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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전공, 나의 진로

수의사 신문으로 세상과 소통하다

수의과대학 이학범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오늘, 한국 최초의 수의사 신문을 창간하여 수의학 관련 소식을 공유하는 이학범 수의사. 경기도 안양의 ‘데일리벳’ 사무실에서 만난 이학범 님은 수의사이자 신문사의 대표로 방송 출연, 도서 출간 등의 활동도 병행하면서 동물과 수의사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그 이야기를 들어보자.

수의학과에 진학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제가 이과생이어서 막연히 자연계열 분야 전문직에 종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수의사를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처음부터 있었던 건 아니고요. 수능을 보고 나서 가ㆍ나ㆍ다군 모두 다른 학과에 지원했어요. 가군에는 약대를, 나군에는 수의대를, 다군에는 의대를요. 운 좋게 모두 붙었죠. 어느 과에 갈까 고민했어요. 제가 04학번인데 당시 황우석 박사가 유명했고, 제 주변의 의사ㆍ치과의사ㆍ약사 모두 본인의 직업에 만족하시지 않더라고요. 그런 참에 수의사가 유망하다는 지인의 조언을 들었고, 저 역시 어릴 때부터 동물을 키우다 보니 수의학에 끌려 수의대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데일리벳’이라는 수의사 신문을 창간하셨는데요. 어떻게 발간하게 된 건가요?

공중방역 수의사로 복무하는 동안 야간에 의료경영대학원에 다녔어요. 대학원 동기 대부분이 의사인데, 그 중 한 분이 아산병원 교수님이셨어요. 그분께서 쉬는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읽으셔서 “교수님, 뭐 보시는 거예요?”하고 여쭤봤어요. 그분이 대뜸 「청년의사」라고 말씀하시면서 “수의사 신문은 없냐”고 물어보셨어요. 그때,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집에 돌아가서 의사 신문, 약사 신문, 변호사 신문 다 검색해봤는데 수의사 신문만 ‘검색결과 없음’이라고 떴어요. 혼자 ‘왜 수의사 신문은 없는 거지’ 고민하다가 의사, 약사 신문을 분석하기 시작했어요. 살펴보니 의사 신문이 의사간의 소통을 증진하기도 했지만 제가 가장 부러웠던 것은 의사를 대변하는 기능도 있더라고요. 의학 관련 이슈가 있을 때, 의사 입장에서 억울한 부분이 있으면 알려주고 대변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수의사는 그런 것이 없었어요. 그러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동물병원을 운영하기 전에 ‘내가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동기 수의사랑 같이 3개월만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초기 자본금이 떨어지면 그만두려고 했는데, 2013년 4월부터 현재까지 ‘데일리벳’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후에 후속 수의사 언론 매체가 생기기도 했나요?

축산 신문, 애견 신문 등의 동물 관련 매체는 이전에도 많았고, 지금도 많이 생기고 있어요. 그런데 수의학은 반려동물만 돌보는 것이 아니라 동물보호법도 주시해야 하고 소, 돼지, 닭 같은 가축도 진료해야 해요. 이런 걸 총괄해서 수의학 전반을 아우르는 신문은 아직 ‘데일리벳’ 밖에 없어요. 모든 축, 종을 섭렵하는 신문은 ‘ 데일리벳’이 유일합니다(웃음).

최초이자 유일한 수의사 신문인 ‘데일리벳’의 목표나 비전이 있다면요?

동기와 처음 ‘데일리벳’을 만들 때, 저희도 나름 경영대학원을 나왔으니 배운 대로 미션, 비전 이런 걸 설정했어요. 저희 미션은 총 3가지예요. 첫 번째는 수의사들의 소통을 증진하는 것이에요. 서로의 소식을 알게 하자는 것이죠. 두 번째는 수의계 현안에 대해 바람직한 국민 여론을 형성하자는 것이에요. 쉽게 말하면, 수의사 관련 현안에 대해서 국민들이 오해하지 않고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알려주자는 것이죠. 세 번째는 수의계 내부 현안에 대한 담론을 형성해서 수의계가 발전하는데 기여하자는 것입니다. 이런 3가지 목표가 있고, 앞으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계획입니다.

 

수의사들을 연결하고, 대변하는 언론을 만들고 싶습니다

 

 

수의사들을 연결하고, 대변하는 언론을 만들고 싶습니다

『고양이님, 저랑 살만 하신가요?』라는 책도 출간하시고, 방송에도 출연하셨습니다. 다양한 도전을 하시는 것 같은데 삶의 모토가 있나요?

저만의 삶의 모토가 있기는 있는데, 이런 도전들과는 별로 관계가 없는 것 같아요. 방송 출연은 ‘데일리벳’을 운영하다 보니 기회가 닿아서 하게 되었어요. ‘데일리벳’을 하면서 얻은 기회를 잡았던 것이죠. 방송 출연을 하고 이름이 알려지니 출판사에서 책을 내보자는 제의가 들어오더라고요. ‘데일리벳’에 도전했기에 더 많은 도전의 기회들이 찾아오는 것 같아요.

현재 여러 도전을 하시는데요. 대학생 때에도 다양하게 활동을 하셨을 것 같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동아리 활동이나 외부 활동이 있나요?

수의대 내 봉사동아리 ‘팔라스’에서 회장을 맡아 활동한 것이 가장 즐거웠어요. 한 달에 한 번씩 국내 유기동물 보호소 의료 봉사를 다니고, 일 년에 한 차례 해외 봉사를 다니는 거예요. 해외 봉사를 세 차례, 국내 봉사를 수십 번 하면서 정말 뜻 깊고 즐거웠어요. 예비 수의사로서 유기동물 문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었고, 우리나라보다 수의학 수준이 다소 떨어지는 나라에 가서는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던 질병들이 발생하는 것을 보면서 느낀 점이 많았어요. ‘팔라스’ 활동을 하며 유기동물 보호소를 살펴보았던 경험이 지금 ‘데일리벳’ 운영할 때 여러모로 도움이 되더라고요. 유기동물 보호소 의료 봉사를 보람 있게 한 기억이 있어서 현재 수의사 봉사 모임에도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핑계 대지 말고, 후회하지 말고,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죠

 

 

핑계 대지 말고, 후회하지 말고,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죠

수의사 신문을 운영하면서 글도 많이 쓰셨습니다. 이과적인 소양과 문과적인 소양을 두루 갖추셨는데, 그 비결이 있나요?

제가 실은 글쓰기에 굉장히 약해요. 고등학교 때 이과를 선택한 것도 작문이 약해서였거든요. 그나마 학창시절에 블로그를 운영했던 것이 약점을 보완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어요. 물론, 기사를 작성하기엔 역부족이었기 때문에 글짓기 방법에 대해서도 정말 열심히 공부했어요. 시중에 나와 있는 기사 작성 관련 책들은 다 읽었어요. 잘 쓴다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웃음).

국내 동물보호법과 동물복지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관련해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시나요?

현재 제가 가장 열심히 하는 활동은, ‘동물복지 국회 포럼’이라고 제20대 국회 내 52명의 국회의원이 동물복지 관련 논의를 하는 모임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거예요. 이 포럼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하니, 제가 의견을 낸 것이 실제 법안 발의로 이어지고 정부 정책에 반영도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무척 보람되어서 성심껏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동물 보호에 대한 사회구성원 간의 인식 차이가 커요. 속도 조절을 하면서 합의를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균형을 맞추는 것이 어려운데 점점 좋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작년에 강아지 농장 관련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올해 3월에 동물보호법이 대폭 개정되었어요. 내년에 개정된 동물보호법이 시행되면 동물 관련 의식이 전반적으로 상향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수의학과 진학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제가 안타까운 건, 수의사가 할 수 있는 일이 굉장히 많은데 수의사 하면 개, 고양이 등의 반려동물을 돌보는 것만 생각하더라고요. 대개의 경우 수의사의 수많은 진로 중에 한 부분만 보고 진학을 하는 것 같아요. 수의사가 할 수 있는 다양한 일들, 이를테면 구제역이나 조류 인플루엔자 방역 등도 고려해보아야 할 것 같아요. 임상수의사 비율은 50% 정도예요. 관련 기관이나 시설도 많고, 축산물 위생 같은 업무도 해요. 살충제 계란 사태 해결에도 수의사가 많은 역할을 했어요. 이런 중요성을 간과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성공의 절대적인 지표는 없습니다. 자신이 끌리는 일을 하길 바랍니다

 

 

성공의 절대적인 지표는 없습니다. 자신이 끌리는 일을 하길 바랍니다

수의사 직업 강의를 몇 차례 해봤어요. 요새 고등학생들 진로 고민이 정말 많더라고요. 제가 고등학교 때만 해도 누가 보아도 괜찮은 직업이 있었는데, 이제 그런 직업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제 주위를 보면 병원이 망할까 걱정하는 의사 친구, 이미 병원을 접은 친구, 변호사임에도 박한 월급을 받는 친구들이 상당 수 있어요. 과거처럼 어떤 직업을 선택한다고 무조건 성공하는 건 아니에요. 흥미와 적성을 제쳐두고 무조건 의대를 가야지, 무조건 법조인이 되어야지 하는 시대는 지난 것 같아요. 부모님 말씀을 무작정 따르기 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잘하는 것, 내가 할 때 행복한 것으로 직업을 선택해도 될 것 같아요. 어차피 리스크는 양쪽 다 있어요.

글·사진조예은(일부 사진 와이낫스튜디오, 펫앤스토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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