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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전공, 나의 진로

미술교육의 가치를 세상으로 전해요

미술대학 조소과 이호임

‘내 꿈은 체리나무’라는 제목의 패턴 디자인은 전문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이 패턴은 보육원 등 시설에 있는 아동에게 미술교육을 제공하고
그 과정에서 아이들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디자인으로 담아낸 것입니다!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디자인으로 세상에 펼치는 일에 앞장서고 있는
이호임 선배를 만나 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미술대학 조소과에 11학년도 입학하고 졸업 후에 미술교육 대학원에 17학년도에 입학한 이호임입니다. 순수미술을 전공하다가 미술교육으로 전공을 바꾸어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어요. 대학 때 지역의 아동센터나 미술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던 경험이 있었는데, 졸업하자마자 이와 관련된 일을 하게 되었어요. 그 과정에서 ‘에이드런’을 만나고 이곳의 일이 저와 잘 맞아 대학원 진학 시 미술교육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순수미술을 전공했기 때문에 미술교육에 대해 경험적으로는 알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배우고 싶었어요. 미술교육 교육과정을 짜도 실제로 어떻게 적용하는 것인지 익숙하지 않았고 일을 하면 할수록 내가 미술이나 교육에 대한 가치관을 조금 더 바르게 쌓아야 한다고 많이 느끼기도 했어요. 또, 내가 생각한 미술교육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해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술의 가치를 전달하고 싶어서 대학원에 진학 했어요. 앞으로 미술교육의 방법론이나 다른 사례를 좀 더 깊이 있게 배우고 싶었어요.

패턴 디자인 ‘내 꿈은 체리나무’ 패턴 디자인 ‘내 꿈은 체리나무’

‘에이드런’은 어떤 곳인가요?

제가 운영하는 스타트업 회사예요. 디자인과 예술교육을 담당하는 브랜드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네요. 3년 전부터 친구들과 함께 창립멤버로 동업하게 되었어요. 시작은 아동양육시설에서 생활하는 아동에게 미술교육 봉사활동을 펼치며 아이들의 이야기나 아이들이 직접 만든 제품으로 상품을 만들어서 판매하고 다시 교육현장에 환원하는 프로젝트였는데, 지금은 그들의 이야기로 패턴을 디자인하고 조금 더 전문적으로 상품을 판매해서 아이를 위해 사용하고 있어요. 저는 예술교육 파트를 담당하고 있는데 제가 가진 시각과 ‘에이드런’의 목표가 잘 맞아서 함께 성장하고 있고 제 진로 분야인 미술교육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미술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미술의 가치를 다양한 방법으로 나눌 수 있어서 좋아요.

디자인과 예술교육이 하나로 이루어진다는 것이 정말 참신하네요!

‘에이드런’의 대략적인 사업 과정은 예술교육을 실시하고, 이로부터 디자인 영감을 얻어내고, 제품을 만든 뒤 그 수익을 다시 교육에 환원하는 순환구조입니다. 이를 통해 아이들에게 지속적으로 예술교육을 제공하면서도 그 가치를 담은 디자인상품을 판매할 수 있어요. 현재는 두 분야 모두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서 팀별로 전담하는 업무 내용을 세밀화해서 조금 더 전문성을 추구하며 각자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물론 전문성을 위해 분업해서 일하긴 하지만 소통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창립멤버가 친구 사이기 때문에 소통하는데 어려움이 없기도 하고,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와도 소통을 우선시하다보니 조직의 시너지효과가 잘 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럼 현재 일을 하며 배우는 것과 추구하는 일의 방향성이 같은 것이군요!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그저 봉사활동으로 시작한 일이었는데, 어느 순간 프로젝트가 사업이 되고, 또 친구들과 함께 같은 목적과 가치로 무언가할 수 있었다는 것이 즐거웠어요. 그 과정에서 평상시 제가 관심 있던 부분을 찾고 배움을 시작할 수 있어서 감사해요. 덕분에 마음에서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일을 하면서 또 제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또, 대학원에서 배울 때와는 달리 실제로 일해 보면서 팀원과 협력하여 성장할 수 있다는 점도 참 좋은 경험인 것 같아요. 단점이 있다면 너무 일찍 일을 시작하는 느낌이었어요. 아직 배우는 단계니까요. 많은 경험이나 배움을 쌓은 뒤에 사업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앞뒤 안 가리고 사업에 바로 뛰어들었다는 것? 이 정도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경험이 더 필요할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 처음 일을 하다 보니 여러 어려움에 부딪히고 그를 이겨내는 것도 힘들었죠. 또 사업이라는 영역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고 또 그 일을 완수해야 한다는 점이 좋으면서도 또한 어려운 것 같아요.

아이들의 디자인 작품이 제품으로 변신합니다 아이들의 디자인 작품이 제품으로 변신합니다

다른 진로도 고민했을 텐데 ‘에이드런’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다시 한 번 행운이었던 것은 제가 대학원을 진학하기로 한 시기와 ‘에이드런’을 창업한 시기가 맞물렸던 것이에요. 어떻게 보면 현실적으로 당장 돈을 벌며 안정적인 직업을 가져야 하는 나이는 아니었기 때문에 도전적으로 창업이라는 것에 뛰어들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네요. 전적으로 준비하는 일에 시간을 쏟아야하는 취업과 달리, 공동창업은 구성원끼리 마음만 맞으면 충분히 시간을 나누어 쓸 수 있어서 대학원에 진학하여 공부하면서도 병행할 수 있다는 유연한 장점이 있어서 좋았어요. 시간 조정도 되고 친구들이다보니 가용 시간을 고려해서 서로 배려할 수 있었어요. 정말 솔직히 말하자면 사업에 참여한다는 것이, 아무리 적성에 맞아도 상황에 적합하지 않았으면 힘든 것 같아요. 대학원이 아니라 직업을 얻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더 크게 고민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이 일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가치를 공유해서 성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었어요. 처음에는 미술교육을 전하고 싶고, 디자인을 공유하고 싶은 우리만의 가치를 갖고 시작한 거잖아요. 그 가치가 사람들에게도 필요한 가치인지 판단하기가 어렵더라고요. 멀리서 보면 혹은 친구나 부모님의 시각에서는 좋은 목적을 지닌 일이기에 대단해 보일 수 있겠지만 우리는 이 사업으로 세상 사람들을 설득해야 하는 것이잖아요. 제품으로, 미술교육으로, 그들을 설득해서 디자인 상품까지 판매해야 하는 일이라서 어려웠던 것 같아요. 또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를 전달할 때 주저리주저리 설명할 수도 없고, 모든 걸 다 설명할 수도 없고, 딱 와 닿게 표현하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인 것 같아요. 소비자뿐만 아니라 동종업계에 있는 분들이나 관계자 모두에게 그래야 하는 일이라…. 그래서 현재 ‘에이드런’은 계속 실험하는 단계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3년이란 시간은 스타트업을 하는 데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인 것 같아요. 현재는 내부 구조도 바꾸고 팀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부터 계속 실험하고 개선해 나가는 중이에요. 사람들에게 제품을 판매할 때 미술교육 이야기를 얼마나 할 것인가도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어떤 지점이 사람들에게 많이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는 것인지 꾸준히 반응을 살피고 있어요. 그래도 노력이 쌓이면서 많은 사람들이 점점 더 관심을 갖고 지켜봐주셔서 다행이에요.

학교에서의 경험 중 현재의 삶에 도움이 된 일이 있었나요?

전공이 미술이라 미술에 관심이 있고, 미술과 관련된 일을 하겠지 하는 막연한 고민을 갖고 있었어요. 대학에 와서 가장 어렵고도 좋았던 것이, 갑작스러운 자유였어요. 미술대라 더욱 그랬던 것 같은데, 갑자기 창조하는 과제가 주어졌고,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예술활동이 중고등학교 때와는 너무 달랐어요. 교수님도 매번 세상을 경험해보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해오던 미술은 이게 아니었는데, 갑자기 주어진 자유 때문에 생긴 괴리감을 친구들과 얘기하면서 창작, 자유란 도대체 무엇일까 하며 방황하기도 했었어요. 그때 고민할 수 있었던 것이 제 삶에 의미를 부여해 주었던 것 같아요. 예술이 좋은 것은 나도 알고 모두가 아는데, 전공자 입장에서 예술을 어떻게 하면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예술은 너무 추상적이지만, 나는 예술을 좋아하고 사람들이 예술을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 마음은 졸업하고 나서 더 강해졌고 지금까지 이어져왔어요.

아이들의 꿈이 디자인으로 디자인은 다시 아이들의 꿈을 지원합니다 아이들의 꿈이 디자인으로 디자인은 다시 아이들의 꿈을 지원합니다

또 수업이나 과제에서 함께 참여하는 선생님이나 친구들과의 관계가 중요했어요. 미술대에 와보니 혼자서 할 수 없는 작업도 많았고 그때 여러 일들을 사람들과 함께하던 경험이 현재도 도움이 되고 있어요. 조소과의 특성일 수도 있으나, 정답이 없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어차피 뭔가가 정해져 있는 걸 배우는 것보다, 나만의 무언가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 지를 얘기하는 기회가 많아 좋았어요. 그 고민들이 지금 제가 예술이 뭔지에 대해 고민하고 표현하는데 도움이 돼요. 특히 4학년 때 졸업전시를 하면서 느꼈던 고민이 지금까지도 많은 도움이 되네요. 개인의 예술작품은 삶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어서 그것들이 삶을 살아가는 동안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여전히 새롭고 다양한 영역을 접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은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시작은 단순한 호기심이에요. ‘우주는 항상 저렇게 광활한데, 천문학을 하는 사람들은 저 우주를 다 알고 있겠지?’라는 막연한 흥미에서 ‘어쩌면 그들은 우주를 다르게 볼 수도 있겠구나!’하는 것이 시작이에요. 그래서 책을 많이 읽으려고 해요. 특히 천문학 분야의 책을요. 책을 통해서 지적인 것도 감각적인 것도 확장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오늘은 저게 신기하고 내일은 또 다른 게 눈에 들어와요. 이런 생각은 대학에 와서 작품을 만들며 많이 하게 되었고, 비로소 예술의 매력을 알게 되었죠. 문득문득 생각이 떠오르면 그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흐를 수 있도록 지낸 시간이 좋았어요. 이럴 때면 간혹 조그만 노트에 떠오르는 생각을 적었어요. 일기는 매일 쓰기 귀찮고 해서 노트에는 정말 기록하고 싶은 생각들을 짧게 작성하고 있어요. 날짜, 제목과 함께. 또 최근에 시작하고 있지만 아직 많이 못한 일이 주위의 일상적인 사물을 그리는 활동이에요. 예전에 조그만 노트에 대상이 되는 사물을 정해 그것의 모든 속성을 다 써보기도 했어요. 가끔 진짜 좋은 생각이다 싶은 것은 빠르게 핸드폰에 메모하기도 하고요.

최근에 인상 깊게 읽은 책이 궁금해요!

랩걸(Lab girl)을 읽었어요. 여성 과학자의 이야기인데 그 사람의 자전적 에세이에요. 요즘에 제가 자연과학에 관심이 많아서 무언가를 탐구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흥미로웠어요. 흐름도 흥미롭고 그 사람의 삶이 드러나는 게 재밌었어요. 주인공이 식물학자여서 나무에 대해 속속들이 이야기하는 것이 신기하고, 책을 읽으며 눈이 트이는 기분이었어요. ‘나무들이 이랬어?’하며 뭔가 새로운 이야기를 발견한 기분이 들어서 좋았어요. 실험할 때 사용하는 도구나 기계 사용법까지 매우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는데 정확하게 다 이해했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려워도 참 재밌게 읽었다는 말씀은 드리고 싶네요.

고등학생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지금 인터뷰를 하며 말씀을 나누다 보니 제가 어른이 되고 짧은 시간 동안 정말 많은 것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웃음) 그동안 많이 성장하기도 했다는 생각이 스스로 드네요. 짧으면 짧은 시간이지만 지금까지 많은 생각의 변화를 거치며 나름 어른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어렸을 때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뭔가 대단해 보이고, 멋지기만 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원래부터 어른이 멋진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 속에 하나하나 시간과 함께 쌓인 경험과 지혜가 담겨 있기도 하고 여러 역경을 극복하며 얻는 참 괜찮은 생각들이 어른들의 이야기를 멋지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앞서 소개한 책 랩걸에 나오는 주인공도 저명한 대학교수로 과학 분야 상도 많이 받고, 겉으로는 정말 대단해 보이는 사람으로 등장합니다. 보통 어떤 분야든 주목받는 사람이라면 어릴 때부터 꽤나 유명세를 타는 사람이 많은데 그 책을 보면 주인공이 엄청난 어려움과 인간적인 문제들을 겪으며 이를 현명하게 극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타고난 무엇이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 그들이 걸어온 길이 노력과 시간으로 일군 것이라는 점을 알고 책을 접하면 좋겠네요. 아직은 저도, 여전히 그 아이들(에이드런과 독자여러분)과 같이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진서현 / 사진에이드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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