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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학지도, 그것은 사랑과 책임이었다
- 13년차 대입지원관이 바라본 진학지도현장 -

1. 저는 대한민국 최초의 대입지원관입니다.
‘대입지원관’. 말 그대로 대입과 관련해 학생-학부모-교사(학교현장)를 대상으로 다양하고 다각적인 지원을 하는 사람입니다. (교육청에서 따라 ‘대학입시지원관’. ‘대학입학지원관’, ‘대입지원관’, ‘진학전문지원관’ 등 명칭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여기서는 ‘대입지원관’으로 통칭해 부르고자 합니다.) 대입지원관은 주로 입학사정관의 경험을 가진 사람들로, 교육청에서 직접 선발 및 채용해 대입 관련 상담, 특강, 컨설팅, 대입 자료 개발, 대입제도 연구, 대입지원 사업을 개발/기획/추진하는 등의 역할을 합니다.
이 제도는 2013년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에서 전국 최초로 시작하였으며, 이후 만 12년의 세월 동안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10개 교육청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2013년 강원 교육청에서 대입지원관 생활을 시작한 후 2019년 여름부터는 광주광역시교육청으로 자리를 옮겨 대입지원관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13년 차 최장수 대입지원관으로 전국에서 대입지원관 제도가 확산되어 가는 것을 지켜본바, 보통 대입지원관이라는 제도는 각 시도교육청에서 교육감 공약사업으로 시작하거나, 진학정보소외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타개책, 지속적이고 일관된 진학정책 추진을 위한 사업으로 시작하곤 합니다. 시도 교육청의 환경이 다르기에 신분이나 세부적인 업무 내용은 소속 교육청에 따라 다소 다릅니다.
제도를 초창기에 도입한 교육청들의 경우 신분을 계약제 직원 형태로 설정하고 당시 입학사정관의 평균 연봉을 상회하는 수준의 대우를 제시해 운영하였으나, 점차 제도가 확대됨에 따라 임기제 공무원으로 운영하는 사례가 늘어났습니다.
대입지원관 제도의 역사가 가장 오래되고 많은 인원을 채용한 강원 교육청은 현재 유일하게 정년이 보장되는 교육공무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제일 먼저 임기제 공무원으로 운영한 대구 교육청도 2019년 대구 도입 첫해 채용된 대입지원관이 지금까지 근속하고 있으며, 전국 지원관 중 만 6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지원관의 수가 전체 대비 23%가 넘고, 만 10년 이상의 경력자만도 15% 정도가 됩니다. 근속연수가 중요한 것은 입학사정관과는 조금 다른, 교육청 소속의 대입지원관으로서의 독자적인 전문성, 현장 지원 노하우 등이 쌓인 전문인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방증이기 때문입니다.
[표] 전국 대입지원관 현황(교육청 소속)(2025.8. 기준)
* 정원의 개념이기 때문에 휴직자 등의 결원이 반영되지 않은 수치임
** 부산의 경우 2025.9.부터 대입지원관 총 3명 체제로 확대 운영
2. 대입지원관의 업무
교육청마다 채용 인원수, 도입 역사ㆍ배경, 해당 교육청의 진학부서 규모 등이 다르기에 전국의 대입지원관 업무가 딱 맞아떨어지진 않습니다만, 큰 틀에서 대입과 관련해 ‘지원’을 한다는 것은 같습니다. 제도 운용 초기에는 명확하게 학생ㆍ학부모 상담에 더 비중을 둔 지역도 있고, 학교를 방문하며 교사 대상 특강(교육), 컨설팅에 집중한 지역도 있었습니다. 제가 현재 근무하고 있는 광주는 지원관 상담을 운영하지 않고 대입지원사업 기획ㆍ운영에 무게를 두고 있으나, 비교적 많은 지역이 ① 학생ㆍ학부모 대상 상담과 ② 교사 대상 지원(특강ㆍ교육ㆍ컨설팅), ③ 대입지원사업 기획 및 추진 등 행정업무가 복합적으로 부여되고 있습니다. 상담사, 교사, 전문직(장학사, 연구사 등)의 성격이 혼재된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진] 대입지원관의 다양한 업무(강원, 광주 사례)
3. 대입지원관 제도의 특징이자 장점
전국 대입지원관들의 입학사정관으로서의 경력, 전직, 전공 등을 살펴보면 매우 다채롭습니다. 의원면직한 대입지원관들까지 떠올려본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은 서울 소재 대학부터 국가거점국립대, 지역의 거점사립대, 교원양성대학, 특수목적대 등 다양한 대학에서 근무했습니다. 전공의 경우도 사범계열(체육교육 포함), 인문ㆍ사회계열, 자연ㆍ공학계열 등 인적 구성의 다양성이 확보된 특징이 있습니다.
교육청에 따라 인원 구성이 다르다 보니 지역마다 차이가 있으나, 다수 인원으로 구성된 지역은 활동 대학에서의 경험 공유로 교실이라는 공간 속 다양한 아이들을 바라보고 지원할 수 있는 입체적인 시각을 갖기 용이합니다.
특히 강원 교육청의 경우 대입지원관 제도가 확대되어 한때 13명의 정원으로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권역을 담당하는 대입지원관들의 수가 늘어나 이들을 행정적으로 종합 지원해야 할 필요로 저는 도교육청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강원 각 권역에 배치된 대입지원관들이 모여 규모 있게 사업을 운영할 수 있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다채로운 경력들을 가진 대입지원관들이 모였기 때문에 학생들의 진로를 반영한 전공별 프로그램, 교육대학 면접 대비 프로그램, 의학계열 MMI 면접 대비 프로그램, 체육계열 모의실기평가 등 학생들의 다양한 수요를 반영한 사업들이 가능했었습니다.
물론 대입지원관이 아니더라도, 학교 현장을 진학 목적으로 도울 수 있는 존재가 우리 곳곳에 많이 있습니다. 과거부터 진학 현장에서 쉽게 손 내밀 수 있는 주체 중 하나인 사교육기관은 방대한 데이터를 직관적이고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비용에 대한 부담, 학교 현장에 대한 몰이해로 오히려 학교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게 되는 시발점이 되기도 합니다. 고교 진로·진학교사나 교육청 소속 파견교사, 전문직(연구사/장학사 등)의 경우 학교 현장에 대한 이해도, 학생의 학업/진로 설계 경험·노하우 측면에서 높은 전문성을 갖고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소속 학교에서의 수업, 학생 지도 등의 업무가 과중한 상태에서 학교를 넘나들며 지원하기에는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고, 보직 변경 등으로 인한 업무 지속성 확보가 곤란하기도 합니다. 직접 대학과 연계해 도움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입 운영 주체로서의 경험, 평가/선발에 대한 전문성을 직접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소속 대학에 국한된 정보만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단점입니다.
이런 점들을 고려했을 때 대학에서 평가/선발의 경험을 갖춘 대입지원관을 직접 채용해 운영하게 되면 소속 교육청의 정책 기조를 반영한 일관된 진학지원 정책 추진이 가능하고, 대학과의 긴밀한 협력적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발 빠른 대입정책추진도 가능하게 됩니다. 학교와 학생, 학부모를 직접 지원함으로써 공교육에 대한 신뢰도 제고에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전국 시도교육청 중 약 60%에 가까운 교육청이 이 제도를 확대 운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4. 강원에서의 첫 시작, 산 넘고 물 건너다니는 대입지원관
대입지원관 제도의 모태였던 강원 교육청. 저의 대입지원관 생활이 시작된 곳입니다. 2013년 당시 대입지원관이라는 직업 자체가 대한민국에서 처음 생겼고, 강원이라는 지역도 제게 미지의 세계(?) 같은 곳이었습니다.
춘천, 원주, 강릉, 속초, 삼척, 태백, 동해, 정선, 영월, 횡성, 평창, 홍천, 인제, 양구, 철원, 화천, 양양, 고성. 7개의 시와 11개의 군으로 이뤄져 있는 강원의 지역적 특성상 말 그대로 산 넘고 물 건너는 출장이 다반사이기도 했습니다. 운전으로 편도 한 시간 정도의 출장 거리는 기본, 보통 편도 2~3시간씩, 하루 출장거리 200~300km 정도 되는 경우도 많았고, 개중에는 이동 거리 400~500km 되는 출장도 다니곤 했습니다. 바다를 보며 고속도로를 달리고, 설악산의 아름다운 풍경도 보고,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국도에서 누구는 사슴을 보고, 누구는 독수리를 보고.. 강원도 안에서만 다녔던 출장인데도 강원 지원관들의 출장 이야기들은 무궁무진했습니다.
곳곳을 다니며 보니 강원은 학교 구성도 다양했습니다. 한 학년 학생 수가 400명 정도가 되는 학교도 있고, 한 학년에 3~5명만 있는 학교들도 있었습니다. 농어촌학생전형에 지원할 수 있는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 같은 농어촌학교여도 수시모집에 집중하는 학교와 정시 농어촌학생전형에 집중하는 학교 등 구성과 상황이 다양했고, 거주 지역에 따라 선호하는 대학들도 달라 입학사정관의 경험만 가지고는 지원하는 데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세상천지 눈만 돌리면 공부할 것들이 생긴다는 걸 다시금 느끼게 되었습니다.
5. 진학지도는 마치 육아(育兒 vs 育我)를 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흔히 ‘육아’(育兒)는 ‘육아’(育我)이기도 하다고 말하곤 합니다. 아이(兒)를 보살피고 길러내는 과정에서 부족한 자신을 반성하고 더 나은 ‘나’(我)로 성장하게 하는 까닭입니다. 진학지도도 같은 기능을 합니다. 자신의 꿈을 설정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진학을 선택했는데, 그 준비과정에서 어렵고 지치기도 하지만 그걸 견뎌내며 더 마음이 깊어지고 견고해지는 걸 느끼게 됩니다.
입학사정관이 아닌 대입지원관으로서 처음 진행했던 대면 상담은 전형 정보를 전달하고, 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평가자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학생들의 진로ㆍ진학에 대한 의지, 학교생활 충실도 등을 어떻게 더 드러내면 좋을지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뤘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고1 때부터 지속상담을 받는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저는 상담 방향에 대해 더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대학에서 공부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진로와 진학을 더 넓게 바라보지 못하고 지엽적으로만 연결해 준비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대학을 가야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학교에서의 학업 활동에 동력을 얻지 못한 아이들도, 그리고 무엇인가를 하고 싶은 학생들보다 무엇을 해야 할지도,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르는 아이들도 의외로 많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역으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과목을 더 재미있고 수월하게 접근하는지, 그동안 관심을 뒀던 직업이나 진로분야는 어떤 것들이었는지, 어떤 어른으로 살고 싶은지 등을 질문했고, 선뜻 답하지 못한다면 집에 가서 생각을 정리해보고 다시 찾아오라고 했습니다. 어떻게든 도와줘야 하는 처지에서 단서를 찾기 위한 질문들이었지만 의외로 아이들이 저의 미션(?)을 충실하게 수행하며 각자의 색깔이 드러나는 그림을 그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목표점에 도달하기 위해 학업에 더 적극적으로 집중하기도 하고, 자신의 꿈에 대한 의지를 다지며 인사이트가 넓어지는 것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저 또한 낯선 진로 분야에 대한 정보도 아이들을 통해 더 알게 되는 경험을 하며 제가 정답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아이들은 상담자의 질문을 디딤돌 삼아 의지를 다지고 생각의 깊이를 더해간다는 걸 알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점차 상담의 방향을 ‘판단’과 ‘결정’이 아니라, ‘설계’, ‘방향 설정’, ‘화두를 던지는 것’에 맞추게 되고, 대학 전형과 입시 결과 사례들만큼이나 학생의 성향, 상황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하고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던 귀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간 고민하고 여러 시행착오를 겪어내며 깨달았던 지도 방식은 이미 학교 현장에서 담임교사가 장기적으로 학생을 지속 관찰하며 학업과 진로, 진학을 아울러 더 폭넓게 지도해오고 있던 방식과 닮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더 직관적이고 효과적으로 지도하는 사례를 보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교사, 진짜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6. 학생들의 고민은 변하지 않는데, 교사의 고민은 지치지도 않고 변합니다.
학생들의 진학과 관련한 고민은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저는 어느 대학을, 어떻게 가야 하죠?”
그러나 학교 현장을 지키는 교사는 진학과 관련해 고민이 계속해서 바뀌어왔습니다.
입학사정관제 시절엔 학교생활기록부에 학생들의 잠재역량을 ‘어떻게 더 많이 담아낼까?’를 고민했습니다. 교육과정, 수업은 어지간하면 전국적으로 비슷하다 보니 창의적 체험활동에 더 관심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학생부종합전형이라는 이름으로 바뀌게 되었고, 대학과 고교는 학교 안에서의 학업적 성장에 더 많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가장 많이 보내는 시간이 바로 수업시간이기에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습니다. 그래서 대학은 ‘대학 입학 후 학업을 수행할 역량이 충분한가?’에 대한 질문에 고교 교사는 ‘학교에서 어떻게 가르칠까?’에 대한 질문으로 화답하며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수업사례를 나누는 등 교육 현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 이후 2015 개정 교육과정 체제가 되며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의 의미와 중요성이 대두되었고, 이에 대학은 ‘학생들이 어떤 과목을 선택해서 제대로 이수했을까?’를, 고교는 ‘어떤 과목을 선택하게 할까? 어떤 과목들을 개설해야 할까?’를 고민하게 했습니다.
광주 교육청으로 자리를 옮긴 후 맡았던 사업들 중 하나는 교육과정/진학 전문가-대학 입학사정관 등으로 컨설팅단을 꾸려 학교를 방문해 교사만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교육과정-진학 연계 맞춤형 컨설팅입니다. 지금은 이런 포맷의 사업을 다른 지역에서도 많이 운영해 오고 있지만 2019년 당시에는 비교적 광주가 이른 시도를 한 상황이기에 준비과정에서도 심적 부담, 피로도가 상당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에게 이 사업이 큰 의미로 남아 있는 이유는 바로 방향과 결은 조금 다를지라도 학교와 교사는 제자들을 위한 책임교육을 쉬지 않고 실천하고 있다는 걸 목도했다는 것 때문입니다.
전통적으로 수능에 강세를 보여왔던 지역 중 하나인 광주는 2015 개정 교육과정 도입과 맞물려 2018년 2022 대입제도 개편안, 2019년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 등 대입 환경의 변화에 발맞춰 비교적 단시간 내에 수시 체제로 전환해 적응해 왔다고 평가받습니다. 그러나 오랜 기간 사교육에 대한 의존보단 학교를 통한 학업역량개발에 더 비중을 뒀던 분위기였던 터라 교육과정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변화된 대입 환경에 대한 불편함을 많이 호소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학교에 들어섰습니다.
“학교에는 서울대에 갈 아이들만 모여 있지 않습니다. 많은 학생이 지역대학에 진학하게 되는 상황이고, 그 지역대학은 모두가 잘 알다시피 교과전형 선발 규모가 압도적입니다. 대학에서 어떤 과목을 들었는지를 면밀히 살펴 선발하는 인원수보다 0.1등급이라도 더 높은 학생들을 선발하는 인원수가 이토록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설득해야 하나요?”
“자연ㆍ공학계열에 진학해 공부하기 위해선 물리학을 공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필요하다니까 선택하라고 지도해도 학업에 대한 부담으로 선택을 포기하는 아이들이 많이 나와요. 그래서 지정과목으로 운영해 보려고 했는데 외부에서 물리학이 필요하지 않은 아이들을 내신 성적 깔아주는 의도로 몰아넣는 게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해서 속상해요.”
“일부 대학에서는 공동교육과정이라고 해서 상대적으로 대충 시킨다고 오해하기도 하던데.. 그렇지 않습니다. A성취비율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퍼주는 식도 아닙니다. 저는 ○○○○○○이라는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하는데요. 참여하는 학생들이 인원수는 적어도 제가 준비한 자료들을 분석하고 정리해 토론까지 해냅니다. 그래서 저도 다른 수업 준비와 비교해서 절대 소홀하게 준비하지 않습니다.”
선생님들의 허심탄회한 말들을 듣다 보니 그 기저에는 책임감이 깔려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배울 의지가 강한 아이도, 의지만 있고 실천이 약한 아이도, 애당초 배울 의지가 없는 아이도 모두가 내 아이라는 생각에 학교 안에서 책임지고 끌고 가야 한다는 생각들.
과거와 달리 진학지도가 권력 또는 벼슬이라고 여겨지는 분위기도 아니고, 대학 많이 보낸다고 상 받는 것도 아닌데 왜 현장 교사들은 끝까지 진학지도에 신경을 쓰는 걸까요?
7. 결국 ‘진학지도’도 ‘책임교육’이고 ‘사랑’이었습니다.
“여기야 시골이니 근처에 학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집에 간다고 공부하는 건 더 아니니까 학교에 늦게까지 남아서 인터넷 강의도 듣고, 혼자 공부도 하게끔 환경을 만들어놨어요. 근데 늦게 집에 보내려니까 차편도 그렇고 해서 여기 선생님들이 한 번씩 태워주기도 하고.. 우리 학교야 학생 수도 적고, 선생님들도 관사에 있으니까 할만하죠~”
“고3 담임 생활이 그렇지 뭐. 몸이 아파도 애들이 수시 원서접수 해야하니까 꾸역꾸역 링거라도 하나 맞고 나가서 상담하는 거지. 그때 나는 내 몸만 아팠지.. 어떤 선생님은 사고로 가족을 잃었는데, 채 슬픔을 다 덜어내지도 못했을 텐데도 얼마 후에 내색 없이 앉아서 상담을 하시더라고. 이 애들한테는 중요한 시기니까...”
그리고 올해 진학지도 경력이 적은 선생님을 대상으로 추진한 진학상담연수에서 ‘아이들을 직접적으로 돕고 싶어 진학상담을 꼭 배우고 싶습니다.’라는 말씀을 적어주시며 신청하신 분들도 꽤 많았습니다.
강원과 광주에서 교육청-대학-학교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며 학교 현장에서 교사와 학생을 직접 돕는 대입지원관으로서 바라본 진학지도는 제2의 보호자로서의 책임 지도였습니다.
혹자는 진학지도를 대학 서열화를 조장하고, 학생을 성적으로 구분해 지원 대학을 결정짓고, 경쟁구도에 몰아넣는 비교육적 행태라며 날이 선 비판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진학지도가 이뤄지는 학교 현장을 들여다보고, 또 직접 경험한바에 의하면 진학지도는 학생의 수업(자율학습 포함) 태도, 성적 등을 살피며 학습 패턴과 이해 수준을 판단하고, 성향과 관심분야, 가정환경 등을 아울러 고려해 대학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학생이 원하는 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조언하고 동기를 부여해 인사이트를 넓혀주는 것이었습니다. 자식 대학 보내듯 마음 쓰고, 격려하며 끌고 가는 것처럼 말입니다.
8. ‘지원’. 支援, SUPPORT.
‘지원’의 사전적 의미는 ‘지지하여 돕다’라는 의미로, 쉬운 영어 단어로는 ‘SUPPORT’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지지하다, 옹호하다, 지원한다는 개념으로 ‘돕다’, ‘한 마음으로 응원하다’라는 개념이 내포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처음에 대입지원관의 업무 방향을 고민하던 때에 이 ‘지원’이라는 개념을 곱씹게 되었습니다. 대입과 관련해 단순히 대입 정보를 제공하거나 준비를 돕는 것뿐만 아니라,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 교사, 학부모를 한마음으로 지지하고 응원하고 격려하는 것도 포함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학지도도 학생이 대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생각하는 힘, 탐색하고 결정하는 힘을 길러내도록 돕고 응원하고 것이라는 생각에 닿자 학교 현장을 지키는 선생님들과 동지애 같은 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자신의 시간과 건강을 써가며 사랑하는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선생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스스로 꿈 찾고 착실하게 생활하는 기특한 우리의 아이들에게도 박수를 보냅니다. 마지막으로 전국 곳곳에서 학교-교육청-대학을 잇고 전천후로 진학 지원을 하는 동료 대입지원관님들께도 응원의 인사를 보내며 이 글을 마칩니다.

