표현법 등은 어떻게 얻으시나요?

아이디어 같은 경우에는, ‘매지컬 고삼즈’의 경우에는 고등학교 때부터 구상을 해왔던 작품이기도 하고, 만화 속의 자잘한 개그라든지 표현 같은 것은 그리다 보면 머릿속에서 자연스레 떠오르더라고요. 아무렇지 않게 일상생활 속에서 스쳐 지나갔던 것들을 콘티를 짤 때, ‘아, 이것을 활용하면 어떨까!’라고 생각하면서 자연스럽게 녹였던 것 같아요. 일상의 경험들을 재미있게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게 느껴지네요. 가령, ‘마음의 소리’(N포탈 인기 개그 웹툰 중 하나)의 작가님이라고 해서 매일 매일의 일상이 ‘스펙터클’하진 않을 것이라 생각해요. 일상 속 이야기들을 공상과 더불어 확장해서 해석하는 것들이죠. 대부분의 개그만화가 그러할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스누라이프에서 큰 인기를 얻은 '고시생툰' 이후 네이버 웹툰에 정식 연재하게 된다. (출처 seri 블로그)

 

 

스누라이프에서 큰 인기를 얻은 '고시생툰' 이후 네이버 웹툰에 정식 연재하게 된다. (출처 seri 블로그)

현재 작품은 그림 작가님과 협업으로 연재하는 작품이잖아요. 그러다 보면 연재 중에 피치 못할 갈등 같은 것도 있지 않나요?

갈등이랄 것이 딱히 없어요. 웹툰은 매주 마감 날짜에 맞춰 연재하는 것부터가 힘들기 때문에 갈등이 생길 틈조차 없는 것 같아요. (웃음) ‘매지컬 고삼즈’의 그림을 담당하시는 ‘비완’ 작가님과는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였어요. 그분은 현재 인천에서 교직에 계시고요. 서로 바쁜 까닭에 만나서 작품 회의하기가 힘들어요. 스토리 방향 자체는 사전에 협의를 여러 번 한 일이 있지만 깊이 있게 못한 것이 아쉽긴 합니다. 그리고 저와 작가님의 유머코드나 성격이 워낙 잘 맞는 편이어서 서로가 서로를 잘 이해하곤 합니다. 저도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얼마나 힘든지도 알고요.

웹툰 작가를 전업으로 하시는 분들도 많은가요? 웹툰 작가로서의 삶이 궁금합니다. 하루를 보내는 시간이나 생활 패턴 등은 어떠한가요?

작가를 전업으로 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죠. 웹툰 작가는 우선, 매주 마감을 총천연색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작화 보조 작가들이 옆에서 도움을 주고 있어도 굉장히 힘든 작업이죠. 그래서 밤샘 작업도 많이 하다보니 마감 스케줄을 맞추기가 힘든 점도 있어요. 혼자 오래 작업을 하다 보면 정신적으로 힘들어질 때도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유명해지지 않으면 수익을 얻기도 어렵죠. (웃음) 그래서 작가가 그리고자 하는 목표와 스케줄 사이의 타협을 할 때도 많습니다. 힘든 과정들이죠. 그래도 자기가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린다는 점이 좋고요. 보통 웹툰 작가를 전업으로 하면 일반 직장인들과 달리 출퇴근의 개념이 없기 때문에 그러한 점은 조금 편하다고 생각은 듭니다. 다만, 저는 교직에 있었을 때 연재 제의를 받았기 때문에, 오히려 대학원 첫 학기를 다니고 있었을 때가 시간적 여유가 조금 있었네요.

아까 웹툰은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리는 점이 좋다고 했는데,
선배님께서는 웹툰을 통해 나타내고 싶었던 이야기나 어떤 주제 같은 것들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우선 현재 연재하고 있는 ‘매지컬 고삼즈’의 경우에는 크게 두 가지를 말하고 싶어요. 하나는 교육과 관련된 이야기예요. 한국의 교육 현실을 마법소녀에 빗대어 표현하고자 했어요.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보면, 가족과 소원하게 지내는 학생들이나,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빡빡하게 교육을 시킨다거나 하는 모습들이 나와요. 가전적인 이야기이지만 실제로 존재하기도 하는 모습이기도 해요. 그러한 점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어요. 그리고 만화 속에서 인물들이 미래의 자신들과 맞닥뜨리게 되는데, 그랬을 때 과거의 자신을 변화시키고 싶겠는가 하는 물음을 던지고 싶었어요. 이것 외에도, 학교나 학원물 등을 좀 더 만들어보고 싶어요. 예를 들면, 일진 학생들 이야기? 물론 저는 일진이었던 적은 없지만요. (웃음) 아니면 학생들에게 국어지식을 좀 더 쉽게 알려줄 수 있는 만화 작품도 하고 싶습니다. 예전에 고전시가를 내용으로 한 만화책을 출판했었는데, 이외에도 문법이나 다른 국어 분야에서도 만화를 그리고 싶습니다.

선배님께서는 웹툰 작가이기도 하지만 교직에서도 생활을 했잖아요. 교직 생활에 대해서도 말씀해 줄 수 있나요?

사실 저는 고등학교에서 5년간 재직을 하였는데, 이미 고등학생들은 ‘완성된’ 느낌이 들어서 제가 영향을 준다거나 할 수 있는 영역이 별로 없더라고요. 가령 학생이 처한 어려운 일들에 대해서 교사가 할 수 있는 범위가 한정되어 있고요. 그러다보니 한계를 느끼게 되는 부분이 있었어요. 예를 들어 웹툰 ‘복학왕’을 보면 ‘봉지은’이라는, 아무것도 잘하는 것이 없고, 모든 것을 놓아버리는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이런 학생들처럼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들을 많이 느꼈어요. 그래서 학생들을 이끌어간다기보다는 그저 방향을 제시하는 정도의 역할로서 교사 생활을 보냈던 것 같아요. 제 성격상 교직 생활에서 보람을 느꼈던 적은 사실 별로 없었어요. 굳이 하나 꼽자면 고전문학 수업을 할 때 그 내용을 만화로 그려서 가르쳤던 적이 있는데, 학생들이 그 수업을 듣고, 저 덕분에 고전문학이 재밌어졌다고 했을 때는 기뻤던 기억이 있습니다.

웹툰 작가로서의 생활이 교직에 도움이 된 경우도 있겠죠?

네. 웹툰 작가와 교사의 공통점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한다는 측면에 있는 것 같아요. 방법론적인 공통점이 존재하는 것이죠. 둘이 합쳐지면 시너지 효과가 나기도 해요. 가령,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내용을 만화로 쉽게 풀어내서 설명할 수도 있고요. 반대로, 학생들과 겪었던 일들을 만화로 풀어낼 수도 있고, 학생들이 피드백을 보내오기도 하면 학생들의 이해도가 이정도 쯤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것을 반영하고 고려하기도 합니다.

 

작가와 교사의 공통점은 이야기를 쉽고 재밌게 전달한다는 점입니다.

 

 

작가와 교사의 공통점은 이야기를 쉽고 재밌게 전달한다는 점입니다.

이 인터뷰의 주 독자층이 고등학생인데, 사범대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과, 만화가를 꿈꾸는 학생들을 위해 각각 한 말씀 해주세요.

우선 사범대학을 꿈꾸는 학생들에게는, 교사를 꿈꾼다면 일단 열심히 공부하라는 말을 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현재 자신 주변의 친구들을 여러 명 돌아보려는 노력도 했으면 좋겠어요. 실제 교직 현장에 나가게 되면 자신이 이전에 생각지 못했던 여러 아이들을 만나기 때문에, 자신과 잘 맞든 맞지 않든 간에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려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대학에 진학해서라도 대외 활동이나 봉사 활동 등을 통해서 여러 유형의 학생들을 접하고 생각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합니다.
만화가를 꿈꾸는 학생들이라면 아마 대부분 진로 때문에 부모님과 갈등이 많을 거예요. 또 자신의 능력에 대한 회의감을 가질 수도 있죠. 하지만 일단 그림을 그리면서 도전을 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만화가가 ‘되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그리고 싶은가’가 먼저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지금부터라도 정기적으로 마감 일자를 스스로 정해보고 그에 맞춰 만화를 그려보면서 스스로의 능력을 가늠해보고, 자신이 만화가의 적성에 맞는지 스스로 느껴보도록 했으면 좋겠어요. 요즘에는 웹툰 페이지들에 ‘도전만화’와 같은 공간이 많으니까, 정말 만화가가 되고 싶다면 생각만 하지 말고 직접 실천에 옮겼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만화과로 대학 전공을 삼지 못했더라도, 일반 대학에 갔더라도, 혹은 대학을 안 갔더라도 다양한 세상과 삶을 마주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만화는 기본적으로 공감대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만화 자체에만 빠져들다 보면 현실에 대한 관찰력이 부족해지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만화만을 연구하고 만화를 그렸다는 것이 드러나요. 그렇게 하지 말고, 직접 자기 눈으로 세상을 보면서 스스로 생각한 것을 표현하려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는요?.

일단, 내년에 현재 연재 중인 작품을 무사히 마감하고 싶고요. 그 뒤로는, ‘샘터’라는 잡지에서 만화를 짤막하게 연재하려고 합니다. 그 뒤에는 차기작이 분명히 정해지진 않았지만, 어쨌든 만화는 계속 그리려고 하고요. 대학원에서 열심히 공부도 할 예정입니다.

인터뷰가 끝난 뒤에도 몇 분간 선배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생 선배로부터, 한 사람의 작가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선배의 만화는 그 이야기가 독특한 맛이 있는데, 그것이 인터뷰를 하면서 사용하시는 단어나 표현에서도 잘 느낄 수 있었다. 역시 재미있는 작가는 그 재미가 스스로에게 체화(體化)되어야 하는 것 같다. 교사이면서 만화 작가, 만화 작가이면서 교사 무엇이 맞는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지금 대학원에서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모습이나 만화 속 주제가 모두 교육과 맞닿아 있는 점을 보면 분명 선배의 정체성에서 교육자의 모습은 빼놓을 수 없는 모습이다.

글·사진김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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