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전공, 나의 진로
다시, 함께, 나눔으로 제안하는 소비문화
눈발이 조금 날리는 2월의 한 날에, 동교동을 찾았다.
마냥 한산하진 않지만, 여유가 느껴지는 거리였다.
역을 지나 공원길을 따라 걷던 가운데 약간의 복고 감성으로 적힌 간판의 동교프라자가 눈에 들었다.
거리 분위기와 어우러지는 세련된 음악의 팝업스토어를 지나 계단을 오르자
세컨핸즈인 줄 모를 정도로 정갈한 제품들이 진열된 마켓인유 내부를 볼 수 있었다.
같은 건물 5층, 신촌과 홍대가 내려다보이는 유리창 앞에서
청년을 위한 새로운 소비문화를 기획하는 김성경 대표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에 03학번으로 입학한 김성경입니다. 졸업 후 현재는 세컨핸즈샵인 마켓인유의 대표로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학부생일 때부터 사업의 꿈을 키워 오신 건가요?
어떻게 사업을 시작하게 됐는지 그 배경을 좀 더 들어보고 싶습니다.
제 어렸을 적 꿈은 ‘하루에 30만 원을 벌자’였어요. 별 의미는 없고, 하루에 30만 원 정도면 1년에 1억 정도니까 원하는 일을 하고 살기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대학교를 다니며 과외도 많이 하고, 체육교육과다 보니 시즌에는 테니스 레슨이나 스노우보드 레슨 등을 하기도 하면서 여러 경제활동을 했고, 돈을 버는 꿈이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진 않았어요. 그 중에서 제가 원래 중·고등학교 때부터 오토바이에 관심이 굉장히 많았는데, 대학교 입학 후부터는 중고 오토바이를 사고파는 업자로 일하기도 했어요. 당연히 타는 것도 좋아했었는데, 대학교 3학년 때 교통사고가 한번 크게 난 거예요. 이때 비장이라는 장기가 파열되는 사고를 겪었고, 군대를 가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군법상 장기를 적출하면 면제가 되는데, 적출 수술을 받지 않고 복원적 치료를 받을 경우엔 군대를 가야 하더군요. 제가 대학교 입시를 4수를 했는데, 남들보다 늦게 들어온 만큼 당연히 군대도 비교적 늦은 나이에 가게 됐죠. 기왕 28살에 입대하는 참에 좀 더 의미 있게 군 생활을 보내고 싶어 여러 길을 찾아보다가 한국국제협력단(KOICA, Korea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 제도를 통해 스리랑카에서 복무를 하게 됐는데, 이 시기가 제 터닝 포인트 중 하나가 되었어요. 스리랑카는 인도의 밑에 위치해 있고 그 위치랑 모양 때문에 인도의 물방울이라고 불려요. 실제로도 묘사하자면 좀 깨끗한 인도? 대자연과 여유가 넘치는 곳인데, 할 게 많이 없다 보니 이곳에서 책도 많이 읽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톨스토이의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읽으며 한 번 사는 인생인데 매일 30만 원씩을 버는 것이 제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삶의 가치적인 면을 재고하게 되더군요. 그렇게 30살의 나이에 제대한 뒤 돌아와, 사업적인 면과 사회적 가치 모두를 고민하면서 자하연에서 벼룩시장을 시작했습니다. 평소에 대학생들이 너무 과시적인 소비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서로 안 쓰는 물건을 나누며 각자 필요한 것을 얻고, 일면식이 없는 사람들끼리 교류하는 기회까지 마련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거죠. 그게 지금 마켓인유의 전신인 스누마켓이었습니다.
와, 그래도 아직 대학생일 때부터 이렇게 사업적인 기획을 해왔다는 점이 대단하네요.
혹시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것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일단 스누마켓을 열기 전의 활동들은 지금도 모두 학생 신분으로 하고 있는 경제활동이에요. 과외를 매일 하는 것이 아니듯이, 오토바이를 중고로 사서 타고 다니다가, 온라인에 올려놓고 구매자가 생기면 판매를 하는 정도의 일들이었죠. 서울대가 또 오토바이 수요가 많아서.
아, 공대생들이 많이 샀을 수도 있겠군요.
네, 공대생들이 많이 사기도 했고(웃음). 애초에 저 본인의 사업에 대한 꿈이 항상 있었으니까요. 학내 벤처 창업 동아리도 했었고 체육교육과 내에서 장터 행사 등을 할 때 행사 기획과 예산 관리 등을 담당하는 소위 장터책(책임자)을 뽑는데 거의 이를 도맡아 하기도 했어서, 사업과 학업은 충분히 병행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첫 마켓인유 지점을 학교 내에서 시작하셨어요. 저도 오며 가며 보고 들러보기도 했고, 아로리에서도 교내 명소로 취재한 적이 있는데, 어떻게 하게 되신 건가요?
지금도 여전히 학기 중간이나, 축제 기간 때 장터가 활발한지 모르겠지만, 저 때도 자하연 앞에서 장터를 열고 학생들끼리 먹거리를 팔거나 하곤 했었어요. 그런데 막상 축제에서는 대부분 외부업체가 들어와서 자릿세를 내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학생 주도의 소비문화가 자리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학교 안에서 벼룩시장 형태로 학생들이 직접 물건을 사고파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는데, 점차 마음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자연스레 커지게 됐죠. 저 역시 혼자서 이를 키워나가는 것엔 한계가 있었고, 더욱 현실적으로 이 문화를 유지하고 구현하기 위해서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게 됐어요. 학생들로부터 시작된 만큼 그렇게 2013년 국내대학 최초로 캠퍼스 내에 공동체형 중고마켓인 ‘마켓인유’가 들어섰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학교 안에 공간을 얻어내는 것이 사실 보통 일은 아니에요. 저도 기획부터 실현까지 거의 3년 정도가 걸렸습니다. 우선 마켓인유 모델을 설명하고 학교를 설득하기 위해 두 가지 방향으로 접근을 시도했는데, 하나는 서울대학교의 업체와 시설들을 관리하는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을 통해 접근했고, 한편으로는 바로 당시 학생처장님께 연락을 취했어요. 아 물론 무작정 연락을 드린 건 아니고 체육교육과 강준호 교수님께 계획을 말씀드렸었는데, 학생처장님께 소개를 해주셔서 찾아뵙게 되었죠.(강준호 교수님의 인터뷰 역시 아로리의 추억의 서울대 코너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그렇게 열심히 아래로부터와 위로부터의 교점을 만들어나가며 설득에 설득을 거쳤는데, 그 사이에 학생처장님이 바뀌시게 된 거예요. 그래서 다시 1년 정도 설득을 거쳐서 결국 언어교육원 지하 1층에 자리를 얻어낼 수 있었습니다.
학교 안에 입점하는 조건은 어떻게 되나요?
업체가 들어오는 방식에 2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순전히 자본주의의 논리에 따른 입찰 방식(경쟁 계약). 그리고 다른 하나는 목적사업. 입점하는 업체의 취지에 따라서, 공익적인 가치가 있다고 하면 수의 계약을 맺는 경우죠. 마켓인유는 당연히 수의계약을 맺고, 경쟁 입찰보다는 저렴한 공간 사업료를 내는 조건으로 입점했어요. 2013년도에 시작해서, 작년인 2019년도까지 유지가 되었습니다.
그렇군요. 시작하게 되는 과정에도 여러 곡절이 있었네요.
현재는 학교 지점이 퇴점하고, 홍대 입구와 망원역, 학동 지점이 운영되고 있어요.
네, 아쉽지만 작년에 여러 고민을 거쳐 학교를 빠져나오게 됐습니다. 우선 학교 안의 공간은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고, 아무래도 학기에 따라 유동 인원의 변화가 크다 보니 방학 시즌에 유지하기가 매우 어려웠어요. 손님이 많이 찾지 않더라도 매장엔 항상 2명 이상의 사람이 상주해야 하니까요. 서울대학교가 위치상 외부인들이 접근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있었고요. 과감하게 의미 있는 첫 매장이었지만 철수를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마켓인유를 비롯해 여러 새로운 모델들과 사업개혁을 준비하고 있는데, 학내 공간을 나온 것이 여러모로 아쉽게 느껴지기도 해요. 꼭 매매를 통한 수익 창출이 아니더라도,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공유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여러 문화 활동을 이끌어나가는 대안공간으로 매장을 활용할 수 있었을 것 같거든요. 여전히 학생들을 비롯한 청년들로부터 문화의 혁신을 일궈나간다는 기치를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공유 커뮤니티를 형성해나가고 싶다 하셨는데, 마켓인유의 첫 모델이 공동체 중고 마켓이라고 하셨던 기억이
나요. 혹시 기존의 중고장터와 차이점이 있나요? 있다면 차별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가요?
당근 마켓이나 번개 장터 같은 중고마켓을 이용해보셨나요? 1대1, C2C(Consumer to Consumer, 소비자 간 거래) 형태의 모델이죠. 그런데 현재의 마켓인유 사업 모델인 C2B2C(Consumer to Business to Consumer)는 사실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되게 흔한 중고 장터의 모델이에요. 개인에게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구매해서 필요한 사람에게 오프라인으로 판매하는 거죠. 처음 시작은 매장을 기반으로 물건의 사입과 판매 모두를 오프라인으로 진행했었는데, 그 과정에서의 피로도가 너무 높고 점차 규모가 커지면서 온라인 사입 시스템을 도입하고 택배로 매입을 받아 학동 물류센터에서 가져오는 식으로 했죠. 하지만 신기하게도 사업을 한 지 7년 정도 되었는데 이렇게 플랫폼 역할을 해주는 중고판매 사업은 동종 경쟁사가 거의 남아 있지 않아요. 결국 기존의 인식과, 시장의 틀을 깨지 않으면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거죠. 저희는 처음 차별 포인트를 중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탈피하는 데 두었어요. 수공예품과 중고 제품을 함께 디피(DP, Display)함으로써 기존 중고샵의 느낌과 다른 분위기를 주고, 철저히 제품을 검수하고 질이 좋은 것만 골라냄으로써 중고 제품의 편견을 최대한 지웠어요. 오늘 공간에 와보셔도 알겠지만 기존의 빈티지샵이나 아름다운 가게와는 느낌이 다르죠. 유명한 편집샵처럼, 이 공간을 이용하는 것 자체가 쿨한 소비가 될 수 있어요. 젊은 층이 와서 공간을 이용하고 세컨핸즈 제품을 살펴보는 것 자체가 자랑할 수 있고 인증할 수 있는 어떤 문화처럼 받아들여지도록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사업의 어트랙션(Attraction)을 이용의 편의성과 제품의 철저한 검수 과정, 말끔한 진열을 통한 품질을 보증하는 것에 두었군요. 이 외에도 현재 동교 프라자의 건물 지하 1층의 공유창고와 지금 인터뷰를 진행하는 카페와 루프탑 등을 보면 계속 새로운 시도들을 하고 계신 것 같아요.
네, 결국 저희의 미션은 소비문화를 바꾸는 겁니다. 재사용 문화, 공유문화의 정착을 통해 자원 재순환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 기존의 마켓인유 사업도 재사용 문화를 확장하기 위한 첫 발걸음이죠. 너무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확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요즘 대두되는 구독 경제나, 모바일 플랫폼을 통한 접근성 확장과 같이, 새로운 시스템을 꾸준히 구상하고 있습니다. 물건을 꼭 소유하지 않아도 렌트하고 함께 공유하는 공유창고모델도 시험 중에 있고, 이를 바탕으로 공유 커뮤니티가 형성된다면 문화를 함께 주도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그 과정에서 트렌드와 매력이 자연스럽게 녹아내려야 하고요. 자연스럽게 자신의 소비를 돌아보고 마켓인유의 소비문화를 경험하며 주체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 중에도 사업을 하고 싶기도 하고, 혹은 사회적 가치를 지닌 활동을 하고 싶기도 하며 많은 고민을 하고 계신 분들이 있을 텐데,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대학생, 혹은 고등학생 시기가 저는 참 많은 것들을 하고 싶은 시기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무엇을 하더라도 다들 좋아 보이고 의미가 되고. 하지만 지금 와서 제가 참 어렵게 깨달은 점이 있다면, 결국 다 가질 수 없고 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어떤 선택을 하는 데 있어서, 내가 지금 무얼 선택해야 할지 모를 때, 그 때 질문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제 생각에 가장 좋은 기준은 뭔가 선택을 하면 뭔가 포기하게 되고, 내가 이를 감내할 수 있을지를 묻는 거예요. 어느 것 하나 포기할 수 없다면 이건 결국 호기심에 불과하게 되죠. 이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해요. 목적을 향한 열정이 있는지. 시간과 자본, 하나를 모두 쏟아서 투자해야 한다면, 나는 그만큼 무엇을 포기할 수 있는지.
그리고 대학교도 결국 선택의 장이라는 점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각자 입학한 전공의 수업이 있을 테고, 그 외 여러 교양 수업들이 있겠죠. 여기에 스스로 제약을 두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대학교에서 제일 좋았던 것은 듣고 싶은 수업과 강연들을 대부분 전공에 구애받지 체험해볼 수 있었다는 것이고, 그 외 여러 다양한 경험을 주체적으로 해나갈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선택지들을 응축하여 빠르게 둘러보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의 장. 그러니 해야 할 것이라는 틀에 갇혀 있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도전하시면 좋겠어요.

동교동을 내려다보며 도전기를 풀어내고, 또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김성경 대표의 모습에서 성공하고자 하는 의미를 보았다.
결과적인 성공이 아니라,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일을 시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한 성공.
사업의 결실뿐 아니라 계속해서 보람과 가치를 함께 추구해 나갈 수 있도록, 도전이 앞으로도 멈추지 않기를 응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