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전공, 나의 진로
30년 뒤의 나는 어떤 모습일지 함께 상상해 봐요
‘구글’ 한국 본사 건물에 도착하자마자 권은진 선배가 필자를 안내한 곳은 사내 식당이었다. 매일 다른 음식들로 채워지는 뷔페를 ‘구글’ 직원들과 함께 배불리 먹으니 인터뷰가 더욱 기대되기 시작했다. 서양과 동양의 다양한 식단으로 채워진 음식을 먹으며 여태껏 말로만 들었던 ‘구글’의 아침을 엿볼 수 있었다. 식사를 기분 좋게 마친 후에, 우리는 인터뷰를 위해 회의실로 자리를 옮겼다. 아담하지만 깔끔한 분위기의 회의실에서 선배님과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필자와 마찬가지로 자유전공학부에서 공부한 권은진 선배는 인터뷰가 진행되는 내내 편안한 인상과 명쾌한 대답으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어 주었다. 스스로 ‘인문소통학’이라는 전공을 설계하고 졸업과 동시에 '구글'에 입사하기까지 그리 길지는 않지만 또한 짧지도 않은 선배의 삶을 지금부터 들어보자.
안녕하세요. 선배님. 많은 학생들이 꿈의 회사로 '구글’을 꼽습니다.
선배님은 현재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먼저, ‘구글’을 설명하면 회사는 엔지니어 분야와 논엔지니어 분야가 있어요. 논엔지니어 분야는 프로그래밍 외에 회사 운영을 위해서 필요한 모든 분야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 안에서 제가 속해 있는 곳은 ‘광고세일즈팀’입니다. 혹시 ‘구글’이 돈을 어떻게 버는지는 아시나요? ‘구글’이 내놓는 서비스는 모두 무료일까요?
‘구글’ 광고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여러분들이 가장 익숙한 광고는 아마 유튜브에서 자주 보시는 것들입니다. 또, 웹페이지에서 자주 보이는 배너 광고도 ‘구글’ 광고입니다. 마지막으로 검색했을 때 나타나는 검색 광고까지 총 세 가지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사용료를 내지 않는데도 이 서비스들을 이용할 수 있는 이유는 ‘구글’의 수익 97% 정도가 광고에서 오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구글'은 온라인 광고회사죠. 그래서 저는 광고대행사 분들이 광고를 잘 운영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맡고 있어요. '구글'의 광고 서비스인 에드워즈의 전문가로서 광고주나 대행사 사람들이 원활하게 서비스를 사용하실 수 있도록 최적화 컨설팅을 해드리고 있죠.
하루 일과는 어떻게 보내시나요?
사실 매일매일 달라요. 보통은 9시~10시 사이에 회사에 와서 아침을 먹어요. 그리고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고요. 아침에 미팅이 있는 경우에는 미팅에 참석해요. 없으면 광고주들과 대면하는 것이 주된 업무인 만큼, 채팅이나 전화로 광고주와 연락을 주고받는 일이 많아요. 특히 광고주가 단순히 최적화 컨설팅만을 바라는 게 아니라, 광고 관련 온라인 교육 자료를 요구하기도 해서 이를 위해 해야 하는 일들이 있어요. 아니면 저희 내부적으로도 관련 교육을 계속해서 받아야 해서 교육을 받기도 하고요. 또, 외부로 행사를 나갈 때도 있죠. 그래서 매일 달라요. 그리고 일과는 빡빡한 편인 것 같아요. 여유로울 것 같지만, 매주 달력의 빈칸이 꽉 차는 편이죠. 업무 중의 시간 낭비는 거의 없는 편이고요. 왜냐하면 자기가 제일 일을 잘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에서 일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최적의 효율로 일하게 만들어 주는 게 이 회사의 인사관리방침이거든요. 그래서 출퇴근 시간을 점검하거나 상사가 지시하는 게 아니라 알아서 자율적으로 할 거라는 신뢰를 서로 가지고 있어요. 모두 다 자유로워 보이지만 그에 따른 책임을 많이 느끼면서 일을 하는 거죠.
일을 할 때, 개인의 역량이 드러날 기회가 많나요?
같은 일을 맡았을 때도, 개인의 스타일에 따라 일을 다르게 할 수 있어요. 일에 대한 하나의 원칙이나 방식을 회사에서 만들어 놓지 않죠. 그리고 제가 보고를 하는 매니저는 제 상사가 아니라 코치처럼 저에게 어떤 부분이 필요한지 항상 함께 챙겨주는 역할을 해요. 예를 들어, 올해 업무 성과에 대한 분석을 해오라고 요청을 받았을 때, 분석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거든요. 어떤 사람은 데이터를 매우 많이 뽑아서 그래프를 만들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은 데이터가 아니라 광고주와 교환했던 의견의 내용을 하나씩 분석할 수도 있어요. 결국 주어진 방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각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일할 수 있어요. 중요한 건 목표로 하는 결과물을 분명하게 내놓는 것이죠.
입사할 때 기억나는 것이 있다면?
'구글'의 채용방식이 조금 특이해요. 예를 들어서, 다른 대기업은 공채로 사원을 뽑아서 보통 같은 기수 안의 사람들에게 각각 맞는 자리를 배치해요. 그러니까 들어오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할지 정확히 알 수 없는 거죠. 반면 이곳은 어떤 일을 입사 전부터 명확하게 알려준 상태에서 사원을 채용해요. 예를 들어, 어떤 팀에 어떤 포지션이 남는지 공고가 나기 때문에 자신이 지원할 때부터 무슨 일을 할지 명확하게 알 수 있어요.
지금 일하는 세일즈 파트를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구글'에서는 경력 사원을 뽑는 경우가 일반적이라, 순수한 의미의 ‘신입’을 뽑는 자리가 별로 없어요. 다만 유일하게 제가 일하고 있는 분야가 대학을 막 졸업한 사람들도 많이 뽑는 자리입니다. 사실은 제가 온라인 광고를 무조건 해야겠다는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들어온 건 아니거든요. 면접에서도 말했던 이야기인데, 저에겐 크게 두 가지의 고민이 있어요. 이걸 설명하기 위해선 제가 만들고 싶은 공간을 먼저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네요.
제게는 인문학을 대중적으로 전파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꿈이 있는데, 이를 이루기 위해 어떤 전공을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자유전공학부에 들어가게 되었죠. 전 사학, 미학, 철학처럼 특정한 하나의 분야를 엄청 좋아하는 건 아니었어요. 그러던 차에 서울대학교에서 자유전공학부가 신설된다는 기사를 보고 지원을 해서 첫 입학생이 된 거죠. 제가 고민하는 그 공간을 ‘생각 공방’이라 이름을 붙였고, 그 공간을 만들기 위해 두 가지 고민이 필요했죠. 먼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이야기가 저는 인문학이라고 믿지만, 어떤 콘텐츠가 정말로 필요한 것일까? 두 번째는, 공간이나 조직이 생기면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토대가 필요한데, 전 그게 안정적인 수익성의 확보라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은 공익적인 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수익성과 결합할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첫 번째 고민과 관련해서는 ‘인문소통학’이라는 전공을 만들면서 고민을 이어나갔어요.

두 번째 고민은 마침 ‘사회적 기업’이라는 형태가 활성화되고 있던 시기여서, 그와 관련된 비영리 단체에서 일도 직접 해보고, 동아리 활동도 해보고 컨설팅 인턴도 해봤어요. 이렇게 두 가지 고민을 이어나가다가, 이 일은 3~4년 만에 완성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장기적인 시각에서 접근해야겠다는 걸 깨달은 거예요. 전 아직 인문학에 대한 생각의 깊이도 충분하지 못하고, 제가 모든 인문학의 영역을 강의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관리자 역할이 현실적인 것이라 판단했죠. 그나마도 그게 가능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고, 회사나 시장에 대해 제대로 고민해본 적이 없어서 이에 대해 제대로 배워보기로 결심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회사’라는 공간에 일정 기간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구글'이 바깥에서 보기엔 커다란 혁신 기업이지만, 사실상 엄청난 사회적 기업이거든요. '구글'은 항상 광고로 벌어들이는 수익으로 ‘making the world better’를 실제 가능케 하려고 해요. 그리고 그것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여러 가지 하고 있고요. 그런 프로젝트들은 수익성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이를 보완해 줄 수 있는 회사의 토대가 광고 수익에 있는 것이죠. 제가 생각한 모델이랑 많이 비슷했어요. 안정적인 수익구조가 있고 그 수익을 이용해서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일을 지속하는 회사여서 나중에 제가 회사를 만들든 ‘생각 공방’이라는 공간을 만들든, 배울 점이 꽤 많겠다고 생각해서 이 회사에 오게 되었어요. 길게 얘기했지만, ‘구글’을 지원한 이유는 이렇고, 저에게 가능한 자리가 이것뿐이었다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이 자리에 대한 의미는 들어와서 더 많이 찾은 것 같아요. 들어와서 ‘온라인 광고가 나에게 주는 의미는 뭘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죠. 최근에 새롭게 진행하는 사업들은 대부분 IT기반으로 이루어지는데 IT회사의 대부분 수익은 광고에서 오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광고의 세계를 이해하는 일이 향후 서비스를 시작하든, 사업을 시작하든 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들어와서 되게 많이 했어요.
그러면 입사 후 원래 구상했던 ‘생각 공방’은 변화가 없었나요?
기술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건 맞지만, 사람을 변화시키는 게 이야기라는 건 간과할 수 없다는 걸 여기 들어와서 더 많이 느꼈어요. 실제로 제가 광고주와 이야기를 할 때 ‘이 광고가 이렇게나 좋습니다.’라고 늘 얘기하지만 그것만으로 설득되지 않는 많은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 가장 설득력 있는 게 스토리텔링이에요. 그리고 스토리텔링을 위해서는 사람에 대한 이해가 항상 필요해요. 그리고 ‘구글’도 기술을 만들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게 ‘사용자’거든요. 거기서도 사람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고, ‘구글’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례를 보더라도 ‘사람’이라는 요소에 대해 고민을 그만둘 수가 없어요. 그래서 저는 사람을 움직이는 건 좋은 기술이기도 하지만, 좋은 이야기에 있다고 여전히 생각해요. 이야기를 잘 만드는 공간을 만들고 싶고, 그런 이야기들을 통해 사람들이 더 나은 방향으로 이 기술들을 쓸 수 있게끔 자극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거죠.
회사 업무로 바쁠 것 같은데 ‘생각 공방’은 조금씩이라도 준비 중인지 궁금하네요?
예. 맞아요. 더디지만 준비는 계속하고 있어요. 하지만 부동산을 알아보거나 임대 계약을 하는 그런 식의 본격적인 준비는 아니에요. 사실 저는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지금까지 해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참여했던 프로젝트 중 하나는 라디오 방송을 만드는 것이었어요. 팟캐스트처럼 라디오 방송을 기획해서 초대 손님을 모시고 그 이야기를 들어보는 방송을 회사 밖에서 개인적으로 한 거죠. 사람들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이야기가 제 관심사의 초점입니다.
대학교에서의 공부는 어땠나요? 학교에서의 배움이 많은 영향을 준 것 같나요?
학교에서 배운 게 정말 많아요. 사실 저는 자유전공학부를 굉장히 좋아해요. 그곳에서 배운 게 무척이나 재미있었거든요. 학교 수업도 열심히 들었지만 특히 동기들과 함께 했던 수업들이 좋았어요. 주제탐구세미나나 종합설계 같은 수업, 자유전공학부에서 하는 활동, 그리고 09학번 동기들끼리 모여서 자체적으로 시작했던 여러 일도 정말 많았죠. ‘동아리가 하나도 없는데 이런 걸 만들어보면 어떨까?’라든지, ‘우리 학부를 사람들이 너무 모르는데 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와 같은 고민을 함께 나눴거든요. 자유전공학부가 특히 좋았던 점은 전공이 각양각색인 친구들과 대화하면 나오는 색다른 이야기들이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제가 연애에 대해 이야기하더라도 인문학 전공자와 정치학, 공학을 배우는 친구들은 모두 다른 이야기를 했어요. 그리고 각자 하고 싶은 게 명확하거나 고민이 되거나 이 두 부류로 나누어져 있었거든요. 명확한 친구들끼리는 왜 그게 명확한지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어요. 그래서 그런 학교 활동이 좋았어요. 그리고 학교 안에는 정말 좋은 수업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그런 수업들을 들을 때도 굉장히 기분이 좋았죠.
그러면 학업 말고 열정을 쏟은 활동은 또 어떤 것이 있을까요?
수업 말고 열의를 가지고 했던 일은 지금은 ‘인액터스’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동아리 활동이에요. 제가 아까 말했던 두 번째 고민할 수 있는 기회였던 거죠. 저는 ‘비즈니스가 사람을 변화시킬 힘이 있을까.’가 너무 궁금했어요. 그런데 그런 걸 할 수 있는 동아리라고 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 동아리는 특이한 점이 학회처럼 공부만 하고 발표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현장에 나가요. 그래서 파트너 분들을 만나고 실제로 실행해갈 수 있는 동아리이에요. 저는 지금도 실행력이 좋다고 평가받기도 하는데, 그렇게 실행해 볼 수 있는 경험이 저에게 큰 영감을 준거죠. 왜냐하면 사회적 약자로 불리시는 분들이 실제로 변화하는 것을 실제로 볼 수 있었고, 공익성과 수익성을 모두 잡는 것에 대해 배울 수 있었거든요.
지금도 전공을 고민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아요. 고민하는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이야기가 있나요?
대개 사람들이 고민이란 것을 할 때는 ‘다음에 뭐하지.’라고 하면서 바로 직후의 일들에 대해 즉, 현재의 상태 혹은 아주 가까운 미래를 따지기 시작해요. 그런데 제가 생각했던 건 저기 멀리 30년 뒤부터 시작하는 거예요. 스스로가 30년 뒤에 어떤 모습으로, 어떤 방식으로 살았으면 좋겠는지에 대한 그림이 먼저 있어야 하는 거죠. 그 30년 뒤의 모습을 먼저 그리고 이 모습이 되려면 20년 뒤, 또 10년 뒤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결정할 수 있어요. 우리가 지금에서부터 고민을 시작하면 지금 모습을 바탕으로 할 것을 찾기 때문에 지금 아는 선에서만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런데 미래에서부터 시작하면, 현재와 미래 사이의 괴리감을 채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도 명확해져요.
사실 제가 고등학교 시절에 좋은 대학을 가야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 계기도 이런 방식으로 생각하면서부터죠. 그래서 당시 부족한 학업을 채우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큰 동기가 부여된 셈이고요. 하지만 주변의 친구들은 우선 좋은 대학을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왜 그런 생각을 해야 하는지 몰랐던 것 같아요. 물론 저도 큰 그림은 계속해서 변하고 세부적인 선택지는 그때 주어지는 것에 따라 달라져요. 어떤 직업을 가지고 어떤 직함을 지니고 살아갈지는 계속해서 바뀌겠지만 저는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목표는 현재 변함이 없는 것이죠. 그 수단이 지금 생각하기에는 ‘생각 공방’이지만 나중에는 다른 수단으로 발현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지향’하는 바는 가치 중심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지금도 충분히 고민할 수 있고, 그리고 그에 따른 선택지는 주어진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어요. 사실 선택지 a, b, c를 고정하고 살아간다면 약간 고통스러워지는 상황이 생길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러면 이러한 목표와 그에 따른 확고한 신념이 생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 역시 지극히 평범한 학생이었죠. 그냥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중학교, 고등학교를 가야겠다고 막연히 생각하던 아이였어요. 그러다가 17살 때쯤 장학재단 면접을 본 적이 있어요. 사실 저는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못해서 장학금이 절실히 필요했거든요. 당시 저는 ‘저를 지원해 주시면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뻔한 답변을 준비해서 면접장에 갔죠. 그룹면접을 봤는데 함께 면접을 본 친구는 아프리카에서 신체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위해 휠체어를 만들고 그걸 보급하는 게 꿈이라는 말을 했어요. 순간 제 머리 속은 새하얗게 됐어요. 전 그 친구의 말 속에 담겨 있던 ‘그것’이 없었던 것이었죠. 전 결국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간 뒤에 한국에서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어요.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면접에서 떨어졌어요. 그 면접 경험을 통해 제 주변에는 이미 자신만의 생각이 확실한 친구들이 있고, 전 스스로 무엇을 할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죠.

그래서 그 후로 이 공부라는 것을 하는 이유를 절박하게 찾게 되었어요. 그리고 절박하게 찾는 것의 시작점은 스스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아내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고요. 그러다가 ‘인디고 서원’이라는 - 청소년들이 인문학 서적을 읽고 토론하고, 저자들이 직접 와서 강연도 하시는 그런 곳 - 을 다니게 되었죠. 그곳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매주 생각할 수 있는 질문을 던져줬어요. 저한테 너무 필요한 경험이어서 좋았죠. 그래서 그 좋음을 계속해서 따라갔던 것 같아요. 그 경험이 제 자신에게 좋다는 걸 인식하고, 그걸 인식한 뒤에는 계속해서 따라갔던 거죠. 30년 뒤에 저는 ‘인디고 서원’이 제게 준 감흥을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런 일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하고, 이때 가장 효과적인 것이 인문학이라는 결론까지 온 거죠.
대학 입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고등학생 때는 지극히 수단적이고 기술적인 측면에 골몰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아까도 말했지만 그것을 통해서 스스로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가 명확해야 그 공부가 고통스럽지 않아요. 그리고 대학에 와서도 스스로가 하는 활동이 고통스럽지 않아요. 나의 분명한 소신이 없이 다른 사람이 좋다고 해서 아무 생각 없이 무작정 따라가는 일은 힘들 수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나의 이유’를 찾았으면 좋겠어요. 하물며 ‘나는 좋은 대학교에 가서 칭찬받는 게 좋다.’는 이유에서 공부를 하는 것일지라도 괜찮아요. 어쨌든 자신의 이유를 찾았으면 좋겠어요. 스스로가 서울대가 좋은 진짜 이유나 이러한 모습이 되고 싶은 이유를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