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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전공, 나의 진로

철학과 나와서 뭐 할래?

학부대학 조은혜

철학과를 전공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철학과에서는 무엇을 공부해요?”와 “철학과를 졸업하고 나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어요?”이다. 그래서 기자는 철학과를 졸업한 후 사회에서 일하고 있는 선배님을 인터뷰하고 싶었다. 철학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대학에서 배운 철학이 어떻게 사회에서 활용되는지를 말해줄 수 있는 선배님을 만나고 싶었다. 철학과 교수님께 추천을 부탁하니 주저함 없이 주은혜 선배님을 소개해주셨다. 주은혜 선배님은 자신이 철학에서 관심 있었던 주제 그리고 철학을 공부하면서 익혔던 논리적 사고를 활용하여 검사 일을 멋지게 하고 계셨다.

자유전공학부 주은혜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자유전공학부에 입학해서 철학과와 외교학과를 전공으로 졸업한 후 현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검사로 일하고 있는 09학번 주은혜입니다. 현재 초임 검사로서 각종 범죄를 수사하고 재판을 진행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면 카리스마 있고 냉철한 검사가 많이 나와요. 실제 검사의 모습도 그러한가요?

저도 ‘부당거래’나 ‘더 킹’ 같은 영화를 다 보았는데, 영화와 현실은 정말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실제로 검사는 화려한 삶을 살기보다는 항상 피로를 느껴요. 서류를 꼼꼼하게 보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자리에 앉아서 기록을 읽는 작업을 아침부터 밤까지 계속해야 해요. 매일 밤 11시나 12시 심지어 새벽 1시까지 야근을 하는 건 기본입니다. 주말에도 출근하죠. 저녁 식사로 6천 원이 지원되면 함께 일하는 분들과 샌드위치나 김밥을 시켜 먹거나 구내식당에 가요. (웃음) 영화 속 검사가 냉철해 보인다고 하셨는데, 검사는 어떤 사실을 봤을 때 무엇이 진실일지를 항상 고민하기 때문에 냉철해 보일 수 있을 것 같아요.

검사의 업무량도 변호사만큼이나 많은 것 같아요.
그렇다면 검사 일을 하시면서 보람을 느끼시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범죄를 기소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해악을 걷어냈다는 보람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커요. 최근에 수십 개의 유흥업소가 일반 음식점의 카드 가맹점 명의를 빌린 사건을 다뤘어요. 유흥업소들은 일반 음식점의 카드 명의를 빌림으로써 탈세를 했고, 카드 명의를 빌려준 사람들은 수수료를 받았죠. 그런데 이런 방식으로 유흥업소에서 수백억이 결제됐고, 유흥업소에 카드 명의를 빌려준 사람은 수십억의 수수료를 받았어요. 엄청난 사회적 해악이라고 할 수 있죠. 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관련 장부를 모두 압수하고, 수천 개의 범죄 열람표를 작성했어요. 이 작업이 너무 힘들고 고단했는데, 실제로 이 사람들을 기소해서 죄를 지은 사람들이 실형을 선고받고 범죄 수익으로 수십억이 환수되면 굉장히 뿌듯합니다.

일은 고되지만, 검사로서 느끼는 뿌듯함이 정말 클 것 같아요.
말씀을 듣고 보니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어려운 건 엄청 많아요. 제일 힘든 건 거짓과 싸워야 한다는 겁니다. 수사할 때 모두가 진실을 말해주지는 않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불리한 것은 숨기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죠. 범죄가 일어났을 때 여러 명의 사건 당사자들이 있는데, 당사자 간의 진술이 다르면 누군가 거짓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그 거짓을 걷어내고 진실을 파헤쳐내는 게 어렵습니다. 범죄 당사자들에게 당신이 말하는 게 어떤 점에서 거짓인지를 자꾸 추궁해야 하고, 안 좋은 소리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누군가는 진실을 숨기려고 하는데 자꾸 들춰서 찾아내야 하죠. 이러한 과정이 심리적으로 또 체력적으로도 힘듭니다.

진실을 찾아내는 과정이 정말 쉽지 않군요.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사람이 법조인으로서 일을 잘 할 수 있을까요?

일단 전반적으로 법조계에서는 어떤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사람을 많이 원하고 있어요. 전문적인 분야에서 일어나는 법률문제의 경우에는 법에 관한 지식만으로는 해결하기가 쉽지 않죠. 예를 들면 최근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다룰 때 이에 관한 전문 지식을 가진 의사 출신 검사가 팀에 투입됐어요. 또한 과학 기술 분야에서는 변리사, 조세 분야에서는 회계사로 일한 경험이 있는 검사들이 필요하겠죠. 앞으로 갈수록 법조인에게 전문성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또한 저는 법조인은 사회통념에 맞게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특히 판사나 검사는 국민 전체를 보면서 그 국민들이 각각 겪는 사건들을 처리해야 하는데, 일반 사회의 통념과 동떨어진 생각을 하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배님은 검사라는 직업이 정말 잘 맞으시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검사가 꿈이셨나요?

네. 고등학생 때도 제 꿈은 검사였습니다. 그런데 그때는 왜 내가 검사를 하고 싶은지 잘 몰랐어요. 검사를 하고 싶은 것이 주위에서 멋있다고 하니까 그런 건지 아니면 정말 내가 원해서 그런 건지를 잘 몰라서 그 부분이 항상 답답했어요. 그래서 양질의 교육을 받으면서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탐구할 수 있는 좋은 대학교에 가고 싶었어요. 그런 생각으로 고등학생 때는 학교 공부만 정말 열심히 하면서 지냈어요. 아침부터 밤까지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쉬는 시간에 친구들이랑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웃음) 고등학생 때 공부 이외에 했던 활동은 영어연극동아리와 전국 고등학생 모의재판경연대회에요. 영어연극동아리는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는 게 좋았고 영어를 좋아해서 했어요. 모의재판경연대회에서는 형사 모의재판을 했는데 우연히 제가 검사였어요. 그때는 단순히 재밌어서 해본 것이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내가 흥미를 느끼는 일이 결국에는 내 안에 있는 어떤 잠재력과 관련된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터뷰 사진

선배님은 2009년도에 서울대에 신설된 자유전공학부에 1기로 입학하셨어요.
자유전공학부에 지원하신 이유가 있었나요?

앞서 말했듯이 고등학생 때까지는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몰랐어요. 그래서 대학생이 되어서는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면서 꿈을 찾고 싶었어요. 평생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고민해보고 싶었죠. 자유전공학부는 입학 이후에 다양한 수업을 듣고 난 후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전공 선택도 문과인지 이과인지에 상관없이 할 수 있고, 제가 직접 전공을 설계할 수도 있죠. 또한 자유전공학부는 여러 학과의 교양 과목을 들으면서 다양한 관점에서 사회를 볼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자유전공학부를 선택하면 대학교에 입학한 이후에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면서, 한 분야에 갇히지 않은 자유로운 사고를 할 수 있는 지식인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유전공학부로 입학하신 후 선배님의 학교생활도 궁금해지네요. 특히 외교학과 철학을 전공으로 선택하셨는데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1학년 때는 원 없이 듣고 싶은 수업을 다 들었어요. 물리학, 수학, 컴퓨터와 관련된 수업도 들어보고, 소설을 직접 써보는 수업도 들었죠. 정말 행복했어요. 고등학교 때까지는 딱 필요한 공부만 하다 보니까 제가 다른 분야에 관심이 없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시간적인 제약 때문에 필요한 공부만 해야 했던 거였죠. 대학교 때는 우수한 교수님들을 통해 사고의 외연을 많이 넓힐 수가 있었어요. 여러 수업을 듣다 보니까 내가 재밌는 일을 할 때 가장 잘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 제일 재미있었던 학과를 전공으로 선택하기로 했죠. 저는 외교학과 철학이 제일 재미가 있었고 그래서 외교학과 철학을 전공으로 선택했어요,
특히 철학은 다루는 주제나 학문의 방법론이 재미있었어요. 철학은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는지, 좋은 삶이란 무엇인지 등 굉장히 근본적인 질문을 많이 다루잖아요. 학문은 진리를 추구하는 것인데 철학은 정말 진리에 다가가고자 노력하는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어요. 그리고 철학은 어떤 가설을 세운 다음에 이게 잘못된 가정일 수도 있지 않으냐는 질문을 계속 스스로 해보잖아요. a이면 왜 b가 안 되는지와 같은 논리적 검증을 스스로 계속해나가는 것이 굉장히 흥미롭고 재밌었어요.

선배님은 학문에 대한 열정이 많은 학생이셨던 것 같아요. 그렇다면 대학 다닐 때 기억에 남는 추억은 무엇인가요?

저는 중국 북경으로 교환학생을 갔었어요. 저는 제 사고가 너무 편협하거나 닫혀있지 않을까를 늘 고민했기 때문에 중국 소수민족들이 다니는 중앙민족대학교로 교환학생을 갔어요. 중국에서의 교환학생 경험을 통해 다양한 배경에서 살아온 사람들과 접하면서 그들 안에 각자 어떤 생각이 있는지 들여다볼 수 있었어요. 또 중국 안에 다양한 민족이 있기 때문에 갈등이 있는데, 그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고 화합하는지를 배울 수 있어서 좋았어요. 교환학생 외에도 문학 번역 동아리에서 활동했던 것이 기억에 남아요. 외국 사람들도 한국 문학을 접할 수 있도록 한국 문학을 영어로 번역해서 인터넷 사이트에 게재하는 일을 했어요. 또한 대학생 때 혼자서 책 읽고 영화 보는 것을 정말 많이 했어요.

졸업할 때 가장 고민되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졸업할 때는 진로가 제일 고민되었죠. 결론적으로 로스쿨을 가겠다는 결정을 하는 게 고민이었어요. 그런데 사실 큰 고민은 하지 않았어요. 대학 때 많은 과목을 원 없이 공부해봤을 때 제일 재미있던 것이 인간이 왜 범죄를 저지르는지에 관한 것이었어요. 저는 졸업 논문을 인간의 자유의지에 관해서 썼어요. 어떤 것이 악이라는 것을 알면 그것을 하면 안 되는데 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건,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없는 건지 아니면 자유의지로 악을 저지르는 건지가 항상 고민이 됐어요. 앞으로도 이런 것과 관련된 일을 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또한 범죄가 일어났을 때 그 진실을 밝히는 것이 재밌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큰 고민 없이 제 진로를 정할 수 있었습니다.

철학과를 전공하는 학생들은 졸업 이후에 무엇을 할 것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철학과를 졸업한 이후에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무엇인가요?

제가 생각하기에 철학을 공부한 경험은 모든 분야에 그 경험을 활용할 수 있어서 오히려 무엇을 할지 고민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철학에서는 항상 어떤 주제를 끝까지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사고 훈련, 즉 사고의 근력을 키우는 활동을 하는데 그런 인재는 사회 곳곳에서 필요합니다. 특히 법조인에게는 철학을 공부했던 경험이 너무나 큰 자산이 돼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법조인은 어떤 사안을 봤을 때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그다음에 논리적으로 주장과 근거를 도출하기 때문에 철학을 공부할 때 논리적으로 사고해본 경험이 큰 도움이 되죠. 철학을 공부하면서도 각자 더 관심이 가는 주제가 있을 텐데, 주저하지 말고 그 분야로 나가면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특별히 미래를 계획하고 산 것은 아니지만 항상 저 자신에게 뭘 할 때 가장 즐거운지를 물어봤어요. 그렇게 계속 묻다 보면 좀 더 꿈을 구체화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으신가요?

저는 다른 사람한테 도움이 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어요. 한 명의 검사가 보통 한 달에 100건이 넘는 사건을 처리하는데, 이 사건들에 관련된 사람이 정말 많아요. 어떤 사람에 대한 기소, 불기소를 정확히 판단해야 하는 건 당연하고,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 특히 범죄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검사가 되고 싶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피해자 지원이 될 수도 있고, 범죄 수익 환수가 될 수도 있겠죠. 또한 요즘에는 국제적으로 관련된 문제들도 많기 때문에, 저의 외교학적 지식을 살려서 외교적 문제에 대한 법제 제도 개선 및 정비도 하고 싶습니다.

꿈을 꾸면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고등학생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저의 고등학교 시절을 생각하면 옛날인데도 너무 가깝게 느껴져요. 고등학생 때가 참 힘든 시기지만, 그래도 참 중요하고 행복한 시기라고 생각해요. 그때부터 조금씩 정립되는 가치관이나 모습들이 계속 대학교 때까지 이어지고 남은 삶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되,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구체적인 목표가 설정되면, 그 목표에 필요한 게 무엇인지는 현실적으로 생각을 해야 하는 것 같아요, 목표나 꿈은 정말로 내 가치관과 이상을 좇아서 설정하되, 현실적으로 필요한 것들은 여러 가지를 알아도 보고 자기희생도 해야겠죠. 내 꿈을 위해 참을 건 참아가면서 지내다 보면 그 고통도 나중에는 행복으로 느껴질 것 같아요.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니까요.

로스쿨 입학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이 많습니다. 이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고등학교에서 대학교에 갈 때는 구체적으로 꿈이 없을 수 있어요. 그런데 로스쿨을 입학할 때 돼서는 정말로 내가 로스쿨을 가고 싶은 게 맞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해요. 왜냐하면 로스쿨을 가겠다는 결정은 법조인으로 살아가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남은 평생의 직업을 좌우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남들이 좋다니까 가는 건 아닌지, 부모님 가라니까 가는 건 아닌지, 그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인지를 꼭 생각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다음에 로스쿨을 준비할 때 자기소개서, 학점, 법학적성시험, 외국어 자격증 등 많은 과정이 있는데, 그 과정의 본질을 생각하면서 준비해야 해요. 예를 들어 법학적성시험은 이 사람이 어떤 자료를 읽고 해석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논리적으로 추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를 보는 것인데, 이것이 법조인한테 실제로 필요한 능력이기 때문에 법학적성시험이 시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학생들을 뽑는 대학교가 이 학생이 왜 법조인이 되고 싶은 것인지를 물어보고 싶어서 자기소개서를 받는 것입니다. 이처럼 제도의 본질을 생각하면서 로스쿨 입학을 준비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인터뷰 사진



인터뷰를 위해 자리에 앉았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선배님 손목의 흰 파스였다. 계속되는 야근과 산더미 같은 업무량에 지치실 법한데도, 검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말씀해주시는 선배님의 눈동자는 초롱초롱 빛났다. 선배님은 검사 일을 하면 몸은 고되지만, 범죄자에게 마땅한 처벌이 내려지고 피해자가 보상받는 것을 보면 참 뿌듯하다고 말씀하셨다. 어떤 직업이던지 다 힘든 점이 있겠지만, 그 직업이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일에서 만족을 느낄 수 있다면 그 일을 계속해나갈 힘이 생긴다는 조언도 덧붙이셨다. 주은혜 검사님처럼 대학에서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에서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학생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글·사진서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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