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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전공, 나의 진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

사범대학 체육교육과 강준호

때로는 짜릿하게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때로는 온 국민을 울고 웃게 만드는 스포츠!
그러나 경기장 뒤편에서 스포츠는 끝나지 않는다.
스포츠는 국제 대회를 통해 외교의 장을 열어주기도 하고,
시청률을 보장하는 방송거리이기도 하며,
기업과 나라를 홍보하는 등 다양한 분야와 연계가 된다.
스포츠 산업이 커질수록 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 분야가 바로 스포츠 경영학이다.
서울대학교에서 스포츠 경영학을 가르치고 연구하고 있는 강준호 선배님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안녕하세요. 강준호입니다. 저는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체육교육과에 86학년도에 입학했습니다. 졸업 후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스포츠 경영학을 공부하고 교수 생활을 하다가 2001년에 모교로 돌아와 체육교육과에서 스포츠 경영, 스포츠 마케팅, 스포츠 산업 등을 가르치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대학본부에서 기획처장으로도 일하고 있습니다.

스포츠 경영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 스포츠 경영은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인가요?

스포츠는 인간이 몸을 움직여서 하는 활동이지요.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는 스포츠의 영역이 이전보다 확대되면서 무대 뒤편에서 일어나는 경영, 행정 업무가 커지고 전문화 되었습니다. 현대 스포츠는 단순히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시합을 하는 것 외에도 기업, 방송사, 지자체, 정부 등 스포츠와 관련 없어 보이는 조직들과 긴밀하게 연계되어 다양한 가치를 창출합니다. 즉, 스포츠 현상이 인간의 신체활동 현상뿐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조직단위의 현상으로 확대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이 양적으로만 커진 것이 아니라 질적으로도 일반 경영학, 행정학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각 조직에서는 스포츠에 대한 깊은 이해와 전문성을 가진 인재와 집단이 필요해졌습니다. 정리하면, 스포츠 경영학은 스포츠라는 무대 뒤에서 벌어지는 조직 단위의 현상을 연구하는 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학 시절부터 스포츠 경영에 관심이 있었나요?

저는 중고등학생 때 음악 시간과 체육 시간이 제일 행복했습니다. 원래는 지휘자가 되는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고등학생이 되면서 음악에는 탁월한 재능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죠. 하하! 그래서 음악보다는 제가 재능을 가진 스포츠 분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당시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지만, 직업적으로 수명이 길지 않은 운동선수라는 직업보다 스포츠와 관련된 일에 머리를 쓰는 일을 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당시 담임 선생님이나 주위에서는 체육을 전공하겠다는 제 진로에 많이 반대하셨지만 결국 체육교육과에 들어왔습니다. 사실 학부를 다닐 때만 하더라도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이나 확신은 없었습니다. 주위에서는 제가 소신지원 했다고 관심이 많았는데 막상 구체적인 진로 목표가 명확하지 않다보니 스포츠 현상과 스포츠학의 본질이 무엇인지 깊게 고민하게 되면서 좀 일찍 성숙해졌던 것 같습니다. 학부생 때는 스포츠를 자연과학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에 관심이 있어서 혼자 자연대와 공대 수업도 수강했고 심지어 우리과 대학원 강의에도 들어갔습니다. 또 스스로 해외저널을 찾아 읽으면서 제가 공부하고 싶은 것을 찾기 위해 꽤나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대학을 졸업하고 서둘러 유학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첫 학기에 비로소 스포츠 경영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스포츠에 대한 막연한 관심이 경영이라는 구체화된 영역으로 길이 잡힌 것이죠. 가만히 제 삶의 여정을 돌아보면 약 10년 단위로 성장해온 느낌입니다. 10대에는 스포츠를 부담 없이 즐기고 좋아했고, 20대에는 대학에 입학해서 대학원까지 약 10년 정도 스포츠를 공부의 대상으로 삼고 매진했으나, 여전히 허전하고 자신이 없었습니다. 교수가 되고 나서도 약 10년의 시간이 지나자 이제야 스포츠 현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연구하고 가르쳐야할지에 대한 제 자신만의 철학과 방향을 명확히 지닐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스포츠 경영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시작할 때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스포츠를 단지 신체활동이라는 관점으로만 바라보던 학부 시절과는 달리 경영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통해 바라보는 것이 처음에는 다소 어색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익숙하던 관점과 경계를 벗어나니 시야가 훨씬 넓어지고 자유로워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과거에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분류해 놓았던 기존의 학문체계에 갇혀 있으면, 빠르게 변화하는 현재와 미래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그 분류체계를 도출한 세상이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게 훨씬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길을 간다는 것은 기대감과 성취감도 있지만, 결코 그 과정은 만만치 않습니다. 새로운 분야는 딛고 올라설 학문적, 현실적 토대가 부족하기 때문이죠. 다행히도 모든 영역에서 기존의 체계와 경계가 무너지는 세계사적 전환기에 들어서면서, 기존 분야, 신생 분야 상관없이 불확실성과 모호함을 극복하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스포츠 경영이 낯선 학문이었을 텐데 이 분야를 어떻게 개척한 것인가요?

제가 학부를 다닐 때만 하더라도 한국에는 스포츠 경영과 관련된 전공도, 과목도, 교수도 없었습니다. 당시는 88올림픽을 개최하던 때라 학과의 구조가 엘리트 스포츠 중심, 즉 어떻게 하면 선수들의 기록을 향상할 수 있을지 연구하는 스포츠 과학과 체육교사를 양성하는 전통적인 체육교육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죠.(참고로, 체육교육학과는 서울대에서 스포츠현상을 다루는 유일한 학과로, 마치 사회학과와 사회교육학과를 합쳐놓은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새로운 것을 찾아 미국으로 유학을 갔는데, 첫 학기에 스포츠 마케팅이라는 수업을 들으면서 ‘아, 이거다!’하고 무릎을 쳤습니다. 20세기의 스포츠 현상이 학교가 주도하는 스포츠 교육의 시대에서, 정부가 주도하는 스포츠 과학의 시대를 거쳐, 시장이 주도하는 스포츠 경영의 시대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 마침 스포츠 경영학 분야가 미국에서도 시작된 지 얼마 안 되던 참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분야를 공부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은사님, 선배, 친구들이 모두 말렸죠. 이 분야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없었으니까요. 그렇지만 저는 별로 겁나지 않았습니다. 제 눈에는 스포츠 현상의 진화과정이 분명하게 보였기 때문에 오히려 주변 사람들은 왜 이것을 보지 못할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때가 90년대 초반이었는데, 국내에서는 세계화를 내건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가 출범하였고, 국제적으로는 미국 주도의 글로벌화가 시작되면서 한국 스포츠도 새로운 시대로 돌입하게 됩니다. 박찬호나 박세리 선수처럼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는 세계적인 스포츠 선수가 등장했고 2002 한-일 월드컵 유치 등으로 스포츠가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할 때입니다. 드디어 90년대 후반부터 국내 대학도 자연스럽게 스포츠 경영이라는 분야의 필요성을 깨닫게 되었죠. 저는 98년에 체육교육과 졸업생 중 처음으로 미국(Univ. of Connecticut)에서 교수가 되었고, 2001년에 모교로 돌아왔습니다. 돌아보면, 제가 개척했다고 말하는 것보다 여러 가지로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대학을 갈 때나, 대학원 전공을 선택할 때 모두 주위에서 말리는 길을 갔네요. 하하!

문화체육관광부와 평창올림픽에서도 자문을 하셨고, DTM이라는 국제스포츠행정가를 양성하는 국책사업도 이끌고 있는 등 굉장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십니다. 이런 활동들을 통해 한국 체육계에 대해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방향은 무엇인가요?

우리나라는 스포츠 강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스포츠 강국이란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나라입니다. 소수의 우수한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육성한 결과입니다. 그러나 성적 지상주의에 매몰된 엘리트 스포츠 시스템으로 인해 ‘공부 안 하는 운동선수’와 ‘운동 안하는 평범한 학생’으로 대변되는 잘못된 스포츠문화가 형성되었습니다. 최근 심석희 선수로부터 시작된 체육계 성폭력 사건들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왜곡된 엘리트 스포츠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로 보아야 합니다. 메달과 순위, 경기 결과를 위해서라면 그 과정에 있던 불의하고 부조리한 일들이 덮어지는 구조였죠. 그동안 한국 사회는 변화했는데 스포츠계는 외딴 섬처럼 고립되어 있었던 겁니다.

앞으로는 스포츠 강국이 아니라 스포츠 선진국을 지향해야 합니다. 스포츠 선진국이란 스포츠 정책의 초점이 국가가 아니라 개인에 맞춰지는 것을 말합니다. 지금까지는 개인을 희생해서 국가의 영광을 이루었지만 이제는 개인의 행복을 위해 국가가 도와줘야합니다. 전문선수, 일반인, 학생, 노인, 여성, 장애인 등 누구나 스포츠를 통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고 성장하면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스포츠 선진국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 시설, 인력 등 제반 여건이 바뀌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인력은 스포츠관련 조직에서 좋은 정책과 전략을 만들고 실행할 스포츠 행정가입니다. 결국 수준 높은 스포츠 행정가가 많이 나와야 스포츠 선진국이 될 수 있습니다. 서울대는 스포츠선진국을 이끌 스포츠 행정리더를 길러내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제가 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DTM(Dream Together Master)은 개발도상국과 국내의 차세대 스포츠 행정가를 양성하는 국책사업입니다. 한국은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바뀐 유일한 나라이자 스포츠 강국으로서, 스포츠를 통해 국제 사회에 기여해야 할 위치에 있습니다. 개발도상국의 스포츠 발전을 돕는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은 그 나라의 스포츠 시스템을 이끌어 갈 차세대 스포츠 행정가를 양성하는 것이라는 믿음으로 DTM사업을 기획하였습니다. Dream Together Master는 스포츠를 통해 더 나은 세계를 만드는 꿈을 같이 꾸고 실현할 수 있는 스포츠 행정전문가를 키우자는 의미로 만든 브랜드입니다. DTM은 Sharing과 Excellence라는 핵심가치를 기반으로 개도국과 한국의 학생(수요자)과 서울대 교수를 포함한 국내외의 세계적인 교수진(공급자)이 만나는 일종의 ‘플랫폼’으로 설계되었습니다. 교수진의 절반이 북미, 유럽, 호주의 저명한 교수들입니다. 2013년에 사업이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총 48개국 130여 명의 졸업생이 배출되어 지구촌 곳곳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DTM에 대한 국제스포츠기구, 개도국, 스포츠 경영학계의 반응이 뜨겁습니다.

자신만의 시선으로 자신만의 삶을 추구하세요 자신만의 시선으로 자신만의 삶을 추구하세요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미래 후배님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자기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살도록 노력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인은 어려서부터 남과의 경쟁, 남의 시선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진하면서 자신을 잃어버리는 삶을 사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린 나이부터 경쟁의 컨베이어벨트에 올라타서 과도한 내신 경쟁, 입시 경쟁에 내몰리다 보면 삶을 타인과의 경쟁관계 속에서만 파악하게 됩니다. 이런 사고의 틀은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도 끊임없이 이어지죠. 직장에서부터 자동차, 집, 자식의 성적까지 모든 것을 남과 비교하면서 사는 불행한 삶의 노예가 되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자신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 아닌, 자신의 시선을 통해 삶을 주도적으로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은 각자 바쁘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여러분의 삶에 관심이 없답니다. 여러분도 그렇지 않으세요? 하하하!

글·사진현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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