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곳에 오기까지
대학교는 공부를 하고 경험을 쌓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생활과학대학 소속 ‘의류학과’는 인문계열, 자연계열 누구나가 지원이 가능한 전공이다. 패션 디자인과 화학 공부를 좋아했던 자연계열 출신 공나영 학생을 만나 지원 동기 및 고교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반갑습니다. 먼저 의류학과란 어떤 곳인지 소개 부탁드릴게요.
의류학과라고 하면 대부분 디자인과 관련된 생각을 많이 떠올리는데, 서울대학교 의류학과는 의류와 관련된 여러 분야를 총체적으로 다루는 학과예요. 크게는 디자인, 소재 섬유, 머천다이징 3가지로 교육과정이 구성되어 있어요. 디자인 분야는 여러분도 잘 아실 거라 생각하고, 소재 섬유는 말 그대로 소재를 개발하는 분야라 할 수 있으며, 머천다이징은 흔히 MD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상품기획 및 개발로부터 시장 도입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마케팅 활동을 수행하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과정입니다. 특히 전공 필수가 없어서 자신이 듣고 싶은 분야를 골라서 들을 수 있어요. 그래서 다른 학교의 의류학과보다 더 종합적이고 선택의 폭이 넓은 학과입니다.
그래서 의류학과는 인문, 자연계열 과정의 학생 모두가 지원할 수 있고 각자 전공하고 싶은 분야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요. 소재 분야가 자연계열에 가깝다면, 머천다이징은 인문계열에 가깝죠. 디자인은 계열이 상관없는 부분이고요. 디자인 자체가 인문계열의 암기력과 이과의 응용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모티브 위주로 움직이기 때문이죠. 제가 생각하기에 계열보다는 정말 의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오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의류학과에 지원한 학생이라면 옷에 관심이 많을 것 같은데 의류학과에 지원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미술과 디자인을 좋아해서 고등학교에 처음 입학 했을 때는 산업 디자인에 관심을 가졌어요. 학업을 병행하고 싶었기 때문에 실기가 없는 쪽으로 찾아봤죠. 그러다가 화학 공부가 재밌고 저랑 잘 맞는 것 같아서 화학과 디자인을 같이 공부할 수 있는 학과를 찾아보다가 서울대학교 의류학과를 알게 되었어요. 소재 쪽에서는 화학 공부를, 디자인 쪽에서 미술 공부를 할 수 있잖아요. 제가 정말 재밌게 공부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었죠.
1학년 때는 어떤 과목들을 들었나요?
1학년 때는 다른 학과와 마찬가지로 필수 교양 과목 위주로 수업을 들었어요. 1학년 1학기 때는 화학, 통계, 통계학 실험 등을 들었는데, 고등학교 때 배웠던 내용을 기반으로 공부를 했기 때문에 따라가는데 크게 어려움은 없었어요.
그리고 전공 관련 과목으로 2개를 들었는데 패션 디자인의 이해와 의료 소재 섬유라는 과목이에요. 전자는 기초적인 이론을 배우는 과목인데 가장 중요한 활동이 마지막에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일이에요. 직접 잡지 등에서 자료를 스크랩해서 붙이고 수업 내용까지 덧붙이죠.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게 힘들긴 했지만 이론적인 부분이 머릿속에 잘 정리된 것 같아서 결과적으로는 정말 좋았던 것 같아요. 후자는 천연섬유, 인조섬유 등 섬유의 종류, 장점 및 단점, 만들어진 원리 등에 대해 배워요. 고등학생 때 기술 가정에서 배웠던 내용과 약간 비슷하지만 섬유의 결합 종류에 대해 더 자세하게 공부하는데, 이 부분이 나중에 신소재 개발 분야에서 일하는 토대가 될 것 같아요.
의류학과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다양한 분야에 대해서 공부하는 것 같네요.
고등학생 때 처음부터 의류학과를 지망했던 게 아니라고 들었는데 진로를 결정하게 된 과정에 대해서 자세하게 들려주실 수 있나요?
저는 중학생 때부터 손재주가 좋다는 칭찬을 정말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구체적인 진로로 의류학과는 고등학교 2학년 때 결정하게 되었어요. 2학년 때 학생회 활동으로 축제를 담당했는데 패션쇼가 포함되어 있었어요. 그때는 제가 차장이어서 패션쇼 준비 과정을 꾸준히 지켜보면서 일들을 해나갔는데 정말 재밌고 관심이 많이 생겨서, 2학기 때 학생회 부장이 되었을 때 모델 선정, 장소 섭외, 프로그램 구성 등 모든 행사를 다 기획했어요. 이 활동을 통해서 제가 패션 쪽에 관심이 있다는 확신이 설 수 있었죠. 고등학교 3학년 때는 화학 동아리를 직접 만들어서 소재 섬유에 관련된 실험을 했어요. 용액들을 직접 섞어서 나일론 합성 반응을 일으켰어요. 섬유들도 본질적으로는 화학 물질들이기 때문에 어떤 물질들이 반응을 일으키는지에 대해 연구해보고 새로운 반응을 만들어보려고도 했었죠. 패션과 관련된 책들도 많이 읽어봤어요.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은 ‘패션의 탄생’인데, 디자이너들의 삶과 사상에 대한 이야기에요. 처음에 패션에 대해서 잘 몰랐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디자인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고 저의 관점을 정립하는데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고등학생 때 학생회 활동 말고 또 어떤 활동들을 했었나요?
1학년 때 학생 지방 자치 동아리인 ‘와이로그’에 들어갔었어요. 청소년의 입장에서 순천이라는 작은 단위에서 고민해볼 수 있는 주제를 설정하고 팀 별로 해결 방안을 발표했어요. 인문계열 학생이 주로 하는 동아리였지만 그곳에 들어가서 시사적인 문제도 공부하고, 제가 평상시에 접하기 힘들었던 부분의 공부에 계속 도전하면서 자신감도 키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또 EVA(English Volunteer Activity의 줄임말)이란 활동인데 아동센터에 가서 정기적으로 영어를 가르쳐주는 것입니다. 제가 영어를 가르쳐주는 걸 좋아해서 저에게 의미 있는 봉사활동이었던 것 같아요. 단순히 영어를 가르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원들과 어떤 내용을 가르쳐줄지, 어떻게 가르쳐줄지에 대해서 토의도 하고, 피드백 과정을 거치면서 봉사활동을 통해 서로가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죠. EVA 활동은 2년 동안 꾸준히 했어요.
고교생활 공부했던 남다른 방법이 있었나요?
사람마다 다 다르며 또한 비슷하겠지만, 저는 그날 배운 것은 그날 복습해버리는 스타일이었어요. 저와의 약속을 정하고, 할 일을 다 한 후에는 쉬거나 다른 활동들을 했죠. 특히 고3 때는 예습할 내용이 없고 공부했던 내용을 반복적으로 공부해야 해서 나태해지기 쉽잖아요. 그래서 룸메이트와 공부 시간 내기를 해서 진 사람의 벌금을 모아서 맛있는 걸 먹으러 가기로 했어요. 제 룸메이트가 공부를 열심히 하는 친구여서 저도 질 수 없으니까 쉬는 시간에도 미친 듯이 공부하게 되었죠. 이렇게 하다 보니까 공부에 대해 별로 스트레스 받지 않고 서로의 최대치만큼 공부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 학과 선택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친구들이 어떤 점을 고려해보면 좋을까요?
마지막으로 조언 한 마디 부탁드릴게요.
저는 학과를 선택할 때 제가 재밌게 공부할 수 있는 곳을 선택했어요. 취업 때문에 제가 하고 싶은 공부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제가 생각하는 대학교는 공부를 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기 위해 오는 곳이기 때문에 저의 적성을 가장 많이 고려했던 것 같아요. 물론 취업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겠고, 저 역시 나중에는 진로에 대해서 고민을 해보겠지만 먼 훗날 미래 때문에 현재의 선택에 제한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다른 사람들의 조언, 전망, 취업 다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제가 그 공부를 얼마나 좋아하고 열정을 가지고 있는가라고 생각해요.

서울대학교 의류학과의 전공 범위가 넓은 까닭에 인문, 자연계열 학생들이 모두 공부할 수 있는 곳이란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의류학과 학생이라서 인터뷰 직전까지 재봉틀을 돌리고 왔다는 말이 물론 자연스런 일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아직 새내기인데 벌써 재봉틀 작업을 시작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나영 학생이 고등학교 시절부터 지녔던 의류학에 대한 열정과 관심을 상상해 볼 때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자리였다. 나영 학생의 도전들이 미래 우리 의류 분야에 큰 희망이 되어 주기를 바라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