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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전공, 나의 진로

창업에도 나만의 철학이 있어야 해요

자연과학대학 이재윤

기자는 그동안 창업가를 동경해왔다.
자신이 느꼈던 불편함을 그저 감정으로 남겨두지 않고
끝까지 해결책을 찾아 그것으로 이익을 창출해내는 분들이 참 멋있다고 생각했다.
이재윤 대표님은 “수수료 없는 부동산”으로 잘 알려진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를 설립하고, 현재도 대표직을 맡고 계신다.
그래서 집토스 본사를 방문할 때, 떨리는 마음을 감추기 어려웠다.
자리에 앉자 대표님께서 대뜸 기자에게 질문하셨다.
“혹시 학번이 어떻게 되시죠?”
“18학번입니다!”
“저는 언제 졸업할 수 있을지···. (웃음)”

자연과학대학 이재윤

저는 졸업을 하신 상태에서 회사를 운영하고 계신 줄로만 알았습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아직 한 학기가 남았어요. 창업 휴학도 쓰고, 교칙에 있는 휴학은 거의 다 써서 휴학 연한은 끝나가는데. 벤처 창업을 하게 되면 회사를 운영하는 것만 해도 너무 바빠서 학업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거든요. 저랑 같이 집토스를 시작한 동업자들도 더는 학업을 미룰 수 없어서 자퇴를 결정하기도 하고요. 창업 휴학 제도를 보완해서 기간을 더 길게 주면 참 좋겠는데 말이죠. 지금은 창업 휴학 기한이 1년인데, 사실 그 정도로는 좀 부족해요. 한 5년 이상 이렇게 넉넉히 주는 것으로 바꿔야 하지 않나 싶어요.

그런 애로사항이 있었군요. 그럼 창업하신 지는 얼마나 되신 건가요?

회사를 세운 지는 4년 정도 되었어요. 2015년 7월에 개인사업자로 부동산을 개업한 것을 시작으로 해서, 지금과 같은 모델이 되도록 힘을 실은 것은 2017년부터인 것으로 기억해요. 15, 16년은 여러 번 시도하고 실패하기를 반복했던 시기였어요. 얼마 전에는 직원 수가 100명을 넘었죠.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 직원 수를 늘렸고, 오프라인 비즈니스다 보니까 사람이 많이 필요해요. 저희가 앱만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매물 수집, 중계, 고객 응대까지 전부 다 직접 합니다. 그래서 이를 수행할 직원이 많이 필요하죠. 중개사무소도 많이 필요하고요. 현재 13개의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어요.

창업하겠다는 마음은 언제부터 가지고 계셨나요?

고등학생 때부터 창업에 관심은 있었어요. 그때는 스타트업이라는 말도 없었고, 그냥 통틀어 벤처라고 불렀던 시기였죠. 한창 전공과 진로를 고민할 때였어요. 전공은 내가 좋아하는 과목으로 고르면 되는데, 무엇을 해서 돈을 벌지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가 TV에서 중소기업이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판매하는 프로그램을 봤어요. 우리가 기업이라는 말을 들으면 대기업을 떠올리게 되잖아요? ‘보이지 않는 곳에 이렇게 멋진 회사들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대학교 1학년 때는 친구 손에 이끌려서 SNUSV(서울대 학생벤처네트워크)에서 주최하는 ‘스터디 코드’ 조남호 대표님의 특강에 참석하게 되었어요. 2011년 9월이었어요. 사실 저는 12월에 입대가 예정되어 있어서 별다른 생각 없이 듣고 오려고 했는데, 강연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어요. 그 강연을 듣고, 한 학기도 채 안 남았지만 일단 해보자는 마음으로 모임에 나가기 시작했어요. 아이디어 회의도 하고, 비즈니스라는 것도 공부해보고, 실제 시식 코너도 해봤어요. 그 당시 SNUSV는 정말 작았거든요. 그때 카카오톡이 막 세상에 나오기 시작한 때였으니까요. 한 학기 활동부원이 10명도 안 됐죠. (웃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데 우리끼리 벤처를 해보려는 모임이었어요.

많은 창업 아이템 중에 부동산으로 창업하신 계기가 있나요?

그렇게 그해 12월에 입대를 했죠. 군대에 있는 동안 성장을 하고픈 열망이 있었어요. 일병을 달기까지 보통 6개월 정도 걸리는데, 그동안 아무것도 한 게 없는 저 자신을 봤어요. 그런데 막상 개인 시간이 주어져도 무언가를 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공부하기도 좀 그렇고, 영어도 손에 안 잡히고... 데드라인이 주어진 동기 부여가 필요한 것 같았어요. 그러다 휴가를 나와서 우연히 술집을 갔는데, 거기 사장님께서 젊은 공인중개사이셨어요. 군대에 계실 때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졸업을 하고 나서 학교 근처에 술집을 개업하신 거죠. 정말 재미있지 않아요? 그분께서 중개업을 간단하게 알려주시면서 저에게 잘 맞을 것 같다고 말씀하셨고, 복잡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심오한 일이라는 것도 알았어요. 다음날에 바로 책을 사서 복귀했어요. 고민은 단 하루도 안 했어요. 그렇게 공부를 시작했죠. 그런데 이 자격증 공부라는 게 정말 어렵거든요.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나?’ 생각도 했는데, 이왕 시작했으면 시험은 보고 싶어서 아주 열심히 했어요. 이 마음을 하늘도 알아주셨는지 말 그대로 턱걸이로 합격했죠. 그런 아슬아슬한 턱걸이도 없어요. (웃음)
사실 이 자격증을 가지고 창업을 한다는 생각은 못 했어요. 그런데 창업에 관심 있는 친구들끼리 ‘벤처경영 연합전공’이라는 걸 듣게 되었고, 우리끼리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해보다가 자취 경험을 떠올렸어요. 저도 1학년 때 혼자 자취방을 많이 구해봤었고, 팀플하는 친구 4명 중에 저 포함 3명이 자취 경험이 많았거든요. ‘우리가 친구들의 자취방을 조금 더 잘 구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 거죠. 갈증이 있었던 거예요. 집 구하는 것의 힘듦. 왜 이렇게 번거롭게 구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의문. 부동산은 주변에 진짜 많잖아요. 그런데 정작 믿고 갈 수 있는 곳은 없어요. 하물며 커피 한 잔을 사더라도 4000원을 내면 이 정도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믿고 가는데, 부동산은 몇천만 원이 오가는 데도 이런 믿음이 없어요. 믿을 수 있는 부동산을 만들고 싶어졌죠. 그런데 마침 제가 군대에서 딴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떠오른 거예요. 바로 자취방을 구해주는 사업에 뛰어들었어요. ‘도전하는 것이 창업가정신이지.’이러면서. 7월에 종강하자마자 세 명이 각각 200만 원씩 모아 오피스텔을 하나 빌려서 시작했어요.

집토스는 기존의 부동산과 어떤 점이 다른가요?

인터뷰 사진

처음에 시작했을 때는 고객으로서 필요하다고 느꼈던 것들에 대해 생각했어요. 복비, 그러니까 수수료를 안 받는 것은 어떤지 생각을 했죠. 저는 매년 집을 옮길 정도로 이사를 자주 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수수료 내기가 너무 아까운 거예요. 저는 생활비를 제가 벌어서 썼어요. 월세도 제가 내고. 그렇다고 해서 직거래를 하려고 했더니 매물도 없을뿐더러 믿음은 더더욱 안 갔어요. 친구들한테 수수료 없이 중개를 해주던 것이 시작이었죠.
그런데 수수료 없는 부동산이라는 것은 시작 포인트에 불과해요. 궁극적으로 우리가 소비자들에게 유의미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충족해야 할 본질로 세 가지를 꼽았어요. 첫 번째는 수수료, 두 번째는 신뢰, 세 번째는 매물. 이 세 가지를 중개업의 본질로 정의를 내렸고 이것들을 만족하면 우리는 성공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죠. 수수료도 아끼고, 거래를 신뢰할 수 있고, 매물도 다른 부동산에 비해 많으면 고객들은 집을 구할 때 저희 회사의 문을 먼저 두드리게 되거든요. 당연히 우리나라 모든 사람의 집을 구해줄 순 없겠죠. 집을 구하는 사람들이 한 번 찾아볼 수 있는 브랜드로 만들면 된다고 생각해요.
어떤 업(業)에서 차별화를 하기 위해서는 본질이 가장 중요해요. 그것을 다르게 만들면 되거든요. 대표적인 예가 쿠팡이나 아마존이죠. 아마존도 크게 세 가지의 본질을 꼽은 거예요. 저렴한 가격, 빠른 배송, 그리고 everything store라고 해서 매우 다양한 판매 물품들. 현재 전자 상거래 시장에서 아마존의 입지는 상당하잖아요? 저도 부동산 중개업에서 그런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겁니다. 사실 처음부터 본질을 생각하고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그냥 수수료 없는 부동산을 내걸었을 뿐인데, 파급력이 상당한 거예요. 언론에도 소개되고, 부동산 시장에도 꽤나 큰바람을 일으키고. 그래서 저희가 고민 끝에 중개업의 본질을 아까 말했던 세 가지로 규정하고 우리는 운 좋게 첫 번째 본질을 차별화했다고 결론을 내리게 됐죠.

창업 과정이 굉장히 복잡하고, 또 자리 잡기가 쉽지 않다고 알고 있는데,
이것만은 정말 힘들었다고 말씀하실만한 것이 있을까요?

학생일 때는 그냥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얘기해보고 보고서 같은 형식으로 기록하면 끝이에요. 해야 할 일들이 내 손으로 뭔가를 만들기보다 주로 두뇌 회전을 이용하는 것들이죠. 사업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이냐면요, 머리를 쓰던 사람이 현실과 부딪혀야 한다는 것이에요. 물론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을 때 지적 능력이 필요하죠. 우리 회사의 비전을 제시하고, 계획을 말하는 과정에서 경영학적・공학적 지식이 쓰이는 건 맞아요. 이것도 중요해요. 그런데 문제는 투자를 받고 나서 내 손으로 실제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는 거예요. 이 과정에서는 내 예상이나 시뮬레이션에서 벗어난 문제들이 너무 많아요. 사회도 나름대로 이상을 가지고 있지만, 그 안에는 무수히 많은 문제들이 자리하고 있잖아요.
겉으로 보기에는 좋은 회사들도 내부를 들여다보면 곪아있는 문제들이 많아요, 마치 사회처럼. 그렇게 곪은 부분이 견딜 수 없게 되면 ‘펑’하고 터지는데, 문제 원인이 실제 고객이 될 수도 있고 내부 고객이 될 수도 있어요. 대표는 항상 외부 고객과 내부 고객 두 가지 관점에서 생각할 줄 알아야 해요. 내부 고객은 바로 직원들이죠. 직원들을 동업자처럼 대하고, 언제나 동업자처럼 생각해주길 강요하는 것은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에요. 그래서 직원들이 회사에 융합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능력이 중요해요. 새로운 인재를 채용하는 건 다르게 얘기하면 지난달까지 회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던 사람이 갑자기 회사와 깊은 관계를 맺는 것과 같잖아요? 그 안에서 회사는 직원과 바람직한 상호작용을 해야 하고, 비전을 공유하고, 미래를 같이 만들어 나가야 하고요.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예로 들어보면, 대표는 자원과 상황을 고려해서 전략을 다 세워놨는데 내가 컨트롤하는 유닛들은 각자 생긴 것도 다르고 생각도 달라. 여기로 가자고 하면 “안 갈래요”, “돈 더 주세요.” 이러면서 싸우는 거예요. 연애를 하다가 헤어지는 일도 있고요. 이런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내부 고객 문제, 즉 HR 브랜딩이고 상당히 어려운 문제죠. 외부 고객이든 내부 고객이든 포괄적으로 봤을 때 시간을 줄여주거나, 비용을 줄여주거나, 불확실성을 줄여주면 좋겠죠? 그중에서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게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대표님께서는 지구환경과학을 전공하셨지요? 그 전공으로 선택하신 계기가 있나요?

고등학교 때 공부를 잘하는 편이었고, 관심도 많았어요. 흔히 서울대생이면 그럴 것이라고 기대하잖아요. (웃음) 확고하게 정한 진로는 없었고, 그냥 좋아하는 과목을 따라 과를 선택했죠. 그게 수학이랑 지구과학이었어요. 재미있기도 했고, 다른 과목들에 비해서 특출하게 잘했고요. 제가 사실은 반수를 했어요. 처음에는 다른 학교 수학과를 갔거든요. 그런데 전공을 들으면서 내가 정말 행복한지 의문도 들고, 이걸 배워서 내가 이다음에 어떤 걸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이 되더라고요.
고등학생 때도 서울대를 가고 싶어서 수리과학부에 지원했는데, 수시에서 결과가 만족스럽지는 않았고 다른 학교에 갔던 거죠. 반수를 결심하고 나서 어떤 과를 갈지 생각해보다가 지구과학에 자신이 있었으니까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에 들어오고 싶었던 거고. 그때는 아직 아는 게 많이 없는 시기잖아요? 그래서 좋아하는 과목에 따라 과를 정하기도 했고, 또 주변의 의견도 들었죠. 당시에 지구환경과학부와 함께 고민했던 과가 건축학과. 어렴풋한 동경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부모님께서 해주시는 말씀도 들으면서 환경을 공부해보기로 했고 결국 선택한 것이 지구환경과학부였죠.
지구환경과학부 전공들은 수학과 전공보다는 재미있었어요. 그런데 내가 이 학문을 연구해서 돈을 벌 자신은 없는 거예요. 주변에 학문 자체를 좋아하고 그것만 깊게 파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대학원 갈 용기가 안 나더라고요. 이것저것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한 거죠.
사실 비즈니스로 하는 것과 내가 개인적으로 공부하고 싶은 것은 같지 않거든요? 비즈니스는 일시적인 것이잖아요. 커리어는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거니까. 반대로 학문적・교양적으로 평생 공부하거나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 있을 수 있죠. 저는 아직도 제 전공에 관심이 많아요. 읽고 있는 책들이 자연과학에 기반한 것들이고, 전공에서 파생된 분야들을 공부하고 싶기도 해요. 더불어 인류학이나 심리학같이 인간을 이해하는 공부를 하고 싶어요. 지구과학은 지구가 탄생한 순간부터 시작해서 그 위에 생물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공부하잖아요? 이와 관련해서 평생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혹시 공부 말고 다른 활동을 하셨다면 어떤 것들을 하셨나요?

제가 반수를 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1학년을 두 번 다니다 보니까 처음 1학년을 다니면서 겪었던 시행착오들을 겪지 않았어요. 1학년 때는 자유롭잖아요. 그런데 첫 1학년 때는 하고 싶은 것들을 많이 하지 못했어요. 동아리도, 학점도,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항상 애매하게 했죠. 서울대에 들어와서는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고민하지 않고 해보려고 했어요. ‘바운스팩토리’라는 흑인음악 동아리도 했었고, ‘공신’이라는 교육봉사 멘토링 연합 동아리도 했었고요. 아까 말씀드렸던 학생벤처네트워크도 그냥 관심 있어서 해 본 거예요. 과 동기들과 문제없이 지냈고, 학점도 적당히 챙겨가면서 공부했죠. 학교에 다니다 보면 관성을 이겨내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매일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기 쉽거든요. 저는 1학년 때만이라도 그런 관성을 깨보려고 노력했어요. 동아리를 할지 말지 고민이 될 때는 그냥 한 번 해보는 식으로라도. 재미가 있든 없든, 사람들과 친하든 그렇지 않든 적어도 5번은 나갔어요. 뭐 그렇게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친해지기는 하는데. (웃음) 그러니까 저한테 1학년을 2번 경험했던 것은 굉장히 소중한 거죠.
복학하고 나서는 ‘스누버디’라는 외국인 교환학생 버디(buddy) 프로그램을 정말 열심히 했어요. 제가 군대를 카투사로 다녀왔거든요. 영어 한마디 하기도 어렵던 제가 군대에서 미군과 함께 있으면서 영어를 조금 하게 됐고, 영어 실력을 잃고 싶지 않아서 두 학기 동안 스누버디 활동을 했죠. 당시에 저한테 시간이 100이 있었다면, 학업에 30을 쓰고 35에서 40은 스누버디에 썼을 거예요. (웃음) 생각해보면 지금 제가 하는 일과 관련해서 교환학생들 집 구하는 게 정말 어렵다는 걸 옆에서 본 셈이에요. 그 친구들은 기숙사에 떨어지면 진짜 답이 없어요. 학교에 오기도 전에 문제가 생기는 거예요. 부동산 중개업자들 중에 이런 교환학생들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간혹 있거든요. 현재 집토스에서 외국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그런 경험에서 나온 거죠. 만약 제가 버디를 하지 않았다면 시장 자체를 몰랐을 거예요. 고객 입장에서 봤으니까 생각을 할 수 있었어요. 스티브 잡스가 ‘connecting the dots’를 얘기했었는데 제가 겪어왔던 경험들이 이어져서 지금까지 온 것 같네요.

대표님께서 생각하시는 자신의 대학 시절 모습은 어땠나요?

학업에 몰두하는 학생은 아니었어요. 성적도 그냥 중간 정도 받았던 것 같고. 학점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일찌감치 판단했죠. 성장하고 싶은 마음은 강했는데, 그걸 학점으로 표현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자기 정당화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고등학생 때 점수에 연연하고 치열하게 공부해서 서울대에 왔잖아요? 대학에 와서까지 점수를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고, 제 길을 찾고 싶었어요. 물론 그래도 그 길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까지는 공부했죠. 혼자 생각에 몰두하거나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는 데 시간을 많이 썼던 것 같아요.

그럼 대표님께서는 창업과 전공이 얼마나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전공과 관련이 있는 직업이라는 말 자체가 상당히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어떤 분야를 깊게 연구하는 직업들은 전공이 중요하게 쓰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아요. 회사는 눈에 보이는 부분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 훨씬 중요하거든요? ‘빙산의 일각’이라고 하죠. 집토스라는 회사를 규정하는 것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 아주 커요. 그리고 그 뿌리에 자리하고 있는 것은 창업자, 대표이사의 철학이에요. 저도 그걸 함양하려고 노력하는데, 이러한 철학을 가꾸는 데 있어서 자신에게 누적된 전공 공부, 그것으로부터 생긴 가치관이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전문직을 제외하면 업 자체에서 전공을 직접적으로 이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 전공을 이용할 수단으로 보는 것은 더더욱 어폐가 있는 것 같아요. 전공은 나만의 철학을 만드는 데 의의가 있다고 봐요. 그 위에서 커리어를 쌓아가는 거죠. 자신의 밑바탕을 탄탄하게 하는 목적으로 전공을 공부하는 것이 필요해요.

요즘 창업이 굉장한 화두가 되고 있는데요. 혹시 대표님께서 생각하시는 창업의 성공 조건이라고 할까요?

조건이라는 말에 살짝 고개를 갸웃하게 되네요. ‘운칠기삼’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야후 창업자 제리 양(Jerry Yang)도 얼마 전에 한국에 와서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면 운이 70퍼센트는 작용한 것 같다고 이야기했어요. 인생에서 운에 좌우되는 일이 되게 많아요. 일단 타고나는 것도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들이잖아요. 신체적인 능력이나 살아온 환경 등등 모든 사람이 절대적으로 평등할 수는 없거든요. 저는 다름을 인정했을 때 마음이 편해졌고, 그런 생각을 저의 첫 번째 철학으로 가지고 있었어요. 운의 영향을 받지 않는 부분 중에 학벌이나 직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절반 정도인 것 같아요. 이런 것들보다 동료든 배우자든 누구를 만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봐요. 회사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개인보다 조직이 잘되어야 하고, 배우자 유무에 상관없이 좋은 가정을 꾸리고 평생을 살기 위해서는 곁에 누가 있는지가 중요하겠죠. 그런데 생각해보면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결국에는 운의 영역 아닐까요? 내가 노력으로 컨트롤할 수 없는 부분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인정해야 해요. 결과는 하늘에 맡기는 거죠. 나는 그저 후회 없이 노력해보려는 자세를 가지는 게 바람직한 것 같아요. 안 된다고 자책할 필요도 없고, 잘 된다고 다 내가 이룬 것처럼 자만할 것도 없고.

이 글을 고등학생들이 주로 읽게 될 텐데요. 창업을 꿈꾸는 학생들이 지금부터 가꾸면 좋을 역량은 무엇일까요?

책을 읽으면서도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생각하는 것? 생각을 많이 하는 연습을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도 매일 노력하는 부분이거든요. 인생에서 관성이 정말 무서운 것임을 깨달아야 해요. 관성, 그러니까 습관을 좋은 방향으로 깨기 위해서는 아주 많은 고민을 해야 해요. 책을 읽으면서 계속 생각하고 고민하는 연습을 하는 거예요. 다들 책을 읽으라고 말해요. 부모님도 그렇고, 청소년 권장도서도 엄청 많잖아요. ‘왜 책을 읽어야 하는 거지?’라는 질문에 계속 답을 찾아보는 거죠. 저는 이 질문에 거꾸로 작가를 생각하면서 답을 찾아갔어요. 작가도 창작하는 사람이죠? 기업가랑 유사해요. 어떤 글을 작성할 때, 콘텐츠를 구상하고 그것을 글로 풀어내는 데 상당한 내공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책의 수준이 100이라고 한다면 그것을 쓴 사람은 300 이상의 내공을 가지고 있어야 해요. 이것도 앞서 말했던 빙산의 일각과 같아요. 막상 제가 글을 써보려고 하니까 정말 어렵더라고요. 말하는 것과 글을 쓰는 것은 달라요. 글로 쓰면 내가 내용이 변하지 않는 내용인지 계속 고민하게 돼요. 내가 써낸 생각이 내일, 혹은 몇 년 후에도 바뀌지 않을지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수준 높은 책의 뒤에는 그 분야에 있어 거의 통달한 경지에 이르렀다고 할 만한 작가가 있는 거고, 저는 책을 통해서 그분의 인생을 겉핥기라도 할 수 있는 거잖아요. 내가 롤모델로 삼을 수 있는 사람들이 남긴 기록이 이 세상에 이렇게나 많은데, 아이스크림처럼 골라서 볼 수 있는데도 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면 부끄러운 것 아닐까요? 그래서 저도 시간을 쪼개서 책을 꾸준히 읽으려고 해요. 책의 내용 전부를 받아들일 필요도 없고, 중간에 지루하면 덮어두고 다른 책을 봐도 좋아요. 책과 친숙해져야 해요. 추천도서는 청소년의 관점에서 선정한 책이 아니기 때문에 결이 상당히 거칠 수도 있어요. 이 책이 좋으니까 읽으라고 강요를 하게 되면 오히려 흥미가 떨어지겠죠. 그보다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먼저 깨닫게 하고, 그리고 나서 원하는 책을 마음껏 읽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아까도 말했지만 전공, 직업 이런 거 신경 쓰지 말고 나만의 철학을 가지는 게 중요해요. 어떻게 보면 성공한 사람은 철학자예요. 무언가를 이뤄가는 과정에서 내∙외부적으로 온갖 풍파와 질타에 시달리게 되거든요? 그럼에도 흔들리지 않아요.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른 것이 아닌, 굳건한 자신만의 줏대를 건강하게 가져가야 해요.

대표님께서 꿈꾸시는 앞으로의 집토스는?

부동산 중개업을 A부터 Z까지 저희 손으로 발전시키는 회사가 될 거예요. 집을 구하는 사람들이 불신으로 인해 갖는 걱정 없이 믿고 방문하고 사용할 수 있는 부동산을 만드는 거죠. 마치 ‘스타벅스’처럼 어느 지역에서든지 집을 구할 때 집토스를 찾도록.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부동산 중개 과정 자체를 효율적으로 만들고 싶어요. 중개업에서는 고객도 불편하지만 중개사도 엄청 힘들거든요? 기술로 대체할 수 있는 부분들은 바꿔가며 비효율적인 과정을 줄여서 고객과 중개사가 모두 편리한 중개 과정의 이상을 실현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예요.

인터뷰 사진
글·사진전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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